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박상연 / 민음사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 DMZ
저자 : 박상연
출판 : 민음사
작성 : 2005. 01. 20.


DMZ ― DeMilitarized Zone비무장 지대
JSA ― Joint Security Area공동경비구역





   박찬욱 감독님의 '공동경비구역 JSA'를 아십니까? 비록 아직 안보신 분들이 있을지 몰라도 제목은 다들 한번씩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병헌씨와 송강호씨가 각각 남과 북의 병사로 출연했던, 그리고 그 당시 놀랍도록 충격적이고 깔끔하고 아름답다는 기분으로 접했었던 영화. 어렴풋이 그 작품의 원작이 따로 있었다 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야 그 영화의 원작소설을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 책의 제목은 DMZ. 그럼 DMZ에서 있었던 사건을 살짝 알아보기로 할까요?


   브라질 이름 에스또네라, 스위스 이름 지그 베르사미, 한국 이름 이 강민. 그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벌어진 남북한 병사의 총격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중립국 감독 위원회NNSC에서 파견―공동수사를 목적으로 남한으로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의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앞서 말한 총격살인사건의 암묵적 상황의 미스터리이며, 또 한가지는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조국의 이야기입니다.


   남한으로 떠나기 전에 아내가 쥐어준 파란표지의 노트. 그것은 그가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물건입니다. 잊으려고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가며, 그는 남한으로 행하는 비행기에 앉아있습니다.
   50년의 분단의 시작 6·25전쟁. 인민군이었던 아버지는 전쟁 속에서 포로가 되었고 결국 제 3국 행을 선택. 조국을 상실한 망명생활 중 브라질에서 만난 스위스인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태어나는 자신. 비록 반쪽의 피가 흐르지만 그런 자신을 한국인으로 키우고자 했던 아버지. 그리고 현재의 그는 분단되어버린 아버지의 나라에서 사건을 조사하며, 그 과정 속에서 변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어둠을 가르는 총성. 그것은 서로 50미터정도 떨어진 남측 B-2초소와 북측 가-1초소에서 벌어진 사건. 그리고 두 초소 사이에서 부상을 입은 체― 국방한계선에 배를 깔고―쓰러진 모습으로 발견된 남측 군인과 북측 초소에서 발견되는 한 구의 시체와 부상병. 하지만 남과 북측에서 제시하는 진술은 서로 엇갈리기만 합니다.
   북측의 오경필 상등병과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슬픔의 암시. 쇼크상태에서 벗어난 남측의 김수혁 상병의 입에서 듣게 되는 사건의 전모. 하지만 취조의 내용은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고, 주인공은 수사임무에서 제명 당하게 됩니다.


   분단의 역사. 휴전의 상황. 그 속에서 벌어지는 거짓말 같은 남과 북의 만남. 하지만 사회적·역사적 이데올로기는 진실을 은폐시키려 하는데…….


   처음 이 작품의 영상물 '공동경비구역 JSA'가 나왔을 당시에 언론이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시간의 흐름 앞에서 잊어버리고 만 것 같습니다. 그렇듯 반세기가 지난 민족역사의 아픔 또한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저 막연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작품 안에 있는 김수혁 상병의 말을 통한 작가의 열변은 전쟁 불감증에 걸린 현 세대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가심 깊은 '뜨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대하기 전까지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환상 같은 이야기로만 느꼈지만, 군 생활 중에 읽게된 원작 DMZ는 영화에서 차마 다 말하지 못한 과거와 현재의 전쟁에 대한 정신상태, 교육, 문화에 대해 뒤돌아보게 했습니다. 이때까지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에 대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을 되찾아준 좋은 작품이었다랄까요?


   그럼 감상문을 접기 전에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혹시 예전에는 '통일'이라고 말하진 않았습니까?"



Ps.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자수사관 소피 장(이영애 분)이, 이 작품의 주인공 지그 베르사미 소령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원작도 처음 등장했을 때 꽤나 시끄러웠다고 그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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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미 클럽 동서 미스터리 북스 92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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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흑거미 클럽Tales of The Black Widowers
저자 :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
역자 : 강영길
출판 : 동서문화사
작성 : 2005. 01. 17.


급사 給仕
[식사의] a waiter; a waitress (여자);
[사무실의] an office boy;
[여관의] a bellboy;
[일반적] a bellhop; a page (여자)

―한영사전―




   원래는 아이작 아시모프님의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이라는 작품을 읽고 싶었지만, 아직도 구하지 못한 체 그보다 먼저 구하게 된 '흑거미 클럽'을 읽게 되었습니다. SF의 거장으로 더 알려지신 고故 아이작 아시모프님의 추리소설작품. 일단은 이전까지 읽은 그분의 SF적 작품에 대해 마음을 비우며, 오랜만에 추리소설의 세계에 빠져 봅니다.


   한 달에 한번씩 가져지는 모임. '흑거미 클럽'이라 이름지어진 모임에는 여섯 명의 멤버―특허변호사 제프리 애벌론, 암호전문가 토머스 트램블, 작가 임마누엘 루빈, 유기화학자 제임스 드레이크, 화가 마리오 곤잘로, 수학자 로저 홀스테드―와 헨리라는 이름의 급사 한 명. 그리고 그 날의 호스트가 초대하는 게스트 한 명이 자리에 모이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특이한 점은 이 정기 모임에는 여자가 없다는 것.


   "당신은 무엇으로써 당신의 존재를 정당하다고 느끼십니까?"
   이 질문과 함께 시작되는 게스트를 향한 '신문'은 농담 가득한 잡담의 자리를 '추리'를 위한 토론의 자리로 만들어버립니다.
   초대된 게스트는 자신에게 던져지는 질문을 받으며, 또한 자신에게 있는 어떤 문제되는 이야기를 이야기하게 됩니다. 아 물론 이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절대 밖으로 누설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있군요.
   각 멤버들은 게스트가 가진 문제의 이야기에 나름대로의 해석과 답을 제시하며 추리를 하게되지만 이렇다할 답은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조용히 그들의 식사 등의 뒷바라지를 해주던 헨리가, 그들의 대화에 조용히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답은 이야기의 핵심을 찌르게 되는데…….


   어디서 읽었던 내용인지 기억이 불분명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인간은 어떤 것의 진실이 간단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복잡한 이론과 설명의 과정을 통해 어려운 답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각 멤버들은 자신의 직업적 특성을 십분 발휘해 각 사건을 추리해나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막연하게 시작된 이야기는 어떤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체 제자리걸음을 합니다. 그때 모든 것을 듣기만 하던 헨리가 입을 열시 시작하고, 게스트는 나름대로의 답을 얻게 됩니다.


   12편의 짧은 이야기가 모여 하나로 묶인 연작집. 새롭게 등장하는 게스트와 사건들. 조용히 숨은 주인공 헨리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듯한 미스터리를 너무나도 간간한, 아니 다른 멤버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풀어버립니다. 아직 셜록 홈즈 시리즈만 접했던 저로서는 이야기만 들어본 회색 뇌세포 에르큘 포와로를 떠올리게 됩니다. 의뢰인의 이야기를 의자에 앉아 조용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기회가 되면 수많은 작가들이 탄생시킨 명탐정들의 이야기를 접해봐야겠습니다.


   로봇 시리즈가 SF와 추리물을 섞은 듯한 작품이었고, 이전에 읽은 존 그리샴의 '거리의 변호사The Street Lawyer'가 법정 스릴러와 추리물을 섞은 듯한 작품이었다면, 이번에 접한 이 작품은 오랜만에 접해보는 순수한 추리 문학 장르인 듯 해 기분이 좋았습니다. 특히 현 사회에서 워낙에 '퓨전'장르가 판을 치고 있다보니 오랜만에 독립된 하나의 장르 문학 작품을 접한 것이 기쁜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웃음)


   '흑거미 클럽'은 그 후속작으로 12개의 이야기가 더 묶여 '흑거미 클럽 Ⅱ'라는 제목으로 외국에서는 출간되었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일 나온다면 꼭 접해보고 싶군요.


   처음에는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짧아 캐릭터의 개성이 잘 잡히지 않았는데, 한 권의 책이 다 끝날 때 즘 되어서 각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버린 저. 특히 사건을 확대 분석하는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모순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난해한 사건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의 핵심을 집어내는 헨리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럼 후속작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감상 기록을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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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변호사 1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10
존 그리샴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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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거리의 변호사The Street Lawyer
저자 : 존 그리샴John Grisham
역자 : 정영목
출판 : 시공사
작성 : 2005. 01. 16.


   왜 그동안 존 그리샴을 접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추천하긴 했었지만 워낙 잡다 취미가 많았던지라, 헌책방을 통해 어렵사리 책을 소장하고는 계속 보류상태로 밀어두기만 했던 것이 조금 미안해지는군요. 그렇게 이번에는 제가 가진 아홉 개의 컬렉션 중 마지막―'거리의 변호사'를 즐거운 기분으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짧은 감상을 기록해봅니다.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는 마이클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이든 흑인 부랑자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만, 자신을 뒤따라온 부랑자가 사무실에서 총을 꺼내들면서 이야기는 긴박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됩니다.


   "난 먹을 것 이야기를 하고 있어. 너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도시에 함께 살고 있는 굶주린 사람들이 먹을 것 말이야. 아기들이 먹을 것. 바로 여기. 이 도시에서 말이야. 바로 이 도시에서, 너희들이 수백만을 버는 이 도시에서, 밤에 아기들이 굶고 있어. 배가 고파 울고 있어."


   위의 말은 드본 하디 라는 이름의―온몸에 다이너마이트를 두르고, 한 손에는 총을 쥔 체 특별한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으며 인질극을 벌인―늙은 흑인 부랑자가 변호사들에게 한 말입니다. 결국 경찰 저격수의 총에 목숨을 잃긴 하지만, 그것으로 주인공의 인생 궤도는 완전 틀어져버리게 됩니다.
   왜 그 부랑자는 가짜 다이너마이트를 몸에 두른 체 변호사들을 위협했을까요?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많이 있는 듯 했지만 결국 죽어버린 그. 그리고 주인공에게 다가서는 진실. 결국 회사를 나오는 마이클은 수많은 노숙자들을 만나 그들의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하면서, 자기가 있었던 회사를 향한 소송을 준비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이건 돈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오. 당신 영혼을 위해서 하는 일이오."


   삶과 죽음. 그 선택의 기로사이에 서 있게되는 사람들은 '변화'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또한 스스로는 부정하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죽음'을 보고 결국 회사의 변호사가 아닌 거리의 변호사로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홈리스Homeless. 언젠가부터 많이 들어볼 수 있었던 사회적 이슈의 단어. 이 작품에서는 '노숙자'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외면된 존재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냥 홈리스하면 집 없이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사실상의 모습과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왜 그들은 길거리에 나와있게 되었을까요? 저는 거리의 정의에 대해서 초보 변호사가 되어, 주인공의 시점으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거리의 법의 핵심. 존엄성."


   급속도로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메말라 가는 양심과 도덕. 거짓된 정치적 약속과 무관심으로 거리로 내쫓긴 사람들. 그리고 추위와 베고픔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거리의 시민들. 홈리스라는 말은 어느덧 사라진 듯 잘 들려 오진 않지만 일명 '거지'라는 이름으로 거리 곳곳에 있는 노숙자들을 떠올리며 이번 감상문을 종료하고자 합니다.


   아. 또한 우리는 왜 돈을 버는 것일까요? 왜 돈버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된 좋은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Ps. 이 감상문을 작성중일 때까지는 이 작품이 영상화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의 작품인 유언장The Testament, 톱니바퀴The brethren, 소환장The Summons, 크리스마스 건너뛰기Skipping Christmas, Bleachers(아직 한국판 출간 안됨), 불법의 제왕The King of Torts, 하얀집A Painted House, 최후의 배심원The Last Juror들도 빨리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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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8
존 그리샴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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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파트너The Partner
저자 : 존 그리샴John Grisham
역자 : 정영목
출판 : 시공사
작성 : 2005. 01. 14.


파ː트너(partner)[명사]
1.(춤이나 경기 따위에서) 두 사람이 한 조가 될 경우의 상대.
¶아이스 댄싱의 파트너.
2.사업 따위를 같이 하는 사람.
¶마땅한 파트너가 없다.

―국어사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탈출을 꿈꾼다."




   늦은 새벽의 시간. 막 흩날리기 시작하는 눈발사이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차의 이동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멍하니 앉아있는 경찰서의 정문초소. 일탈의 자유를 꿈꾸는, 그러면서 한 권의 책을 잡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군요. 그 책의 제목은 파트너―존그리 샴의 여덟 번째 소설입니다. 이때까지와는 또 다른 인생의 주인공의 이야기. 후훗 그럼 내용을 살짝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브라질의 조용한 마을. 추적자들은 오랜 기간 찾아온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다닐 루. 허나 사실은 4년 전 죽어버린 패트릭 래니건이라는 이름의 남자입니다. 9000만 달러를 훔친 체 공식적으로 무덤까지 가지고 있는 남자. 추적자들은 그를 납치·감금해 돈의 행방에 대해 고문을 하기 시작하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책의 소개에서도 나와있지만, 이전까지의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결국 사회에서 사라져버리는 주인공이 아닌,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그 모습을 보인 주인공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패트릭―이하 그―의 납치와 함께 그의 변호사인 에바―이하 그녀―는 그가 준비한 만일의 경우를 위한 계획안에 따라 FBI에게 연락을 취하게 됩니다. 덕분에 잭 스태파노 일당에게 전기·약물 고문을 받고 있던 그는 FBI의 압력으로 죽기 직전에 풀려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FBI의 영향권 아래에서 그의 완전 범죄의 내막이 하나씩 드러나게 시작하며, 죽은 자의 귀환이 이뤄지게 되는데…….


   그의 타버린 차에서 발견되는 유해―골반 뼈. 그 시기에 실종되어버린 한 청년. 시간을 두고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9000만 달러의 돈. 4년이라는 시간의 공백 속에서 돌아다니는 그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출처 모를 루머. 그리고 변해버린 모습의 그가 살아 돌아오면서 불붙기 시작하는 법정전쟁. 하지만 모든 것은 그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가슴속에 제어할 수 없는 '절망'을 가지는 순간 탈출을 꿈꿉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 속의 주인공처럼 막상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떠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회사의 배신, 사랑하는 어린 딸은 유전자 검사결과 친자가 아님을 알게되고, 사랑했던 아내는 오래 전부터 정부를 가지고 있는 상황. 그런 그가 바다 위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보트를 보고 탈출을 꿈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지켜보는 이의 기분은 어떨까요? 자동차 사고에 이은 화제를 지켜보며, 자신의 관이 무덤에 안치되는 것을 지켜보는 그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요? 자신의 과거가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지켜본다라. 글쎄요. 저 또한 한번씩 좌절을 느끼며 이전의 저 자신의 말소를 꿈꾸기도 하지만, 역시나 과거를 버리기에는 미련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아. 아니군요. 금방 금방 까먹을 수 있는 기억력 때문에 잘 견딜 수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녀와의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던 그. 하지만 결과는 이미 예전에 접했었던 어떤 다른 작품과 비슷한 반전의 결말이었기 때문에 그리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막상 마지막에 와서 '예상되어버렸다'랄까요? 하지만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구조가 새롭고도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럼 사라지는 방법에 대한 그의 한마디를 떠올리며 이번 기록을 종료하는 바입니다.



"약간의 돈과 약간의 상상력만 있으면 돼."





Ps. 이 감상문을 작성중일 때까지는 이 작품이 영상화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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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배심원 1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10
존 그리샴 지음 / 시공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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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라진 배심원Runaway Jury
저자 : 존 그리샴John Grisham
역자 : 정영목
출판 : 시공사
작성 : 2005. 01. 11.


배ː심―원(陪審員)[명사] (일반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어) 배심 재판에 참여하는 사람. (비슷한말)참심원.

―국어사전―




   아마도 가장 먼저 읽었었던 존 그리샴의 작품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기도 했고, 개인 사정상 읽기를 중도 포기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몇 년 정도의 공백을 두고 다시 읽게되었고, 전 놀라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왜 일까요?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건강과 담배에 대해 한참 관심을 자졌기 때문일까요? 뭐 아무려면 어떻겠습니까? 재미있게 읽었으면 만족이지요. 그럼 이번에 읽게된 존 그리샴의 일곱 번째 작품 '사라진 배심원'의 감상을 기록해보겠습니다.


   어떤 재판을 위해 조사되어지는 이백 여명의 사람들. 그리고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서 선별되는 12명의 배심원들. 그것은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건 소송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한편, 이야기의 시작에서부터 초점이 모아지며 결국 배심원으로 뽑히는 니콜러스 이스터라는 이름의 남자. 배심원을 감시하며 음모를 꾸미는 피치라는 이름의 남자. 그리고 그 두 남자의 사이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는 듯한 마리라는 이름의 여자를 통해서 벌어지는 고도의 심리전이 조용히 시작됩니다.


   제가 작품을 접하면서 알게된 것은 이렇습니다. 변호사란 피고와 원고를 대리해 서로를 변론하는 자를 말하는 것이고, 판사는 그들의 이야기를 중립적인 위치에서 최종판결을 승인하는 존재. 그리고 감상문의 시작에도 짧게 기록해둔―재판 과정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들이 있으니―각 변호사의 주장을 듣고 가장 공정한 '정의'의 판단을 하게 되는 '배심원'이라는 이름의 존재들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배심원의 모습으로 등장하기에 한편으로는 모든 의심이 집중되는 니콜러스. 배심원의 판결을 담배회사에 유리하게 돌리기 위해 은밀히 계획을 추진하는 피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마리로부터 전화를 받게되고, 너무나도 쉽게 파괴되는 자신의 계획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피치는 니콜러스와 마리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이때까지 존 그리샴의 작품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변호사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예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슈화된 담배와관련 된 법정 전쟁 속. 변호사들의 날카로운 신경전보다도 그것을 지켜보며 판사에게 최종판결을 주는 존재인 배심원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전혀 새로운 기분으로 작품을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 물론 배심원 속에 있는 니콜러스는 법대를 다니긴 했지만 정작 변호사의 길은 포기한 것으로 나오는군요.


   편파적인 입장에서의 변호사. 법정을 통제하는 판사. 그리고 중립적인 위치의 배심원들. 그런 배심원을 조작하려는 담배회사의 보이지 않는 음모 속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신경전. 자신들과는 별 상관도 없는 어떤 재판을 위해서 반강제적으로 격리되어지는 사람들. 이 작품을 통해서 배심원들의 존재 적 위치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까지의 작품에서 보면 변호사들이 한참 떠들고 배심원들이 잠시 모습을 감추었다가 다시 나와 판사에게 최종 평결을 던져주기만 해서 그렇게 중요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배심원들도 법정에서 참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담배. 이것은 중독성 마약일까요? 아님 기호식품일까요? 들은 것만 많은 이들은 중독성 마약이라고도 하지만, 애연가들에게서는 기호식품이라는 말을 적잖게 들어본 것 같기도 하군요.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저는 그것을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법정 전쟁 속에서 담배회사에서 내미는 나름대로의 정당성 가득한 변론들은…… 글쎄요. 담배를 피지 않는 저에게 있어 담배회사들의 변론은 도덕과 양심을 버린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치는 줄 알았다랄까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하지 말라'라는 가르침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거기에다가 에티켓을 지키며 적당히 담배를 피우는 것을 뭐라고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중독된 습관성 흡연자들을 볼 때, 특히 그 모습을 친구들과 아는 분들이 보일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금연하셨다가도 다시 피시곤 하시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건강관리와 금단현상 억제를 위한 자료를 조사해 둬야겠다고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승리를 위한 법정 로비스트. 영화 소개하는 곳을 뒤지니 이런 말이 나오는군요. 그럼 그것을 마지막으로 기록을 종료합니다.


―배심원 컨설턴트(jury consultant)―
배심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여 재판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하는 일종의 로비스트.





Ps. 이 작품도 '런어웨이Runaway Jury'이름으로 영상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법정 소송이 아닌,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으로 인해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 무기회사를 상대로 소송으로 제기한다는 내용이라는군요. 중심 사건만 빼고 등장하는 주인공은 동일시 설명되는 영화. 평가도 괜찮게 나왔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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