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실패하기 (15만 부 기념 에디션)
존 크럼볼츠.라이언 바비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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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실패하기>

아이가 이 책 제목을 보더니 픽, 웃는다. “무슨 책 제목이 저래?”라며 묻는다. 이 책의 원제는 <빠르게 실패하기>이고 아마존을 포함해서 리뷰 2,000건 이상에 별 다섯 개 만점 기준으로 4.5 평점을 기록했으며 15만 부 기념 에디션으로 나온, “빠르게 성공하고 싶다면 빠르게 실패하라.”라는 가르침을 주는 책, <더 빠르게 실패하기>다.

이 책은 요새 내 쇼츠 알고리즘으로 자주 뜨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거저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하라!”는 성공한 사람들이 나를 혼내주는 짤.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 온갖 것을 왼쪽 페이지에 쓰고 그 오른쪽에는 가장 하기 쉬운 것부터 하나씩 써내려가며 해치우라는 식의 동영상들이다. 생각해보면 토마스 에디슨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는 1929년의 한 기자회견에서 “내 발명 중 우연으로 만들어진 것은 없다. 애쓸 가치가 있는 요구를 발견하고, 이뤄질 때까지 시도하고 또 시도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 땀이다”라고 말했다. ‘시도하고 또 시도하는 것’에 골자가 있다. 실패했으면 시도하고 또 시도했기에 발명에 성공했을 것이다. 발명왕이자 실패왕이었을테지만 우리는 전자로만 기억한다. 숱한 실패보다 한번의 성공만이 역사에 기록되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총 아홉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 중, 4장 ‘기회의 순간마다 나타나는 저항의 본질에 맞서라’와 5장 ‘행동을 방해하는 분석적 사고를 넘어서라’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피로감을 느끼는 바로 그 ‘저항’의 순간이 4장에 그려진다.
“익숙함과 확실성을 추구하는 것, 위험과 불확실성을 멀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익숙함에서 멀어질 때면 마치 뇌에서 이런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앞에 위험이 감지됨. 브레이크를 밟고 후퇴하시오.!’(...) 너무 바쁘다. 준비되어 있지 않다. 시간이 맞지 않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등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괴롭히는 이 작은 목소리가 바로 저항이다.(p.164)

그리고 이 저항을 넘어서기 위해 당장 생각을 멈추고 행동을 요구하는 5장의 내용이 필요했다.
”득과 실로 행동을 결정할 때의 문제점은 부정적인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는 데 있다. 사실 사람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보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실’에, ‘득’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붙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적인 자극에 훨씬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 바로 이 점 때문에 YES보다 NO라는 이유를 더 잘 찾는다.(p.214)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한번의 YES가 세 번의 NO를 이기는 법칙’을 적용할 것을 조언해준다. 나는 이 책의 다른 내용을 다 잊고 이 법칙 하나만 내 머리에 남더라도 이 책의 가치가 보존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이 2주도 남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옆에두고 버킷리스트를 갱신할 예정이다.
불확실성에 주저하지 않고 익숙함과 거리두며 한번도 해볼 생각을 하지 못한 모험 가득한 리스트에 대해 한 페이지 더 쓰게 될 나를 응원한다.
p.s 생각은 많은데 움직이려 하지 않는 주변의 INFP들에게 선물해주면 좋겠다. 나같은 게으름뱅이들에게 잘 먹힐 책이라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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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트스트림의 덫 - 러시아는 어떻게 유럽을 장악하려 했나
마리옹 반 렌테르겜 지음, 권지현 옮김 / 롤러코스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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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트스트림의 덫
러시아는 어떻게 유럽을 장악하려 했나
마리옹 반 렌테르겜 지음


우리가 배워온 세계사의 대부분은 근대 이전의 유럽 역사다. 현대의 역사에서 중요했던 냉전시대이후 우리나라가 제3의 물결의 파도를 따라 선진국들을 벤치마킹하며 압축성장하는 동안 선진국이라 불리우던 유럽의 여러나라는 EU라는 유럽연합으로, 영국의 브렉시트라는 사건외에는 다소 정체된 지역으로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라는 전쟁이 터졌다. 내 주변의 누군가는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누구는 가스관 때문이라며 표면적인 이유를 대주었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해 가진, 아니, 푸틴이 유럽을 향한 야욕이 이렇게 음흉하리라고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동독에서 KGB활동을 하던 푸틴이 바라본 유럽은 어떤 곳이었을까? 그는 이 노르트스트림이라는 가스관을 손에 쥐고 대체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르몽드 기자 출신의 마리옹 반 렌테르겜 저자를 통해 푸틴의 본 모습을 그려본다.

이 책의 저자, 마리옹 반 렌테르겜의 이전작은 <메르켈>이다. 아마도 주력분야는 독일정치로 보이는, 이 프랑스 기자는 이번 책 <노르트스트림의 덫>을 통해 독일 전 총리인 슈뢰더를 포함한 유럽연합의 각각의 정치인들을 폭로하고자 한다. 저자가 직접 ‘워싱턴, 키이우, 베를린, 파리, 바르샤바 등에서 정치인, 기업인, 군인, 전문가, 정보요원 등 수백 명을 인터뷰하여 방대한 자료로 엮’었다고 한다. 글 스타일이 슈테판 츠바이크와도 비슷하여, 그래서 흥미롭게 몰입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누군가 러시아의 현재를,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내막을 궁금해한다면 자신있게 이 책을 추천하겠다.

개인적으로 내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푸틴이 노리기도 했지만 그 덫에 사로잡힌 독일정치인들과의 깊은 연루였다. 몇 년 전 독일에서 공부한 김누리 교수님의 책을 인상적으로 읽기도 해서인지, 대학조교 출신이라는 빌리 브란트와 같은 독일 정치인들에 대한 존경심이 있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를 순진한 바보로 여긴다는 점이었다.(이런 부분에서는 저자의 프랑스인 특유의 어떤, 성격이 느껴졌다) 게다가 이 가스관이 탈원전을 향한 독일인들의 집착으로 인한 것이기도 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프랑스가 원전을 사용하기에 러시아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낮아 독일보다는 죄의식을 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어이없었다. 한편으로는 장기집권하는 국가 원수가 만들어가는 나라와 5년 정도의 임기를 마치고 다른 당으로 정권이 바뀌는 민주주의 시스템과의 격차가 느껴지기도 했다. 시진핑도 장기집권을 하면서 일대일로라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하나씩 이루어나가고 있는 중인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러시아와 중국이 잡은 손이 작아보일지 모르지만 그 둘이 점점 국경을 넓힌다면? 그리고 그 사이에 북한이 끼어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리나라 네티즌으로부터 ‘불곰형님’이라고 친근하게 느낄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과 19세기의 사실주의 문학으로 정점을 찍었던 러시아 지식인들이 꿈꾸던, 러시아 민중으로부터 온다고 믿었던 그 힘은 거짓말이었을까? 스탈린이라는 독재자도 그렇고 52년생인 푸틴이 올해 72세로 흔들림 없어 보이는 종신집권체제가 안타까울 뿐이다.
p.s 한 나라의 대표는 정말 영리해야 한다. 이 책 서문의 첫 장면은 메르켈의 집무실에서 보이는 러시아대사관을 그린다. 이 책에서 독일의 전 총리인 메르켈을 대놓고 욕하진 않지만 ‘아무런 대안이 없다’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엄청 비아냥거리는게 느껴진다. 프랑스인으로서 러시아의 덫에 제발로 올라간 독일 욕먹이는 내용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놀려먹는 수준도 어나더레벨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이런 수준에 도달하기에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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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마인 워프 시리즈 8
배리 B. 롱이어 지음, 박상준 옮김 / 허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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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르에 있어서 SF인가 육아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전격 SF 외계인 육아서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내가 본 SF소설 중 가장 가독성이 좋았다. 이 책 두 시간이면 뚝딱이다. 심지어 재밌다. 하지만 드랙 종족을 통해 인간인 우리에게 묻는 질문의 울림은 오래간다.

인간이 우주에 진출한지 200년, 호전적인 종족 답게 이 소설에서는 드랙 종족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지구우주군 조종사인 윌리스 데이비지는 드라크 전투기와 싸우다가 파이린 4호 행성에 불시착한다. 그런데 데이비지와 마찬가지로 격추당한 드라크 조종사인 제리도 함께다. 처음 장면은 맨몸으로 둘이 싸우면서 시작한다. 손가락 관절이 세 개뿐이고, 노란 눈에 코가 없는 드랙인의 모습은 추해보인다. 하지만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인간, 데이비지는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다. 싸울 이유는 더 이상 없었던 것이다. 둘은 함께 생존에 힘쓰기 시작한다.
드라크는 손가락이 세 개이고 인간은 다섯 개라는 점이 인상깊었다. 나중에 제리의 아이인 자미스를 데이비지가 키울 때, 그는 그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나중에 데이비지가 수용소에서 자미스를 찾을 때, 약물에 취한 자미스가 알아본 것은 손가락이 다섯 개인 데이비지였다. 전에 제리는 데이비지에게 ”너는 내가 뭐라고 하면 항상 종족 문제로 확대시키는 구나. 나는 너에 대해서 얘기한 거지, 지구인 종족에 대해서 말 한게 아니야.“(p.96)라고 말했다. 인간인 데이비지는 손가락이 세 개라서, 외형이 달라서, 드라크를 적으로 인식한 반면, 자미스는 손가락이 다섯 개인 데이비지를 기억하고 알아본 것으로 보인다.
또, 데이비지가 적이지만 제리와는 생존할 수 있었지만, 제리가 죽으며 낳은 자미스가 말이 통하지 않는 신생아일 때는 돌로 내려치려 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제리와 함께 했던 시간으로 그 위기를 버텨내면서 데이비지는 이전에는 조종사이자 군인이었던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된다. (이 뒷부분은 스포) 드라크인들의 계보에 기록되지 못하지만 데이비지는 제리와 자미스와 함께 했던 그 행성에서 꾸준히 그들의 아이를 맡아 기른다. 그런 데이비지를 보며 아무리 혐오스러운 적이더라도 바로 옆에서 탄생과 죽음을 목격한 우리는 그들을 적으로 대할 수 없는 인간성이 있는 존재라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혼자 있을 때는 그저 포유류와 다를바 없는 동물이겠지만, 둘 이상일 때, 함께 하는 존재일 때 나타나는 인간성을 이 책에서 보았다.
그리고 드라크가 믿는 “탈만은 모든 진리를 포함하지는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 지금 세대와 모든 미래 세대한테는 더 새롭고 훌륭한 진리가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탈만이 이 진리들에 열려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탈만은 과거의 신화가 될 따름이다. 지금 세대와 모든 미래 세대여, 그때 너희가 진리를 지닌다면 유헤가 마베다 앞에서 그랬듯 탈만 코바흐 앞에서 말하시오.”(p.129) 이 탈만도 매력적이다. 진리가 없다는 진리를 알려주는 경전이다. 이 드라크가 인간보다 수명이 짧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설정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볼만하다.

1942년생인 배리 B. 롱이어(Barry B. Longyear)가 30대 후반에 쓴 이 책은 휴고(중편)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존 W. 캠벨 신인작가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소설로, 이 기록은 단 한 번 무려 38년이 지나서야 경신될 정도로 희소한 가치를 지닌다. “이야기가 너무나 훌륭해서 ‘휴고상’ 느낌이 가장 충만하다”라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평처럼 <에너미 마인(Enemy Mine)>은 작품성으로 신뢰받았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출간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곧장 볼프강 페테르젠 감독에 의해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그 영화는 소련에서 상영된 최초의 서구권 SF영화라고 기록된다. 2024년에는 <12 몽키즈>와 <스타트렉: 피카드> 등의 TV 시리즈를 집필한 테리 마탈라스가 각색을 맡아 리메이크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올해 기대되는 <미키7>에 이어 조만간 <에너미 마인>도 기대해볼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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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소멸 사회 -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복합 위기의 길로 들어섰나
이관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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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소멸 사회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복합 위기의 길로 들어섰나

*표지부터 강렬하다. 압축, 소멸, 사회라는 단어가 사각형안에 빼곡히 갇혀있고, 중심에 가해지는 회오리같은 힘이 글자들을 한데 뭉뚱그린다. 회오리는 ‘압축’이라는 속도로 보이고 뭉뚱그려지는 모습은 각각의 단어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 설킨 복합적인 문제로 ‘소멸’되어가는 결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한국 ‘사회’의 위기를 잘 보여주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복합적인 위기를 ‘정치’로 풀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회학자 이관후 저자님의 <압축 소멸 사회>를 소개한다.

* 이 책을 쓴 저자는 “제 16, 17대 국회에서 보좌진으로 일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정책보좌관, 국무총리 메시지비서관을 지냈으며, 2024년 11월에 역대 최연소로 제10대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으로 임명”되었다. 또 현재 건국대학교 교수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건국대 유투브에서 국가 난제 해결을 다룬 교과목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뵌 적이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는 경제, 일자리, 에너지, 인구, 환경, 양극화 등 10가지 국가 난제를 제시했는데 이것을 학생들과 함께 토론해보는 수업을 담당한 교수님이셨다. 그래서인지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난제들에 대해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잘 알고 계셨기에 그동안 뜬구름처럼 들었던 정치적 이슈들을 크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왕년에 ‘사회학개론’이라는 제목의 수업을 들었던 것 같은데 요새 대학생들은 좋겠다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대학생들이 부럽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책 1부 ‘대한민국은 왜 소멸을 선택했나’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맞는 세 번째 국제 질서인 신냉전 패권주의 시대를 맞아 ‘끼인’ 한국이 대내외로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늘 불쌍한 것은 국민들, 특히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이 시대에는 청년과 여성, 지방에 사는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극심한 경쟁을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겪어내는 중입니다. (...) 가장 심각한 것은 이 경쟁이 공정하지 않고 절대 공정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나는 지옥에 살지만 내 아이까지 지옥에 살게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이 아귀다툼의 실체를 너무나도 절실하게 체험했고 그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잘 알지만 동시에 그것이 절대 바뀌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앞 세대들은 경쟁을 통한 공정을 경험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통하지 않습니다.”(p.39)

출발선이 다른 능력주의의 프레임이 깨지지 않는 이상 우리가 사는 곳이 오징어게임의 세상이며 이를 경험한 한국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소멸을 선택했음으로 읽힌 장이었다.
2부 ‘절망을 부추기는 사회, 위기를 방치하는 정치’와 3부 ‘3부 정치의 소멸은 어떻게 오는가’에서 이 문제들을 방치한 한국정치에 대해 말한다. 저자의 국회이력이 더해져 쓰여진 부분이라 그런지 한국정치의 현상황을 가까이에서 정확하게 꿰뚫어볼 수 있었다. 4부 ‘다시 희망을 찾아서’에서는 무너진 정치를 복원하는 것만이 희망이라는 사회학자다운결론을 맺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그동안 선진국들의 사회를 압축하여 빠르게 살아오는 동안 돌아볼 형편이 아니기도 했고, 또 막장극 연속 드라마가 되어 시민의 눈을 가려온 정치라는 영역에 대해 생각해본다. ‘심판만 요구하는 무책임한 정치’(p.36) 부분을 읽으면서는 심판 프레임에만 머물면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무능력한 정치가들을 분별할 줄 아는 눈의 필요성과 함께 특히 계엄령 이후 현대통령 탄핵만을 목표로 삼고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희망은 탄핵 이후를 바라볼 수 있는 시민에 있다. “아빠의 모습을 그리고 껴안은 아이처럼, 길가에 쓰러진 누군가를 도우려는 사람들처럼, 인기척이 없는 옆집의 문을 두드리는 이웃처럼”(p.254) 그리고 이 추운 겨울날 국회로 향해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기 시작할” 바로 그때가 소멸의 이야기가 희망의 이야기로 바뀔 것이라고 말하는 이관후 교수님의 책, <압축소멸사회>를 당신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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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 인생의 오아시스를 만나는 예일대 명강의
마릴린 폴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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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An OASIS in TIME
인생의 오아시스를 만나는 예일대 명강의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온다.”-파스칼

“회사를 컨설팅할 때면 종종 직원이 쉬는 날에도 연락이 닿기를 바라는 대표나 관리자를 만나는데, 나는 직원을 완전히 쉴 수 있게 내버려 두도록 권한다.”(p.5)라는 저자의 마인드가 담긴 책,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를 소개한다. 영어 제목, <An OASIS in TIME>도 맘에 든다. 연말이라 크리스마스 연휴가 기대되는 요즘이지만 직장인들에게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업무와 정산으로 바쁜 시기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에게 연말 선물용으로 알맞은 책이면서 상사가 휴일에도 업무를 하도록 종용하는 스타일이라면 조용히 선물하기에도 더 없이 좋은 책이다.(응원합니다!!)

이 책은 예일대 의과대학과 이스라엘 최고 명문대 히브리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마릴린 폴이 썼다. 저자에 대해 책날개에는 “면역결핍질환으로 죽음과 마주하게 된 뒤,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사고법에 깊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라고 써있다. 프롤로그를 읽어보면 그녀는 “유대인이지만 유대교 관행에 관심이 없었다.”(p.6)라고 말한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고 7일째는 쉬었기에 유대인들도 안식일에는 예배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관습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유대교 관행이란 이것을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면역결핍질환이라는 병은 그녀에게 쉼과 나아감에 대한 통찰을 가져왔고 “이후 유대인들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성찰을 더해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는 휴식법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고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1부 우리는 도대체 왜 제대로 쉬지 못하는가’에서는 현대사회에서의 우리 모습을 고찰하며 쉼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일하지 않는 시간을 설계하는 연습’에서는 쉬어본적 없는 일중독자들에게 어떻게 쉴 시간을 갖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프로페셔널 분야인 컨설팅이 자세히 나와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3부 멈추고, 쉬고, 나를 찾는 법’이 인상적이었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질문’ 챕터에서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면 삶을 주도하고 다른 사람을 향한 원망을 비울 수 있다. 그런 감정에 낭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더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왔는가? 나의 강점은 무엇인가?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p.264)

이런 부분은 저자가 우리에게 오아시스타임을 권하는 이유면서 우리가 얻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갱년기나 은퇴 이후를 맞은 사람들에게도 유효한 질문들이다. 그저 답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은 우울과 번아웃을 가져온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도 많이 목격했기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또 3부의 ‘새로운 생각과 행동 만들기’부분도 좋았다. 생각을 행동으로 바꾸는 8단계를 조언하며 좋은 습관을 들이는 꿀팁을 계획하도록 유도하는데 이것은 오히려 오아시스타임을 갖기 위해 일할 때 몰입을 도와주는 과정으로도 읽혔다.

미국보다 더 기회가 적은 우리나라 역시 번아웃에 자유롭지 않다. 요새는 어린학생들에게까지 이 선행이라는 명목으로 이 개념이 스며든 것 같다. 출발선이 다른 능력주의사회의 이면이다. 저자는 현대사회는 인간을 쉬지 않게 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휴식을 선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취미가 적은 한국인들에게, 은퇴 연습용으로도 좋은 선물이 될 책이다. 나에게는 휴식을 설계하고 연습, 적용하는 3 단계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는 것이다!!! 들었니? 김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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