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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평점 :
불확실성의 시대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흐름출판, 2023)
이 책은 1900~1945년대의 중요한 과학적 성취를 만들어가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이 원자라면, 이들이 서로에게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논쟁하는지, 나 같은 독자들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이 과학자들의 활약상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과연 양자역학에서처럼 우리가 본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feat. 내가 뭘 쓴걸까, 어디다가 올려도 되는 글일까 ㄷㄷ.)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양자를 최초로 등장시킨 과학자마저 자신을 믿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가장 첫 챕터에 나온다. “1900년 12월 14일 금요일 오후 5시”(p.27)“양자물리학의 탄생 시간”(p.29)을 탄생시킨 막스 플랑크는 “원자를 믿지 않는 보수적인 물리학자”(p.27)로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흑체가 원자로 이루어졌다는 가설(p.27)을 내세웠고, 이 발표 이후에도 “양자에서 다시 벗어나려고 수년간 노력했다”(p.29). 본인이 써놓은 공식에 등장하는 양자를 믿지 못했다. 이 사실은 양자역학을 째려보는 나에게 매우 위로를 주면서 이 책에 몰입이 되기 시작했다.
마리 퀴리에 대해서는 내가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 내용에 더해, 정말 위대한 여성 과학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이면서 막노동가였다, 그녀는. 그녀의 실험실에 대해 “독일 화학자 빌헬름 오스트발트는 ”헛간과 감자 창고의 교집합“(p.38)”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엉터리인 이 헛간에서 순수한 라듐을 얻기 위해 “뼈가 부서지는 작업-무거운 양동이를 끌다시피 가져와 용액을 골고루 붓고, 부글부글 끓는 용광로를 쇠막대로 저었다. 알칼리성 염, 산, 수백 리터 물로 피치블렌드를 씻어내야 한다. 퀴리 부부는 추출을 위해 ‘분별 작용’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은 원료를 계속해서 끓이고 식히고 굳혔다”(p.39)-이 막노동을 통해 고작 “0.1g쯤 되는 순수 라듐을 손에 쥐었고(...)주기율표에 88번을 부여했다”(p.39)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화상으로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피에르의 손가락. 그것은 언젠가 마리를 죽게 할 방사능 질병의 전조”(p.41)였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방사능으로 죽게 된다는 미래를 알았다면 그녀는 이 막노동에 가까운 실험을 계속 했을까? ... 했을 것 같다.(장갑이라도 끼지 않았을까?)
다른 챕터에 등장하는 아인슈타인이 특허청 말단 직원에서 상대성이론을 낸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어린시절, 앞서 마리 퀴리와 같은 위인전 전집에서 읽어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서 눈에 띄었던 것은, 그래서 꼰대가 됐을 법도 한 그 높은 자리에서 아인슈타인이 보여준, 1927년 브뤼셀에서 있었던 솔베이 회의에서의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결투”(p.301)라고 표현을 하긴 하지만,) 어떤 진중한 태도였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말처럼 행동한 모습으로 보였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 강연을 제안 받았지만, 약간의 망설임 끝에 거절했다. 그는 ”그럴 능력이 안 된다“고 로렌츠에게 썼다.”(p.304) 우리나라라면 무조건 아인슈타인에게 강연시켰을 텐데. 21세기의 오늘날에도 말이다. 그렇다고 그가 꼬리를 내리고 겸손했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1927년 10월 26일 수요일. 젊은 반항자들-보른과 하이젠 베르크가 “양자역학은 원자 물리학과 고전물리학의 중대한 차이가 불연속성이라는 직관을 토대로 합니다.””(p.308)라고 발표한다. 이후 아인슈타인도 계속해서 보어와 논쟁을 이어가지만 “양자역학을 반박하지 못한 채, 제 5회 솔베이회의는 끝났다”(p.322)라는 과학사의 논쟁이 뭐랄까, 학연과 지연, 혈연이 끼어들지 않는 매우 클린하면서도, 열띤 지구촌 과학자들의 회의를 구경한 느낌이었다.
이 책은 양자역학이 뭔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유투브로 양자역학 강의(약 10분짜리 영상)를 클릭해 본 분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우리의 김상욱교수님께서 각종 방송과, 여러 과학행사에서 양자역학에 대해 소개해주시지만 볼 때마다 처음 듣는 얘기인 것 같은 마음으로 양자역학을 접하는 시청자분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내 얘기다. 나의 경험론에 의거한 이성은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추천사를 써주신 이정모 과학관 관장님도 말씀하시지만 “이론이 어려울 땐 역사를 보는 법.”(p.4) 나 역시 유투브에서 힘겹게 알아낸 토막정보들 사이의 간극을 이 책이 메워주었다. 정확하게는 새로운 이름들이 메꾸어준 것이다. 어린이였을 때 위인전에 있었던 마리 퀴리와 아인슈타인의 이름만을 기억했던 나에게 1900년 에너지의 양자화를 발견한 막스 플랑크, 1913년 원자 모델을 제안한 닐스 보어, 1920년대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와 고양이가 더 유명한 것 같은 에르빈 슈뢰딩거 등등의 이 책에 나온 과학자들의 이름들이 이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불리우는 양자역학에 대해 매우 연속적으로 매우 논리적으로, 일타강사처럼, 설명해준 고마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