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 전쟁, 위기의 세계사 - 위기는 어떻게 역사에 변혁을 가져왔는가
차용구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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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어떻게 역사에 변혁을 가져왔는가
<역병, 전쟁, 위기의 세계사>

현재 우리가 직면한 미증유의 위기들 –코로나라는 질병,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의 시대다. ‘위기’라는 단어에는 ‘위험’과 ‘기회’라는 의미가 함께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인류가 지나온 위험한 역사 속에서 기회가 될 수 있는 역사적 통찰을 ‘변경’, ‘접경’으로 시도한다. 알고보니 차용구저자님은 서양사 전공자로 동서양의 접경을 연구하는 중앙대, 한국외대 HK+ 접경인문학연구단의 단장을 역임했고 현재 중대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나는 이때까지 외국 지역학이란 문화나 역사, 정치적인 외교문제를 위한 현상황정도를 배우는 단순한 학문으로 알았다. 지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이렇게 다양한 모색과 해결방안을 꾀하고 있었구나를 배웠다. 또 한 나라의 대표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다시 느꼈다. 메으켈 총리도 그렇고 2022년 헝가리 총리였던 빅토르 오르반 그렇고 블라디미르 푸틴도 그렇고(이 세 명은 이 책을 읽으면 바로 느껴진다!) 현재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분도 그렇고 말이다.

이 책의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환경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은 역사’에서는 주로 역병, 팬데믹이나 환경오염에 대해 대처하는 나라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2부 정치 위기 속에서 길을 찾은 역사’는 두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장 우크라이나 문제의 기원’에서는 현재 러시아의 불곰, 오래해먹는 이 양반, 푸틴이 전쟁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룬다. ‘2장 평화 공존의 기억’은 그 외의 다양한 나라들의 역사 속에서 공존을 키워드로 한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3부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성찰과 이주의 역사’에서는 폴란드와 독일이 화해했던 일이나, 후진할 때 들리던 그 엘리제 말고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이루어져 ‘엘리제조약’이라고 불리우는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조약을 이야기한다. 이 파트는 용서, 화해, 협력과 환대로 위기를 이겨낸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쓰여있다. 나는 이 부분 중 독일이 분단되어 있던 시절, 동독이 우라늄 섞인 물을 방류하여 근처 유럽의 하천에 심각한 오염을 주었던 일화가 인상적이었다. 이때, 동독과 서독이 함께 협약을 하여 이 환경오염을 대처해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이번 계엄령선언문 중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라는 문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북한과 함께 힘을 합쳐 이 한반도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기는커녕 아직도 ‘북’자만 꺼내도 빨갱이로 몰리는 이분법적인 논리는 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1차세계대전 당시, 유럽 각국이 같은 진영을 따라 참전하게 되어 판이 커져버렸고 후에 메르켈 총리가 이를 두고 남의 싸움에 ‘몽유병환자’들처럼 끼어들었다며 클라크 저자의 <몽유병환자>를 독일 의원들에게 필독시켰다고 쓰여있다. 이를 읽으며 지금 한반도가 딱 몽유병환자처럼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에, 우리는 미국에 편입되어 있는 상황 아닌가? 우리는 지금 우크라이나로 파병보내는 북한을 뜯어말릴 정도로 친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들의 전투경험 학습은 우리에겐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위협이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해답을 들려준다. 위기의 세계사 속에서 방법은 있었다. 접경과 변경지역에서는 둘로 단절하지 않았다. 함께 공존했다.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방법이 아닌, 화해와 공존의 제스처가 양국에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방법이 통할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역병전쟁위기의세계사#차용구#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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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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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테오와 고덕이겠거니 하며 책을 읽었다. 그런데 다 읽고나니 내가 울고 웃은건 고양이들 때문이었고 고로 주인공은 분홍이, 제일병원이자 누룽지, 티그리스, 줄무늬, 메리였다라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 다가왔다. 고양이들에게 겨울은 특히 혹독하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당연히 좋아하겠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이 추운 겨울에도 쉬지않고 고양이들에게 물과 사료를 주는 캣맘들의 활동을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 아니, 욕이라도 안해주었으면 좋겠다. 작은 생명체를 아끼는 그 마음이 자라 주변의 안타까운 사람들을 걱정할 줄 아는 소중한 마음이 될 것을 믿는다. 이 마음이 커져서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 닿으면 지금처럼 남과여로, 젊은층과 노년층으로, 지역색으로, 정치색으로 조각나버려 자기 잇속만 차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비정하고 팍팍한 사회는 아니지 않을까?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아니 고양이를 한번이라도 쓰다듬어본 사람이라면 액체로 만들어버릴 책이다.(고양이 액체설을 패러디 해보았다) 이 책 속 분홍이가 하는 행동을 읽으며 “아! 우리 알롱이도 그랬었는데!”라며 자꾸 기억을 소환하는 탓에 나는 몇 번을 끊어 읽어야만 했다. “나만없어 고양이”하시는 분에게 적극 추천한다. 내 눈앞에 고영희씨는 없어도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예뻐했던,(아니 나를 집사로 받아주었던) 냥이들이 내옆에서 가르랑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s 우리집 식구들은 요괴워치 팬인편이다. 슬이가 장난감 중에 가장 오래도록 가지고 논게 요괴워치 시계였고, 내 폰에 유일하게 깔려있는 게임도 한국에서 섭종한 yokaiwatch이며, 만화책도 한 스무권, 책장에 꽃혀있고, 지바냥이 프라모델로도 떡하니 거실에 있었네?으응?(이제 깨달음) 그러고보니 어리버리한 게 민호랑 고덕이도 좀 닮았다. 천년집사 고덕이도 ‘요괴워치’시리즈처럼 장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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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증명
단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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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렇게 바뀐다>와 <수능 해킹>의 작가, 단요의 장편소설이다.
“아무도 내 안에 시한폭탄이 있다는 것을 믿어주지 않는다 그것을 터뜨리기 전까지는”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무절제기-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이렇게 부른다-가 지고, 앞선 역사 속 문제점들을 통제하려는 ‘문명재건청’의 휘하에 여러 가지 거주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종 사회 실험이 진행 중인 세계이다. 시기는 <1984>를 지나 <멋진 신세계> 전, 그 중간을 지나고 있다. 문명재건청은 빅브라더와, 태서는 존에 가깝다.

책의 시작. 주인공 태서는 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그를 낳아준 부모님은 어릴 때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에 의문을 품은 열일곱 살 태서는 가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곧 문명재건청에 걸리고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병명으로 인지과학, 뇌공학 연구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 곳에서 “내게는 망가져 있을 자유가 있지.”(p.230)라 말하며 일부러 얼굴에 흉터와 신경통을 고치지 않는 40대 연구원이자 심리상담가인 가문비와 만나게 된다.

1호, 2호, 3호의 목소리가 한 몸에 있는 주인공 태서는 특별한 아이다. 1호는 “나는 나 자신을 알고 믿는 거의 유일한 존재고, 가능하다면 한 명이 아니고 싶다.”(p.31)라고 말하면서 타인을 잘 믿지 않고 냉소적이면서 잘 우는 목소리이다. 2호는 세상을 바꿀 정도의 번뜩임을 지닌 천재지만 아홉 살에 4개월 된 동생의 손을 놓아버리는, 반사회성을 가진 목소리다. 3호는 이 둘을 진정시키고 위로하며, 피폐해진 육체에 밥을 챙겨먹어주고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성을 유지해주지만 1호와 2호에게 인공지능으로 오해받는 목소리이다.(이건 딴소리인데 키오스크가 있는 곳에서 태서 뒤에 서면 엄청 오래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셋이 뭐 먹을지에 대해 싸운다면...)

“결국 내가 나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예요, 그렇죠?”착한 아이로 태어나지 못한 소년과 나쁜 아이를 위한 자리가 없는 세계 -이 책의 뒷표지에 써있는 문구이다. 가출 전 태서는 문명재건청에 추천될 만큼 뛰어난 인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2호의 반사회성이 결격사유였다. 나쁜 아이는 이 세계에 있을 자리가 없다는 저 문장을 보며 능력주의시대인 오늘날을 생각해본다.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사실 2호는 우리 사회에서 누구보다도 잘먹고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능력주의 만능 편향 사회가 무절제기의 종말을 가져왔음을 떠올리자면 이 소설의 방향이 보인다.

한편으로는 나의 목소리는 1호, 2호, 3호 중 어떤 목소리에 가까운지도 생각해볼만한 지점이다. 따지고보면 우리는, 이 소설 내내 느낄 수 있던, 태서의 슬픔이 다가오기 전 무언가를 바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고. 똑똑하지 않아도, 잘나지 않아도 소중하다고. 누군가 나한테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냥 칭찬받고 싶어. 내가 아무것도 돕지 못할 때도,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 반드시 내가 하자는 대로 따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날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p.211) 2호가 1호에게 하는 이 목소리를 읽으며 1호의 말, “우리가 어떤 점에서는 대등하거니와 서로의 공백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협력하며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p.226)를 생각해본다. 2호가 못미더웠던 1호는 3호를 필요로 한다. 2호는 3호를 싫어하지만 1호만 자신에게 귀기울여주면 참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사회성의 2호를 인정하는 것, 3호라는 가장 적정한 타협,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는 불확실한 시대에 사는 감정적인 인간인 1호, 이것이 바로 ‘우리’이며 태서의 모습이다.

단요작가님의 예리한 사회적시각이 이 소설에 얼마나 많이 녹아있는지 모른다. 나는 흉터를 고칠 수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파괴할 권리를 자유로 생각하는 가문비나 나사역할의 청견, 북정, 남정 거주구 등 곱씹어볼만한 소재들이 넘쳐난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을 덮으며 나는 이제 SF 소설을 쓰는 한국작가를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게 되었다.
#목소리의증명#단요#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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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 은퇴자가 사는 법 - 일본 은퇴 선배들의 인생 후반을 위한 현실 조언
김웅철 지음 / 부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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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 은퇴자가 사는 법
일본 은퇴 선배들의 인생 후반을 위한 현실 조언

요즘들어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대한 뉴스를 종종 접한다. 수명연장의 꿈은 이루어졌고, 그래서 일본에서는 관리만 잘하면 120세가 아니라 150세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나와는 무관한 이야긴가 싶다가도 역세권에 한번 나가보면 병원이 참 많음을 실감한다. 직접 방문하면 대기시간도 길다. 우리나라도 150세인생 멀지 않았다. 재활의료기기나 임플란트 쪽 주식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인류의 무병장수의 꿈은 정말 멀지 않은 것 같다. 건강검진만 꾸준히 받는다면 하드웨어쪽 장수는 확실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전에 없던 나이를 살아가야하는 대다수의 초고령인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그 첫걸음에 관한 책, <초고령사회 일본 은퇴자가 사는 법>을 소개한다.

최근에 알게 된 분이 현재 퇴직연수 중이라고 하셨다. ‘퇴직연수’라는 단어를 듣고는 ‘회사가 어디세요?’를 묻고 싶었지만 프라이버시가 있어 묻지는 못했다. 하지만 매우 좋은 복지시스템으로 보였다. 청년층을 생각하면 지금의 퇴직 나이가 적당하지 모르지만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금은 사실 ‘퇴직’은 각가정마다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분은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는 중이라며 그 중 하나로 독서에 매진하셨고, 토론활동에도 열심히셨다. 건강해보이셨다. 나도 그 나이에는 저분처럼 멘탈이 건강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는 이 분처럼 건강하게 은퇴를 맞이하는 법에 대해 1부, 2부에서 다루고 있다.
“1부 미래 - ‘은퇴’가 아닌 ‘데뷔’의 시간이다”, 와 “2부 일 - 100세 시대, ‘평생 현역’으로 산다”에서는 은퇴를 앞둔 사람의 멘탈케어를 해준다. 은퇴가 인생의 후반부나 낙엽처럼 우울하게 남은 여생을 기운없이 지낼 일이 아니라, 인생 2회차를 맞이해서 ‘데뷔’와 ‘평생 현역’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시니어 인사이트’라고 해서 ‘당신의 은퇴력 점수는 얼마인가’, 또는 ‘시니어의 꿈’에 대한 체크리스트가 주어진다.
“3부 돈 - 당신은 ‘은퇴 부자’인가 ‘은퇴 빈민’인가”에서는 사실 은퇴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가장 걱정해하는 자산관리를 배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험한 신앙, 자녀 교육의 함정에서 벗어나라”라는 부분이 와닿았다. “4부 관계 - 새로운 인연이 새로운 인생을 선물한다”를 읽으며 사실 가장 가까운 이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것과 새로운 만남에 도전할 것을 조언한다. “5부 일상 - 나이 들수록 더 행복해지는 비밀”에서는 “취미 모임 내 인간관계는 절대 수평을 유지한다”(p.210)와 “행복한 은퇴 생활을 위한 철칙 7개조”(p.226) 등 마구 줄치며 읽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 '당신의 마음 나이는 몇 살인가'에 대한 체크리스트가 있다. 먹는 나이만큼 마음을 다스리라는 이야기는 늘 들린다. 남이 보는 나의 나이가 아닌 내 마음이 정하는 마음나이로 살아보는게 훨씬 중요해보인다. 나는 이 책이 은퇴에 대해 중간 점검해볼만한 검사지로 느껴졌다. 일반 회사의 퇴직이 빨라지고 있는 요즘, 이 책에서도 말하지만 마흔이 적당한 시간이다. .은퇴라는 인생후반부를 반갑게 맞이하기 위한 이 책, 마흔 넘은 분들에게 혹은 은퇴에 대해 회피보다는, 가볍게라도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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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도둑 -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100가지 카피 공략집
석윤형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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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도둑 COPY THIEF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100가지 카피 공략집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파블로 피카소

이 책의 표지를 보면 COPY라는 알파벳이 위로도, 아래로도 여러 개 겹쳐있다. 오리지널 카피의 변형으로도 보인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기법 중 반복, 대비, 반전, 중의어 병렬 혹은 시각화, 오마주, 패러디, 늘이기로 보이기도 한다. 책 제목의 디자인만으로도 많은 것을 보여주는 <카피도둑>을 소개한다.
현재 직장인 성장 커뮤니티 HFK의 파트너로, 취업 스쿨 제로 베이스의 카피라이팅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카피라이터 석윤형 저자의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 ‘카피를 훔치고 싶은 당신에게’에서

“저는 카피를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거장의 어깨를 딛고 올라가 그 너머를 보려는 노력 말입니다. 선인들의 성취를 훔쳐 제 것으로 만들고 저만의 길을 새로 내겠다는 꿈을 꾸면서 카피를 모으고 기법을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피를 분류해야 카피가 왜 좋은지 알 수 있고, 카피가 왜 좋은지 알아야 단순히 모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훔칠 수 있고, 카피를 완벽하게 훔쳐 내 것으로 만들고 나서야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pp.6-7)

라며 모방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당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레토릭rhetoric 즉 수사학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학문”(p.18)으로 브랜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카피라이팅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발상법을 담은 기존의 카피라이터들의 책과는 선을 그으며 저자는 그렇게 수사학적인 설득 기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카피들을 일단 모은다. 히트친 카피들을 분류하다 보니 그 카피들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프레임을 깨야만했다. “재밌는 생각을 발견하려고 생각의 방향을 역행”(p..68)하기도 했다. 또 오마주, 패러디처럼 다른 곳에서 카피를 빌려오기도 하고(이 부분 때문에 제목이 ‘카피도둑’인 것 같기도 하다), 또 입체적인 구조로, 리듬감있게 혹은 키워드를 이용해서 눈길을 끄는 광고를 만들기 위한 구조로 쌓기도 했다. 그렇게 모아온 저자의 카피들을 탐구하고 분해해낸 기법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나같으면 동종업자면 이런 건 그야말로 소듕한 족보라 타인에게 안넘겨줄텐데 아낌없이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이 저자는 좋은 선배인 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3장 ‘무언가의 힘을 빌려라’에서 같은 말을 다른 뜻으로 반복하는 중의어 병렬의 카피들이 재밌었다. “건성건성 말려도 속건성이라 빨리 말라요”, “활력 원해? 홍삼원 해!”(p.129) 말장난이기도 하고 아재개그로도 많이 쓰이는 기법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니 ‘나이는 못속이는구나’라는 생각이.. 그러고보면 이 기법마다 먹히는 나이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기에 최적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기획서를 쓴다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제목을 뽑고, 홍보문장을 창조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제목과 한 문장을 쓸 때 활용할 수 있는 100가지 기법에 대해 한 수, 아니 백 수 배웠다. 앞으로 글쓰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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