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 :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わたし戀をしている, 2008

지음 : 마스다 미리

옮김 : 박정임

펴냄 : 이봄

작성 : 2015.01.01

  

“나는 사랑을 하고 있을까?”

-즉흥 감상-

  

  얼굴을 보여주고 있지 않지만, 검은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목에 빨간색 리본으로 멋을 낸, 단발머리 여인이 그려진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사랑하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적혀있는 흰색 글씨가 검붉은 책 띠에 감정을 속삭이고 있었다. 들고 다니며 읽기 불편하니 표지를 벗겨본다. 세상에, 심장의 근육을 그린 듯한 핑크빛 하트가 시선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이야기는, 얼어붙은 줄만 알았던 나의 영혼마저 두근거리게 할 줄은 몰랐다.

  

  나는 남자다. 그렇기에 여자들의 마음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고정관념을 흔들어준 작가가 있었으니, ‘남녀공감단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마스다 미리’이다. 분명 ‘여자만화 시리즈’로 책을 소개 받아왔음에도, 만화나 수필을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남자와 여자도 결국 개인의 우주를 가진 한 사람’임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리고 ‘본격 여자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도서 ‘여자라는 생물 女という生きもの, 2014’에 이어 만난 이번 책은, 그동안 여자 사람(?)들이 건네 왔던 다양한 암호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의 시간을 가지게 했다.

  

  물론 이 책은 여성들의 모든 것을 답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작가의 국적이 일본이기에 우리나라 여성들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쁘고 귀여운 그림과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글씨로 가득한 두 면으로 구성된 91편의 짧은 이야기는, 도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 1992’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게 여자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삽화를 그린 줄 알았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작가의 그림과 캐릭터의 등신비가 달랐기 때문이다. 기존의 작품에는 4등신 정도로 인물을 간략하게 그린 반면, 이번 책에 나오는 여인들은 7~8등신 정도의 날씬하면서도 마르지 않은 여인들이 섬세한 느낌으로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서를 확인해보니, 음~ ‘마스다 미리씨도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 감탄을 하게 되었다.

  

  아무튼, ‘사랑’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달라지는 감정? 아니면 그저 계산되어진 어장관리전술? 그것도 아니라면 ‘연애세포’를 통한 착각의 여정? 작가 또한 어떤 하나의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지 않았다. 등장하는 삽화의 여인들만큼이나 다양한 입장에서의 ‘사랑에 대한 단상’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다. 남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표출하고 있었던가? 모르겠다.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 冷靜と情熱のあいだ, 1999’처럼, 남은 반쪽의 파란 책을 통해 ‘남자의 이야기’를 읽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매일 같은 하루를 열어나간다. 그리고 2015년이라는 새해가 밝았다. 당장의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더 이상의 불안함에 마음 졸이기보다 기대와 가능성으로 가슴이 뛰기를 바라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한다.

 

 

  덤. 도서 ‘여자라는 생물’의 감상문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은 맛보던 중인 도서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2014’의 마침표를 확인해보자. 그리고 영상물보다 책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 기록을 읽어주는 모든 분들도 숨어있는 ‘봉만이(?)’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TEXT No.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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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도시처녀들 1
미깡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 : 술꾼도시처녀들, 2014

지음 : 미깡

펴냄 : 예담

작성 : 2014.12.30.

  

“술이 마시고픕니다.”

-즉흥 감상-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술을 마셔본 게 얼마나 되었을까? 며칠? 몇 주? 몇 달? 몇 년? 여기서 농담을 던지면 ‘몇 시간, 아니 지금도 마시고 있잖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술’이라는 단어 위에 켜켜이 쌓여있는 먼지가 언뜻 보여. 그런데 왜 갑자기 ‘술타령’이냐고? 그게 말이지, 세 여인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문득 잃어버린 갈증을 깨워버렸기 때문이야.

  

  밑 빠진 酒독에 들어앉아 붉게 물든 얼굴이 귀여운 세 여인이 그려진 표지를 넘겨보자. 그러자 책날개에서 알코올음료를 한 잔 들고 배시시 웃고 있는 작가는 살짝, ‘악마’를 보았다고 중얼거리는 어느 맥주집 사장님의 인사로 시작의 장이 열려. 그리고 출판기획자 ‘정뚱’, 프리랜서 작가 ‘꾸미’, 웹디자이너 ‘리우’의 소개와 함께, 본격 술을 사랑하는 여인네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는데…….

  

  사실 이 작품은 다음의 웹툰으로 먼저 만났었어. 하지만 웹툰의 형식으로는 취향이 아니어서 무기한 보류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 그러던 어느 날. ‘술자리가 즐거워지는 술꾼 주사위 게임 수록!’이라는 문구에 눈을 떠버렸던 것이야. 거기에 서평 이벤트까지 한다기에 뜨거운 마음으로 신청! 그리고 오오! 당첨!!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을 받았지만, 히잉~ 주사위가 없었어. 그래도 숨은 부록으로 들어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일단 읽기 시작했는데, 으흠? 이거 재미있는데?! 그래서 3시즌에 해당하는 41화부터는 웹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건 비밀! 크핫핫핫핫핫핫!!

  

  으흠. 진정하고 손가락의 춤을 이어봅니다. 위의 문장까지 읽으신 분들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문장에 깜짝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이유인즉 얼마 전부터 술만 마시면 컨디션이 조금 나빠지는 것 같아 한동안 금주를 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책을 읽으면서 뭔가 알딸딸해지는 기분이 되는 것이, 손가락이 조금 풀려버린 것 같습니다.

  

  네? 아아. 본편에 이어 [오늘 뭐 먹을까?-고민이 필요 없는 30일 추천안주]까지 다 읽었지만 ‘술꾼 주사위’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평이벤트와 관련된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니, 그렇군요. ‘서평단 증정 도서에는 주사위는 포함되지 않으며…’라는 문구를 뒤늦게 발견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쩝. 그렇기에 ‘술값 내기’, ‘모범택시타고 집에 가기’, ‘옆 테이블에서 술 얻어오기’외의 남은 3면의 내용은, 저와는 다른 방법으로 책을 구매하신 분들께 도움의 손길을 받아보고 싶어지는군요.

  

  제 주량이요? 음~ 분위기에 따라 다릅니다. 가능하면 ‘즐겁게 마실 수 있을 정도’를 추구하는데요. 다만 마실 수 있는 술이 제한되어있습니다. 소주일 경우에는 25%의 달달함을, 막걸리는 피자와, 맥주는 역시 치느님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그럼에도 병뚜껑 수집을 취미로 가지고 있기에, 항상 실험적으로 다양한 알코올음료를 맛본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크핫핫핫핫핫핫!!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책 형태로 만나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익숙해진 다음에는 웹툰으로 뒷이야기를 확인했지만, 손끝에서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이 마음에 들었는데요. 부디 다음 이야기도 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제야의 타종소리를 들으며 알코올음료를 홀짝거리는 건 또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보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이왕 말이 나왔으니 오랜만에 평화시장의 닭똥집골목 가볼까 하는데,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오늘 저녁 시간 어떠신가요? 가볍게 한잔 하시겠습니까?


TEXT No.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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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탁상용 스마트 PTC 히터 NDQ1163B, 2013

상호 : 세신퀸센스

제조 : 중국

작성 : 2014.12.22.

  

“흐음. 쓸 만한건가?”

-즉흥 감상-

  

  겨울이 왔습니다. 그렇다는 건 방한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할 수 있는데요. 2009년부터 3.8평정도의 작업실에서 생활했었으니, 벌써 다섯 번째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새로 구입하게 된 제품이 있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하는군요.

  

  사실 그동안 창문과 문틈에는 신문지, 얇은 충격흡수제, 테이프, 문풍지, 방풍막을, 바닥에는 오래된 이불, 낡은 카펫, 블록매트, 전기장판 등의 다양한 시도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단열 뽁뽁이와 2014년형 에스워머를 이용한 코다츠를 통해 처음으로 겨울을 이겨냈었는데요. 아. 2009년부터 저와 함께해온 ‘코베아 미니 가스난로인 KH-2006’과 열풍기를 깜빡할 뻔 했군요. 아무튼, 코다츠 아래의 하반신은 어떻게든 해결해볼 수 있었지만, 프라모델 조립이나 그림을 그리기에는 손이 너무 시렸던 차 재미있는 제품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탁상용 스마트 PTC 히터 NDQ1163B’ 인데요. 때마침 고장나버린 선풍기형 전기코일 난로를 떠나보내고 맞이한 녀석은, 음~ 개인적으로는 만족이었습니다.

  

  다른 건 일단 그렇다 치고 ‘PTC’가 뭔지 알려달라구요? 음~ 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의 약어로, 코일형 난로에서 사용되는 ‘니크롬선’을 대신하는 안전한 발열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난로의 열선에 해당하는 부분이 빨갛게 변하지 않아 ‘고장난건가!’ 긴장을 했었는데요. 둘의 특성이 다르며 정상작동 중임을 알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녀석을 만났는데 ‘품절’딱지가 붙어버렸으니 교환이 힘들어보여서 말이지요! 크핫핫핫핫핫핫!!

  

  그럼 고장 나면 수리가 안되는거냐구요? 음~ 저도 그게 걱정이 되어 ‘세신퀸센스’라는 회사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홈페이지를 발견하고 제품목록을 보고 있었는데, 으흠? 냄비, 프라이팬, 압력솥, 보온용기, 주방소품 등의 주방용품은 보이는데, 전기제품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낚임용인가!’ 싶었는데요. ‘고객서비스’의 ‘온라인A/S접수’ 라는 게시판에 보니, 선풍기, 토스트기, 전기주전자 등 전기 제품은 별도로 문의해달라는 공지가 있었습니다. 어차피 저가 제품이라 고장 나면 자가 수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일단 구입을 했습니다만, 제품의 사용설명서에 적혀있는 전화번호와 홈페이지상의 번호가 일치해서 다행이구나 싶더군요.

  

  음~제품은 스피커를 닮았습니다. 작동은 스위치 하나로 ON/OFF를 하구요. 바닥부분에 빨대같이 생긴 버튼이 있어서, 혹시나 사용 중에 넘어진다면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시켜버립니다. 높이는 부탄가스 통보다 조금 작구요. 한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습니다. 디자인이나 사용방법, 안정성은 마음에 들었지만, 작동 시 팬이 회전하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없지 않은데요. 그것 말고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제품을 받고 처음 작동시킬 때는 키보드 위의 손이 따뜻해지는지 잘 몰랐지만, 막상 끄고 보니 손이 시렸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크핫핫핫핫핫핫!!

  

  글쎄요. 작동 시 외부 그릴에 손을 대어보면 제법 뜨거운 열기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팬이 바람을 밀어내는 구조로 열을 내보낸다 해도, 열이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보니, 키보드 가까이에 두지 않고는 뜨거움(?)을 실감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다른 분들은 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합니다.

  

  덤. 사실은 다른 분들의 리뷰를 먼저 보고 구입여부를 결정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록을 일체 발견할 수 없어, 본의 아니게 첫 번째 리뷰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저는 그냥 제 스타일대로 감상(?)을 적은 것이니, 해부학적 리뷰는 다른 전문가 분들께 문의 바랍니다. 그럼! 따뜻한 겨울나기에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TEXT No.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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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 : 소설가의 일, 2014

지음 : 김연수

펴냄 : 문학동네

작성 : 2014.12.16.

  

“내게는 처음 하는 일은 다 재미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늘 고생이다. p.32”

-책 안에서-

  

  오랜만에 편지를 받았다. 제법 두툼했다. 우편엽서를 연상시키는 봉투에는 ‘소설가의 일’이라고 적혀있다. 누가 보낸 것일까? 보내는 이의 주소와 이름이 생략된 우편물을 찬찬히 살펴보자. 우표는 소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2013’의 표지를 축소시켜 300원이 표시되어져있다. 그리고 작가로부터의 직접배송임을 말하는 소인이 인상적이다. 11월 5일에 발송되어 한 달 만에 도착한, 기나긴 여정을 경험한 편지였다. 봉투로 다 덮지 못한 짙푸른 알맹이가 빼꼼 인사를 하고 있었다. 마침 바쁜 일정도 끝났겠다, 하얀 속살을 펼쳐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건 뭘까? 작법서 같으면서도 일기 같은 내용이 들어있었다.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했는데, 이상하게 작가의 일상도 함께 펼쳐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릎을 탁 쳐볼 수 있었고, 낯설지만 평범한 느낌의 일상에 키득거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표를 만나서면서 잠시 멍~한 기분에 피자를 오물거려본다. 식은 피자도 나름 괜찮기는 하지만, 도대체 난 무엇을 맛본 것이란 말인가?

  

  소설가의 일. 그러고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소설가란 어떤 직업일까? 아니, 직업이기는 할까? 막연한 기분이 들 때면 보편적 지식의 보고인 사전을 펼쳐본다. 소설이란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으로,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과 등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하여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다. 분량에 따라 장편, 중편, 단편으로, 내용에 따라 과학 소설, 역사 소설, 추리 소설 따위로 구분할 수 있으며, 옛날의 설화나 서사시 따위의 전통을 이어받아 근대에 와서 발달한 문학 양식이라고 나온다. 비슷한 말로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소설가란 소설 쓰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며, 통칭 작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편지를 보낸 작가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한 나름의 공식과 인생경험? 아니면 작가로의 삶에 대한 단상? 그것도 아니라면 이름 모를 누군가를 향한 하소연? 전에는 시를 썼다는 작가이기에,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을 잠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감상기록자의 감을 깨우기 위해 우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손가락의 춤을 이어본다.

  

  내용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있었다. 열정, 동기, 핍진성을 말하는 1부. 플롯과 캐릭터의 2부. 문장과 시점의 3부. 그런데 ‘핍진성’이 뭐였지? 작가가 만든 새로운 단어인가 싶어 확인해보니 사전에도 나와 있다. 하지만 뜻풀이가 어려워 작가의 말을 빌리니 한글로도 어렵고, 한자로도 어렵고, 영어로도 어려운, 그 말만으로도 반항적인 젊은 학생들을 괴롭히고 제압하기 좋은 단어라고 되어있다. 그러면서 풀어놓은 의미가 ‘반박할 부분이 한곳도 없는 완벽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너무나도 완벽한 알리바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동안 범죄 수사물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 인가 보다. 아무튼, 일상과 작법이 한 덩어리로 되어 그 둘을 따로 생각하기에는 힘드니, 궁금한 사람이 직접 이 편지글을 읽고 감상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랄뿐이다.

  

  나는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글쓰기를 즐긴다. 그럼 나는 소설가인가? 작가는 ‘먼저 소설가가 되어야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먼저 뭔가를 써야만 소설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쓰고 있는 것은 주인공도, 이야기의 흐름도, 그렇다고 어떤 사건이 있는 글도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맛보고 그것에 대한 느낌을 기록할 뿐이다. 그런 것을 과연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말하고 있는 ‘나’를 1인칭 시점의 주인공으로 두고, 비록 주절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논리적으로 흐름을 가지며, 어떤 한 작품을 보고 생각한 것을 통해 인생을 재조명하는 것이 사건이라면, 그것은 소설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모르겠다. 감상문을 보고 객관적이지 않고 너무 주관적이라 말하는 사람을 만나본 입장에서는, 그 어떤 것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보인다. 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작가가 말하는 소설 작법의 요소 중 ‘욕망’이 있었다. 그렇다면 감상문을 소설로 생각했을 때, ‘나’가 말하고자 하는 욕망은 과연 무엇일까? 2000회가 넘어가는 나의 감상문을 보자. 초기에는 ‘분명 나도 본 영화인데 왜 안보고 이야기하는 사람처럼 무시하는가?’라는 반발심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어서는 ‘난 이런 작품도 봤어. 혼자 알고 있기 미안해서 미리니름은 빼고 알려줄게’와 같은 자랑심리도 있었다. 그밖에도 하루에 한 편 감상문 쓰기와 같은 ‘혼자 하는 기네스북’, 상금이나 상품 같은 대가를 취하기 위한 ‘욕심’, 결국 괴로움으로 변해버렸던 ‘습관화된 기록행위’, 작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것을 통한 ‘자아발견의 일기’ 등 다양한 심리적 변화, 즉 욕망을 담아왔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소설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나의 무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기회가 되는 대로 소설에 대한 공부를 해봐야겠다.

  

  글쓰기에 대한 공부라고 하니 다독, 다작, 다상량이 떠오른다. 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말이다. 작가는 이 세 가지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는데, 사전조사를 하는 것인지 글쓰기 싫어서 웹서핑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는 것처럼, 사고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면 애당초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속편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일기는 편안한 마음으로 몇 장이고 쓸 수 있지만, 서술식 시험지는 어떻게 내용을 채워야할지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항상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치기 위해서라도 일단 쓰고 보자. 구토기가 올라올 정도로 퇴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제목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번에는 ‘감상기록자’로서의 ‘나’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위에서 적은 몇 가지-시점, 흐름, 이야기-말고도 심심찮게 듣는 질문은 ‘그래, 감상문 많이 써서 돈 많이 벌었냐?’가 있다. 여기서 프로와 아마추어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어떤 이는 ‘인내와 그것을 통한 성공 유무’라고 말하며, 또 어떤 이는 ‘직업의 유무’로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목적과 과정으로서의 돈’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이 셋은 틀리고 맞는 게 아닌 입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인내의 결실로 직업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직업은 돈을 벌기 위함이니까. 그렇다면 ‘나’는 둘 중에 무엇일까? 이상의 논리로 보면 글 쓰는 행위에 있어서의 나는 아마추어이다. 인내의 마음이 있는 것도, 직업적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돈을 목적보다 결과의 부산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연찮은 기회에 프로의 세계에 들어설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마추어의 영역에서 도를 닦고 있을까 한다.

  

  그럼 편지글에서 자주 언급되는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것으로, ‘호기심 많은 어떤 감상기록자의 이야기’를 마쳐볼까 한다. 나에게 소설에 대해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 작가이니만큼, 그의 작품을 만나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TEXT No.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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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 불멸의 인생 멘토 공자, 내 안의 지혜를 깨우다
우간린 지음, 임대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 :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불멸의 인생 멘토 공자, 내 안의 지혜를 깨우다 親愛的孔子老師: 子貢的十堂智慧課, 2009

지음 : 우간린

옮김 : 임대근

펴냄 : 위즈덤하우스

작성 : 2014.12.07.

 

“실천에 옮길 것.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것을,”

-즉흥 감상-

  

  책을 한 권 추천 받았습니다. 하지만 망각의 창고에 넣어버렸습니다. 추천 받았다고 꼭 다 읽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욕심에 눈이 멀어버린 저는 그 책을 집어 들었고, 오랜 스승을 한 분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책은 공자의 사망이후 6년 동안 무덤을 지켰으며, 공자가 가장 아꼈다는 제자인 ‘자공’의 시점을 빌려 이번 책을 만들게 되었다는 저자의 인사로 시작의 장을 엽니다. 그리고는 제자인 증삼이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었던 지난시절의 꿈에서 깨어나는 ‘나’의 이야기로 계속되는 이야기의 장이 펼쳐지게 되는데…….

  

  스토리텔링, 그러니까 흐름이 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내용이 구성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의 내용을 요약할 정도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 형식으로 단락되어있었기에 간추림을 저 정도로 해두었는데요. 마치 각 회마다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는 연속극을 보는 기분이 들어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건 일단 그렇다 치고, 감상문의 시작에서 적은 ‘오랜 스승을 한 분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라는 부분이 신경쓰이신다구요? 음~ 감상문으로 남긴 적은 없지만, 예전에 만화책으로 된 공자의 일생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바로 도서출판 눈에서 나왔던 ‘공자-세상을 읽는 돋보기’를 통해 공자의 생애와 제자들의 이야기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인데요. 그 책을 보았을 때는 만화로 그려졌기에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인간적으로 표현되었나 싶었는데, 이번 책은 글자로만 되어있어서도 그런 기분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만화책만으로는 느껴지지 않던 ‘살아있는 이야기’를 현장중계를 보듯 읽어볼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채지충의 만화중국고전 시리즈중 공자편과 함께 이번 책을 만나보실 것을 권해봅니다.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라. 글쎄요. 제자들은 물론 공자 선생님이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과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아까지 않았기 때문에,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작에서부터 [현실을 벗어난 공부는 죽은 공부다]라는 말이 저의 마음을 보듬어 주더니, [지혜가 되지 못하는 지식은 쓸모가 없다]에서는 그동안 생각하고 있던 ‘교육’에 대해 멋진 설명을 들어볼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알고 있음을 말하는 ‘지식’과 그것을 상황에 맞게 실천할 것을 말하는 ‘지혜’에 대해, 공자 선생님의 가르침을 읽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러면서는 2500여 년 전에 이야기되던 것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게 생각되었는데요. 최근에 유행했던 말을 응용하여 ‘인간의 어리석음은 깊이를 모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고 적어봅니다.

  

  네? 현대사회에 공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냐구요? 음~ 같은 질문에도 제자에 따라 답을 달리하시는 공자 선생님의 모습에 의문을 품은 자공은 선생님께 여쭙습니다. 그러자 ‘나는 통일된 기준으로 가르치는 것이 꼭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가르쳐야할 것이다.’라고 답을 하셨는데요. 공자 선생님이 틀렸다고 말하는 이들은 나무를 보고 숲을 판단하는 능력자들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지금까지 교육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만 살짝 적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책에는 그것 말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가르침을 속삭이고 있었는데요. 이 책 하나만으로는 선생님의 모든 이야기를 알 수가 없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만나시어 감상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번 책을 발판삼아 다른 책들도 한번 만나보고 싶어졌음을 적으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군요.


TEXT No.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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