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 - 일본 우주 강국의 비밀
쓰다 유이치 지음, 서영찬 옮김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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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짧은 우주지식은 허블과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좀 더 멀리 보게 됐다는 소식이나 태양계를 넘어 기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보이저호 정도다. 미국은 일찍이 우주산업을 민간에 넘겨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자본을 뒷받침한 기업들이 뻑하면 위성을 쏘아올리고 있고,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유럽은 그들의 유니언에서 뺏길세라 쏘아댄다는 정도? 하지만 일본이 이렇게 우주 강국인지는 이 책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심지어 첫 번째 하야부사는 ‘매’라는 뜻으로 세계최초로 이토카와 소행성 시료 채취에 성공했고, 이것을 개량한 후계기가 바로 하야부사2이며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일본에서는 이 책이 하야부사2로 2020년 11월에 발간됨) 소행성 ‘류구’를 향한 하야부사2는 설계단계와 개발, 그리고 발사, 비행과 훈련, 착륙, 그리고 류구의 미립자를 담은 캡슐을 2020년 12월, 지구로 귀환시켰다. 현재 하야부사2는 우리가 보지 못한 우주의 비밀을 향해 아직도 여정 중에 있고 지구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저자인 츠다 유이치는 2003년 발사한 하야부사 미션에 참여했던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사가미하라 우주관제센터의 일원이었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책 어느 부분에서도 러시아 사람이름이나 미국회사의 기술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과 미지에 대한 도전에 대한 부분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하야부사2와 같은 탐사 미션이 주는 흥미로움은 탐사의 성과보다 고난에 부딪히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도전의 과정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나 역시 그런 부류다.(...)
도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제약에 대한 도전, 또 하나는 미지에 대한 도전이다(...) 후자는 애초에 원리가 파악되지 않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 모르는 세계를 어떻게 앎의 세계로 바꾸느냐에 관한 것이다. 인류의 근원적인 호기심에 답하는 행위다. 그래서 기초과학을 진전시키는 것은 미지에 대한 도전이다. 미지에 대한 도전은 인류의 공통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하야부사2를 통해 하나가 되었고, 전 세계가 하야부사2의 성과를 칭찬했다” (p.262) 일본인들만의 순수기술과 그들의 아이디어만으로 하야부사2에게 닥친 고난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츠다 유이치의 서술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이 책을 읽는 일본인이라면 일본인 스스로가 굉장히 스고이함을(우리에겐 국뽕이 차오른다는 표현이 딱인데)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야부사2가 류구에서 펼친 활동 가운데 미지에 대한 도전과 그 성공이 빛을 발하는 장면은 수두룩하다. 개인도 조직도 항상 현실이란 굴레에 얽매여있다 그 굴레가 순수한 도전을 가로막는다. 우리는 용의주도하게 그 굴레를 끊어내고 “진정한 도전을 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는 마음을 견지했다. 그래서 도전했고, 그리고 성공했다. 우리가 과학기술에 크게 공헌한 점은 ‘미지에 대한 도전’으로 가는 입구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 아닐까 한다.“(pp.263-264)
미지에 대한 도전을 하기보다는 현재 만들어진 구름사다리 족보를 타려는 한국인들이 많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공대에 입학했다가 의대로 방향 갈아타서 반수를 준비한다는 공대생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MBTI보다는 하야부사2를 성공시킨 저자가 말하는 ‘인류의 공통가치’에 그리고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에 관심가져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p.s 어렸을 때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일본 사람들은 우주선을 기차 모양으로 상상하는 구나, 라고 신기했던 적이 있었다. 신칸센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이 연결된 만화려니 했던 것 같다. 이후 역사를 배우고 나서는 으스스하기도 했다. 일장기와 사방팔방으로 빨갛게 뻗어나가는 일본제국의 욱일기를 떠올려보자. 일본을 상징하는 해가 철도를 통해 다른 나라를 식민지 삼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2차세계대전의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보이는 욱일기는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야욕이 느껴지는 상징물이다. 우주산업 자체가 냉전이데올로기에서 태어난 전쟁산업과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니 저 은하철도로 뻗어나가는 999 기차가 과연 철이가 엄마찾는
용이었겠느냐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너무 오바했다. 인정한다. 질투심이 불러일으킨 망상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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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밸류 빅샷 20 - ESG 시대 세상의 가치를 담다
박용삼.우정헌.민세주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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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기업인 포스코 경영연구소에서 쓴 책이다. ESG 시대, 포스코에서는 어떤 가치를 담은 경영을 하고자 하는지를 홍보하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들은 리얼밸류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대한 정의는 프롤로그에 잘 쓰여 있는데 “지금까지의 성장 지상주의Growth for Growth’s Sake와 주주 자본주의 Shareholder Capitalism에 대한 회의론이 쌓여가면서 기존의 기업 경영 방식을 어떻게 손질할 지에 대한 논의”(p.11)가 있어온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에게는 1997년도의 IMF가, 세계적으로는 2000년도의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문제의식을 던져주었다. 여기에 2015년의 “파리협정을 통해 기업의 환경 파괴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걸기로 합의하기에 이른다”.(p.12) 호모 사피엔스인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태에서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삼는 기업의 행위가 계속될 수 없다. “기업의 목적과 가치를 리셋할 시점인 것이다”(p.13)

“포스코는 창립50주년이 되는 2018년에 회사의 존재목적이자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 이념을 선포했습니다.(...) 2022년 3월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기업시민을 비즈니스에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경영모델로 ‘리얼밸류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리얼밸류 경영은 기업이 사회와 함께 발전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나간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입니다.”(pp.7~8)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님이 쓰신 추천의 글의 한 부분이다. ‘기업시민’과 ‘소통’, ‘공감’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나가는’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띈다.

그렇다면 이런 가치를 어디에서 가져왔느냐, 바로 세상을 바꾼 빅샷(Big Shot, 중요한 사람 또는 거물) 스무 명에게서다. “비록 리얼밸류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한 시대를 이끌어온 전설적인 CEO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리얼밸류 정신이 탑재되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이 책을 집필하는 동기가 되었다”(p.34) 그래서 이 책에는 선지자형, 수도자형, 개척자형, 구원자형 빅샷을 소개한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회사가 가진 유, 무형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고, 경제, 환경, 사회적 측면의 가치를 창출하는 여정을 살펴보는 것”(p.37)이다. 나는 사실 이 책을 보며 포스코가 픽한 빅샷 스무명도 흥미로웠지만 포스코라는 기업도 새삼 다시 보게 된 면이 있었다. 포스코는 우리나라 경제의 밑바탕이 되어온 철강회사다. 중공업의 밑바탕이 될 수 있는 포스코가 있었기에 삼성도 LG도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환경적으로는 최악이다. 배터리산업이 중국에서 선두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유럽대륙에서는 기술이 없었던게 아니라, 바닷물 온도를 상승시키고, 공해를 내뿜는 산업에 대한 제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는 어떤 빅샷을 날려줄 CEO를 찾고 있는 걸까? 내가 보기엔 욕심쟁이여서 선지자, 수도자, 개척자, 구원자 이 네가지 유형을 모두 갖춘, 육각형 CEO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이 그런 빅샷을 만들어줄 수 있는 동아줄이기를. 그리고 이 문제는 포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공업 위주의 대기업으로 나라 경제가 굴러가고 있는 우리나라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척자형 빅샷 중,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편이 인상적이었다. “PC시대의 소프트웨어 절대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예전의 지배력을 차츰 잃어갔다. 모바일 중심으로 IT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PC와 윈도우에 집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p.177) 이때 클라우드 사업 담당자였던 사티아 나델라가 MS의 세 번째 CEO로 임명된다. 그는 윈도우와 오피스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다른 기술 생태계와 교류하지 않았던 전임 CEO와 달리 “그동안 적대관계에 있던 오픈소스 개발자들과 협력을 강화했다.”(p179) 그러면서 점차 오픈소스 기여도가 높은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와 결합한 Office 365를 론칭해 다변화된 사업구조를 갖추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 새로운 MS의 CEO가 되었다치자. 전임 CEO가 빌게이츠였고, 그가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를 암적인 존재로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면 알아서 기느라 개방쪽으로 사업방향을 틀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 거대한 공룡으로서 멸종으로 가는 길이 유일했을 것이다. 나는 전임CEO들과의 정반대길을 걷는 사티아 나델라를 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인재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기업 구조상으로 사티아 나델라가 탄생할 수 있으려나?

“이 책이 포스코그룹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당면한 불확실성과 위기를 헤쳐 나가는 좋은 실마리를 제공하리라 확신합니다”(p.9)
미중갈등 사이에 낀 새우가 되버린 우리나라, ESG 방식이 아니면 사지 않을 것이고 세금을 많이 내게하겠다는 EU(요새는 방산산업에 있어서도 EU의 것을 사라는 무언의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 빠른 경제발전을 위해 우리가 힘써왔던 철강과 중공업의 여파로 잃어버린 환경. 첩첩산중 속 우리에게 길을 보여줄 빅샷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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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레벨 3 : 우주 탐사 - 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 3
이정모.최향숙 지음, 젠틀멜로우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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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의 세 번째 책, <우주탐사>다. 초등 고학년 학부모라면 보이저호가 지구의 곁을 떠나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책이 우리 아이로부터 태양계를 넘어 저 안드로메다로 가는게 아닐까, 안타까워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 부터 그렇다. 특히 비문학 쪽은 정말 걱정이다. 우리집 애는 어렸을 때 동물원가서도 살아있는 사자 말고 안내그림판에 그려진 사자와 사진찍어 달라던 애다. 다큐보다는 애니를, 책보다는 만화를, 지구상의 동물들보다는 뽀로로, 루피로 시작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그려진 동물들을 더 좋아하는 잼민이.(아.. 슬이가 이 게시글을 보면 안되는데... 하는 걱정이 1도 들지 않는다. 세 문장만 넘어가도 읽지 않는다. 니가 이 글을 보고 나에게 이야기한다면 게임시간 두 시간을 주겠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의 부모로서 앞으로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넥스트 레벨, 첫 번째 책 제목이다)에 대해, 지금은 챗GPT에 밀려 조금, 한물갔다고 느낄 법도 하지만 분명 미래세계 생활방식이 될 ‘메타버스’(두번째 책) 그리고 뻑하면 쏘아대는 일론 머스크의 인공위성만 봐도 알 수 있듯 중요해진 우주산업의 첫 걸음, ‘우주탐사’까지. 앞으로 평균수명 200세를 바라보는 잘파세대인 우리 아이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들 아닌가. 어떻게 접하게 할 것인가 부모들의 숙제이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투브에는 물론 이런 영상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다른 집 아이는 봐도 우리집 애는 안본다. 그럴 때 쓰는 가장 간편하면서 효율적인 접근방식은 책이다. 그림책에서 글밥있는 책으로 넘어갈 줄 알았으나, 학습만화로 마무리될 뻔한 애들을 구제해줄 수 있는, 그림과 사진 2/3, 글 1/3 구성의 책이다. 게다가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책의 저자인 이정모 관장님이 쓰신 책이다. 나는 프롤로그 마지막 부분 중 “이 책의 독자들은 요즘 발생하는 무수한 발사 실패, 달 착륙 실패가 얼마나 귀한 경험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p.9)에도 반했다. 우주 탐사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실패다. 이 전의 실패가 이 다음의 트라이에서 어떤 반전을 선사해왔는지를 아이들이 읽고 느꼈으면 좋겠다. “변화는 도둑처럼 찾아옵니다. 그러니 항상 준비해야 합니다. 준비란 역사를 아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인류의 우주 진출이 언제, 누가, 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깊게 살펴봅니다.”(p.9)라는 내용은 덤이고 말이다.

우주탐사의 시작이 사실은 전쟁이었다는 배경을 슬이에게 한번 설명한 적이 있었다. 이 심각한 이야기를 초등학생에게 알려주는게 맞는건지 고민하기도 했다. 정작 아이는 어찌나 재미없어 하던지. 내가 설명을 재미없게 하는 건가, 얘가 관심이 없는건가, 하브루타를 배워봐야 되나, 별 생각을 다 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내용도 만화로 코믹하게 담고있다. 12쪽부터 시작하는 ‘우주 시대의 서막’ 장에서는 1957년 10월, 러시아가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는 뉴스를 보는, 그 당시의 우리나라 상황이 그려져있다. 그때는 1가정에 1TV가 있을 수 없는 전쟁후 였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파사 앞에 모여있다. 특히 두 아주머니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저 쇳덩이를 시방.. 우주로 쏘아 보냈다는겨?”, “뭣 허러 그런 걸 쏘아 올렸댜?” 사실 우주에 관심없는 아이들도 이 아주머니들과 다르지 않다. 요런 아이들의 수준에서 우주 시대의 서막을 설명한다. 이후 냉전시대의 미국과 구 소련의 이야기, 공조를 해야 했던 우주 정거장이야기(레고처럼 조립형으로 설명을 해주니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쉬워보인다) 태양계를 넘어 기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허블과 제임스웹, 보이저 호와 칼 세이건의 이야기(이 부분을 읽으며 코스모스가 두 페이지에 요약이 되네,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써내려갈 우주 탐사의 미래, 거기에 ‘아주 오래된 질문들’의 해결을 우주탐사에서 찾아보려는 인류의 고민을 최대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써놓았다. 비문학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 추천하고 싶다.

우주 탐사의 진행 성적이 곧 국력과도 같으니 그동안 K 웨이브에 휩쓸려 자화자찬 뉴스만 보던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현재 미래 먹거리가 될 배터리나 로봇, ESG 관련 산업이나 특히 우주탐사에 대해서는 암울한 중간성적표를 쥐고 있다. 애들이 이 책을 읽고 충격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우주에 대한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롤로그에 써 있던 실패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 실패를 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실패가 좌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복탄력성의 동력이 되어 우주로 뻥뻥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근데 우주는 진짜 부모가 쏘아올리는 활로는 안 될 것...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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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회주택 - 당신의 주거권은 안녕하십니까?
최경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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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후보들은 항상 집값을 잡아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성공한 사례가 없어 모두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왜 이토록 부동산은 오르기만 하는 걸까? 저자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에 대해 1장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며 집값이 오르는 것까지 임차인이 부담했던 상황을 도마 위에 올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값이 떨어졌을때는 임대인이 그 만큼의 책임을 지거나, 공급자들이 조금 더 책임을 전가받는 해결방안을 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으로 ‘사회주택’ 어떠냐고 살포시 묻는다. ‘사회’라는 단어에, 그럼 북한과 중국의 사회주의인가 싶기도 할테지만 그렇지 않다. 저자 역시 ‘Social Housing’ 이라고도 하지만 ‘Public Housing’이라고 덧붙인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진보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의 나라를 이야기하며 “도시화 과정에서 부담 가능한 임대료의 주택을 공급하려는 것에 좌우의 구별이 없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이들 나라의 이념적 대립이 적어서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이념적 대립이 적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사회가 주택을 만들지만, 주택이 사회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p.120)이라며 좌우 수렴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나 역시도 그렇게 도파민을 많이 가진 사람이 못되는데(도파민 많은 쪽은 진보성향) 집 문제에 관해서는 이런 대안이 반갑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제대로된 해결책을 제시해야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영끌하는 청년층이 안쓰럽다. 일본의 자산 중 80%를 손에 쥔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새로운 것에 투자보다는 손에 쥐고 있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우리나라 청년들처럼 영끌 할 의욕조차 잃었고, 지금의 잃어버린 30년을 지냈다고 말이다. 한국사회는 깡통전세의 도미노가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갭투자로 인한 집장사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반전세더라도 월세를 내야하는 젊은이들은 좁은 방 구석에서 숨만 쉬어도 돈이나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지방에서 자란 청년층은 더하다. 이러한 숨막히는 구조는 결국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 가장 큰 원인은 집값이라고 생각한다. “안정된 주거 공간, 그곳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돌봄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보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주택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p.12) 저자의 이 말에 200% 공감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장에서는 주거 이야기로 난 이 부분에서 전세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 2장은 사회주택에 대한 글이다. 스웨덴 학자의 복지 삼각형 그림에 따라 “호혜성을 바탕으로 공공의 지원을 활용하여 주거 선택권을 확장하는 주택”(p.66)이라는 사회주택의 정의가 쓰여있다. 3장은 우리 한국사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사회주택의 예시다. 홍시주택, 쉐어어스, 자몽하우스 등등 훈훈한 미담이 쓰여져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이런 사회주택에 입주한 이들이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공동체성을 가진 이들만이 적응할 수 있겠다, 싶다.(I성향이 97%인 나는, 3장을 읽는 동안만 혹했다..)4장에서는 사회주택과 함께하는 미래인데 다보스회담에서 볼 법한 문장들과 함께 ESG, 지속가능성, 회복탄력성이 다 같이 존재하는 그런 유토피아가 그려져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에필로그에 있었다.
“우리가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이유는 벽돌과 콘크리트 자체를 소유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안정적으로 양호한 주거 환경에 거주하면서 노후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자가소유를 통해 얻는 더 큰 근원적인 가치 때문이었습니다.(...) 노후 대비에 대한 걱정이나 자녀 독립 시에 전세금이라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아이를 키울 엄두도 낼 수 있으며, 에너지를 생산해서 생활비를 줄이고 기후 위기에도 대응하는 주택에서 살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요?”(p.293)

그러게 이건 정말 현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유토피아일까? 나도 저자와 함께 마구마구 공을 쏘아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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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 완벽하지 않아 완전한 삶에 대하여
마리나 반 주일렌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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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는 벨기에 조형 예술가 자크 리젠의 부고로 시작한다. 이 예술가는 “실패의 예술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주장”(p.5)했던 사람으로 실패 전문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이 예술가의 미학이 ‘중요하지 않은 것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것이었다면, 자신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우리는 ‘대단한’ 무언가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버리지 않는가.”(p.8)라며 책 제목의 평범과 찬란이 동등한 의미로 쓰이는, 이 책을 써냈다. 왜 작가는 평범한 것이 찬란하다고 했을까? 보통의 작가라면 평범함이라는 소재에 대해 글을 쓰지 않았을텐데. 이 궁금증에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나는 저자인 마리나가 향하는 그곳을 향해 한 걸음씩 따라가며 완독했다. 총 12장의 목차를 따라 읽다보니 평범함의 다양한 프리즘이 보인다. 이걸 작가는 찬란하다고 표현했구나, 싶다.

“평범함을 뜻하는 프랑스어 ‘메디오크리테’는 ‘메디어스medius’,(중간)와 ‘오크리스ocris,(산)’라는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이는 글자 그대로 가파른 산 중턱 외딴 구석에 갇혀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이런 적막한 산골에 틀어박혀 있다고 상상해보자.(p.43)” 여기서 알수 있듯이 평범함은 산 중턱의 외딴 구석이라는 어원에서 온 것이다. 사람들은 산의 정상만을 정복하려 한다. 중턱에서 멈추고 되돌아오는 것은 실패자의 행동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동안 산 중간에서 보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책 표지에도 세로에 “인류는 평범한 중간의 이들 덕분에 살아남았다!”라고 쓰여있다. 영웅이 아닌 우리가 그동안 주목하지 않은 이들의 평범함을 바라보아야 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5장이 좋았다. 5장의 제목은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다 여기에서는 능력주의라는 폭군에 휘둘린 저자의 모습이 서술되어 있다.
“나는 위대한 예술, 즉 극도로 난해한 철학에 헌신하고 싶었다. 이 특별한 영역에 들어가면 불안과 우울이라는 악마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돌이켜보면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별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위대한 예술, 즉 추상적 관념이 인간을 구원해줄 것이라 믿었던 나는 너무나 경직되어 있었다. 성취보다 사유를 중요하는 삶을 선택한 것을 정당화하고 싶었다. 스스로 저급 예술에 맞서 용맹하게 싸우고 있는 돈키호테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나는 나 자신의 위선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내 주변에 존재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경이로움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가리고 있었다. 다른 이들과 구별되기 위해, 평범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상업적이거나 싸구려 쾌락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의 미학을 추구했다. (...) 순수한 영혼에 대한 열망과 모든 현실적 감정을 거부한 나의 태도는 일상의 만족으로 가는 길을 막는 걸림돌처럼 나를 평범하여 찬란한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pp.162~163)”
나 역시 이 부분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주었던 유난히 짠 별점이 떠올랐다. 지금 역시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무언가, 더 위의 것, 더 찾기 힘든 것을 찾아 헤매며 독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것들을 평가절하한 나의 시선의 위치가 보였다. 소설에는 수많은 영웅이 아니라 소시민들이, 찌질이들이, 실패자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 자신을 투영해볼 수 있다. 이것이 소설이라는 장르의 유의미한점일 것이다. 나는 이 평범한 주인공들의 서사가 위기에서 절정으로 치닫는 고군분투기를 읽으며 마치 남 이야기 구경하듯, 강건너 불보듯 본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이 평범한 주인공들이 내포한 메시지를 보지 못한 눈먼 독자에 불과했을테니 말이다.


*이 책은 연필을 들고 읽을 것을 추천한다. 평범하여 소소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문단이 끝나고 다음의 새로운 단락마다, 내가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짚어주는 저자의 ‘소듕’한 문장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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