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다고지 - 30주년 기념판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5
파울루 프레이리 지음, 남경태 옮김 / 그린비 / 2002년 5월
구판절판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이 처한 세계에서 존재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힘을 계발해야 한다. 즉 세계를 정태적 현실로서가 아니라 변화 과정의 현실로서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12쪽

"역사란 항상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가득하며, 미래는 숙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여지가 충분하다."-15쪽

"이론을 위해 실천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이론을 순전한 탁상공론과 주지주의로 환원하는 행위다. 마찬가지로, 실천을 위해 이론을 부정하는 것도 잘못이다. 이것은 대화를 좌담으로 이용하는 경우에 흔히 나타나는데, 실천의 무연관성 속에 매몰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22쪽

"학생이 인식론적 호기심과 더불어 앎의 대상에 관한 어느 정도의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인식론적 호기심을 증대시켜 앎의 대상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지적 도구를 계발하는 작업이 어려워진다. 학생이 자신의 체험을 지식으로 전환시키기 못하고 이미 획득한 지식을 이용해서 새 지식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학생은 엄밀히 말해서 배움과 앎의 과정으로서의 대화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23쪽

"우익분파와 좌익분파가 다른 점은, 전자는 현재를 길들여서 미래를 이 길들여진 현재로 재생산하고자 하는 반면, 후자는 미래를 예정된 것, 일종의 불가피한 숙명, 운명, 천명으로 간주한다. 우익 분파에게는 '오늘'이 과거와 연결되어 있고 불변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또한 좌익 분파에게는 '내일'이 사전에 정해져 있고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고착되어 있다. 이러한 우익과 좌익은 둘 다 반동적이다. 둘 다 허구적인 역사관에서 출발하여 자유를 부정하는 행위의 형태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47쪽

"이론적 지식이 당내의 소수 '학구파'의 특권으로 남아 있는 한, 학구파는 길을 잃고 헤맬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로자 룩셈부르크. <개혁이냐 혁명이냐>, 라이트 밀스 <마르크스주의자들>에서 인용-49쪽

"프락시스(이는 실천으로 번역되는 프랙티스와 동일한 어원의 말이지만, 실천이 이론 없는 행위로 협의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론적 실천의 의미를 갖는 프락시스라는 용어대로 사용한다)"-55쪽

"피억압자는 자유를 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억압자는 억압할 '자유'를 잃을까봐 두려워한다."-57쪽

"명령이란 명령자가 자신의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여 그 사람의 의식을 자신의 의식에 일치시키도록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해서 피억압자의 행동은 억압자의 지침에 따르는 명령받은 행동이 된다."-58쪽

"헤겔은 주인의식과 피억압자 의식의 변증법적 관계를 분석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전자는 독립적이며, 그 자체로 존재하는 본질적 속성을 가진다. 후자는 종속적이며, 본질적으로 타자와의 관련 속에서 존재한다. 전자는 주인 혹은 지배자이며, 후자는 노예다." " 헤겔의 <정신현상학> 234쪽-61쪽

"객관주의란 객관성과 주관성을 분리한 다음, 주관성을 부정하면서 현실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물론 잘못이다. 그러나 분석이나 행동에서 객관성을 부정하고 주관주의를 취해 유아론적 입장으로 빠진다면, 객관적 현실을 부정하게 됨으로써 행위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62쪽

"인간화 교육의 방법은 교사가 학생을 조작할 수 있는 도구로 여기는 게 아니라 학생 자신의 의식을 스스로 표현하게 만드는 데 있다"-87쪽

"방법이란 의식의 외적 형태가 행동으로 드러난 것을 가리킨다. 행동은 의식의 근본적 속성인 지향성이다. 의식의 본질은 세계와의 어울림이므로 행동은 영구적이고 불가피한 것이다. 따라서 의식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외부에 있고, 자신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 즉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을 특유의 관념화 능력을 이용해 '지향하는 방법'이다. 즉 의식은 그 정의상 가장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알바로 비에이라 핀투의 과학철학에 관한 예비 연구에서 인용. -88쪽

"학생은 보관소이고 교사는 예탁자다. 양측이 서로 대화하는 게 아니라, 교사가 성명을 발표하고 예탁금을 만들면, 학생은 참을성 있게 그것을 받아 저장하고, 암기하고, 반복한다. 이것이 바로 '은행 저금식' 교육 개념이다."-90쪽

"지식은 창조와 재창조를 통해서만 생겨나며, 인간은 끊임없고 지속적인 탐구 정신을 통해 세계 속에서, 세계와 더불어, 또 타인과 더불어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90쪽

은행저금식 교육
1.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들은 배운다.
2. 교사는 모든 것을 알고 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3. 교사는 생각의 주체이고 학생들은 생각의 대상이다.
4. 교사는 말하고 학생들은 얌전히 듣는다.
5. 교사는 훈련을 시키고 학생들은 훈련을 받는다.
6. 교사는 자기마음대로 선택하고 실행하며 학생들은 그에 순응한다.
7. 교사는 행동하고 학생들은 교사의 행동을 통해 행동한다는 환상을 갖는다.
8. 교사는 교육 내용을 선택하고 학생들은 거기에 따른다.
9. 교사는 지식의 권위를 자신의 직업상의 권위와 혼동하면서 학생들의 자유에 대해 대립적인 위치에 있고자 한다.
10. 교사는 학습 과정의 주체이고 학생들은 단지 객체일 뿐이다. -91-92쪽

"문제제기식 교육자의 역할은 학생들과 함께 독사 수준의 지식이 로고스 수준의 지참된 지식으로 바뀌는 과정을 창출하는데 있다."
"은행저금식 교육은 창조성을 마비시키고 금지하지만, 문제제기식 교육은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전자는 의식의 침잠을 유지하려 하지만, 후자는 의식의 출현과 비판적 현실 개입을 위해 노력한다."-102-103쪽

"아(我)는 비아(非我)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반대로 비아는 아의 존재에 의존한다. 의식을 존재하게 하는 세계는 의식의 세계가 된다."-104쪽

"말에는 성찰과 행동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이 양자는 근본적으로 상호작용하므로 부분적으로라도 하나를 버리면 다른 하나도 즉각 손상된다. 프락시스가 없는 참된 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참된 말을 하는 것은 곧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111쪽

"대화는 사람들이 세계를 매개로 하여 세계를 이름짓기 위해 만나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를 이름짓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 이름짓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다시말해 다른 사람들의 말할 권리를 부정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말할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간에는 대화가 있을 수 없다.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는 원초적 권리를 부정당한 사람들은 먼저 그 권리를 되찾아 비인간적 상황이 영속화되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113쪽

"우스꽝스럽게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참된 혁명가라면 누구나 사랑의 강렬한 감정에 이끌린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이 없는 진정한 혁명가는 생각할 수 없다."
<우리는 이길 것이다- 체 게바라의 연설과 글> 398쪽 -114쪽

"참된 교육은 A가 B를 위해, 또는 A가 B에 관해 행하는 것이 아니라 A와 B가 함께 행하는 것이다.양측을 매개하는 세계는 양측에게 영향과 자극을 주며, 세계에 관한 개념과 견해를 형성하게 한다."-119쪽

"대부분의 정책과 교육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그 입안자가 교육 내용을 이수할 상황 속의 인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즉 피교육자를 단순히 자기 행동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자신의 개인적인 현실관에 따라 프로그램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120쪽

"영어의 산다(live)라는 말과 존재한다(exist)라는 말은 인식론적 기원에서 대립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여기서 사용된 것처럼 '산다'는 것은 더 기초적인 의미로서 생존만을 뜻한다. 반면 '존재한다'는 것은 변화의 과정에 더 깊숙이 개입함을 뜻한다."-126쪽

"동물의 생산물은 자신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귀속되어 있는 반면 인간은 자신의 생산물을 자유롭게 대면한다." 칼 마르크스 <1844년의 경제학 철학 수고> 113쪽 -128쪽

"인간 없이는 역사가 없으며, 인간존재와 무관한 역사는 없다. 무릇 역사란 오직 민중이 만들고 거꾸로 민중을 만드는 인간성의 역사일 뿐이다. 다수가 주체로서 역사에 참여할 권리가 거부될 때 민중은 지배당하고 소외된다. 민중의 객체적 조건을 주체적 지위로 바꾸기 위해서는-이는 모든 참된 혁명의 목표다-민중이 변혁할 현실에 기반하여 행동하고 성찰해야 한다." -168쪽

"대화 행동과 혁명 행동을 나누는 이분법 같은 것은 없다. 대화의 단계가 따로 있고 혁명의 단계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오히려 혁명 행동의 본질이 대화다. 이러한 행동 이론에서는 행위자가 상호 주관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대상에게 향하며, 인간의 인간화를 목표로 삼게 된다. 반대화를 본질로 하는 억압적 행동의 이론에서는 앞의 구도가 단순화된다. 행위자는 현실과 피억압자를 한꺼번에 자기 행동의 대상으로 삼으며, 억압의 유지를 자신의 목적으로 삼는다."-175쪽

"자유로운 행동이란 오직 인간이 자신의 세계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행동만을 가리킨다. ...... 자유의 적극적 조건은 필연성의 한계를 알고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의식하는 것이다. ...... 자유로운 사회를 위한 투쟁은 개인의 자유가 더 큰 폭으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면 자유로운 사회를 위한 투쟁일 수 없다."
'인간과 자유' <사회주의적 휴머니즘>, 에리히 프롬 -177쪽

"참된 증명은 하나의 과정이므로 즉각적인 결실을 맺지 못한다 하더라도 절대적인 실패라고 간주될 수는 없다."-229쪽

"의식화란 '의식을 발달시키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변혁시키는 의식적 힘'이다. 의식화는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재성찰하는 의식이다. 의식화는 억압적 현실에 길들여져 있는 순종의식에 눈을 뜨고 각성하게 되는 의식이다." 해제 '왜 지금 <페다고지>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 (심성보)

-246쪽

"문자해독 교육은 체제 속에 머무는 교육이 아니라, 세계를 명명하고 변혁시키는 교육이며, 언어의 표현과 현실의 변혁을 연관시키는 과정이다. 변혁적, 정치적 성격을 띠는 문자해독 교육의 변혁성을 제거하고 이를 읽기 쓰기식 언어교육으로 협소화하는 것은 진정한 의식화 교육이 아니다. 왜냐하면 의식화 교육은 '교육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시작되기 때문이다. 중립성이야말로 해방을 가로막고 민중을 길들이는 이데올로기적 기제다."
해제 '왜 지금 <페다고지>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 (심성보)-248쪽

"대화는 객체를 주체로 변화시키고, 억눌린 자를 해방시키는 의식화 수단이다. 대화적 의식화는 억압사회를 해방시킨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인간을 사회적, 정치적 존재로 동일시하는 존재, 사회의식을 가진 존재로 발전시킨다. 진정한 대화는 세계와 인간을 이분하지 않고, 양자가 분리될 수 없는 어떤 결합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하도록 한다. 그리하여 대화는 의사소통, 협동, 일치, 투쟁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마음이 요구된다. 대화 자체가 사랑이다. 대화는 사랑하고, 겸손하고, 소망을 가지고, 신뢰하고, 그리고 비판적이어야 한다."
해제 '왜 지금 <페다고지>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 (심성보)-249쪽

"대화적 의식화는 친교의 과정이고, 주체화의 과정이며, 인간화의 과정이다."
해제 '왜 지금 <페다고지>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 (심성보)-249쪽

"대화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이성적 어법을 "우리는 생각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로 발전시킨다. 대화를 통해 우리의 형성은 가능하다.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고, 잘 알 수도 없다. 따라서 "나는 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피아제의 인지발달 심리학 어법은 "우리는 안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는 비고츠키의 사회적 구성주의 어법으로 발전한다."
해제 '왜 지금 <페다고지>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 (심성보)-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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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
탁석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2월
절판


"민족주의가 '정치적'으로는 위력이 있는 반면 철학적으로는 그 내용이 빈곤하고 일관성마저 결여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대다수의 다른 주의들(ISM)과는 달리 민족주의는 자신의 대사상가를 배출해내지 못했다."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P24)-19쪽

"민족이란 "일정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공동생활을 함으로써 언어, 풍습, 종교, 정치, 경제 등 각종 문화 내용을 공유하고 집단귀속감정에 따라 결합된 인간집단의 최대 단위로서의 문화 공동체를 가리키는 말"-20쪽

"민족은 가장 작은 민족의 성원들도 대부분의 자기동료들을 알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며 심지어 그들에 관한 이야기도 듣지 못하지만, 구성원 각자의 마음에 서로 친교(COMMUNION)의 이미지가 살아있기 때문에 상상된 것이다."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P25)
-20쪽

"서양에서는 국가와 민족이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NATION'은 국가이고 국민이며 민족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절대왕정이 붕괴되면서 인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를 건설하게 되었는데 이때 국가를 이루는 기본 단위는 민족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이 나온 것처럼 이런 국가 건설은 서양에서는 보통 근대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근대민족국가'라는 용어가 생긴 것입니다."-27쪽

"모든 국가는 국민국가인 한, 국경이라는 제한된 경계선 속에서 철도 및 그 외의 교통망을 가지며, 통일된 화폐와 도량형을 가지며, 조세제도를 가지며, 단일한 시장과 경제제도를 가지며, 가능하면 식민지를 만들려고 한다. 어느 나라에도 동일하게 헌법과 의회, 중앙집권적인 정부, 경찰과 군대가 있고, 호적과 가족제도가 있고, 학교와 박물관이 있고, 국민사와 신화가 있고, 기념비와 국기와 국가가 있다."
(니사카와 나가오 '국민이라는 괴물' P65)
-31쪽

"민족의 핵심은 전 소속원들이 많은 것을 공유한다는 사실이며, 동시에 전 소속원들이 많은 것을 망각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르스트 르낭의 말,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P25)
-34쪽

"민족이란 개념이 근대에 만들어져 근대부터 한국 역사의 주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근대국가는 역사를 통해 사람들을 국민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67쪽

"왜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어가 사라지면 민족의식도 사라진다고 주장하는가? 그 이유는 국가를 건설하려면 민족주의가 필요하기는 한데 민족주의는 내용이 없는 텅 빈 구호에 불과하므로 민족주의를 이루는 요소의 하나로 여기는 언어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해서라고 생각된다."-80쪽

"민족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자신에 대한 지식일 것입니다. 즉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민족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 중략 ... 민족이 공동체를 이루려면 역사공동체, 문화공동체가 되어야 하는데 이것을 이룩하는 방법은 으외로 단순합니다. 즉 공동의 기억, 공동의 지식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97쪽

"구한말에는 민족 자주가 보수, 수구였고 일본이나 러시아 등 외국과 손잡고 개방해야한다는 개화파는 진보였던 반면에 지금 한국에서는 민족 자주는 진보, 미국과 친하게 지내자는 측은 보수로 분류된다는 것입니다. ... 중략 ... 즉 시대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면 진보, 시대의 발전을 외면하면 보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보수와 수구를 구별할 수는 있으나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구가 무조건 옛것 혹은 지금의 것을 지킨다면 보수는 옛것중 가치가 있는 것을 지킨다고 할 수 있지만 시대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큰 차이는 없습니다." -104쪽

"국민족 귀속감이 유발되는 가장 강력한 원인은 역사적으로 선행하는 정체와 그들이 동일화하는 것, 즉 국민 역사를 공유한 결과 기억의 공동체를 만들며 그들이 모두 공동의 긍지와 수치, 기쁨과 후회를 과거 사건에 대해 결부시키는 것이다."
(존 밀의 '공리주의')-105쪽

"대한제국이 근대국가가 되려면 이념적, 정치적 독립도 중요하지만 근대화의 내용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수도, 전기 그리고 전차라는 교통수단은 근대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근대화의 핵심 요소이다. 이런 필수 인프라를 외국인 손에 넘긴다는 것은 외국의 이권침탈이라고 말 할 수도 있으나 다른 면에서 보자면 대한제국이 근대화 과정에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구조의 문제이다."-110쪽

"민족이란 원래 실체가 없는 애매한 개념이라 그 기반이 허약하므로 국가 건설이라는 희망이 없어지면 그 효용이 이데올로기로 변하거나 모두가 기댈 수 있는 명분 내지 핑곗거리로 전락할 수가 있다." -115쪽

"역사에는 거리, 대립, 전망이 중요하다. 우리는 과거에서 우리 자신의 상황과 같은 것을 찾을 뿐 아니라, 그와 동시에 대립을, 완전히 다른 것을 찾는다. 서로 멀리 떨어진 양극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는 긴장감을 가질 때야말로 역사적 이해가 생겨난다."(호이징가 '역사학의 성립')-128쪽

"국가 대 국가가 아닌 민족 대 민족으로 구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때 민족은 선악과 옳고 그름의 성격을 띤다.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침략을 받았을 뿐 한번도 남을 침략한 적이 없는 선한 민족이고, 일본은 본래 남을 침략하기 좋아하는 악한 민족이 된다. 도덕적 선의 문제로 전환됨으로써 우리는 명분과 윤리에서 일본을 앞선다고 생각하며 자위한다. 이것이 민족주의를 강화해왔다. 즉 우리 민족은 선하다는 의식이 강화된 것이다. 이에 반해 악역을 맡은 일본의 이미지도 강화된다. 일본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시기심이 우리의 민족주의를 견고하게 했다"-157쪽

"임지현에 따르면, 근대 조선에서 민족이란 도덕적 심판의 준거이자 역사적 판단의 잣대였다. 민족주의는 한국인이 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식민지하에서 민족은 사실상 국가의 공백을 채워주는 실체이자 신화였고, 또 그 이데올로기인 민족주의는 역사가 한국인에게 부과한 도덕적 정언 명령이자 사회적 규범이었다. 이른바 민족주의란 공동체의 집단성을 규정하는 것을 넘어서 개개인의 삶 속에 체화된 이데올로기이자 종교였다는 것이다."
(윤건차, '한일 근대사상의 교착')
-165쪽

"마사 너스봄은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라는 논문에서 국가적 시민권보다는 세계적 시민권을 시민 교육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며 네 가지 주장을 제시했습니다. ... 중략 ... 첫째, 세계시민주의 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둘째, 우리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셋째, 우리는 현실적인,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인지되지도 않았을, 세계의 다른 지역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깨달아야 한다. 넷째, 우리가 옹호할 태세를 갖춘 차이에 기초해 수미일관된 논지를 펴야 한다는 등 네 가지입니다."
(마나 너스봄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정리)-168쪽

"자본인 '공권력'이 없는 곳에서는 자기 자신을 유지하거나 증식시킬 수 없다." "부르주아적 세계정부가 자본의 가치증식을 보장하는 환경에서 자본이 세계 각 지역 주민들을 마음대로 착취하는 것이 바로 자본의 세계화인데, 지금과 같은 세계 경제의 혼란과 갈등과 빈부격차 속에서 각 국민국가는 자기 국가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국경이 사라지거나 국민국가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세계 정부는 꿈속에서나 나타날 수 있을 뿐이다."
(김수해, '국민국가는 여전히 중요하다', 역사비평 2002 봄, 155)-172쪽

"국민에서 시민으로 전환함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국가의 백성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주체가 되는 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족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민이 아니라 시민이 되어야 하며 시민은 민족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189쪽

"국민은 국가의 부속물이다. 의무만 있고 국가를 위해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불안해해야 하는 존재가 국민이다. 국민은 국가의 감시대상이며 통합과 계몽의 대상이다. 이런 국민은 개개인의 얼굴을 갖고 있지 않다. 개개인의 이름보다는 주민등록번호라는 고유번호가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데 더 유용하다.
시민은 자신의 재산과 자유를 위해 국가를 선택한다. 국가의 부속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국가를 결성하는 것이다. 시민의 재산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국가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국가 경영자를 바꾸든가 국가체제를 변혁하든가 아니면 국가가 아닌 국가연합을 택할 수 있다. ...중략... 이 땅에 태어났으므로 이 나라의 국민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싫으면 이민을 가면 된다. 자신이 속한 국가를 변혁하든지 아니면 떠나면 된다. 이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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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說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구판절판


"언어의 순결은 사실에 바탕한 진술과 의견에 바탕한 진술을 구별하고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묻는 질문을 구별하는 데 있다. 언어의 순결은 민주적 의사소통의 전제조건이다." ( <말하기의 어려움> 중)-65쪽

"몸속에는 산소가 가득 들어 있어야 하고 몸은 늘 민감하고도 정확하게 반응하는 감각들로 살아 있어야 한다. 글이란 '왜 쓰는가'에 대답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는 일은 이 생기발랄한 몸의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이 몸이 언어를 통해서 이미지에 가 닿을 때 그의 글은 가장 빛나는 문장을 이룬다. 문체는 몸의 일부이다. 몸이 이미지에 맞는 가장 정확한 문체를 포착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몸이 술과 담배에 절어 있어서는 끝장이다. 이 몸에 포즈가 배어 있어서는 다 끝난 것이다." ( <외로운 맹수, 소설가의 생존방식> 중)-138쪽

"무릇 사람에게는 그침이 있고 행함이 있다. 그침은 집에서 이루어지고, 행함은 길에서 이루어진다. 맹자는 말하기를 인은 집안을 편안케하고 의는 길을 바르게 한다고 하였으니 집과 길은 그 중요성이 같은 것이다. 길은 원래 주인이 없고 오직 그 위를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신경준 <도로고>)-163쪽

"길은 그 위를 가는 자에게는 통로이지만, 길을 바라보는 자에게는 풍경이다. 그 풍경은 인간과 자연의 사이를 비집어가면서 가늘게 이어진다." (<길>)-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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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서주의자의 책 - 책을 탐하는 한 교양인의 문.사.철 기록
표정훈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10월
품절


"나는 군중을 싫어한다. 군중이 모인 곳에서는 저항할 수 없는 신비한 영향력과 괴상하고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 사람이 혼자 있을 때는 지성적이지만 군중과 섞이면 지적인 창의력, 자유의지, 분별있는 사고력과 통찰력 등이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축제가 벌어지는 거리에도, 극장에도 잘 가지 않는다." (모파상 인용)-49쪽

"한 권의 책은 한 명의 저자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수의 저자들을 갖는다. 그것은 그 책을 읽은 사람, 읽는 사람, 읽을 사람들 전체가 창조행위에 있어서 책을 쓴 사람에게 마땅히 보태어지는 까닭이다. 쓰여졌으나 읽히지 않은 책은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반존재만을 가졌을 뿐이다."(미셸 투르니에의 <흡혈귀의 비상>에서)-130쪽

"모든 사물 현상과 세계를 정확히 알고 모든 문제를 투명하게 생각하고 풀어나가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말의 의미를 정확히 규정해서 사용하는 일이다. 한 낱말의 올바른 의미규정을 개념이라고 부른다. 개념이 분명하면 할수록 그 대상에 대한 인식이나 사유는 그만큼 상대적으로 확실하고 분명해진다."(박이문 <사유의 열쇠>중)-222쪽

"책과 마주치는 기쁨은 사람과 마주칠 때의 기쁨과 똑같다. 독서의 기쁨은 해후의 기쁨이다. 그런데 모든 역사적 사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이 독서에서의 해후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해후란 말은 한편으로 어느 필연성을 뜻해야 한다. 완전히 우연하게 마주친 것 같지만 그것이 역시 필연이었다고 끄덕일 수 있는 것이 해후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순한 외적인 필연성이 아니라 오히려 내적인 필연성이다. 이래하여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해후했고, 괴테와 실러도 해후했다. 독서에서도 똑같이 혹은 스승으로서의 혹은 친구로서의 책과 해후하게 된다. 일생 이런 해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결국 아무것도 안 읽은 것으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그런 해후를 경험할 수 있을까? 스스로 구해야 한다. 구하는 것이 없는 자는 마주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가령 마주친다해도 그것임을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 (미키 기요시 <독서론>)-121쪽

"결혼이란 최상의 칭호를 달아준다해도 일종의 독점이며 가장 불쾌한 것들 가운데 한 가지다. 세상의 신혼부부에 나타나는, 특히 신부의 얼굴에서 풍겨지는, 혼자 봐줄 수 없는 그 득의만면한 꼴하고 만족해하는 꼬락서리라니, 그 이상 나의 비위를 건드리는 것은 없다." (찰스램 <엘리아 수필집> )-124쪽

"내가 여태까지 이야기한 사람들보다도 더 무서운 약탈자가 있다. 바로 책을 빌려가는 족속들 말이다. 장서를 훼손시키는 자들, 서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자들, 짝이 맞지 않는 책을 만들어내는 자들."(찰스램 <엘리아 수필집>)-124쪽

"책이 우리의 내면에서 활동할 때 우리는 조금도 수동적이지 않다. 책읽기는 무미건조한 일인가?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까맣고 하얀 차원이 없는 철자들이 줄 서 있는 데서 우린 색깔을 만든다. 냄새와 동작, 그리고 울림을 만들어 낸다. 책에서 아픔과 불안이 나타날 경우 그것이 우리가 경험했던 아픔과 불안과 더불어 인생에 자극을 주지 못하면 책은 단지 종이로 남아 있을 따름이다."(마르틴 발저 <어느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130쪽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정도로 책을 읽었다면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정도에 머무르고 말았을 것"(토마스 홉스)-266쪽

"책읽기 가장 좋은 곳은 침상, 말안장, 화장실이다. 책 읽고자 하는 뜻이 진실하다면 장소는 문제될 게 없다." (송나라 구양수)-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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