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 - 히피의 창조력에서 실리콘밸리까지
이케다 준이치 지음, 서라미 옮김, 정지훈 해제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부제를 포함한)에 현혹되어 사 읽었다가 후회를 많이 했다.
시간이 아까운 (욕도 조금 나오는) 책이다.
원제는 『ウェブxソーシャルxアメリカ : <全球時代>の構想力』으로, '웹×소셜×아메리카: <지구화 시대>의 구상력' 정도가 될 텐데, 번역 제목은 대단히 매력적이나(그래서 속았지만) 책 내용에 반드시 들어맞는 제목은 아닌 것 같다.
고단샤는 겉멋만 잔뜩 든 함량 미달의 필자에게 (속아) 저술을 맡겼고, 저자의 구상은 야심찼을지 몰라도 역량이 부족하여 폭망하였다.
저자가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은 많은데,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은 채로 쓰다 보니(혹은 자신의 고백대로 그때그때 서핑한 정보들로 책을 깁다 보니), '키워드의 무질서한 나열'과 '갖다 붙이기 식 논리 전개'로 글의 초점이 끊임없이 흩어지고 책 전체가 강변(強辯)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번역도 다소 아쉽다(역자 주를 꼼꼼히 달아주신 것은 감사하나, 전문용어의 번역은 부정확하다).
책은 읽지 않으면서 폼 잡는 기술만 익힌 경제신문 기자의 요란한 기사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저자가 후기에서, "웹은 하이퍼링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웹상의 정보는 형식적으로는 서로 관련 없는 짧은 문장이나 잠언이 마구 나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문장을 살펴보면 안에는 저마다 링크가 숨어 있고 독자의 의지에 따라 다른 텍스트가 각주로 붙여진다. 얼핏 맥락이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 다수의 관련성이 숨어 있는 셈이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책에서도 "숨은 맥락을 얼마나 끌어낼 것인가는 읽는 이의 몫이고, DIY적인 읽기가 기대된다."는 식으로, 자신의 산만하고 불성실한 글쓰기를 정당화하면서 잘난 체한 대목에서는 정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DIY적인 읽기'라는 말이 적반하장으로 느껴져 궁서체로 표시하였다).
읽다 만 책을 다시 집어들었을 땐, 솔직히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그런 것이었는데, 끝까지 읽고서 마지막 호의(?)를 완전히 거두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