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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계절 - 양극화 세계에 희망을 말한다
월레 소잉카 지음, 이완기 옮김 / 루비박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 : 공포의 계절Climate of Fear : The BBC Lectures, 2004
저자 : 월레 소잉카Wole Soyinka
역자 : 이완기
출판 : 루비박스
작성 : 2006.05.05.
“뇌를 조여 오는 이 압박감. 그래, 잠들어버린 뇌를 깨워라. 그리고 생각하라.
우리의 주위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감싸고 있는 ‘공포’에 대하여.”
-즉흥 감상-
예비군 훈련을 받으며 틈만 나면 이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덕분에 책이 상처를 입긴 했지만, 도저히 다음 글자, 다음 문장, 다음 문단, 다음 페이지를 읽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훈련 3일차 아침, 우선은 꼬깃꼬깃 접어둔 종이에 시작해 시골의 조부모님 댁에서 감상기록을 정리해보는 바입니다.
이 책은 사실 어떤 시나리오의 흐름을 가진 영화나 소설과는 달리 마치 대학 강의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만나볼 수 있었기에, 이때까지의 감상기록과는 달리 줄거리가 이러니저러니 같은 말은 하기가 그렇습니다. 다만 ‘끊임없이 변하는 공포의 가면’, ‘권력과 자유’, ‘예속과 맹종의 수사학’, ‘인간 존엄성의 추구’, ‘내가 맞아, 그러니 너는 죽어야 해!’와 같은 다섯 강의를 통해 그동안 관심을 자지지 않았던 각국의 정치의 역사와 서로 관계없을 듯한 사건 사고의 연관성, 종교와 교육, 공포로 인한 지배와 그것에 대한 사회 현상 등 TV와 같은 대중 매체를 통한 뉴스에 대해 가졌었던 이유모를 거부감의 진상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자칫 지겨워 질수도 있을 내용들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전 생애에 대한 경험을 포함하여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강의 하는 것이, 저의 언어능력이 따라주기만 한다면 강의의 현장에 있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더군요(웃음)
사실 처음 ‘공포’라고 하기에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부족한 실력일지라도 소설이라는 창작활동을 하며 나름대로 ‘공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의 그 안일함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바로 그 엊그제 일어난 사건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2001년 9월 11일의 국제무역센터였던 쌍둥이 빌딩에 대한 대테러의 숨겨진, 아니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등 현 시대의 유일한 분단국가에 살고 있으면서도 가장 인접한 ‘전쟁’에 대한 불감증을 경험하며, 정작 중요할 수도 있는 예비군 훈련에 그저 한 없이 늘어지는 모습에 그저 할 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문득 최근에 본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5'가 떠올랐습니다. 시대는 가까운 미래. 공포정치로서 완벽하게 통제되는 삶 속에 익명의 'V'라는 이름으로서 ‘변화를 위한 공포’를 통해 ‘지배의 공포’를 정화하는, ‘악은 악을 부르고 선은 선을 부른다’라는 내용으로 받아들였던 작품.
영화는 비록 영웅을 만들고자하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고는 하지만, 정보의 해일 속에서 진실을 향한 항로라는 것에 공포를 느껴버린 나머지, 결국 조난당한 기분으로 바로 주위에 만연해 있는 공포라는 관찰자마저 망각해버린 현 실태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한번밖에 못 읽고 급한 기분에 쓰게 된 감상기록이라지만, 분명 이 책은 여러 번 두고두고 읽어야할, 잃어버린 ‘공포로의 관심’을 찾을 수 있을 지표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 책을 소개해주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감상기록을 마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