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화의 역사문화수업 1 - 발효 이야기
이이화 원작, 박남정 글, 백명식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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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 나오는 신기방기한 디저트에 꽂힌 슬이는 꾸덕한 그릭요거트쪽 쇼트가 나오면 나에게 와서 해달라고 조른다. 슈퍼푸드이자 슬로푸드로 각광받으며 디저트계의 인싸가 된 지중해식 요거트다. 반대로 외국에서는 된장, 고추장, 김치 같은 한국의 발효음식이 베이스가 된 한식이 핫하다. 6학년 슬이는 학교 국어시간에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설문을 써보자는 수업을 듣고 왔다. 선생님께서 콩장이 우리나라 원조의 발효음식이라는 것을 알려주셨다고 이야기하길래 “내가 얘기했던 그 책에 그 이야기가 나온다규”라며 책을 권했다. 콩이 만주와 우리나라 지역이 원산지라고, 식초도 발효음식인거 아냐고, 석유에서도 식초를 뽑아낸다고 이 책에 있는 지식을 뽐내자 슬이는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펼친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전통 발효음식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풍속과 생활에 얽힌 이야기들이 함께 나온다. 콩장에 대해서는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왔다가 돌아가서 쓴 책들에 메주를 보고 성벽을 쌓는 돌처럼 만든다고 써놓은 부분도 재미있었고 술, 식초, 젓갈 등 세계의 인류문명 속에 스며들어있는 발효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나는 개인적으로 빨간 김치에 대해 궁금함이 있었다. 고추가 임진왜란 이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그래서 그 전에는 백김치를 먹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란 이후로 빨간 김치를 먹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 사람들이 조선사람들을 독살하려고 고추를 유입했는데 독성을 이겨내고 빨간 김치를 주식으로 먹는 강한 민족이었다카더라는 이야기가 팩트인지 아닌지에 대해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나서야 아하!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에피소드들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고서에서 증명된 이야기들라 고증에 신뢰성이 간다. 


“고추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는 만초, 남만초, 번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어. ‘만’이나 ‘번’은 모두 ‘남쪽 오랑캐’를 뜻하는 말이야.(...) 고추에 대한 기록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책은 이수광이라는 실학자가 쓴 <지봉유설>(1614년)이야. (...) ”남만초는 강한 독이 있는데 처음 왜국(일본)에서 들어왔다. 그래서 속된 말로 ‘왜 개자’라고 하였다. 때로 술집에서 그 맹렬한 맛을 이용하여 간혹 소주에 타서 팔았는데 이를 마신 자들 대부분이 죽었다.“ 고추에 독이 있다고 하고 고추를 먹고 죽은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니”(pp.94~96)


죽긴 죽었구나. 하지만 매워서 죽은건지 술을 많이 마셔 죽은건지는 객관적으로 따져봐야겠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것은 1592년 임진왜란 때이고, 고추가 널리 재배되어 김치에도 고춧가루가 쓰인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인 18세기부터거든요. 배추도 18세기가 되어서야 중국으로부터 씨앗을 들여와 심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먹는 것과 같은 배추김치는 20세기에 들어서야 담그기 시작했답니다.”(p.153) 


배추는 영어로 차이니즈 캐비지라고 하니 원산지가 중국일 것 같긴 했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고추의 맹렬한 맛 때문에 잘게 썰어 술안주로 먹거나 고추씨를 소주에 타서 먹는 정도였다고 이 책에 쓰여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불닭볶음면 챌린지처럼 주막에서 매운 걸 잘 먹는다고 허세 부리는 선비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덴마트에서는 불닭볶음면이 수입금지되기도 했으니 충분히 고추의 매운맛이 가진 위험성을 이해할 것만 같다. 


2013년 김장에 이어 2024년 12월, 콩으로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의 조상들이 만들어온 건강한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하기 좋은 책이다. 이렇게 밥상머리에서 아이와 함께 이야기할 거리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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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지 않는 공부법 - 모든 시험을 뚫는 합격 필승 공식
손의찬(메디소드)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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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지 않는 공부법
모든 시험을 뚫는 합격 필승 공식


공부법을 알려주는 유투버 메디소드의 공부법 노하우를 담았다. 저자는 공부법 덕후로 수많은 공부법 책을 보며 수능을 준비했고, 의대에 입학해서는 입에 붙지도 않는 의학단어를 암기해야 하는, 수능과는 또 다른 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공부법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공부법계의 <수학의 정석>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집필”(p.5)했다.

나는 외우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제목에 혹했다. “대치동 영어학원 내부고발자‘라는 유투브를 종종 보는데 주로 영어책을 읽히고 쓰는 커리큘럼으로 학원을 운영하시는 분이다. 이분들이 주구장창 이야기하는 내용이 ’단어암기 안해도 된다‘인데 이 영상을 보면서 과연 이게 수험생 영어로서 가능할까, 단어를 외우는 스트레스 없이 영어공부를 할 수 있으니 학부모로서 혹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 분들이 하는 이야기의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책 1장에서는 넓은 의미에서의 공부와 좁은 의미에서의 공부를 먼저 이야기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지식 습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지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책을 엉터리로 읽으면, 동기부여 영상을 보고 공부 시간을 늘려도 소용이 없다. 공부는 공부를 잘하는 방법 그 자체에 집중할 때 가장 큰 효율이 난다. 공부의 본질은 넓은 공부법이 아니라 ‘좁은 공부법’, 즉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에 있다.”(p.42)

넓은 공부법이 쓸데 없다는 것이 아니라 동기부여, 시간관리 멘탈 관리 측면에서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공부법이다. 좁은 의미는 지식습득을 위한 직접적인 공부법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초등학생은 고3수험생까지 시간이 있는 편이고 그렇다면 굳이 단어암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외우다가 번아웃이 오기보다는 꾸준히 책과 예문을 통해 단어를 접하며 스며드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넓은 의미에서의 영어단어 공부법을 이야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좁은 의미의 공부법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히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시험 성격에 따라 어떤 공부법을 채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앞부분에서는 목차의 순서도까지도 상세하게 그려놓았다. 대부분의 공부법이 넓은 의미에서의 공부법을 다뤘다면 이 책은 좁은 의미에서의 공부법으로 승부하겠다는 저자의 자신감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모범생 특유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석대로 하려는 공부습관을 버리고 자신만의 효율적인 순서를 찾으라는 조언이었다. 이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공부의 세가지 원리, 목적감각, 순서감각, 능동감각 중 두 번째에 해당한다. 순서감각이 있어야 시간도 줄일 수 있고 번만큼의 시간이 다른 수험자와의 격차를 만든다. 물론 세 번째 능동감각도 수험자에게 꼭 필요한 원리이다. 이 부분에서는 인강이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에 새삼 놀랐다. 3장부터 5장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공부를 조각을 깎는것에 비유하는데 주어진 지문을 읽으며 추론하는 능력과 암기를 위해 범주화하는 과정에서의 꿀팁이 담겼다. 주변에 큰 시험을 준비하는 분에게 책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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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공이 좋아! 도넛문고 12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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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중학교 야구부의 여자선수 오희수와 이태진은 영혼의 배터리(포수와 투수)라 불린다. 우리나라 최초, 여자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희수는 속구에 자신있기에 130킬로미터의 강속구의 공 던지기를 꿈꾸는 투수다. 롤모델인 진종현 선수와 같은 운동 루틴을 저녁마다 반복하는 열정 투수다. 도지사배 전국 야구대회 전날, 포수 태진이 희수의 루틴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희수는 뼈있는 치킨을 먹어야 하는 징크스가 있지만 아빠가 순살을 시켰고 마법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야 하는데 엄마는 걸레로 만들어서인지 대회 당일, 첫 공을 던지는데 어깨에서 뚝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1년을 재활하는 사이 겨레중 야구부는 없어지고 태진은 야구를 그만둔다. 재활 후 돌아온 희수에게 이전 감독님은 중왕중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강속구를 던지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영혼의 친구 태진과 관계도 끊어지고 자신있던 속구는커녕 제구력까지 다 잃은 희수와 그만두더라도 유종의 미를 거둬야 되지 않겠냐는 엄마의 말에 어쩔수없이 중3 2학기 대회에 참가하는 대윤이 보조 배터리로 함께 하는 내용이다.

이 둘은 정말 다르다. 희수는 대윤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대윤은 “어차피 희수가 원하는 건 자신만의 방법대로 열심히 하는 거니까.”(p.58)라며 강요하지 않는다. 희수는 열정이 있는 만큼 고집도 세다. 그 고집이 늘 좋게 작용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말도 안되는 루틴과 징크스는 철저히 지키려고 주변 사람을 닦달하면서도 희수를 가장 잘아는 포수였던 태진과 대윤의 조언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이 포수들은 잘하고 싶은 희수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꺾지 않으려 한 것일테지만만 이런 독불장군 같은 모습은 결국 어깨 부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한편 대윤은 학교에서 선수생활은 하면서 피아노로 전공을 바꾸기 위해 레슨을 받는 중이다. 엄마가 들려주는 쇼팽의 곡 중 연습곡 10-3번 <이별의 노래>를 들으며 건반사이에 채워지지 않는 곳에 조국, 폴란드를 향한 그리움과 애달픔, 외로움 등등이 스며있음을 느끼며 희수의 공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챈다. “꾸물대는 공기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채워 넣으면, 공은 다채로움 안에서 흔들릴 것이다. 공기를 주무르는 그런 공을 던진다면 어떨까?”(p.82) 그래서 늘 강속구만 던지려는 희수에게 너클볼을 연습하자고 제안한다. 너클볼은 나비처럼 나풀나풀, 한들한들 포수를 믿고 던지는 공이다. 이 공을 연습하는 둘에 대해 작가는 “글러브를 잠자리채처럼 쥐고 두 사람은 계속 나비를 쫓았다.”(p.93) 라고 묘사한다. 나는 이 부분이 참 좋았다. 이들이 즐기고 사랑하는 야구가 마치 나비를 쫓는 순수한 마음과 연결되어 보여서. 그렇게 메인 배터리는 아니지만 보조 배터리로서 이 둘은 합을 맞춰나간다.

“‘보조’라는 게 처음 들었을 땐 ‘메인’이 아닌 ‘서브’란 뜻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서로 모자란 것을 보태어 돕는다는 뜻이 있대.”(pp.131-132) 야구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배터리, 그리고 야구팀 전원과 함께 하는 종목임을 희수는 이 말을 대윤이로부터 들으며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보조더라도 언젠가 메인에 설 희수가 보인다.

모두가 1등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항상 승자가 존재한다. 이 책에서 희수와 태진은 그런 완벽한 진종현 선수를 롤 모델로 야구를 해왔다. 하지만 승자의 자리에 왕처럼 앉아있던 진종현 선수마저 음주운전으로 선수자격을 박탈받는다. 1등 실력을 가졌더라도 선수의 기본 인성이 뒷받침 되어있지 않다면 작은 실수로도 모든 것을 잃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인물이다. 대윤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유명 피아니스트였으나 음주운전 차에 치여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겪고 지금은 동네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멋진 엄마다. 이런 엄마 밑에서 자랐기에 6년동안 전념해온 야구를 접고 피아노를 시작할 수 있는 대윤이다. 그리고 열심히 해온 모습 그대로 피아노 역시 몰입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두 중학생을 보며 항상 이기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고. 다치기도 하고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올것이라고. 하지만 너무 늦게 발견한 것이 아니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너희는 아직 중학생이고 미래는 많이 남았다고, 그래서 <너의 모든 공이 좋아!>라고 외쳐도 되는 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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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고양이 소피 - 동화로 읽는 철학
차이즈친 지음, 마오실리우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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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인 필로. 최근 누군가가 자신을 쫓아노는 것만 같다. 그저 상상에 불과한 걸까, 고민하던 중, 수의사 아빠는 길고양이를 집에 데리고 온다. 아빠 말로는 이 고양이가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았는데 필로의 품에는 쏙 안긴다.

그런데 이 고양이 범상치 않게 생겼다. “털 색깔은 대부분 하얀색인데 정수리 양쪽으로 검은 털이 한 뭉치씩 나 있어서 대머리처럼 보이는데다 입 주변에도 검은 털이 콧수염이 나 있어서 고양이라기보다는 고생을 많이 한 대머리 할아버지 같았다.”(pp.12-13) 철학 고양이 소피의 외양이다. 나이든 철학자를 상상하면 다들 이런 머리를 상상하려나, 나는 사실 소크라테스보다 빽투더퓨처의 박사님을 떠올리긴 했다.

4월 22일 일요일 친구인 태오의 생일날, 태오가 퍼즐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물로 퍼즐을 준비하고 함께 맞춘다. 빨간색과 초록색 퍼즐을 구별하지 못하는 태오의 비밀을 듣고 “나와 세상이 다르게 보이다니!” 라는 질문을 갖게 된다. 이후 4월 22일은 계속 반복된다. 똑같은 날이 8번 지나서야 철학 고양이 소피는 “네가 철학적 사고를 끝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그날에 머물러 있는 거야.”(p.27)라고 이야기해주며 그렇게 소피의 눈을 통해 철학 세계로 로그인하는 필로. 그 곳에는 원형 탁자 위, 9개의 꺼진 등이 있다. 벽을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문이 있다. 그렇게 소피는 필로가 궁금해하는 질문의 대답을 해 줄, 플라톤의 동굴이 있는 문으로 인도한다. 이런식으로 질문이 생길 때마다 필로는 소피와 이 철학의 세계로 향한다. 그리고 궁금증을 해결할 때마다 탁자위에 놓인 지혜의 등이 켜진다. 필로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방출하는 정신 에너지를 먹는 소피는 오동통 살찌기 시작한다.

플라톤, 브루노, 데카르트, 퍼트넘,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토머스 네이글, 칸트, 사르트르, 롤스, 데오게네스, 에피쿠로스, 카뮈, 소로, 러셀 등 고대부터 현대의 철학자들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아빠는 술 왜 마셔요? 담배를 왜 피워요? 라고 묻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집에 데려왔던 검은 고양이의 죽음, 그리고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필로를 철학의 방으로 이끈다. 소피는 죽음에 관한 철학을 했던 소크라테스와 토머스 네이글을 소개한다.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인 줄로 아는 아이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이 책을 쥐어줘야 한다. 수두를 앓아 격리기간을 겪게 되는 필로는 자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렇게 칸트를 만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던질법한 질문들과 그에 맞는 철학가들의 이야기를 쉽게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롤스의 무지의 장막을 이렇게 쉽게 설명가능한 것이었구나에 대해 새삼 놀랐다. 센델 선생님... (또, 공산권의 중국인 저자라 그런가 더 자신있게 설명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또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읽다보면 필로+소피가 보여주는 이 케미에 퐁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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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의심 - 어린이를 위한 깊고 깊은 생각 훈련
서보현 지음, 박우희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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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예능이나 유투브를 보다보면 자막으로 ‘합리적 의심’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합리적 인 의심’ 이 주제에 대해 우리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다. 일단 이 책은 그림책이다. 그냥 보면 저학년용 책 같지만 ‘생각훈련’이라는 단어처럼 한번 읽고 끝, 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저학년과는 흥미로운 그림을 보며 이야기할 거리도 많겠지만 결국은 질문, 반대 의견, 정보 확인이라는 생각훈련을 할 수 있어야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오기에 우리 아이 같은 초 고학년과도 충분히 함께 여러번 읽을 수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야’에서는 ”뚱뚱한 사람은 운동을 잘 못한다“는 편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고 스포츠 종목마다 다를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한 상황을 쉽게 설명해준다.

2장, ‘모르면 더 용감해져!’에서는 아이들이 자주보는 동영상의 알고리즘 원리에 대해 그림으로 쉽게 나와있다. 그리고 조금 아는 사람이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에 대해 다룬다. 단편적인 면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임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다. “정말 ‘잘 알고’ ‘잘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생각을 항상 의심한단다.(p.43)”라는 문장이 아이의 마음에 새겨지길 바라며 함께 읽었다.

3장, ‘내가 가진 생각과 나는 달라’에서부터는 슬이 머리가 조금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가진 생각이 내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지만 생각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구분할 필요에 대한 부분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면 기분 나빠 하는 사람이 있어. 자신을 의심하는 것 같거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틀렸다고 하면 화내는 사람도 있어.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거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 내 생각이 곧 나일까?“(p.46)
‘너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민초를 싫어하지. 그렇다고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고 민초를 좋아하는 사람과는 척을 질거야?’ 라는 설명을 해보지만 ‘이왕이면 고양이 좋아하고 민초 싫어하는 친구가 더 호감이 가긴 하는데’라는 말에는 나 역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다음 장에
”자신과 자신이 가진 생각을 구분할 수 있어야 스스로 생각을 점검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의심해도 기분 나빠 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p.48)라는 문장이 있어 한시름 놓이며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에 좌지우지할 게 아니라 저 친구는 고양이를 싫어하고 민초 좋아하는, 나랑 안맞는 애!라고 단정짓는 게 위험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봐야 하는게 아닐까?’하고 아직은 입씨름에 밀리지 않는 면모를 보여줘서 뿌듯해한 내 자신..( 여기서 막상 글로 써보니 초라하다..역시 말로 하는 것보다 한번 그 상황을 글로 써보아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글도 합리적인 의심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누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저 말이 맞는지를 확인해봐야해.“(p.49)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리터러시라는 것.

4장, ‘새로운 건 피곤해!’ 장에서 슬이는 ”아닌데, 난 편의점에서 새로운 맛 먹어보는 게 좋은데.“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결국은 좋아하던 초코가 들어간 신상품이고 좋아하던 자동차 장난감 중에 새로운 모델이었을 뿐이고 좋아하던 핑크색인 새옷에 불과했음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통틀어 제일 나에게 좋았던 부분은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지만 그것이 길이 막혔을 때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도전을 귀찮아하고 쉬운 길만 가려는 슬이에게 가장 필요한 장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요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5장이다. ‘가짜 뉴스에 속지 않는 방법’이다. 인터넷에, 여러 사람이, 또는 신뢰감 있는 책으로, 그리고 증거처럼 보이는 동영상이 존재한다면 그 기사를 사실이라고 믿을 법도 하지만 여기서는 그게 전부는 아님을 글과 그림을 통해 알려준다. 딥페이크처럼 거창한 기술이 아니더라도 오래된 사진을 가지고 사람들을 속이는 등 작성하는 사람이 나쁜 의도만 가지고 만들어내는 기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왜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그대로 믿지 않아야 하는지 이젠 알겠지? 생각의 그물을 촘촘하게 짜 놓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거야.“라는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을 같이 다 본 후 그림을 그린 박우휘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찾아읽기로 했다. 그림이 그냥 너무 찰떡이었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슬이는 1장에서부터 ”뚱뚱한 사람은 운동을 못해!“라고 크게 말하는 두페이지 그림부터 먼저 반했고 나는 ‘편견에 젖는다’는 문장이 있는 페이지에서 큰 물방울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림을 보며 감탄했다.

엄마말은 잔소리로 듣지만 선생님이 이야기하거나, 좋아하는 유투브 채널 운영자가 말한 거나 리더형 친구들이 전해준 소식은 찰떡 같이 믿는 사춘기가 올락말락한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합리적인의심#뜨인돌어린이#비판적사고#편견#거짓정보#생각훈련#올바른판단#의심#논리적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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