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사회학, 지식사회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카를 만하임이 35~36세(1928~1928년)에 쓴 입체적 세대론(지식사회학은 인간의 사상과, 그 사상이 발생한 사회적 상황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그 기원은 마르크스·엥겔스의 『독일 이데올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대문제는 '멱급수'(

) 내지는 다성음악(polyphony), 특히 '푸가'(fugue, 하나의 성부가 주제를 제시하면 다른 성부가 그것을 모방하면서 대위법에 따라 좇아가는 악곡의 형식)에서 서로 다른 수평체계(성부, 세대 엔텔레키 Generationentelechie)에 속하는 개별 음들의 수직적 만남에 의한 임시 화음(Scheinakkord)[Pinder(1926)]으로 이해되어야 한다(30, 81쪽).


  만하임은 '청년세대는 진보적이며, 구세대는 그 자체로(eo ipso) 보수적'이라고 하는, 세대 연구자들이 무비판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가정에 반대한다. 하나의 세대를 등질적 집단으로 보는 단순한 이해에도 반대한다. "동일한 '실제 세대'(Generationszusammenhang, generation as actuality) 내에서 같은 경험을 각각의 서로 다른 방법으로 소화하는 집단들이 다양한 '세대 단위'(Generationseinheit, generation unit)를 구성한다."(67쪽). 만하임은 ① 단선적 역사관을 바탕으로, 생물학적 요소와 양적 시간에 천착하는, 실증주의의 '수직적 세대론', ② 동시대에 서로 다른 세대가 내는 다른 목소리에 바탕 두어 주관적 경험, 질적 시간에 집중하는, 낭만주의의 '수평적 세대론'을 변증법적으로 지양하면서, ③ '동시대의 비동시성'(Ungleichzeitigkeit des Gleichzeitigen)을 중층적, 입체적, 동적으로 포착하고자 하는 '구조적 세대론', '사회운동론적 세대론'을 전개한다. 즉 청년의 진보성, 내지는 특정 세대의 진보성 혹은 보수성이라고 하는 단편적 이해에 반대하는 것이다.


  옮긴이가 많이 애쓰신 것 같은데도 문장이 꽤 딱딱하지만, 세대 연구의 입구로, 생각할 거리, 분석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임이 분명하다.


  카를 만하임의 책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번역되어 있고, '만하임, 그 후'라 할 수 있는, 『'세대'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나와 있다. 국내서는 박재흥의 저서가 대표적인데, 한국의 세대문제』(나남, 2005)는 검색되지 않는다.




  옮긴이가 쓰거나 옮긴 책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다음은 만하임의 저서들과, 『세대문제』와 함께 볼 수 있는 참고문헌이다. 독일어 문헌들이 많은데, 알라딘에서는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 ‘품위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적인 실존을 위해 전문가적 실존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집사의) 능력이다. 일견 답답하게도 느껴지는,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책. 이방인이었을 작가가 영국사회 바퀴의 중심축을 이만큼 움켜쥘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식재산을 경영하라 - 고 박사의 창조경제 이야기
고충곤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은이의 다채롭고 선 굵은 경력만큼이나 훌륭한 책. 참고로 지은이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재학 중 도미, MIT에서 학사, 컬럼비아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졸업 후 IBM 왓슨 연구소에 몸 담았고, 뉴저지 주립 럿거스대 전자공학과 교수 재임 중에 그 학교 로스쿨을 졸업하여 특허변호사가 되었다(이런 것이 국내에서도 가능한지 모르겠다). 1883년부터 2003년까지 운영되다가 Morgan, Lewis & Bockius LLP (MLB), Jones Day 등으로 통합된 미국의 역사 깊은 로펌, Pennie & Edmonds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 임원을 번갈아 맡았다 한다^^;;

위와 같은 행로가 책에도 고스란히 집약되어, 기술과 법, 비즈니스의 국내외 이론과 실무를 두루 꿰뚫고 있다. 대중서로 쓰였지만 작디작은 우물을 조밀하게 분점하고 있는 여느 국내서, 전문가들에게서 좀체 느끼기 어려운 스케일과 밝기가 느껴진다. 특히 제3부 지식재산 비즈니스 이야기는 전선에서의 풍부한 실무경험 없이는 쉽사리 나올 수 없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바닥 사정을 잘 모르고, 책 한 권으로 어떤 분이라 단정할 수도 없겠으나, 정보통신진흥원 초대 지식재산권센터장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식재산위원장 역할이 이 분께 맡겨졌던 것은 당시에 썩 나쁘지 않은 선택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본다. 솔직히 전에는 두루 다독하여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은 무엇이든 금방 배우고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편이었는데, 스스로 몸으로 부딪쳐가며 치열하게 실전에 임하여 본 경험(특히 나의 실력과 성과로 인해 남의 돈과 운명이 왔다갔다 하여 똥줄 타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어떻게 ‘닭플레이‘를 양산할 수 있고 때로는 위험할 수 있는지를 요즘 많이 보고, 생각하게 된다. 더욱이 책 몇 권 읽은 것으로는 도저히 커버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세상이 되어버렸다(한 개인이 아무리 많이 읽었다 한들 드넓은 우주의 한 줌 먼지를 쓸었을 뿐이다). 일단 공직자는 지향이 선명하기 이전에(자연과학 아닌 영역에서의 비약과 단순화는 여론을 호도하기 쉽고, 그래서 해롭다) 최소한 인생에서 제 앞가림을 하여 온 사람이어야 한다(특히 선출직에서 반대인 분들을 많이 본다). 그리고 책임에 걸맞은 유능함을 갖추어야 하고,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많은 사람이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이해충돌은 물론 방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공영역에서는 그렇다면, 민간영역에서만 강도 높게 단련될 수 있는 성질의 능력과 경험, 노하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흡수, 활용할 것인가 하는 방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오늘날 아쉬운 쪽은 오히려 급속한 변화를 따라가기가 버거운 공공기관들이다.

우리 사회는 시대를 막론하고 모습을 바꾼 성리학주의(?)-근본주의가 너무 자주 실용적 사고를 좀먹어 왔다. 나의 지식과 견문이 제한적임을 인정하여, 독자적 이론(그것도 십 이십 년 전에 마지막으로 열심히 업데이트한 뒤떨어진 이론)에 세상을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무심하게 드러내는 의미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다른 전문성, 목소리와 협업하지 않으면 필패한다. 이제는 사회 전 분야에서 이 분 정도로 경계를 넘나들며 융합할 수 있고, 실무경험에서 비롯된 균형감각, 특히 국제적 원근감각을 갖춘 전문가가 쏟아져야 한다.

덧1. 부제의 ‘창조경제‘ 글귀는 다소 영합한 티가 나고, 책을 펼치기 전에 불필요한 선입견을 갖게 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덧2. 또 한 번 대한제국 꼴 나고 싶지 않다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시 소환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기도 해야 한다. 국제무대는 자존심만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판이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적재산권법의 경제 구조
윌리엄 M. 랜디스 & 리처드 A. 포스너 지음, 정갑주.정병석.정기화 옮김 / 일조각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구적 저작. 경제적 효율성을 뒤로 한 숭고하고 눈물겨운 공동번역! 부록으로 붙은 용어 번역 목록만으로도 역자들의 심원한 고민이 불언가상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범죄와 형벌의 법경제학 (양장) -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범죄와 형벌의 문제를 바라보다
이종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앞부분을 읽고 있는데 법률 용어나 개념 구사가 너무너무너무 부정확하다ㅠㅠ 이래서는 경제분석이라는 것의 의의도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의성‘에 초점 두고 미진하나마 급히 내셨다고 하나, 책 전체에 걸쳐 시기를 타는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보이고, 법률가의 감수를 간단히라도 받으셨어야 한다고 본다. 한 쪽 한 쪽 덜커덩 걸리는 대목이 어김없이 등장하는데, 더 읽다가 별점을 더 깎을지도 모르겠다.

날도 더운데 일단 하이네캔이나 (네 캔 말고 한 캔만) 까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