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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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아이와 바다할머니

*이 책은 앞면지, 뒷면지가 바다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바닷속 조개, 불가사리, 소금. 이것들은 소설 속 인물들로 보인다. 조개는 기억을 잃은 상처를 가진 이수와 세아. 조개의 껍질을 끝내 열어내 살을 먹는 불가사리는 기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이수'라는 물의 아이의 이야기에 풍덩 젖어들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 제목에 대해. 소금은 무엇을 의미할까? 상처에 소금을 뿌리면 아프지만 소금만큼 사람에게 필요한 것도 없다. 이 두가지의 의미에 더해 내가 이 책에서 본 소금에는 따뜻함이 들어있다. 비록 솔도라는 섬은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일지언정, 바다에 안겨 있으니까. 알콜중독으로 보이는 어머니와 그렇게 되고난 후 자신을 받아준 할머니는, 따지고 보면 이수에게 바다와 같은 존재이지 않았을까? 섬처럼 외로웠을테지만 그래도 지나온 고통을 잠재우는 따뜻한 바다.

* 나는 이 소설이 "물에 밥을 말아 조개젓과 먹는" 할머니라는 표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한 문장에 할머니의 모든 서사가 담겨있다. '물에 밥을 말아'는 바다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의 배경을, '조개젓과 먹는'에서는 두꺼운 껍질속에 숨어 아픈 모래들을 삼킨채 살아온 할머니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이수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되니 당연히 주인공은 이수겠지만 나는 할머니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다. 자신의 친아들을 그렇게 만들었지만 자신과 눈이 닮아 거둔 할머니의 이야기가 이수의 삶에 스며들어있다. 할머니는 그런 시대에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지만 이수는 할머니의 사랑을 바탕으로, 할머니와 다르게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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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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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에 대하여.
1.
풍영중학교 2학년 여학생, 정세연인 '나'의 시점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끈질기게 매달"리는 이성적인 소라와 호기심이 넘치는 모모와 함께 도서부이면서 종이접기 클럽을 운영중이다. 이 책은 종이접기의 매력을 잘 알려준다. "절대 대신 접어주지 않는다"(p.119) 이런 회복탄력성을 배울 뿐 아니라 ,"쉬워 보이는 것도 직접 해 보면 의외로 어렵다"(p.59)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세상을 배운다. 뿐만 아니라 종이접기를 하며 세연이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을 줄 알게 된다. 남의 환대를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첫 단계임을 그 나이의 세연이는 모르겠지만 나는 알고 있고 다시금 확인한다.

도서관에서 종이접기클럽 활동을 한다는 것은 지난 시간이 응축되어 있는 이 도서관의 공간을 그때의 학생들이 그랬듯 지금의 나도 소라와 모모와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 연결되어 있다.
2.
가끔 교복입은 어두운 얼굴의 여학생들이 지나가면 주제넘게 그 아이들의 주된 고민 몇 가지를 떠올리게 된다. 학업, 진로, 가정에서의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특히 친구와의 비교로 미워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 "나를 만든 것은 대체 어떤 신일까?"(p.61) 세연이처럼 나도 그때 그랬다. 똑부러지고 한번 마음 먹으면 해내는 소라가 부러웠고 호기심 생기는 일에 대해 과감하게 도전하는 모모가 부러웠다. 그 시절의 나도 내 자신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1937년의 그 아이들은 그럴 새도 없었다. 그들의 아버지가, 오빠가, 누나가, 친구들이 돌아오지 않았고 할 수 있는 것은 염원을 담은 종이학을 접어 태우는 것 뿐이었다. 1937년의 수이가 "내가 항상 널 기억하며 살았다면 믿겠니?(p. 220)"라고 말했다. 그녀가 세연이의 말을 기억하고 살아주었듯, 세연이도 수이를 보며 잘 살아내 주기를 바란다. 모모와 소라와 함께, 레비나스의 단단한 자기성(개체성)을 가지고 말이다.


한줄평:
그 시대에 종이접기 할 정도로 종이가 풍성했는가 살짝 의심한 부분에 대해 미안해지는 결말의 감동이 있는 책

p.s "이제와 말이지만, 난 사실 친구들이랑 같이 종이접는 시간이 참 좋았어. 시키니까 마지못해서 하는 척했지만, 돌아보면 그냥 날 위해 접었던 것 같아. 한참 종이를 접다 보면 시끄럽던 속이 조용해졌거든. 슬픔도 가라앉고, 화도 가라앉고, 터질 듯한 그리움도 잠시 내려놓게 되고, 종이학 접는게 지겨워지면 꽃도 접고, 나비도 접고, 새도 접고(...)"(p.222) 요새 나는 테레사 책방선생님께서 수업하시는 그림책인형 만드는 동아리에 들어갔다. 세연이처럼 서툴지만 남이 대신 해줄 수 없다는 것, 보기엔 쉬워보여도 직접 하면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22쪽 발췌처럼 '시끄럽던 속이 조용'해짐을 느낀다. 비록 노안에 보이지 않는 바늘 귀에 실을 꿰을 지언정 난 힐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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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과 잠자리 - 2020 보스턴 글로브 혼북, 2020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0
케이슨 캘린더 지음, 정회성 옮김 / 사계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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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킹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형 칼리드의 죽음이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다. 킹은 칼리드 형과 같은 방을 썼는데 형은 잘 때 잠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형의 장례식에 들어온 잠자리를 킹이 보고는, 형이 잠자리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 날 이후 동생 킹은 하교하는 길에 있는 늪지대를 거닐며 형을 찾는다. '형의 죽음으로 킹이 할 수 있는 것은 잠자리가 된 형을 찾는 것 뿐'(p.48)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주인공 킹은 킹스턴의 애칭으로 흑인이다. 흑인하면 BLM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은 인종에 관한 것 외에도(KKK단원이었던 백인 가족과 킹의 가족사가 언급된다) 여러 편견들이 이 소설에 드러나있다. 예를 들어 킹의 친구, 대럴은 키가 작지만 농구를 좋아한다. 자신보다 더 큰 브리애나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남자는 여자보다 커야한다(p.31)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킹의 아버지도 '사내가 주방에서'(p.58)그런 일을 하면 안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가족을 괴롭히던 백인가족의 샌디는 동성애 성향이 있는 킹의 친구이다. 킹과 재스민, 샌디는 셋이 친했지만 형은 샌디와 같이 다니다가 소문이 나는 것을 우려해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그리고 샌디는 그런 성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아버지로 부터 자주 구타를 당하고 가출하기에 이른다. 그런 샌디의 가출을 은닉하게 된 킹은 비로소 잠자리가 된 형을 조금씩 잊게 되며 소설의 중반을 지나간다.

집에서 든든했던 장남 칼리드의 죽음으로 슬픔이 들이닥친 킹의 집. 그의 어머니는 더이상 요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킹을 등교시키는 아버지가 '사랑한다'고 선뜻 말하지 못하지만 하게 되는데 킹은 그 사랑한다의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죽은 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응답으로서의 '사랑한다'를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편견은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이런 오해가 가슴아팠다. 킹은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라서 유리같다. 이런 현실들이 그대로 투영되어 킹의 마음에 박히는게 보이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을 좇는 잠자리를 제목에 갖다 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이런 편견의 늪에 빠지지 않고 물이 비치는 빛을 따라 자유로울 수 있는 잠자리는 이 소설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킹을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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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관리의 과학적 근거 로운 known 2
이창배 외 지음 / 지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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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과학원이라는 곳에서 산불에 대한 이런 연구도 하고 계셨다. 뭔가 국민의 입장에서는 안심이 되었다. 이분들이 이런 연구와 시스템 개발하고 현실화 할 때 이 쪽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시민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산불 관리의 과학적 근거

산불의 연중화와 대형화는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이 나무에 불이 붙기 쉽고 확산되기 쉬운 조건을 만든다.(p.9)

서울식물원이 처음 생겼을 때 어린 슬이를 데리고 방문한 적이 있다. 훌륭한 곳이었지만 우리집에선 너무 멀어서 ㅜ 한 번 가고 다신 갈 엄두를 못냈더랬다. 벌써 5-6년 전이지 싶은데 그 곳에서 나의 뇌리에 박힌 몇 장면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호주에 관한 애니매이션이었다. 일부러 불을 낸다는 내용이었다. 따지고보면 화전민개념이었는데 현대에도 불을 질러 개간할 땅을 얻는다는 개념이 일단 문화충격이었다. 자주 불을 지르다보니 그 곳에 많다는 코알라들이 좋아하는 유칼립투스가 산불이 일어났던 곳에 매우 잘 자라는 식물이라는 내용이었다. 아... <사피엔스>에서 말했던 농사가 혁명일 수 밖에 없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농사라는 것이 자연에 인위적인 행동으로 사피엔스 종족의 이기적인 행위에 불과한거였다. 그러나 어쩌랴. 잘먹고 잘 사는 것이 사피엔스의 유일한 목적인데.

어쨌든 제국주의 관점에서 볼 때 남태평양이 가장 늦게 발견되어 호주는 그렇다치고 우리나라를 살펴보자면 최소한 일부러 불을 내는 나라는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의외로 담뱃불에 의한 화재비율이 낮다는 것. (낮다고 하면 안될 것 같다. 입산자에 의한... 화재가 1위임을 생각하면 어쨌든 담배를 피우려고 들고 다니시는 도구들이 화재의 원인이 되기 쉬우니 말이다) 우리나라가 전쟁이후 잘 자라기 쉬운 나무들로 잘 심어 녹화에 성공했지만, 아마존이 한번 불타면 뿌리들이 몇 천 년 된 것들이라 쉬이 꺼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나라들 나무들도 산불이 나면 쉽게 꺼지지 읺는다는 점. 그리고 산불진화헬기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 처음엔 우리나라가 작으니 이수치 일까 싶었는데 우리 국토의 60퍼센트가 산인 걸 생각하면 헬기가 더 많이 필요하겠다는 점, 침엽수에서 산불이 주로 난다는 점, 산불 예방용 나무 심기프로젝트가 있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등이다. 도시에 살고 있고, 등산이 취미가 아니라서 휴가때 주로 물가로 가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전혀 모르던 산과 산불의 세계로 건너갔다 온 기분이다. 내가 산을 등한시했다고 남의 집 이야기로 읽히진 않았다. 나 역시 이모부님 두 분이 소방관으로 일하고 계셔서 그 분들의 3교대 시스템의 피곤함과 불과의 위험한 싸움에 대해 대충은 알고 있기 때문일까? 불에 대한 인문학적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기후위기로 잦아진 산불에 대해 시민들에게 다각도로 고찰할 기회를 주는 매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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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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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구병모, 남유하, 박문영, 연여름, 천선란 6명 작가의 ‘여긴 어디? 나는 누구?’ in SF.
이 6명의 작가들은 얼음이라는 소재를 각각 어떻게 표현했을까? 이 점을 가장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시공간 얼려버리기. 가장 처음으로 곽재식 작가님의 소설을 넣은 건 정말 제대로 된 낚시였다. 난 깔깔 대며 읽었고, “대단하지 않은가?(p.7)” 이런 문장을 읽으며 내가 방송에서 들었던 곽재식 작가님의 코맹맹이 목소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후 다른 작가님들은 아포칼립스 시절을 빙하기로 만들어버리기도 하고, 눈꼽같은 얼음덩어리를 귀에 넣고 다니는 존재로 만들기, 녹고 있는 영구동토층 위에 붕괴되기 일보직전인 임대아파트로 설정하기, (**) 눈까지(스포라서..**표시)! 안타깝다, 이런 단행본은 한 여름에 나왔어야했다.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을 얼어붙었다. 심지어 남유하 작가님의 <얼음을 씹다>를 읽은 후 난 이 책을 며칠간 멀리했다. 딸래미 손톱 깎아주면서도 괴로웠다. 다른 분 단편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 소름 돋았다. 책을 덮은 후 내가 최근에 읽은 한국작가 SF가 뭐지? 질문했다.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 두 편이네, 이 책들은 이 6편의 백신이 될 수 없었다. 다 읽은 후 나의 소름들을 다행히도 곽재식 작가님의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이게 다 무슨 짓인지도 정확히 안다. 나는 소설의 등장인물이다”를 읽으며 위로받았다. 그래. 다 이야기야, 이야기.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야 얼음이 된 나는 스스로에게 “땡”을 외치며 풀어줄 수 있었다.

구병모 작가님의 <채빙>, 천선란 작가님의 <운조를 위한>은 워낙 네임드가 있으신 작가님들이니 다른 분들도 많이 쓸 거 같아서 패스. 나는 연여름작가님의 <차가운 파수꾼>이 인상적이었다. 이름이 여름이시라 그런지 이렇게 추운 이야기를 이렇게 따뜻하게 쓸 수 있는 건가, 아저씨 농담식으로 생각해보며.. 이 책의 다른 제목으로는 <너를 위한 파수꾼> 에이, 촌시럽구나. <교환>!!!! 이건 괜찮을 것 같은데. 노이와 이제트가 처한 세계에서는 교환만으로 생존이 가능한 세계였다. 하지만 그들의 교환이 조금씩 확장하면서 이런 세계에서도 가능할 수 있구나하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따지고 보면 비극인데, 이게 또 독자에게는 비극이라고 할 수 없는 연탄재 한 장 같은 그런 따스함을 우리에게 던져준다고나 할까.

다음 시리즈는 어떤 공통된 소재로 어떤 작가님들이 써주실까? 궁금해하며...
곽재식 작가님의 첫 문장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 주문이다. 내 팔에 곧 돋을 goosebumps를 손바닥의 마찰열로 싹싹 비벼가며 다시 책장을 펼친다. 내가 놓쳤던 소름을 찾아 다시 한번 이 얼음 위를 위태롭게 걸어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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