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서스가 이 영화의 로튼토마토 지수를 알려주면서 보지 말라고 하였다.
흐음... 사실 고민을 많이 했었다.
평소에 마블 영화를 많이 보지도 않고, 덕후는 전혀 아니며, 15세 관람가인 이 영화를 봐야 하는가?
나의 선택은 보는 것이었고, 보고 난 직후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1.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재미는 있다. 2. 나는 영화 할인권을 사용했다. 이 두 가지였다.
주말, 영화 할인가로 싸게 본다면 그리고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가격 대비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의문은 있다.

첫 번째로 심비오트 베놈이 마음을 바꾼 이유.
베놈은 에디 때문에 지구인을 살리는 데에 동참을 한다. 근데 그 이유가 상당히 많이 생략되어 있다.
에디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했기 때문에, 그 공유한 내용에 공감했고 동의했기에 지구를 파괴하지 않는 데에 힘을 쓰기로 한 베놈. 근데 그 구체적인 이유가 나오지 않았다.
에디가 사회정의감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정의감에 반비례하여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감정(굳이 한 명만 대자면 애인이 앤 웨잉)에는 공감을 좀 덜하는 사람 같던데 말입니다.
베놈이 지구인을 살리는데 동참하고 싶은 이유로 에디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두 번째. 라이프 어쩌고 하는 회사의 수장인 칼튼 드레이크.
물론 이 사람 나쁜 사람이다. 문제는 이 사람이 중간에 했던 말인 '사람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라는 내용. 이 대사가 핵심이다. '사람이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있고 계속 사용하기만 한다.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거고, 그 대책을 '과하게 극단적으로' 지구에 있는 사람을 모두 죽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물론 모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기는 하나 칼튼 드레이크의 입장도 있을 텐데 그 내용이 너무 적게 나온 것은 아닌가 싶다.

세 번째는 베놈이 그래서 왜 빌런이 되는가?
베놈이 스파이더 맨에서의 빌런이라고 하던데, 왜 빌런이 되는 거지? 이거는 1편이니까 그 내용까지 모두 담을 수는 없는 건가? 그다음 편에서 빌런이 되는 이유가 나오는 건가?

네 번째는 관람 연령.
15세이기는 한데 15세가 아닌 이 느낌은 뭘까? 흐음. 차라리 관람 연령을 더 낮춰서 12세로 만드는 것을 어땠을까? 초등학교 3학년이 내 조카가 보고 재미있다고 했다. 대략 10세인 내 조카가 보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수준이라면... 차라리 12세로 만들어.

내가 마블 덕후도 뭣도 아니라서, 영화에 담긴 모든 내용을 모를 수도 있다.
마블 덕후가 이 영화를 본다면 뭐라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즐겁게볼 마음가짐으로 간다면 재미있게는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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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백치

2018. 10. 3. - 7.

2018-2019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출연
뮈시킨 이필모, 나스타샤 황선화, 로고진 김수현, 아글라야 손성윤 외 다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극으로 만들어진 백치를 처음 본 것은 2010년 날이 쌀쌀하던 가을. 지금은 대학로 예술극장으로 아름을 바꾼 원더스페이스의 동그라미극장이었다. 매우 작은 소극장에서 20명 가량의 배우가 등장했던 <백치, 백지>라는 이름으로.
모두 검은 옷을 입고 나왔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던 분위기. 나스타샤의 절망과 뮈시킨의 슬픔. 그리고 악에 바쳤던 로고진의 모습이 뇌리에 남았다.
그 다음 해,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가수 리아가 나오는 비슷하지만 좀 더 가벼워진 <백치, 백지>의 공연 이후 몇 년만에 국립극장의 <백치>가 무대화되었다.

공연 <백치, 백지>를 볼 때마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책 <백치>를 읽을 때마다 더 이상 밝음이 없는 어두움의 무게 때문에 절망에 휩싸였었다. 난 참을 수 없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무거움이 좋았다.

2018년, 국립극단의 <백치>는 훨씬 더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흩날리는 돈과 공기 때문에 공연을 보기에는 더 편안해졌지만, 극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지루했고 가벼웠다. 전체적인 배우의 앙상블이 어우러지지 못 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공연을 보고 여전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뮈시킨이 나스타샤에게 했던 대사이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왜 그렇게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거죠?"

백치의 나스타샤는 여전히 그리고 언제나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갔고 자신의 상처를 치료받기를 원하면서 치료받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스타샤는 외로웠고 자신의 상처를 알아봐준 뮈시킨을 (아마도) 사랑했지만, 뮈시킨이 자신에게 주는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셰익스피어는 십이야에서 "동정도 사랑의 시작이다."라고 하지만, 서투르고 어설픈 동정은 상처만을 남기다는 것을 나스타샤는 알았을 것이다.
뮈시킨은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그가 결국에 백치라고 불리는 것은 서투르고 어설픈 동정으로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 모두를 파멸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면서 불편했던 점은 <백치>에 주요하게 등장한 여성 캐릭터 두 명(나스타샤, 아글라야)가 창녀/성녀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 뮈시킨이 '여성'을 구원하려는 모습, 나스타샤와 아글라야의 대화의 주제는 '뮈시킨'으로만 설정된다는 것, '백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벡델 테스트(1.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이 두 명 이상 등장한다. 2. 여성들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 3. 여성들의 이야기가 남자와 관련 없는 것이다.)를 아무데서나 써먹고 싶지 않고, 아무래도 원작에서의 내용을 크게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연출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작을 쓴 표토르 도스도예프스키가 1821년에 태어나 1881년에 죽은 것을 생각하고 극을 보고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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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예술, 그리고 그 예술을 창조하는 예술가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산다.
아마 스스로 예술을 창조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단 한번도 예술을 창조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다른 면에서는 정확하게 악기를 다루거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반복작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악기를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 하나의 음을 연주하고 색을 칠하는데 수억번의 단순작업이 반복되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자코메티를 보면서 그가 하는 행동에 가끔 많은 사람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해할 수 없을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
미친듯이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색을 덧칠하거나, 음식을 먹으러 가서 짧은 시간안에 음식과 와인 세 잔, 그리고 커피 두 잔을 먹어치우거나.

자코메티는 왜 예술을 한 걸까?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예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코메티의 연인(이자 불륜녀)이었던 캐롤린의 포주가 돈을 달라고 할 때, 그는 모델료를 더 주려고 했다. 1년치의 값을 치를 때(이런 문장과 어감이 싫지만), 그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게 더 중요하다고. 모델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림을 그릴 때도 그랬다. 그림을 그리기 어려울 때, 더 쉬운 부분부터 그리라는 조언에 그는 어려운 부분부터 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코메티는 그런 사람이다. 예술이 더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을 먼저 하는 사람. 예술에 완성이 없다고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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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화를 보는 것이 불편해졌다. 영화에 담겨있는 내용이 여성, LGBTQ, 장애인, 동물에 대하여 왜곡된 시선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왜곡된 시선과 세상에 녹여져 있는 차별때문에 너무 불편했다. 영화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호박과 마요네즈도 마찬가지였다. 시놉시스를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라는 단순하게 이해한 내 잘못이었나?

세이치가 왜 밴드를 그만두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세이치가 돈을 벌려고 하거나 다시 밴드를 하려고 마음먹기 전까지 그는 츠지다에게 빌붙어먹는 남자였다. 돈도 벌지 않고, 집안일도 하지 않고, 곡도 쓰지 않는 사람. 영화 초반, 세이치가 왜 그렇게 상처투성이의 사람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나오지 않았고, 나왔다고 해도 나에게까지 와닿지 않았다.

츠지다가 세이치를 먹여살리기 위해 일을 하고 투잡으로 술집 종업원이라는 일을 선택하는 내용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기오. 즐거움과 재미만 쫓던 사람. 그리고 지나간 일을 기억하지 않는 사람. = 마음에 안 듬.

세이치가 츠지다에게 헤어지자고 했을 때, 그녀는 울었다. 세이치가 평범하고 츠지다만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라고 했지만, 츠지다는 그런 사람이 어디있냐며 울었다. 츠지다가 울 때 너무나 슬펐다.

세이치도 츠지다도 하기오도 모두 싫었다. 이 감독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했다. 그래도 츠지다가 울 때마다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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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치가 개봉하기 전, 그리고 개봉한 후 많은 영화 사이트와 관련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야기거리가 많은, 그래서 할 이야기가 많은 아주 좋은 영화이다.

인터넷과 SNS가 이전 세대보다 과다하게 발달하고 아주 과도하게 사용되며 익명이 보장되는 것 같지만, 익명이 없는 세대. 나를 숨기고 싶어하면서 드러내고 싶어하는 아주 이중적인 세상.
한국인으로 이루어졌지만 모국어가 영어인 가족.

'searching'하는 내용을 말 할 수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난, 인터넷에서 글을 쓰고 댓글을 다는 모든 내용이, 꾸미고 있는 모습의 단면이 진실과 사실이 아니며 왜곡되고 굴절된다고 생각했다.
왜곡되고 굴절된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미 세상은 겉잡을 수 없이 돌아가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글이 남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행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상처를 누군가 보살펴주길 바라지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사람은 적고, 너무 외롭고 슬픈  존재라는 것을 안다.

딸을 찾던 데이빗, 새벽에 호수로 향하던 마고. 모두 외로워보였다. 우리에게 세상과 연결되어있는 통로가 생겼지만 더 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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