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감 - AI 비즈니스와 투자를 위한 격이 다른 현장 분석
권기대 지음 / 베가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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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예감 : AI 비즈니스와 투자를 위한 격이 다른 현장 분석

*이 책의 목차
Part one, 생성 AI 혁명 2년째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가
Part two, AI 예감 : 주요 산업과 각 분야 경쟁자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챗GPT와 생성 AI 이후 AI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몇 가지 특징”을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주로 경제와 산업, 비즈니스 그리고 투자의 측면에서 AI의 발전을 고찰”(p.5)하고 있다.
이 장을 읽으며 나 역시 오픈 AI라는 선두에 뒤쳐져 있는 자존심 상한 구글의 제미나이는 어떻게 반전을 마련할지 궁금하다. 또 과연 삼성전자의 세계 최고 제조능력이 온디바이스에서 발휘해 우리나라의 미래먹거리를 삼성이 계속 차지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경제 뉴스에 나올 이야기들을 미리보기 하는 것 같아 흥미로운 장이었다. 결국 모든 AI의 산업이 AGI 개발을 향한 발걸음을 걷고 있다는 통찰은 덤. 문제는, “AI에 관한 한 미국이 누리는 장점은 압도적이다. 유럽, 일본, 한국 등의 열세는 언급이 필요없을 정도다. AI 개발에 필요한 언어 데이터의 규모, AI 인재의 집중도, 기술 투자 생태계의 규모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정책의 도움과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AI 기술 개발, 투자를 시장과 기업에만 맡겨 놓아선 그 격차를 따라잡기가 힘들다. 머지 않아 미국이 막대한 AI기술 이용료를 세금처럼 걷어갈지도 모른다.(pp.113~114)” 라는 저자의 지적에 대한 부분이다. 가뜩이나 뒤늦은 AI산업으로의 진입인데 “AI는 빠르고 정치는 느리다”(p.114)라는 전문가들의 말처럼 국가차원의 정책 도움은커녕 발목을 잡는 사안들에 대한 빠른 논의가 필요해보인다.
두 번째 파트는 AI기술의 발전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면면을 둘러보는 내용”(p.6)에 대한 저자의 종목(!) 예감(제목과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2장이 중요 포인트)이 적혀있다. 전 산업에 걸쳐 혁명적 변화중이지만 그 중 특히 로봇과 바이오쪽이 두드러진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지금 일어나는 의사들의 난 역시, 영상판독에 있어 의사보다도 정확하다는 AI의 발전이 의사라는 직업군에게 가져다준 위기감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학쪽에서는 암 치료나 동물의료, 뿐만 아니라 심리치료까지도 범위를 넓혀가는 형국인데 이 부분을 읽으며 쌩뚱맞지만 디벗이 떠올랐다. 요새 서울시교육청에서 ‘디벗’이라는 디지털교과서 배부 중인데 향후 삼년 이내로 서울의 모든 학생들이 이 디벗을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반대하고 있어서인지(잡스도 자기 자식들은 스무살까지 아이폰을 못쓰게 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지 않은가?)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디벗 홍보에 적극적이다. 그 중 대표적인 홍보내용이 이거였다. 아이들이 등교해서, 의례히 체크하게 될 그 날의 바이오리듬은 한달, 석달의 데이터로 쌓여 아이가 현재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일 때 교사와 학부모가 이를 동시에 알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식으로 쌓은 데이터는 다른 유형의 샘플 데이터가 될 것이고, 이 막대한 데이터들은 AI를 추론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뭔가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난 학생들의 미래는 아직도 잘 보이지 않았는데, AI의 미래만큼은 또렷이 보이는 그런 아이러니한 부분이었다.
이 두 파트 이후의 뒷부분에서는 “AI 기술의 발전이 초래하고 있는 몇 가지 경제적, 사회적 폐단과 문제점, 그리고 AI 기술을 악용하고 심하게는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는 위험성”(p.6)에 관해서도 나열했다. 또 AI개발의 선두주자들의 생각과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도 요약해놓았는데 나는 이 부분이 특히 좋았다.
2023년에 쓰인 <챗GPT 혁명>의 뒷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책 <AI 예감>은, 권기대 저자님의 책이다. 책을 읽고, 몇 달 전 포스코 연구소에서 펴낸 책을 읽었는데 그것과도 비슷한 결이길래 저자는 공대생도 아닌데 대기업 연구소에서 펼쳐낼 만한 책을 혼자 쓰셨네? 식견이 왜 이리 넓으신겨? 하며 책 날개에 붙은 약력을 보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시기도 했고, 전 세계에서를 다니며 쌓은 커리어도 커리어지만, <2024년 비즈니스 트렌드>라는 책과 같은 경제 서적 저자이면서, , <덩샤오핑 평전>, <부와 빈곤의 역사>, <우주 전쟁>,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등 영미, 독어, 프랑스어권 책 50여 종을 번역하셨다. 번역가라면 그 글을 쓴 저자보다도, 그들의 문장을 더 많이 읽었을 사람 아닌가? 그제서야 이 책의 광범위한 시각이 이해가 되며 부러웠다.

아직도 AI가 뭔지 잘 모르겠는 사람, 대충만 아는 사람, AI 관련 주식투자에 있어 머뭇거려지는 사람, AI가 어떤 과정에서 등장했는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호기심이 생긴 사람, 지금 현재 AI의 상황을 글로벌한 시각에서 보고 싶은 사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미래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진짜 여기 나온 종목들은 지금도 상승세에 오르고 있는 애들인데 내가 이 책을 한 달만 빨리 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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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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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강렬한 책을 만났다.

‘자유가 우릴 추하게 만든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에피그라프를 다시 보니, 저 앞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문장이 숨어있었지, 싶은 생각이 든다. 영아가 찾은 진리는 그녀를 자유롭게 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또한 추하게도 만들었다. 마치 에덴동산의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후 부끄러워했던 것처럼 이 책 역시 “부끄러워졌다.”(p.176)로 끝난다. 이 책을 내 맘대로 제목짓기 하자면, 나는 <선악과>로 짓겠다. 에덴동산의 선악과가 마치 오렌지인양, 무딘 빵칼로 잘려 지저분하게 과즙을 뚝뚝 흘리며 독자에게 한입 권유하는 <오렌지와 빵칼>을 소개한다.

주인공 영아는 스물 일곱살의 유치원선생님이다. 유치원생인 은우는 영아에게 모욕감을 주고, 남자친구 수원의 모든 것이 그냥 싫고, 은주의 모아니면 도로 강요하는 가스라이팅에 숨이 막힌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은우의 엄마와 수원은 심리치료 비슷한 센터를 권한다. 이곳에서 전두엽의 중격핵인 NAc자극체를 레이저로 3분 시술을 받는다. 사회성을 통제하는 영역의 글루타메이트가 사라진 영아는 이후 에피그라프에서 말하는 자유를 얻게 된다. (앗, 최대한 스포안하는 선에서 줄거리요약을 하고 싶었는데 잘 된건가 모르겠다)

제목과 따져보면 영아를 둘러싼 오렌지의 이야기다. 그녀의 남자친구 수원은 오년 전인가 대학 다닐 때,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 오렌지 농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영아가 다니는 유치원 애들 중 은우는 오렌지를 가장 좋아한다. 은우의 어머니는 친환경빵집 나루터를 운영하며 은우가 좋아하는 오렌지파운드 케이크를 만든다. 빵칼은 이 소설의 후반부, 클라이막스에 등장한다. 왜 하필 빵칼일까? 싶은데 영아는 서향의학연구센터에서 “ “제 주변의 모든 게 다 싫어진 느낌이 들어서요.” 이제껏 나는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글자들이 정확히 어떤 획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저 ‘싫다’라고 두루뭉술하게 뭉갰을 뿐이다.(p.93)” 라고 생각한다. 나는 ‘두루뭉술 뭉개기’만 해왔던 영아의 성격을 빵칼에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 <오렌지와 빵칼>이라는 제목을 보고 일본인의 양면성에 대해 서술한 책, <국화와 칼>이 떠올랐다. 다 읽고 나니 제목도 참 잘 지었다. 그렇다. 결국에는 현대인의 양면성에 대한 이야기다. “25마트는 내 본성, 나루터는 내 껍데기.”(p.159)라고 대놓고 묘사되는 은우 엄마의 양면성이 대표적이다. 주인공 영아 옆, 은주와 수원 역시 마찬가지다. “은주는 세상을 보다 명쾌한 시야로 인식하기에 오직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만 존재하기를 바랐다. 그녀는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는, 혹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어떠한 분류가 자기 세상에 머물 권리를 박탈시켰다.(pp.55~56)” 이분법적인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로 나오는 은주다.
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만의 양면성에 대해 말하는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동물복지를 생각한다면서 조금 더 비싼 것을 사면서 능동적 소비를 했다고 뿌듯해하면서도 인터넷 최저가를 찾아 헤매는 디지털노마드의 나 역시 영아와 은주, 수원, 은우엄마와 다를바 없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영아의 빵칼이 앞으로 무뎌질지, 날이 설지 궁금하다. 그녀의 칼날이 글루타메이트의 통제에 의해 무뎌지기를 바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자유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 서향의학연구센터로 끌어들이며 날카로워지기를 바래야 하는 걸까? 내 안에 있는 칼날을 한번 꺼내보게 되는 책, <오렌지와 빵칼>이었다.

<나홀로 추리극장>
1. 수원, 은주의 초성만 따면 ㅅ o 과 o ㅈ 이다. 이 착한 애를 이렇게 만든 원흉들이라고 생각한다. 살인-인자 : 합쳐서 ‘살인자’의 초성을 따서 이름 지어준게 아닐까?
2. 오영아라는 이름의 ooo 초성도 주목할만하다. 바로 독자 네님의 이름을 쓰시오 아녀?
3. 서향의학연구센터에서 만난 상담자의 이름이 스칼렛으로 나올 때부터 나는 이 여인의 목소리가 X-file의 스칼렛을 맡은 성우 목소리로 들리기 시작했음을 고백한다. ㅋㅋ
4. 시술받은 후 수원이 보내준 링크에서 호주에서 한 손으로 운전을 하다 죽은 사람, 넘 소름이다. 은우엄마의 전남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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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혁명 - 매일 젊어지는 세포 심상 훈련법
에릭 프랭클린 지음, 김지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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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은 후,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새로 짓고 싶어졌다. 나는 <세포혁명>대신 <내 몸의 세포와 춤출 시간>으로 부르고 싶다.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명상에서 요가로 흘러가는 흐름이 있다면 그 가운데쯤에 위치시켜야 할 것 같다. 명상보다는 좀 더 몸을 쓰고, 요가처럼 득도한 자세보다는 몸을 덜 쓰지만, 어쨌든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는 세포의 움직임을 상상속에서 시뮬레이션 돌리며 활력있는 삶의 방향으로 이끌며 시작하는 책이다. 저자는 운동과학자 에릭 프랭클린으로 ‘프랭클린 메소드’의 창시자이다. 그가 개발한 이것은 “해부학적 지식과 이해를 활용하여 인체의 운동을 최적화하고 움직임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둔 프로그램으로 웰빙에 이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책날개에서 설명한다.
“대개의 불안감은 부정적 마음 훈련을 강하게 부추긴다. 불안한 상태에서 우리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일을 뚜렷하게 시각화한다. 효과적인 마음 훈련의 토대는 명확한 긍정적 이미지, 신체적 감각, 감정적 강화로 구성되는데, 이 모든 요소는 불안과 분노에 휩싸여 있을 때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요소들을 잘 활용해 긍정적 감정과 결부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면,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피부세포가 깨끗하고, 자유롭고, 단단하고, 탄력 있는 상태라고 시각화해볼 수가 있다. 처음에는 당연히 어렵겠지만, 실습을 거듭하다 보면 신체적 감각을 통해 심상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모든 배움이 그렇듯, 심상을 활용하는 것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기술도 향상될 것이다.(pp.20~21)”
그래서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우리 몸속 세포를 일깨우는(awareness)훈련이 적혀있어 꾸준히 실천하면 “행복한 마음과 건강한 신체를 갖게 될 것이다”라고 홍보한다. A sound mind in a sound body라기 보다 A sound body in a sound mind랄까?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라는 갱년기 필수과목-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지점을 던져준 책이다. 2년 전인가? 하리하라 과학 커뮤니케이터님이 상봉도서관에 오셔서 노화에 대한 강연을 하신 적이 있다. 그때의 메모를 구글드라이브에서 찾아보니 노화에 대한 몇 개의 가설을 알려주셨다. 하나는 외부 요인에 의한 손상에 따른 노화로, 많이 쓰면, 늙는다는 마모이론이었고 다른 하나는 프로그램화되어 있다는 이론이었다. 이 책에서 “많은 세포가 약 50번 정도 분열하고 나면 죽는다. 20번 분열한 후 13년 동안 냉동되었다가 다시 활성화되어도 30번의 추가 분열만이 가능하다. 마치 일정량 또는 일정 기간을 초과하면 스위치가 꺼지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이 스위치를 찾을 수 있다면 아마도 훨씬 더 오래 혹은 영원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p.234)”라는 부분을 소름끼치며 읽었다. 노화에 대한 프로그램화, 두 번째 가설이 떠오르며 정신은 할머니더라도 ‘눈에 모기를 귀에 매미를’(‘사랑인줄알았는데 부정맥’에서 발췌) 데리고 살지 않으려면 이 책 대로 내 몸에 우쭈쭈를 열심히 해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병원생활을 마치신지 얼마 안되신 분이나 최근 근손실이 많아졌다고 느껴지는 나이의 뭔가 지끈 거리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무 힘들다고 느껴지는 분들이 해보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알콜과 니코틴을 몸에 쏟아붓고 거기에 야식으로 마라탕이라는 도파민을 자주 흡입하는 젊은 세대의 사람들에게도 꼭 권유하고 싶다.

p.s 이 책속의 컬러풀한 그림이 독자들의 시각적 심상에 자극을 주는 것은 분명하나 그림이든 사진이든 전부 금발머리 여성이라는 점은 좀 아쉬웠다. 하지만 김주환교수님의 추천의 글은 멋있었다. 아쉬웠던 점을 짚어주시면서도 좋았던 점으로 마무리하시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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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논술 선생님의 글쓰기 비밀노트 - 문해력을 키워주는 실전 글쓰기
최선희 외 지음 / 창조와지식(북모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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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학년 학부모로서, 아이가 책과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부모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울때가 많다. 이런 아이가 대학에 가기 위해 8년후 논술시험을 보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 역시 나이 먹고 책모임에 나가게 되었는데 이 인문학의 끝은 ‘쓰기’로 향해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쓰기’ 연습의 일환으로 이 인스타그램 문을 연 것도 사실이다. 무엇인가를 ‘논술’하는 일은 이 나이를 먹어서도, 연습을 꽤 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어렵다, 아니 더 어려워진다. 같은 ‘책’인데 어쩜 이렇게 장르마다 저자마다 다른지 원. 나도 이런데 이제 막 연필쥐기를 배운 초등학생들은 더 어려울 것이다.

*아이들에게 논술수업을 받게 하는 이유는 책을 읽지 않는 학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지 않아 생기는 죄책감 상실을 위한 비용이라고 어디서 주워들었다. 슬이 역시 논술수업을 받는다. 나는 왜 슬이에게 책을 읽고 쓰는 ‘논술’을 시켰을까? 생각해본다. 친한 친구가 한다길래 그때 같이 진입했다.(그 친구는 지금 그만 둠) 그 외에도 내가 읽어주지 않는 미안한 마음을 투영시켜서. 엄마인 내가 잔소리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집에서 가까워서같은 개별적이유 외에 더 솔직하게는, 내신 5등급시대를 맞아 대학고사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테고 미국의 SAT 에세이같은 논술고사 외에는 다른 대안이 딱히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주어진 어려운 지문의 핵심을 파악하는 요약과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일, 이게 한국 교육에서의 ‘논술’이라는 단어의 정의 아닐까? 이런 것을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해서, 내가 가르칠 능력이 안되어 보내나보다.

*이 책은 전국의 독서논술 선생님 열 분이 모여 ‘특별한 글쓰기 지도 방법을 제안’한 책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책으로 관심을 유도하고, 그 아이들의 생각그릇을 넓혀온 프로페셔널한 열 분의 ‘비밀노트’이다. 어떤 분은 그림책으로, 어떤 분은 공감으로, 어휘력을 중심으로, 패턴으로 글쓰는 방법으로, 이미지로, 역사전래동화를 가지고 등등 열 분 선생님의 특화된 노하우가 담겼다. 나는 사실 차례를 보며 열 분의 내용 중 겹치는 게 많지 않을까, 싶었으나 편집자님이 이미 그런 걱정까지 파악한 것 같다. 뭐하나 겹치지 않는, 열 분의 알짜배기가 쓰여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꼭 필요했던 챕터도 있었다. <공부머리>의 저자 최승필씨는 고등학교 때 한 2년을 학교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아팠고, 그 때 <코스모스>를 여러 번 읽었다고 한다. 그 경험으로 대치동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고 쓰여있었다. 나는 성인이 되어 ‘코스모스’를 읽었지만 책버킷리스트 지우는 데 의미를 두고 훑었기에 제대로 읽었느냐는, 질문에는 엄청 찔릴 것 같다. 그런 책을 고등학교의 아이들이 읽어낸다는 부분이 나에게는 갸우뚱하다. 물론 읽어내는 아이가 있겠지만 몇 명이나 될까? 그래서 학부모들이 열광했던 <공부머리>를 읽으면서도 나는 저자에게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슬이 역시 날 닮아 그래도 재미있는 책은 좀 읽는데 비문학을 당최 읽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슬이같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챕터, ‘읽고 쓰는 힘’과 ‘수능까지 이어지는 초등 비문학 독해단계&구조화글쓰기’가 있었다. 하나는 아는 줄 알았는데 방법은 잘 모르고 있었던, 글의 주제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이었고 다른 하나는 독해에도 단계가 있다며 일단 훑고, 의미덩어리로 읽어내고 키워드를 찾아 구조화글쓰기 하는 단계로 이루어진 챕터였다. 슬이보다 나에게 더 도움이 되었던 부분임을 고백한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을 법한데 교과서로 국어 배울 때와 실제로 독서할 때의 적용능력은 (슬이만 그런가) 상당히 별개의 영역으로 보인다.(슬이는 국어과목을 제일 싫어한다. 읽고 쓰고 발표해야 되는 과목이라며!!! 그래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런 적용에 관한 부분이 우리나라에서 논술을 따로 시켜야 하는 빼박이유지 싶다.

*논술을 보낼 시간이 없는 아이들이나 프로페셔널한 논술선생님들의 스킬을 몰래 배우고 싶은 학부모님들이 보면 좋겠다. 선생님들의 인스타와 블로그도 주소도 써있어 관심있는 분들의 SNS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학령 연령에 맞는 다양한 책 추천은 꿀이다. 나는 사실 요런 책은 책 리스트 때문에 찾아보는 편이다. 가끔은 새로 나온 책들도 좋지만 아무래도 선생님들의 눈에 검증받은 보물같은 책의 가치는 따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퍼주신 열 분의 선생님에게도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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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듣는 맛
안일구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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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듣는 맛>
*이 책을 쓴 안일구 저자는 플루트 연주자로 꾸준히 활동하며 유튜브 채널 ‘일구쌤 19teacher’과 매일 아침 8시에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하루하나클래식’을 운영하고 있다. 클래식에 관한 다른 책도 많지만 나는 저자의 고백같은 ‘프롤로그_클래식을 좋아합니다’에 이끌렸다. “어떻게 악기를 다루는지는 배웠지만 어떻게 클래식과 친해지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아주 느리고 긴 여정이었고, 음악을 전공한 이후에도 ”클래식을 좋아합니다“라고 하기까지 족히 5년은 걸린 것 같습니다.(pp.5~6)”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던 나 역시, 피아노는 5-6년 친 것 같은데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기는 적은 시간이었다. 클래식 애호가였던 큰언니가 있었기에 여러 음반을 구경하고 이름에 익숙해지고, 많이 들어본 음악이 어디선가 들리고 하며 익숙해지는 과정이 있었음에도 나는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진 않고 몇 곡의 노예만 되어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 프롤로그를 읽으며 이 책에 담긴 저자의 경험이 나에게 어떤 맛을 선사할 것인가 궁금해하며 <클래식 듣는 맛>을 집어들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부 ‘클래식 음악의 3가지 축’은 작곡가, 연주자, 애호가(듣는 이)에 대한 기본설명이다. 2부 ‘클래식 듣는 맛’은 책제목과 같은 챕터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대한 저자만의 해석이란 점에서 나는 이 책을 다른 입문서보다 더 높은 별점을 주고 싶다. 들리지 않지만 직관적인 클래식에 대한 이 글은, 저자가 많은 시간을 들여 경험한 것들을 내가 너무 쉽게 호로록 얻어가는게 아닌가,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저자가 듣는 방식의 이야기는(2부) 7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예로 들어보면,
“예술 작품은 답을 주는 대신 질문하게 하며 상반된 답들 사이에서 긴장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라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예술은 질문하게 한다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다섯 가지의 대비 -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꿈, 과학으로 증명된 것과 증명되지 않은 것, 말하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 시간이 한정된 곳과 시간이 무한한 장소-를 제시한다. 그리고나서 저자는 다음의 인용문과 함께 예술이란, 전자의 세계에서 꾸준히 후자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휘자나 연주자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들은 마치 A(전자)의 세계가 없는 것처럼 작곡가가 만든 B(후자)의 세계에 무섭게 몰입합니다. 연주가 끝나기 전까지 그곳에 머무르고 싶어합니다. A의 세계로 돌아온 이후에도 언제나 다시 매력적인 B의 세계로 돌아가길 희망합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음악의 도움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P.51)

나는 이 문단을 읽으며 현기증이 났다. 당장 B의 세계로 빠져들 준비가 되었으므로.

3부 ‘클래식 제대로 즐기기’ 에서는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에 대해 설명한다.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11가지 팁 부분을 읽으며 나는 진짜 좋아진 세상에서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 콘서트에서의 에티켓은 덤.
4부에서는 ‘입문자를 위한 클래식 명작 106’으로 이 책의 2/3정도를 할애했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90%의 클래식 최애가 담겨있다고 장담한다. 평소 좋아하는 곡이라던가, 광고음악이라던가, 전시회를 가서든, 카페에 가서들은 곡이라던가, 영화를 보다가 나온 클래식이든,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클래식이 여기 다 들어있다!!! 독자들이 천천히 클래식을 즐기고 음미할 수 있도록 100여 곡의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했다. 음악을 굳이 찾아보지 않고, QR 코드를 이용해 바로 접할 수 있어 더 꿀이다.(최근에 ‘감각의 논리’ 읽다가 베이컨 작품을 따로 찾아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 책이랑 넘 비교된다)

나는 궁금하다. 내가 이 100곡을 다 맛본 후에 나의 최애는 어떤 곡이 될지.

“음악은 누군가의 마음입니다. 음악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맞닿는 기적을 여러분도 경험하길 바라며 이 책을 써 내려갔습니다.”(p.6)

나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내 마음이 음악가의 마음에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QR을 찍는 책, <클래식 듣는 맛> 추천합니다.

p.s 표지의 플롯 부는 소년을 보며 저자님의 전공, 플롯을 떠올려본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소년이고자 하는 저자의 모습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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