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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도둑 1 - 뱀파이어 연대기 4-1
앤 라이스 지음, 김혜림 옮김 / 여울기획 / 1996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 : 육체의 도둑The Tale of the Body Thief―뱀파이어 연대기 4편
저자 : 앤 라이스Anne Rice
역자 : 김혜림
출판 : 도서출판 여울
작성 : 2005. 09. 10.
"이것은 앤 라이스 님의 식의 파우스트Faust?"
―즉흥 감상―
9월 21일의 전역을 앞두고, 오는 일요일부터 시작되는 9박 10일의 휴가를 기다리는 마당에 감기 초기증상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 작품 속의 뱀파이어, 아니 인간이 되어버린 레스타 드 리용쿠르도 감기 때문에 다 죽어가는군요(웃음)
그렇게 엉뚱하게도 주인공의 심정으로 접하게 된 뱀파이어 연대기 4편 '육체의 도둑'을 조금 소개해보겠습니다.
6000여 년의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살육의 향연을 벌였던 여왕 아카샤의―영화와는 다른―죽음 후의 이야기. 여왕의 무시무시한 음모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었던 집회가 어느덧 해산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레스타는 과거의 꿈과 마주하거나 작열하는 사막의 태양에 자살을 시도하는 등 자신의 영생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어떠한 계획도 어떠한 야망도 없어진 레스타. 그런 그의 앞에 정체불명의 인간 남자가 나타나 아는 척을 하며 어떤 소설의 원고와 영화가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주곤 도망가기를 여러 차례. 레스타는 이 일에 대해 인간 친구이자 탈라마스카 수도회의 총 지도자인 데이비드 탤벗과 함께 의논을 하던 도중 '육체의 도둑'에 대해 알게되고, 레글란 제임스라는 이름의 남자와 결국 몸을 바꾸게 됩니다. 하지만 '육체의 도둑'은 레스타와의 계약을 어기게 되는데…….
200여 년의 시간 속에서 모든 뱀파이어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버린 레스타. 하지만 그것은 그가 꿈꿔온 것과는 달리 혐오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거기에다가 계약을 위반한 체 최강병기라 할 수 있는 레스타의 아름다운 뱀파이어 육체과 모든 것을 가지고 사라져버린 '육체의 도둑'. 한순간 빈털털이 인간으로서 눈을 뜬 레스타의 좌충우돌 실수투성이 인간 적응기가 환상적으로 기록되어져있었습니다.
앞선 세 편의 연대기보다도 편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던 작품. 그것도 그럴 것이 존재의 시조를 찾아가는 과거로의 확장되는 스케일의 연장이 아니라. 모든 것이 정리되고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보니 앞선 연대기는 그저 작고 비중 없이 등장할 뿐 독립적인 작품이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되고 싶다. 그리고 인간이 되었다. 보라. 저 떠오르는 태양을!!"
전 이 작품에서 말해지는 '파우스트'의 이야기보다도 아이작 아시모프 님의 '바이센테니얼 맨The Positroinc Man'이 더 와 닿는 듯 했습니다. 그것은 아직 파우스트라는 작품을 접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영구 불멸의 로봇이 유한의 생명을 지닌 인간이 되어 가는 모습과는 또 다른 뱀파이어의 인간화 설정에 대한 비교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전의 익숙한 신체의 감각을 벗어나며, 인간이자 생명체의 생리적 현상을 경험하게되며, 거기에 위험에 더욱 노출되는 상황 설정에서 로봇 앤드류는 찬양을 뱀파이어 레스타는 혐오에 대한 엇갈린 이야기.
거기에 뱀파이어 연대기 1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The Vampire'에서의 인간에서 뱀파이어가 되는 것과는 반대로 진행되는 설정을 지닌 이야기라니. 어떻게 보면 무모할 수밖에 없는 레스타의 환상적인 모험의 이야기가 '육체와 영혼'에 대한 철학으로 무장되어 앤 라이스 님 식의 매혹적인 이야기로 태어난 듯 했습니다.
자신의 육체를 떠나 다른 이의 육체로서 새로운 삶을 경험한다. 이전부터 이런 저런 보디 스네쳐body snatcher의 이야기를 접해보았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며 접했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합니다. 하핫. 영생의 또 다른 이야기라니!!
그럼 다음 작품인 뱀파이어 연대기 5편이자 '완결편'이라 되어있는 '악마 멤노크Memnoch The Devil'를 집어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