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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복수 ㅣ 안도현 선생님과 함께 읽는 옛날이야기 2
안도현 지음, 김서빈 그림 / 상상 / 2020년 12월
평점 :
이 책에는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중 제목으로도 쓰여진 <고양이의 복수>가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다. 요새 워낙에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 그림책들이 쏟아져나오는터라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옛이야기에 나오는 고양이를 잊고 살았구나를 새삼 확인했다.
유럽이나 영어권, 일본에 나오는 고양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고양이는 유난히 요물로 묘사된다. 어린 시절 우리집 지하실에 새끼를 낳은 길고양이 덕분에 나도 고양이의 습성을 자세히 알게된 터이다. 울집 고양이 이름은 알롱이였다. 난 예뻐하기만 했지 밥 한번 준적이 없는데 맨날 밥주고 물주던 엄마와는 항상 전쟁이었다. 그때 우리집엔 화단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고추, 호박등을 심으셨기에 열심히 물을 주셨다. 고양이의 특성은 사람을 따르기보다는 그 자리를 지키고, 물을 싫어한다. 그렇기에 알롱이는 항상 물을 주기 위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엄마가 곱지 않았을 터이다. 게다가 가끔은 물을 주며 알롱이 꼬리를 밟았기에 알롱이도 엄마의 뒷꿈치를 꽉 깨물어 복수하기도 하고, 현관문이 열려있을때면 엄마의 슬리퍼만 그렇게 한짝을 물어다가 안보이는 구석탱이에 숨겨놓곤 했다 ㅋㅋㅋㅋ 그런 요물을 엄마는 곱게 볼 수 없었을테고 항상 엄마는 구박하고 알롱이는 항상 자기만의 방식대로 복수했다 ㅋㅋㅋ
두번째 이야기인 <고양이의 복수>는 다들 알만한 이야기이지만, 안도현 시인님은 경상도 울진의 바닷가 마을에서 전해지는 이 에피소드를 쓰셨다. 마을을 위해 바다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데 전 하나를 물고 간 고양이를 한 일꾼이 낫으로 등을 찍게 되고, 알고보니 고양이는 요물이 되어 그 마을을 해칠뻔하지만 지나가던 스님께 시주를 잘 한 덕에 개 네 마리의 희생으로 잘 넘어가게 된다..는 (죄송합니다 막 스포를)다들 아는 이야기이다. 전 하나 물고 도망간 고양이에게 낫을 휘두른 일꾼은 팍팍한 현대의 자본주의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와닿는 스토리이다. 그 고양이는 처음부터 요물이 아니라 낫에 찍혀 도망가다가 요물이 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 스님의 한 문장 "한갓 미물일지라도 생명은 소중한 것이지요"는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는 안도현 시인님의 유명한 시구와 맞물려있다. 꼭 고양이가 복수를 해서가 아니라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하니 아껴줘야 하지 않을까 하고, 오늘 1200마리의 개 사체가 발견된 , 양평의 한 사람의 뉴스를 보며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특별한 건, 나 어렸을 적 보던 전래동화 스타일이 아닌, 우리 애 어렸을 적 보던 옛이야기 스타일이 아니라는 거다. 제목부터가 그 뻔한 전래동화 제목이 아니다. <구렁이와 결혼한 방울이>만 봐도 그렇다. 이 책의 첫번째 에피소드인데, 구렁이 새신랑 이야기이다. 옛날이야기지만 정말 있었음직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인공들의 이름들도 생생하다. 그림은 웹툰 스타일이다.(K-pop 좋아하는 아이들이 읽어보고 싶게 생긴 그림체) 요새 옛날이야기는 이렇구나,감탄한다. 나 때 이런 책 많았으면 책 많이 읽었을 것 같은데 요새 스마트폰 보느라 책을 안 읽는 아이들 역시 안타깝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