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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 - 일본에서 찾은 소비 비즈니스 트렌드 5 ㅣ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도쿄에 거주하는 애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서 글을 쓰는 정희선 저자님은 <사지 않고 삽니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와 같은 일본의 소비 트렌드에 관한 책을 주로 써왔다. 이 책,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2025>는 작년에 출간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무래도 우리보다 먼저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일본의 Z세대와 시니어들이 원하는 트렌드 변화가 커 보인다. 동시에 그러한 타겟층의 지갑을 어떻게 열수있을지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고민과 공략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세계의 트렌드를 미리보는 책으로 이 책보다 아주 쪼오금 더 유명한 <트렌드 코리아2025>에서 제시한 ‘무해력’같은 키워드가 이 책에서도 읽혔다. 이 책 2장의 ‘Z세대의 감정을 움직여라’ 챕터에서 ‘에모 소비’에 대해 저자는 쓰고 있는데 ‘에모’란 emotion, 감정에서 유래한 일본어다. 노래 가사에 맞춰 맛이 변하는 사탕(이건 나도 엄청 혹하는데, <전천당>에서 팔 것만 같잖아!) 이나 식을 줄 모르는 랜덤 뽑기기계의 인기, 향수 구독 서비스는 선택하지 않아도 되면서도, 우리나라의 트렌드와도 맞는 결의 ‘작고 소듕한’(엄마들 입장에선 예쁜 쓰레기), 무해력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 책의 구성은 총 5장으로 되어있다.
‘1장 [저성장] 새로운 시장을 만들다’에서는 그동안 꽤 목돈이 필요했던 여행과 피트니스 쪽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2장 [Z세대] 소비하지 않는 20대를 설득하는 법’에서는 우리나라 젊은 층과 반이상 닮은 일본의 선택하지 않고, 여행가지 않고, 영화관에서 영화보지 않는 Z세대를 다룬다. ‘3장 [공간] 쓰임이 바뀌다’는 공유주택이나 몰입형 경험을 주는 공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를 뺀, ‘물건을 팔지 않는’ 공간을 다룬다. ‘4장 [고령화] 모든 것이 늙어가는 사회’에서는 빈집과 노후되어가는 인프라,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5장 [유통] 인구 감소 시대의 전략에서는 그래서 지금 현재 일본 기업인들이 어떤 공략으로 소비를 유도하는지에 대해 나온다.
독자가 사업가라면 5장에 혹했겠지만 나는 2장과 3장이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2장의 소비하지 않는 20대를 다룬 챕터에서 일본 Z세대들의 “소비행태를 설명할 때 ‘바나레’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p.114)는 것이다. 이는 ‘떨어지다’, ‘멀리하다’라는 뜻의 동사인데 자동차를 사지 않는 젊은이들을 ‘구루마 바나레’, 술을 마시지 않는 이들은 ‘사케 바나레’, ‘알콜 바나레’라고 한다.(최근에 <필경사 바틀비>를 읽었는데 바나레가 바틀비로 읽혔다ㅋ) 또, 일본 젊은층 여행 경향 부분에서는 “ ‘청년들이 여행을 가지 않는다’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p.120)며, 이들은 ‘여행’이라고 하면 허들이 높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예약해서 실행하는 등의 일정에 부담스러워 한다. 그래서 멀리가지 않는 ‘이자카야 이상 호텔 미만’이라는 컨셉트의 BEB5(베브 파이브)가 탄생한다. “20~30대를 타깃으로 만든 호텔 브랜드”이면서 “BEB5라는 이름을 단 첫 번째 호텔은 도쿄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유명 휴양지인 카루이자와”(p.123)를 예로 설명한다. 1박에 1만 5천엔(약 15만원)이며, 성수기 상관없이 고정요금제이다. 호텔로비에는 의자, 소파, 긴탁자가 있고 각종 보드게임이 비치되어 있으며 24시간 오픈되어 있는 공용 공간에서는 근처의 편의점이나 가게의 먹을 거리 뿐 아니라 외부 주류 반입을 허용했다.(아쉬운 점은 29세 미만에만 적용된다는 것?) 이런 컨셉을 잡은 호시노 리조트의 대표는
“지금 여행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40대, 50대도 20년만 지나면 60대, 70대의 고령자가 되어 소비력이 떨어집니다. 대신 주축이 되는 것은 지금의 20대, 30대입니다. 그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젊은 시절부터 여행이 즐겁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미래 여행 수요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p.128)라고 말한다. 일본인(Japanese)이어서 MBTI 파워 J 인가 싶다가도, 팔아먹는 넘들은 계획적인데, 선택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Z세대와의 간극이 느껴졌다.
그리고 3장인 공간의 변화에 다루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최근 도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를 소개한다. 관람객이 다가가면 빛이 반응하는 미디어아트 전시,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스토리형 테마파크, 호텔에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숙박하며 체험하는 ‘숙박형 연극’등 다양한 형태의 몰입형 전시가 등장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p.159)
우리나라가 진정, 디지털 강국으로 미디어 아트 쫌하는 나라(진품은 없지만 삼성과 엘지의 나라라서?)라고 생각했는데 일본 역시 그랬다. 특히 반 고흐같은 경우 17세기부터 네덜란드와 먼저 교류하던 일본을 생각해보면 졌다... 심지어 일본에는 그의 진품 ‘해바라기’가 떡하니 신주쿠의 한 미술관에 걸려있는 나라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졌다... 인구수도 그렇고 덕후 수에도 밀릴 것 같다. 이런 미디어아트 말고도, 맥주 맛으로도 유럽과 밀리지 않는 아사히 맥주의 ‘이머시브 체험형 바’ 역시 혹하지 않을 수 없는 공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진짜 유니클로는 안입을 수 있었지만 아사히 맥주에는 ... 털썩)
빨리 빨리를 좋아하다가 저출산과 초고령화까지 빨리 올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것들을 미리 겪은 일본에 대한 이 책, 그리고 심리적으로는 거리두기 하고 싶지만 엔화가 최저인 요즘, 게다가 홍준표, 아니 구준표가 우동 사먹으로 비행기를 띄울 계절이 다가오고 있기까지, 체감상 어쩔 수 없이 밀접한 일본에 대한 이 책, 정말 주변에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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