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귀당 1 : 시간이 녹는 줄도 모르고
박현숙 지음, 신소현 그림 / 북스그라운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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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계에서 ‘조청 가래떡 구이’를 만들며 “수만 년 동안 신선들의 다과를 책임지는 중요한 일을 해 ”(p.9)온 수수할멈과 그녀를 도와주는 동북은, 인간계의 디저트가 맛있다는 한 신선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렇게 인간 세상에 온 수수할멈과 동북은 인기 좋은 디저트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타르트와 빙수, 두 가지를 연구해보기로 한다. ‘무인 카페’라면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으나, 민찬이가 문을 열어 들어오고, 수수할멈은 이 아이에게 디저트의 맛을 테스트해보려 한다. 하지만 신선계의 재료로 만들다보니, 인간이 먹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 있었다. (민찬이가 몰래 음식을 싸가서 발생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3일이라는 시간이 녹아버리고 이 사라진 시간에 있었던 일을 되돌리려는 민찬이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단맛이라면 아이들은 다 좋아한다. 슬이 역시 마이쭈와 하리보 젤리로 컸다.(쪘다로 써야 하나) 과자, 초콜릿, 빵, 마쉬맬로우... 요새는 외국의 값싼 젤리와 사탕까지 쉽게 사먹을 수 있다. 내가 주지 않으려고 해도, 유치원, 학교, 학원에서 항상 받아온다. 그래서인지 슬이는 웬만한 과일의 단맛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인간계의 단맛이 못마땅할 수수할멈의 마음을 나는 알 것 같다. 하지만 동북은 “음식이든 다과든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먹는다는 걸 말이야. 인간계의 디저트는 하나같이 예뻐.”(p.13)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왜인지 무지하게 찔렸다. 나는 수수할멈처럼 노력은 했나, 싶었다. 할멈처럼 연구라도 해야 슬이가 야채, 과일의 건강한 단맛을 느낄 수 있겠구나.

*이 책은 4학년 민찬이가 주인공이다. 최근 들어 살이 찐 자기의 모습을, 좋아하는 여자아이인 지호에게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사춘기에 들어선 남학생이다. 지호가 서우라는 아이를 더 챙기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한 민찬이 옆에는, 생각없이 말하는 태평이가 있다. 나는 이 책 통틀어 태평이가 그렇게 얄미웠다. 사실 이 아이가 팥쥐역할을 맡은 건 아니다. 그냥 생각없이 그런거 아니냐, 저런거 아니냐, 정도를 민찬이에게 이야기하는데, 야는 또 왜 그렇게 태평이말만 듣는건지!!(의외의 고구마 인물이었음) 슬이에게 너라면 태평이같은 친구라도 있는게 낫니, 없는 편이 나은지에 대해 이야기해볼만한 인물이었다.(슬이는 그런 애라도 있는게 낫다고!!!!!!)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되어 친구들과의 관계가 조금 더 복잡해져가는 요즘, 슬이에게 엄마는 네가 친구들에게 태평이같은 친구는 아니었으면 좋겠구나라는 말을 대신 해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동북이가 사실은 토끼 간 구하러 갔던 거북이였다는 것, 신선계에 젊어지는 샘물의 실존 인물이 존재했다는 것 등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옛이야기가 녹아있는 것도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동북이가 왜 그렇게 재채기를 하나 했다. 이런 디테일이 살아있는, 천도복숭아 빛을 띈, 이 귀하고 귀한 책의 다음 시리즈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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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안개초등학교 1 - 뻐끔뻐끔 연기 아이 쿵! 안개초등학교 1
보린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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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초등학교 3학년 4반, “콩깍지 하나에 든 콩 네 알처럼 꼭꼭 붙어”(p.6)다니는 도래오, 우유주, 묘지은, 조마구 이 네 아이의 미스터리 이야기 3부작 <쉿! 안개초등학교>에 이어 이번에는 <쿵! 안개초등학교>가 돌아왔다. 신비아파트에 완전 호(好)인 슬이는 쉿! 안개초 시리즈를 좋아했다. ‘쉿’과 ‘쿵’ 사이의 행간을 읽어보고자 내가 먼저 책을 잡았다. 쉿! 시리즈가 안개초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라면, 쿵!의 1권인 이 책은 안개초 주변인 바깥을 향해있다.

조마구가 주워온 탄내나는 의자의 연기아이가 자꾸 우리 영험(!)한 묘지은에게 달라붙는다. 제 자리에 갖다놓아야 한다는 과학선생님과 나침반의 도움을 받아 ‘묘지우유조마조마또’(네명의 아이들)는 썩은 창고로 의자를 돌려놓으러 간다. 그러면서 이들은 의자가 타버린 바로 그 날의 과거로 향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땅따먹기에 성공한 알렉산더, 징기즈칸, 나폴레옹이 위인 전에 이름을 올린 걸 보면 맞는 말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와 연관지어보면, 그 말이 영 맞지 않아 슬이와 역사를 이야기 할 때 조심스럽다. 항상 우리나라는 주위 큰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았고, 그럴 때마다 풀뿌리 민중과 개천에서 용난 소수의 장군이 힘을 합쳐 간신히, 아니 갠--신히 이겨 유지한 역사가 더 많아 보이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것도 독립군의 중꺾마나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닌 역사적 사실이나, 공산주의-민주주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총구를 겨눠왔던 격동의 1950~80년을 슬이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이것이 나의 숙제처럼 느껴져왔다.

묘지우유조마조마또가 향한 과거에는 금동이와 개울이가 있다. 부모가 모두 전쟁으로 죽고, 김동구선생님이 안개초등학교에서 그런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여기에는 피난 온 아줌마가 낳고 도망간 아기도 있다. 그동안 조마구의 요상했던 행적 역시 이 책에서 밝혀지는데, 조마구는 이런 말을 예언처럼 내뱉는다.
“달 없는 낮, 해 없는 밤. 땅에선 요괴가 쫓아오고, 하늘에선 불 단지가 쏟아진다.”(p.90)
“꽁지닷발주둥이닷발이 부부부부부 소리를 내며 날아와, 꼬랑지에서 불 단지를 쏟아낸다.”(p.91)

이 말들을 내뱉자마자 선생님을 찾는 목소리가 들린다.
“ “김동구! 썩 나와라!” 요괴는 군복을 입고 사람 말을 하고 있었다.”(p.94)

그리고는 폭격이 시작된다. 조마구의 예언같은 말들은 하늘에서는 비행기의 폭격이, 땅에서는 요괴(!!!)들이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쏘는 소리였다. 이 부분은 내가 슬이에게 해줘야할 숙제처럼 생각해왔던 우리나라 역사의 아픔을 작가님이 이야기로 승화시켜내고 있음을 목격한 장면이었다. 굳이 적나라하게 다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슬이에게는 그냥 이 책을, 두려워하지 않고 읽어낼 수 있는 마음만이 필요했음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첫 장면도 만화형식으로 시작되는데 긴 글밥에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이 처음에 읽다가 이 책의 흥미로움에 한 장 한 장 넘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글밥만 있는 장도 글씨가 커서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어낼 수 있다. 또, 아이들이 긍정적인 어른 캐릭터인 과학선생님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는 장면이나 나침반 같은 물건의 활용을 보며 작가님이 아이들을 위해 참 많은 것을 준비한 책이구나 싶었다. 재미있는 입말도 반복되는데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꽁지닷발주둥이닷발이 부부부부부”보다는 “묘지우유조마조마또”를 키득거리며 웅얼거리기를 바란다.

p.s 과거로 간 아이들은 금동이와 개울이가 아기를 찾아 머물고 있는 안개초 반으로 찾아가는데 그 반이 4-3반이었다. 4.3사건의 요괴들이 갓난 아기들에게도 총질했던 일들이 떠오르며 또 한번 마음아팠던 건 안비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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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왈도 에머슨 성공의 법칙 - 부와 성공을 부르는 자기신뢰의 힘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노윤기 옮김 / FIKA(피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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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을 대표하는 시대정신 키워드 중 하나가 불확실성이어서일까, 아포리즘을 담은 책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요즘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적 사기꾼 저자들을 필터링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적다보니 자기계발서보다는 이런 류의 정언명령으로 혼나는 책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목사님 설교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일지도. 어쨌든 쇼펜하우어, 파스칼이나 니체 그리고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은 발타사르 그라시안 같은 분들이 쓰신 책이 아포리즘을 대표하는 인물들인데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은 이번에 처음 접했다. 그는 "19세기 초월주의 운동의 중심인물로 미국 최초의 철학자이자 시인"이라고 책 날개에 소개되어 있다. “1803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산문가이자 사상가, 초절주의 시인인 그는 목사 집안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1829년 유니테리언파 목사가 되었으나 종교의 교리와 부딪혀 1832년 사임"했다는 그는, "미국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인물"로서 소로우, 휘트먼, 니체, 링컨, 오바마, 마이클 잭슨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문인과 사상가들뿐 아니라 현대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에게도 삶의 지표"(책날개인용)가 된 인물이다. 소로우의 대표작은 (물론 <월든>이 압도적이겠지만) <시민 불복종>으로 아직도 널리 읽히는 책이다. 여기에 초기 미국의 정치가 링컨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다니, 이 책은 올해 12월 대선을 앞둔 미국인들이 더 많이 읽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2. 나의 생각과 행동이 나를 결정한다
3. 사람은 사람이 만든다
4. 끊임없이 배우고 탐구하라
5. 있는 그대로를 직시하고 받아들여라

랄프 왈도 에머슨의 이 다섯가지에 대해 출판사는 “성공으로 가는 다섯가지 방법”으로 마케팅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아름답게 나이 들 수 있는 다섯가지 길"로 읽힌다. 왜냐하면 어제 화가들의 자화상을 쭈루룩 볼 수 있는 수업이 있었더랬다. 그 중 젊을 때부터 부지런히 자화상을 그렸던 렘브란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강사님은 젊었을 때의 렘브란트와 죽기 직전에 그린 렘브란트를 비교하며 생각의 깊이가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실 나는 젊을 때 펑펑 쓰고,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하고 산 렘브란트의 마지막이 그렇게 우아해보이진 않았으나 그 두 사진 사이에 시간의 굴곡이 느껴지긴 했다. 그 굴곡을 아름답게 메꿀 수 는 없을까, 늙음이 곧 추함이라는 이 공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와중에 나는 추함의 길로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잠깐 고민했더랬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내면이 단단해지는 길로 인도하는 다섯장의 좁은 길이 ‘추함’을 ‘지혜로움’으로 바꿔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이 책을 읽기도 했다.

단단한 자아를 만들고자 할 때 동기부여해줄 수 있는 아포리즘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이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설득력있고 기댈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문단 중 줄을 치지 않을 곳이 없다.

-나를 밖에서 찾지 말기를.(p.15)
-감각을 최고 결정권자로 만드는 거짓 신중함은 바보와 겁쟁이가 선호하는 것이자, 모든 희극의 주제이다. 그것은 자연이 건네는 농담이고 그래서 문학의 영역이 되기도 한다.(p.88)
-우리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여름에는 파리가 생긴다. 수풀을 걸으면 모기에 물릴 것이고, 낚시를 하러 간다면 비를 맞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소한 경험들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 (p.92)
-나는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에게서 받는 것은 그들이 가진 것이 아니라 그들 존재 그 자체다. 그들이 내게 주는 것은 물리적인 것이 아닌 그들에게서 방출되어 나오는 존재가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덜 친근하고 덜 순수한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우리는 마치 만난 적이 없는 것처럼 만나고, 떠난 적이 없는 것처럼 떠날 것이다.(p.150)
-신은 존재한다. 자연법칙의 중심과 사람의 의지 상층에 영혼이 있기 때문에, 우리 중 누구도 우주의 힘을 거스를 수 없다. 그 힘은 자연에 강력한 마법을 불어넣는데, 그 조언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행복을 찾을 것이고, 그 피조물에 상처를 입히고자 할 때 우리의 손이 마비되어 몸에 붙거나 가슴을 치게 될 것이다.(p.227)
-눈앞에 스승이 있어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p.238)
-우리는 연속된 시간을 살고 분할된 시간을 산다. 부분 속을 살고 입자 속을 산다. 하지만 우리의 내면에는 전체를 포괄하는 영혼이 담겨 있다. 그것은 지혜로운 침묵이고, 모든 부분과 입자가 연결된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며, 영원한 하나의 마음이다.(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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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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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 <오리진>에 이은 인간 삼부작의 마지막 시리즈, <인간이 되다>는 영국의 웨스트민스터대학 과학 커뮤니케이터 교수인 루이스 다트넬이 썼다.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해부학과 유전학, 생화학, 심리학의 고유한 측면들은 인류의 역사에 깊고도 놀라운 방식으로 그 흔적을 남겼”다며 “인간을 정의하는 특징과 생물학의 관점에서 인류의 이야기를 살펴보려”(p.21)한다.

*갓 태어난 인간의 아기는 꼭 쥔 두 주먹이 안쓰러울 정도로 무기력하다. 할 줄 아는 것은 빠는 것과 우는 것 뿐이다. 털을 가지고 태어난 다른 포유류와 달리 맨 몸에, 성장과정 마저 길다. 이런 유인원이 “진화의 요람인 아프리카에서 사방으로 이주하면서 지구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한 육상 동물이 되었다.”(p.14) 저자에 따르면, 사피엔스의 이러한 성공신화 뒤에는 뇌와 몸이라는 두 가지, “우리의 복잡한 뇌는 진화의 경이로운 산물이고, 우리의 몸은 공학의 경이로운 산물”(p.11)이 존재한다. 사피엔스 개개인의 능력은 연약하나 언어를 통한 공동체의 힘은 위대했다. 그 결과 “우리는 서로와 부모와 동료에게서 배울 수 있고, 그 덕분에 새로운 세대는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다. 우리 문화는 누적적 특성이 있어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능력을 축적하게 되었다.”(p.11) 석기를 다루던 우리의 조상은 현재 AI와 우주선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결함이 있다.”(p.12) 음식물이 목에 걸려 죽기 쉬운 존재라는 것, 직립보행은 무릎에 큰 부담이며, 더 이상 쓸모 없는 근육을 아직도 가지고 있고,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얻으려면 나머지 동물들보다 훨씬 다양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게다가 커피와 담배, 알콜을 달고 사는 우리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우리 뇌는 완벽한 합리적 사고 기계와는 거리가 멀고, 인지 결함과 버그가 넘쳐난다. 우리는 또한 충동적 행동을 초래하는 중독에도 취약하며, 그 결과로 가끔 자기 파멸의 길을 걷는다.”(p.12) 여기에 우리의 유전 부호 오류나 정신적 소프트웨어에 존재하는 버그라는 결함으로 생기는 인지 편향으로 전쟁 같은 역사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음을 이 책에서 보여주려 한다는 점에서 잠시 소름돋는다. 하지만 머리말 마지막에서 “어떻게 인류는 점점 커져가는 집단에서 조화롭게 공존하고, 공동의 모험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쪽으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p.22)라고 맺는데, 뭔가 인간에 대해 긍정적인 저자의 관점이 느껴지며 소름이 (아주 조금) 가라앉는다.

* <총, 균, 쇠>의 최신버전을 읽고 싶은 이들이나, <사피엔스>를 좀 더 과학적인 설명으로 듣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의 진화론이 우리 인류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최근 읽은 <유전자 지배사회>가 진화론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하려는 시도를 거쳤다면, 이 책은 생물학으로 바라본 인류의 빅히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1장에 나오는 ‘간접적 호혜성’부분을 읽으며 이 부분에 대해 완전 부정적으로 본 <유전자 지배사회>의 저자가 떠오르며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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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박주용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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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포스트 AI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한달 전인가, 나는 ChatGPT에게 백내장을 앓지 않았다면 그렸을 모네의 ‘수련’을 그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AI가 그린 그림을 보며 신기하긴 했지만 감동을 느낄 순 없었다. 직관적이고, 뭔가 촌스러웠다. 한 마디로 창의적이지 않았다. 내가 말년의 모네 작품인 ‘수련’을 보며 느낀 건, 모네가 백내장이라는 걸림돌을 오히려 렌즈삼아 그려낸, 이전에 없던 창의적인 그림을 보고느낀 감동이었음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런 현재 거품이 잔뜩 낀 AI를 느끼며 이 책을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박주용씨는 KAIST 문화 기술대학원 교수로, 문화물리학이라는 특이한 전공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나는 이 책 날개에 적혀있는 저자의 전공, ‘문화물리학’을 한참 동안 갸우뚱하며 들여다보았다. 문화와 물리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융합되어있는 이 전공이 신기했다. 이 책을 덮고 나서는 문화와 물리라는 단어가 붙어있기에 창의성이라는 시너지를 결과값으로 얻었구나 깨닫게 된다. 초등학생인 아이를 기르며 자주 들을 수 있었으나 뭔지는 몰랐던 단어, ‘융합’에 대해 이 책을 읽고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인문학적인 질문에 대해 과학적으로 대답해주는 저자의 전공, 문화물리학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여기에 특화된 장르가 SF였구나 하는 생각도 이 책을 통해 들었다. 인문학적인 상상을 과학이라는 기술로 미래를 미리보기 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SF팬인 한 명으로서, 저자님이 SF, 듄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더 끌린 면도 있다. 영화든, 소설이든, SF 소설가들이 상상한 미래의 모습 중, 30년 근미래내에 약 70% 정도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라는 내용을 어디서 읽었던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스타워즈’의 3PO는 오늘날의 커피 뽑아주는 서비스직 로봇으로, R2T2는 청소용 로봇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친구들이다. 이 로봇들은 작가들의 상상으로부터 태어나 글로 표현되고 과학이라는 기술로 만들어져 오늘날 팔리고 있는 제품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바로 앞 문장에서 SF 작가들의 무질서의 모서리에서 태어난 상상이 글로 표현되어 과학이라는 기술로 만들어지는 연결고리가 ‘창의’라고 읽힌다. 우리가 알고 있던 ‘창의성’과 ‘과학’의 새로운 정의를 이 책에서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창의성에서 태어나는 것들이 우리의 미래임을 이야기하는, 문화물리학자로서의 긴 여정이 읽혔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않는, 입력 장치가 고장난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흔이 넘어가서 주역을 잡는 사람을 꽤 보았다. 하지만 나는 “주역보다 추천한다는”장강명 소설가의 말처럼, 나 역시 물리적이어서 공평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 든 사람이 되겠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새로운 노인이 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주역 대신 읽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을 키워주고 싶은 학부모들이 읽어도 좋겠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20~30대가 읽어도 좋겠지만 나처럼 새로운 노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모터사이클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찰랑거리는 파마머리의 저자님 강연, 한 번 꼭 들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생기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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