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1 팡세 클래식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카나 그림, 보탬 옮김 / 열림원어린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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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김고은님이 주인공이었던 한국판 드라마도 있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여성감독이 연출했다는 2019년 <작은 아씨들>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베쓰가 언제 죽나’ 하며 보았다. 그러다가 조와 베쓰가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참 예뻤다. 조는 베쓰에게 어떻게든 자기가 너를 안죽게 하겠다고 소리 지르고 이 착한 동생은 자기는 하도 죽음을 많이 생각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죽음은 썰물과 같아, 천천히 가지만 꼭 지나가는 거야"라며 오히려 조를 위로한다. 이 대사가 끝나고 서로를 안고 있는 자매 위로 썰물을 데리고 올 바다바람이 거세게 분다. 그리고 그 바람들은 흰 모래들을 휩쓸어간다. 베쓰가 이야기하는 죽음을 보여주고 있던 장면이었다. 그 외에는 엠마 왓슨이 왜 조연인 메기를 맡았지? 궁금했고, 어쩐지 남주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더만, 키만 좀 크면 인기 많을텐데..하며 봤더랬다. 왜 한국인에게는 이런 아련한 눈깔(!) DNA는 없을까? 하며..(이 사람이 티모시 살라메인건 <듄> 보며 알게 된 무식했던 나..)

이러한 배경을 뒤로 하고, 2024년 새롭게 읽게 된 팡세클래식 시리즈의 <작은 아씨들>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녀들의 청교도적인 일상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낯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마치가의 네 아씨들을 보며 생각할 만한 지점들이 많았다. 춥고 배고프며,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던 시대지만 아주 작은 성취 하나에도 울고 웃는 그녀들을 보며, 지금은 등 따숩고 배부르지만, 없어져버린 어떤 미덕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무래도 조가 그 당시의 평범한 아씨들과 달라 돋보인다. 조의 서사가 전개될 때 마다 나는 제인 오스틴, 시몬 드 보부아르, 버지니아 울프, 박경리 작가님을 떠올렸다. 고군분투하는 어린시절의 그녀들이 내게는 조였다. 하지만 이번에 읽을 때 나는 메기와 에이미도 달라보였다. 분명 유행하는 드레스나 예쁜 물건을 좋아하고, 또 그것들이 어울리는 미모의 메기지만, 가난한 남자를 선택한 그녀가 그와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나, 에이미가 어쨌든, 부모 없이 자란 로리의 입장에서 택할 수 있는, 자신의 지위에 어울리는 격식을 갖춘 아가씨였다는 점 등이 눈에 들어왔다. 이 네 자매 모두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겪으며 성장하는 모습이 고르게 읽혔달까? 이게 바로 뻔할 것만 같은 책을 또 읽어도 새로운 독서의 후광?

글밥 많은 책을 도전할만한, 사춘기 여자아이들에게 선물해주기 참 좋은 책이다. 이 네 명 중 어느 한 명에게는 꼭 이입할 인물이 있을 것같다. 나는 새삼 이 네 딸들의 엄마에게 눈길이 갔다. 남편은 전쟁 보내고 네 딸을 홀로 건사하는 마치 부인 리스펙...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첫 책으로 쥘 베른의 소설들, 그리고 이번에 <작은 아씨들1, 2>가 출간된 팡세 클래식도 응원한다. 세계문학을 읽히고 싶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단행본으로 선물하기에도 알맞은 예쁜 시리즈의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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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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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미술관련 책들 중 <나는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입니다>가 남다르게 좋았다. 일반적인 미술관련 책들은, 유난한 화가의 일생이나 미술 사조, 가치(얼마짜린지),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를 주로 다룬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저자가 형의 죽음을 기점으로 10년동안 메트로폴리탄에 머문다. 나는 그가 형에 대한 애도를 그 메트로폴리탄에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유물들과 함께 그 곳에 묻은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애도를 ‘온전히’ 마친 그는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인생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든다. 그래서 당분간 이 책을 이길 책은 없겠지 싶었던 차에 <언니네 미술관>을 만났다. 게다가 나혼자만의 인연도 있는 저자다. 코로나 초기, 당시 브런치로 데뷔하는 작가들이 많았는데 그 중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를 출간한 이진민 저자의 북토크를 줌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사실 그 때 줌도 익숙하지 않고 또 여기서 현재동아리 박 땡땡 회장님을 처음 만났다, 나만 기억하려나) 그 당시 저자님은 독일에서 육아와 철학 공부를 동시에 하고 계셨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언니네 미술관>을 만났다. 순전히 제목만으로 고른 픽인데 뭔가 이런 우연한 조우에 대해 혼자 즐거워하고 있는 중이다. 나 이 언니 알아, 요런 느낌으로 ㅎㅎ

<언니네 미술관>이라는 책 제목을 읽으며 뭔가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 생각이 나기도 했다. 저자인 이 언니가 보여주고 싶은 그림들을 모은 책인가 싶기도 했는데 역시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모으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동료 여성들, 즉 세상의 딸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담은 책입니다.(...) 원래 이 책의 가제는 ‘세상의 딸들을 위한 미술관’이었습니다.(p.5)라고 한다. ‘저자의 말’에서 이 언니는 “사소함, 익숙함, 하찮음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쓴 부분입니다.(p.4)”라며 이어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에 대해 언급한다. “이 세상의 차갑고 딱딱하고 갈라진 것들을 조금씩 적시는 글을 쓰고 싶다고.(p.5)” 의미라고 한다. 이 언니가 각 장마다 제시하는 키워드들 – 1장의 근육, 마녀, 거울 2장의 슬픔, 서투름, 사소함, 익숙함, 하찮음 3장의 직선과 곡선, 앞과 뒤, 너와 나-로 이 책은 채워져있다. 이 키워드에 대한 언니의 생각들을 먼저 독자에게 던져준다. 그리고 그녀가 모은 그림들을 같이 보며 이 언니가 느낀 감각과 감성에 빠져든다. 어라? 난 어느새 헤엄치고 있다. 그런데 이 물은 우유다. 이 언니가 우유 따르는 여인이었네. 나는 이 우유수영장에서 좀 더 있고 싶다. 이 언니의 우유 항아리가 마치 지금도 바닷속에서 소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멧돌이었으면 좋겠다, 싶다. 이 우유같은 문장들 중 ‘슬픔’에 대한 부분 공유해본다.

“기쁨은 딱히 묻지 않아도 좋은 감정이다. 섬세히 묻지 않고도 그 사람이 발산하는 기쁨의 파장 안으로 뛰어들 수 있다. 하지만 슬픔은 섬세히 물어도 공명이 어려운 감정이다. 각자가 가진 슬픔의 회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기쁨에는 교집합이 많지만, 우리가 슬픔을 느끼는 지점과 거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각자의 고유한 식을 가진 함수 같은 것이다. 그저 물을 수밖에 없다. 물어도 닿지 않을 확률은 높지만 혼자 슬퍼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닿을 것이기에.(p.145)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글이다. 나 이 언니랑 미술관 같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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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 - 일본에서 찾은 소비 비즈니스 트렌드 5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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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거주하는 애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서 글을 쓰는 정희선 저자님은 <사지 않고 삽니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와 같은 일본의 소비 트렌드에 관한 책을 주로 써왔다. 이 책,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2025>는 작년에 출간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무래도 우리보다 먼저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일본의 Z세대와 시니어들이 원하는 트렌드 변화가 커 보인다. 동시에 그러한 타겟층의 지갑을 어떻게 열수있을지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고민과 공략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세계의 트렌드를 미리보는 책으로 이 책보다 아주 쪼오금 더 유명한 <트렌드 코리아2025>에서 제시한 ‘무해력’같은 키워드가 이 책에서도 읽혔다. 이 책 2장의 ‘Z세대의 감정을 움직여라’ 챕터에서 ‘에모 소비’에 대해 저자는 쓰고 있는데 ‘에모’란 emotion, 감정에서 유래한 일본어다. 노래 가사에 맞춰 맛이 변하는 사탕(이건 나도 엄청 혹하는데, <전천당>에서 팔 것만 같잖아!) 이나 식을 줄 모르는 랜덤 뽑기기계의 인기, 향수 구독 서비스는 선택하지 않아도 되면서도, 우리나라의 트렌드와도 맞는 결의 ‘작고 소듕한’(엄마들 입장에선 예쁜 쓰레기), 무해력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 책의 구성은 총 5장으로 되어있다.
‘1장 [저성장] 새로운 시장을 만들다’에서는 그동안 꽤 목돈이 필요했던 여행과 피트니스 쪽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2장 [Z세대] 소비하지 않는 20대를 설득하는 법’에서는 우리나라 젊은 층과 반이상 닮은 일본의 선택하지 않고, 여행가지 않고, 영화관에서 영화보지 않는 Z세대를 다룬다. ‘3장 [공간] 쓰임이 바뀌다’는 공유주택이나 몰입형 경험을 주는 공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를 뺀, ‘물건을 팔지 않는’ 공간을 다룬다. ‘4장 [고령화] 모든 것이 늙어가는 사회’에서는 빈집과 노후되어가는 인프라,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5장 [유통] 인구 감소 시대의 전략에서는 그래서 지금 현재 일본 기업인들이 어떤 공략으로 소비를 유도하는지에 대해 나온다.

독자가 사업가라면 5장에 혹했겠지만 나는 2장과 3장이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2장의 소비하지 않는 20대를 다룬 챕터에서 일본 Z세대들의 “소비행태를 설명할 때 ‘바나레’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p.114)는 것이다. 이는 ‘떨어지다’, ‘멀리하다’라는 뜻의 동사인데 자동차를 사지 않는 젊은이들을 ‘구루마 바나레’, 술을 마시지 않는 이들은 ‘사케 바나레’, ‘알콜 바나레’라고 한다.(최근에 <필경사 바틀비>를 읽었는데 바나레가 바틀비로 읽혔다ㅋ) 또, 일본 젊은층 여행 경향 부분에서는 “ ‘청년들이 여행을 가지 않는다’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p.120)며, 이들은 ‘여행’이라고 하면 허들이 높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예약해서 실행하는 등의 일정에 부담스러워 한다. 그래서 멀리가지 않는 ‘이자카야 이상 호텔 미만’이라는 컨셉트의 BEB5(베브 파이브)가 탄생한다. “20~30대를 타깃으로 만든 호텔 브랜드”이면서 “BEB5라는 이름을 단 첫 번째 호텔은 도쿄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유명 휴양지인 카루이자와”(p.123)를 예로 설명한다. 1박에 1만 5천엔(약 15만원)이며, 성수기 상관없이 고정요금제이다. 호텔로비에는 의자, 소파, 긴탁자가 있고 각종 보드게임이 비치되어 있으며 24시간 오픈되어 있는 공용 공간에서는 근처의 편의점이나 가게의 먹을 거리 뿐 아니라 외부 주류 반입을 허용했다.(아쉬운 점은 29세 미만에만 적용된다는 것?) 이런 컨셉을 잡은 호시노 리조트의 대표는

“지금 여행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40대, 50대도 20년만 지나면 60대, 70대의 고령자가 되어 소비력이 떨어집니다. 대신 주축이 되는 것은 지금의 20대, 30대입니다. 그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젊은 시절부터 여행이 즐겁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미래 여행 수요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p.128)라고 말한다. 일본인(Japanese)이어서 MBTI 파워 J 인가 싶다가도, 팔아먹는 넘들은 계획적인데, 선택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Z세대와의 간극이 느껴졌다.

그리고 3장인 공간의 변화에 다루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최근 도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를 소개한다. 관람객이 다가가면 빛이 반응하는 미디어아트 전시,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스토리형 테마파크, 호텔에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숙박하며 체험하는 ‘숙박형 연극’등 다양한 형태의 몰입형 전시가 등장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p.159)

우리나라가 진정, 디지털 강국으로 미디어 아트 쫌하는 나라(진품은 없지만 삼성과 엘지의 나라라서?)라고 생각했는데 일본 역시 그랬다. 특히 반 고흐같은 경우 17세기부터 네덜란드와 먼저 교류하던 일본을 생각해보면 졌다... 심지어 일본에는 그의 진품 ‘해바라기’가 떡하니 신주쿠의 한 미술관에 걸려있는 나라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졌다... 인구수도 그렇고 덕후 수에도 밀릴 것 같다. 이런 미디어아트 말고도, 맥주 맛으로도 유럽과 밀리지 않는 아사히 맥주의 ‘이머시브 체험형 바’ 역시 혹하지 않을 수 없는 공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진짜 유니클로는 안입을 수 있었지만 아사히 맥주에는 ... 털썩)

빨리 빨리를 좋아하다가 저출산과 초고령화까지 빨리 올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것들을 미리 겪은 일본에 대한 이 책, 그리고 심리적으로는 거리두기 하고 싶지만 엔화가 최저인 요즘, 게다가 홍준표, 아니 구준표가 우동 사먹으로 비행기를 띄울 계절이 다가오고 있기까지, 체감상 어쩔 수 없이 밀접한 일본에 대한 이 책, 정말 주변에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도쿄트렌드인사이트2025#원앤원북스#정희선저자#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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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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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역사의 변곡점에서 펼쳐진 언더독의 치열한 저항의 순간들

저자 김형민님은 ‘산하’라는 필명으로 2010년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산하의 오역’이라는 글을 꾸준히 올렸다.

“답답하지 않았던 시대는 없고, 소수만 자유롭고 즐거울 뿐인 세상이었으며, 변화를 꿈꾸는 자는 꽃다발보다 불벼락을 더 맞았으되 세상을 바꾸려는,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끊인 적은 없다고. 한번 힘을 내보자고, 함께 뭐든 해보자고.”(p.7)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저자가 왜 ‘울컥하게 만드는 글솜씨’가 있는 글쟁이인지 느껴졌다. 역사를 읽으며 울컥하는 순간이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이길 때’이다. 영어단어로는 UNDERDOG이라 하고 저자는 이에 대해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 역사는 새로 쓰인다”라고 책 표지에 써놓았다. 이 책은 약자이지만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 이 다섯가지를 충만하게 가진 언더독들의 재발견을 다루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저자가 역사 전공이 아니지만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읽을 맛 나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1장의 생존을 위한 전략에서 저자는 홍대선 작가가 쓴 <한국인의 탄생>이라는 책을 언급하며 저자는 한국사에서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을 꼽으라면 고려 현종 때 있었던 거란(요나라)의 2차 침입을 들 수 있을 것 같다.”(p.56)라고 말한다. 이 사건 당시, 황제가 군대를 이끌고 압록강을 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서 “나는 고려인이다!”라고 외친 강조나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 인기 몰이를 하는 가운데 부각된 양규 장군을 이야기한다. 난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양규, 김숙흥 등이 이끄는 고려군들은 호랑이에 굴하지 않는 고슴도치의 기세로 거란군을 찔러대기 시작한다.”(p.62)같은 표현을 읽으며 내가 알지 못했던, 위인 한 명을 마음속에 새겨볼 수 있었다. “채찍을 맞으며 끌려가던 고려인들에게 ”양규 장군이 나타났다“라는 외침 이상의 복음이 있었을까.”(p.64)이런 표현도 그렇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언더독이 바로 저자였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스위스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 나라는 무슨 복이 있어서 저렇게 중립국을 할까, 지정학적 위치상 우리나라가 중립국 하기 딱 좋은 위치 아닐까 싶었다. ‘합스부르크 대군을 격파한 스위스 용병’ 부분을 읽으며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립국이라는 위치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구나싶다. 알프스 산맥이라는 첩첩산중에서 농사나 장사가 잘되기는 힘든 지형에서 스위스는 “유럽에선 수백 년 동안 가난함의 대명사로 꼽혔다.”(p.105) 고 한다. 하지만 산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체력 덕일까? 용병쪽으로 살길을 찾는다. 심지어 신의까지 있는 이 스위스 용병은 “로마 교황을 수호하는” 스위스 근위병의 전통을 갖게 된다. 다음은 어느 전사한 스위스 용병 호주머니의 유서의 한 문장이다. “우리가 신의를 저버린다면 우리 후손들이 직업을 잃을 것이다.”(p.108)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약하지만 비루하지 않고, 작지만 바스라지지 않는 자존감을 고수하는 약자는 그 어떤 위기에서도 용기의 빛을 발하고 패하더라도 굴하지 않으며, 타인들로부터 존중을 획득한다.”(p.109) 이런 부분을 읽으며 친일의 역사가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우리나라를 생각한다. 우리에겐 없고 스위스가 있는 것이 ‘신의’임을 한 수 배운다.

아무래도 강국들 사이에 끼여있는 한국인 입장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언더독이 쟁취하는 것들에 대해 침흘리지 않을 수 없다. 강대국들의 필승법 같은 커다란 벽에 아주 자그마한 균열을 낼 수 있는 정도만 하더라도 큰 성취라는 생각이 둔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미국, 중국처럼 G1이 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우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새우등 신세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 쓰여있는 데로 우리나라가 언더독이 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를 생각해본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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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뉴스툰 1 - 동아시아 세상을 보는 눈
뉴스툰(이강혁) 지음 / 펜타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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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학생들은 이 조그마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수많은 인물들과 역사적 사건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다. 나 역시 그나이에는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라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성취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유럽이나 영어권 학자들이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굉장히 신기해하는 영상들을 보며 ‘아 이게 대단한거였구나’ 역으로 깨닫게 되었다. 이후 우리나라의 관료들이 중국과의 외교적인 문제에 있어 상당히 잘 처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저 수많은 공물과 공녀를 보낸 댓가가 아니였음을 알게 되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지정학적 위치’라는 단어는 세계 정세를 바탕으로 무게가 실린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암기능력을 갈고 닦으라고 역사와 세계사를 배우는 게 아니라 이 작은 나라를 지켜온 힘을 이어받기 위해서 임을 이 책을 통해 생각해본다.

‘먼나라 이웃나라’가 이전의 역사를 다루었다면 이 책은 지금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한국을 책임질 청소년들에게 옆지기 ‘중국과 일본이란 나라는 원래 그랬으니까’가 아니라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현재의 일을 벌이고 있는지 쉽게 웹툰으로 접근할 수 있는 <뉴스툰>의 등장이 반갑다. 전쟁의 이면에 자리잡은 이득보는 나라, 가스를 위안화로 지불한 일은 어떤 의미인지, 탈원전을 둘러싼 나라들의 이야기들, 일본이 오커스에 중심국이 되고자 하는 이유, 네이버 라인의 일본에서의 운명같은, 교과서에는 실리지 않았겠지만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들. 저자는 오늘 날의 세계에서의 동아시아 이야기를 1권에 담았다. 2권 다음이 기다려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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