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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소년 표류기 ㅣ 팡세미니
쥘 베른 지음 / 팡세미니 / 2024년 7월
평점 :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생존능력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시선은 지극히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 흐름으로 돌아가는 ‘현대사회’에 맞춰져 있다. -소설가 천선란”이라는 띠지를 두른,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를 소개한다.
쥘 베른의 또 다른 소설인 <80일간의 세계일주>는 동물주인공들이 나오는 만화(!)로 나 어릴적 KBS에서 방영한 적 있다. 중절모를 쓴 사자아저씨가 배 또는 기구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내용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1828년생 프랑스인 입장에서, 배를 타고 낯선 땅에 내리면 다 자기땅이 되는 마법의 총균쇠를 가진 시대 한가운데 살았으니 이런 어드벤쳐가 즐거웠을 수도 있겠다라는 삐-뚤어진 마음을 가져보기도 한다.
YBM 시사 출판사의 빨간 영한대역문고 중 <파리대왕>이 집에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이 둘을 교묘히 섞어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자크가 죽으려나? 언제 죽으려나? 이상하다, 분명 어린애가 죽었는데? 기다리며 읽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뉴질랜드 오클랜드에는 ‘체어먼’이라는 학교가 있었다. 여기에 다니는 학생 14명은 1860년 2월 14일, 슬루기호를 타고 6주간 항해를 할 예정이었다. 너무 두근댄 나머지 하루 전날밤 배에서 잔다. 눈떴더니 태평양 한가운데였다. 그나마 배에 대해 아는 13살 프랑스인 브리앙과 12살 모코라는 흑인 견습선원이 부러진 돛 재생해가며 겨우 어떤 섬에 도착하게 된다. 14살 미국인 고든과 열세살 영국인 도니펀, 그의 꼬붕 윌콜스, 웨브, 사촌 크로스와 가넷, 서비스, 백스터, 브리앙의 동생 자크, 그리고 9살 아이버슨, 젬킨스와 8살 돌과 코스타까지 총 15명이 이 섬에 2년 정도 표류하며 겪는 일들이다.
나는 작가가 왜 15명이나 이 섬에 가둬야했을까?가 가장 궁금했다. 아이들보다 먼저 이 섬에 표류되어 홀로 죽은 보두앵을 생각하면, 혼자보다는 집단이어야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조건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또 15명이라 한 ‘사회’로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프랑스인 브리앙과 영국의 우두머리인 도니펀을 따르는 두 무리로 나뉜다. 또 섬에 도착해 이름을 짓는데 서쪽 곶이 3개라 각각의 나라 이름을 따서 명명하는 모습에서는 제국주의 나라 아이들 답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어린 소년들에게도 시계태엽을 감는 일이라든가, 달력 체크하는 책임을 나눠주고, 벡스터에게는 일지를 기록하게 한다. 1년이라는 임기가 있는 지도자를 뽑기도 하고 도니펀이 아이들 몇을 데리고 떠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작게는 어떤 목적을 가진 그룹에서, 크게는 국가라는 집단인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그런 것들이 어떻게 형성되는지가 이 열다섯 소년들이 이 섬에서 살아가는 나날들 속에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들이 몇 가지있다. 먼저 어른들. 배를 훔쳐서 노예선 장사하려는 악당 어른들도 이 섬에 표류하게 된다. 애들보다 쉽게 타인을 배신하고, 결국에는 모두가 죽는 어른의 모습과 아이들의 모습이 대비되며 참 아이러니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보다 낫다는 쥘 베른의 결론에 공감했다. 또 하나는 책의 표지다. 책 반 정도 보다가 표지에 그려진 아이는 누구였지? 브리앙인가?했다. 곱슬머리에 고동색 피부였다. 이 책에서 견습선원으로 나오는 유일한 흑인 열두살 모코가 메인 표지 모델이었다. 14명의 백인아이들 속 유일한 흑인소년. 돛이 쪼개졌을 때 다시 돛을 세워야 된다고 브리앙에게 이야기해주던 소년. 섬에서도 아이들의 요리를 책임지던 소년. 브리앙에게 자크를 용서할 것을 권유하는 소년이다. 이렇다보니 책의 마지막부분에서는 케이트 아주머니가 이후 도니펀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후기를 남기는데 나는 오히려 모코의 행방이 더 궁금해져버렸다. 모코가 책의 표지로 그려진 미니팡세 출판사의 이 책, 너무 좋다.
p.s 1. 몰랐는데 슬이는 이 책을 2-3년전에 읽었다고 한다.(헐?) 하지만 얘가 잘 기억을 못한다. 얘는 누가 죽어야 기억하는 스타일이다. 슬이도 나중에 <파리대왕>읽으면 날닮아 섞어서 기억할 확률 99.9999를 느낀다.
2. 그와중에 제일 나이 많은 고든을 미국인 시켜준거 보면 프랑스인 쥘 베른은 영국놈들은 참 싫어하지만 그래도 미국인에게는 우호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