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 천재들을 이끈 오펜하이머 리더십
박종규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박종규 저자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왜 오펜하이머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다른 천재들이나 전형적인 위인과는 다른 복잡하고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우리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오펜하이머였기 때문에, 그에게 묘한 동질감과 위로를 느끼면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게다가 인간적인 결함과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을 이끌어 인류 최초로 핵폭탄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뛰어난 리더로서의 면모는 그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p.15)
모순덩어리 오펜하이머지만 13만명의 과학자들을 통섭해낸 그의 리더십을 보며 저자는 우리에게 리더는 과연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은 오펜하이머다. 물리학자지만, 미국이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독일보다 빨리 원자폭탄을 만들어내야만 했던 맨해튼프로젝트를 이끈,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다.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라는 제목답게 오픈하이머의 서사대로 흘러가는 각 챕터마다 키워드가 주어져있다. 질투, 시기심, 자존감, 모순, 양면성, 입체적, 오만, 겸손, 감성지능 등 64개의 주어진 키워드를 곱씩으며 읽다보면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나의 모순과 타인의 모순을 먼저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라는 메시지에 도달한다.

이 모순을 인정하는 모습에 도달하기까지 저자의 리더십에 관련한 지식이 총출동한다. 그리고 각종 리더를 위한 꿀팁들을 셀프체크할 수 있는 정보가 책 곳곳에 보물처럼 담겨있다. 이런 부분을 보다보면 오펜하이머보다 저자에게 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오펜하이머라는 인물보다도 그의 말과 행동들을 리더십과 연관지어 분석한 저자만의 렌즈가 내게는 더 좋아보인다. ‘그렇지, 책은 저자만의 이런 인사이트가 담겨있어야, 책이지’ 생각해본다. 책의 날개에 현재 뉴욕시립 대학교 스테튼아일랜드칼리지 경영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 박종규 저자 이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써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리더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팀원과 팀장으로 일하면서 ‘리더십’이란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리더십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알고자 하는 욕망이 커졌다. 결국 대학원에서 리더십을 전공하고 지금은 리더십을 가르치는 학자이자 리더십 전문가로 확동하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을 “잘하지는 못했지만 관심은 있었으니, 학교에서 리더십을 전공하게 되었다”(p.336)라고 이야기한다. 리더로서의 열등감과 실패는 저자 자신의 모순을 발견하게 하고, 이 “모순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숨기는 이들”(p.337)을 보며 성장이 멈춤을 보았다. 저자는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라고 제목을 지었을 때, 대체 무엇이 무엇일까 궁금해본다. 나는 나의 모순성을 바라볼 수 있는 자인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학에서 조끼리 발표하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팀원을 이끌고 어떤 프로젝트를 해나갈 때, 일보다 인간관계가 더 힘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내가 꼰대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모순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가 꼰대를 판가름하는 아주 좋은 기준점처럼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르게 살지 마라 무섭도록 현명하게 살아라 - 불완전한 인간을 위한 완전한 지혜
발타사르 그라시안 지음, 김종희 옮김 / 빅피시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NS에서 '유시민 작가가 코칭 받은 말실수 줄이는 법'을 쇼트로 본적이 있다. 그 멘토는 그에게 첫째로, ‘옳은 말인가’, 둘째는 ‘이게 꼭 필요한 말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친절한 말인가’를 생각하라고 했다고 한다. 옳은 말이더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라면 안해야 된다는 것. 여기까지만 해도 충조평판이 다 걸러지지만, 여기에 친절한 말인지를 생각해보고 그렇지 않다면 옳은 말이어도, 필요한 말이어도 하지 않는 게 말실수를 줄이는 법이라는 내용이었다. 와닿았다. 내가 하는 말은 맞고 네가 하는 말은 틀리다식의 화법을 사용하는 한국인에게(그 한국인 한 명 저입니다요) 꼭 필요한 조언이었다. 여기에 유시민작가도 밤에 이불킥하실만한 말실수를 하신 적이 많았나보다...라는 전직 국회의원의 인간적인 모습은 덤.

*옳은 말이 진리이고 진리가 자유케 하리라고 생각한, 전형적인 한국인에 불과했던 나 역시, 주변 사람의 목소리보다는 어떤 이상적인 진리를 선망하고 거기에 의지하며 나이를 먹어온 것 같다. 그 진리의 형태는 다양하게 다가왔는데 목사님 말씀을 듣다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책에서 대유행 키워드로 나타났다가 다른 유행어에 사그라들기도 했다. 드라마를 보다가 나오는 중요하지 않은 인물의 대사였을 때도 있었고 지하철을 대기하다가 언뜻 눈에 들어오는 어느 시민이 지은 시구절이기도 했다. 이 다양한 유형으로 나를 찾아오는 진리라고 믿고 싶은 이 개념의 무한복제와 변형을 3인칭시점으로 생각해보니 이것이 세상을 나보다 먼저 살아본 철학자들의 화두가 아닌가 싶다. 이 화두에 대해 오래 고민한 사람들의 기록이 철학일지니. 이 책은 철학자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니체와 쇼펜하우어같은  염세주의 철학자를 일으켜 세운 철학자의 단 한권의 책 <사람을 얻는 지혜>에서 핵심문장만을 모은 버전이다. 바르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양, 진리인양 살아온 나에게 그게 아니다라는 길을 보여준 책,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바르게 살지 마라 무섭도록 현명하게 살아라>이다.

“타인은 당신의 성격을 고쳐주지 않는다. (...) 좋은 사람인 척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환대받을 수 없다. (...) 타인은 아무도 당신의 나쁜 성격을 고쳐주지 않는다. 스스로 조율하고, 자제할 수밖에 없다. 항상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잘못된 말을 내뱉지 않도록 주의할 것. 잘못된 행동을 한 뒤에도 자신의 어리석음이 칭찬받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pp.37~38)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초반에 이야기했던 유시민 작가가 코칭받은 말실수 줄이는 법 쇼트가 떠올랐다. 내 스스로가 옳은 말인지, 필요한 말인지, 친절한 말인지 스스로 조율하고 자제하며 잘못된 말을 내뱉지 않도록 주의하는 수밖에 없음을 17세기 스페인 사람인 발타사르 그라시안 역시 이야기하고 있다.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라. 자신의 운명을 알아야 한다. 행운을 최대한 활용하고 불운을 끊어내자.(...) 용감하고, 행운하는 사람은 행운을 끌어당기지만 나태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행운이 피해 간다. 운이 안 좋아졌다고 느껴지면 갈 길을 바꿔 더 나쁜 상황을 피하자.”(p.155) 철학자이면서 예수회 신부로서 행운과 불운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센스나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라는 문장도 흥미로웠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명언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인데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게 현명하다고 가르쳐주는 이 분, 묘하게 빠져든다.

나 역시 내 주변의 가까운 이들에게 충조평판 듣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다. 점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일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나이대가 되어가는 요즘, 바르지 않더라도, 현명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필독요망.

p.s 요새 쇼펜하우어식으로 조언해주는 챗봇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발타사르 그라시안식 챗봇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야부사 - 일본 우주 강국의 비밀
쓰다 유이치 지음, 서영찬 옮김 / 동아시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짧은 우주지식은 허블과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좀 더 멀리 보게 됐다는 소식이나 태양계를 넘어 기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보이저호 정도다. 미국은 일찍이 우주산업을 민간에 넘겨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자본을 뒷받침한 기업들이 뻑하면 위성을 쏘아올리고 있고,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유럽은 그들의 유니언에서 뺏길세라 쏘아댄다는 정도? 하지만 일본이 이렇게 우주 강국인지는 이 책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심지어 첫 번째 하야부사는 ‘매’라는 뜻으로 세계최초로 이토카와 소행성 시료 채취에 성공했고, 이것을 개량한 후계기가 바로 하야부사2이며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일본에서는 이 책이 하야부사2로 2020년 11월에 발간됨) 소행성 ‘류구’를 향한 하야부사2는 설계단계와 개발, 그리고 발사, 비행과 훈련, 착륙, 그리고 류구의 미립자를 담은 캡슐을 2020년 12월, 지구로 귀환시켰다. 현재 하야부사2는 우리가 보지 못한 우주의 비밀을 향해 아직도 여정 중에 있고 지구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저자인 츠다 유이치는 2003년 발사한 하야부사 미션에 참여했던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사가미하라 우주관제센터의 일원이었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책 어느 부분에서도 러시아 사람이름이나 미국회사의 기술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과 미지에 대한 도전에 대한 부분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하야부사2와 같은 탐사 미션이 주는 흥미로움은 탐사의 성과보다 고난에 부딪히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도전의 과정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나 역시 그런 부류다.(...)
도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제약에 대한 도전, 또 하나는 미지에 대한 도전이다(...) 후자는 애초에 원리가 파악되지 않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 모르는 세계를 어떻게 앎의 세계로 바꾸느냐에 관한 것이다. 인류의 근원적인 호기심에 답하는 행위다. 그래서 기초과학을 진전시키는 것은 미지에 대한 도전이다. 미지에 대한 도전은 인류의 공통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하야부사2를 통해 하나가 되었고, 전 세계가 하야부사2의 성과를 칭찬했다” (p.262) 일본인들만의 순수기술과 그들의 아이디어만으로 하야부사2에게 닥친 고난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츠다 유이치의 서술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이 책을 읽는 일본인이라면 일본인 스스로가 굉장히 스고이함을(우리에겐 국뽕이 차오른다는 표현이 딱인데)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야부사2가 류구에서 펼친 활동 가운데 미지에 대한 도전과 그 성공이 빛을 발하는 장면은 수두룩하다. 개인도 조직도 항상 현실이란 굴레에 얽매여있다 그 굴레가 순수한 도전을 가로막는다. 우리는 용의주도하게 그 굴레를 끊어내고 “진정한 도전을 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는 마음을 견지했다. 그래서 도전했고, 그리고 성공했다. 우리가 과학기술에 크게 공헌한 점은 ‘미지에 대한 도전’으로 가는 입구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 아닐까 한다.“(pp.263-264)
미지에 대한 도전을 하기보다는 현재 만들어진 구름사다리 족보를 타려는 한국인들이 많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공대에 입학했다가 의대로 방향 갈아타서 반수를 준비한다는 공대생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MBTI보다는 하야부사2를 성공시킨 저자가 말하는 ‘인류의 공통가치’에 그리고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에 관심가져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p.s 어렸을 때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일본 사람들은 우주선을 기차 모양으로 상상하는 구나, 라고 신기했던 적이 있었다. 신칸센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이 연결된 만화려니 했던 것 같다. 이후 역사를 배우고 나서는 으스스하기도 했다. 일장기와 사방팔방으로 빨갛게 뻗어나가는 일본제국의 욱일기를 떠올려보자. 일본을 상징하는 해가 철도를 통해 다른 나라를 식민지 삼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2차세계대전의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보이는 욱일기는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야욕이 느껴지는 상징물이다. 우주산업 자체가 냉전이데올로기에서 태어난 전쟁산업과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니 저 은하철도로 뻗어나가는 999 기차가 과연 철이가 엄마찾는
용이었겠느냐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너무 오바했다. 인정한다. 질투심이 불러일으킨 망상이라고 해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얼밸류 빅샷 20 - ESG 시대 세상의 가치를 담다
박용삼.우정헌.민세주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기업인 포스코 경영연구소에서 쓴 책이다. ESG 시대, 포스코에서는 어떤 가치를 담은 경영을 하고자 하는지를 홍보하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들은 리얼밸류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대한 정의는 프롤로그에 잘 쓰여 있는데 “지금까지의 성장 지상주의Growth for Growth’s Sake와 주주 자본주의 Shareholder Capitalism에 대한 회의론이 쌓여가면서 기존의 기업 경영 방식을 어떻게 손질할 지에 대한 논의”(p.11)가 있어온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에게는 1997년도의 IMF가, 세계적으로는 2000년도의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문제의식을 던져주었다. 여기에 2015년의 “파리협정을 통해 기업의 환경 파괴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걸기로 합의하기에 이른다”.(p.12) 호모 사피엔스인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태에서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삼는 기업의 행위가 계속될 수 없다. “기업의 목적과 가치를 리셋할 시점인 것이다”(p.13)

“포스코는 창립50주년이 되는 2018년에 회사의 존재목적이자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 이념을 선포했습니다.(...) 2022년 3월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기업시민을 비즈니스에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경영모델로 ‘리얼밸류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리얼밸류 경영은 기업이 사회와 함께 발전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나간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입니다.”(pp.7~8)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님이 쓰신 추천의 글의 한 부분이다. ‘기업시민’과 ‘소통’, ‘공감’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나가는’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띈다.

그렇다면 이런 가치를 어디에서 가져왔느냐, 바로 세상을 바꾼 빅샷(Big Shot, 중요한 사람 또는 거물) 스무 명에게서다. “비록 리얼밸류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한 시대를 이끌어온 전설적인 CEO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리얼밸류 정신이 탑재되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이 책을 집필하는 동기가 되었다”(p.34) 그래서 이 책에는 선지자형, 수도자형, 개척자형, 구원자형 빅샷을 소개한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회사가 가진 유, 무형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고, 경제, 환경, 사회적 측면의 가치를 창출하는 여정을 살펴보는 것”(p.37)이다. 나는 사실 이 책을 보며 포스코가 픽한 빅샷 스무명도 흥미로웠지만 포스코라는 기업도 새삼 다시 보게 된 면이 있었다. 포스코는 우리나라 경제의 밑바탕이 되어온 철강회사다. 중공업의 밑바탕이 될 수 있는 포스코가 있었기에 삼성도 LG도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환경적으로는 최악이다. 배터리산업이 중국에서 선두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유럽대륙에서는 기술이 없었던게 아니라, 바닷물 온도를 상승시키고, 공해를 내뿜는 산업에 대한 제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는 어떤 빅샷을 날려줄 CEO를 찾고 있는 걸까? 내가 보기엔 욕심쟁이여서 선지자, 수도자, 개척자, 구원자 이 네가지 유형을 모두 갖춘, 육각형 CEO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이 그런 빅샷을 만들어줄 수 있는 동아줄이기를. 그리고 이 문제는 포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공업 위주의 대기업으로 나라 경제가 굴러가고 있는 우리나라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척자형 빅샷 중,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편이 인상적이었다. “PC시대의 소프트웨어 절대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예전의 지배력을 차츰 잃어갔다. 모바일 중심으로 IT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PC와 윈도우에 집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p.177) 이때 클라우드 사업 담당자였던 사티아 나델라가 MS의 세 번째 CEO로 임명된다. 그는 윈도우와 오피스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다른 기술 생태계와 교류하지 않았던 전임 CEO와 달리 “그동안 적대관계에 있던 오픈소스 개발자들과 협력을 강화했다.”(p179) 그러면서 점차 오픈소스 기여도가 높은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와 결합한 Office 365를 론칭해 다변화된 사업구조를 갖추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 새로운 MS의 CEO가 되었다치자. 전임 CEO가 빌게이츠였고, 그가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를 암적인 존재로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면 알아서 기느라 개방쪽으로 사업방향을 틀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 거대한 공룡으로서 멸종으로 가는 길이 유일했을 것이다. 나는 전임CEO들과의 정반대길을 걷는 사티아 나델라를 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인재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기업 구조상으로 사티아 나델라가 탄생할 수 있으려나?

“이 책이 포스코그룹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당면한 불확실성과 위기를 헤쳐 나가는 좋은 실마리를 제공하리라 확신합니다”(p.9)
미중갈등 사이에 낀 새우가 되버린 우리나라, ESG 방식이 아니면 사지 않을 것이고 세금을 많이 내게하겠다는 EU(요새는 방산산업에 있어서도 EU의 것을 사라는 무언의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 빠른 경제발전을 위해 우리가 힘써왔던 철강과 중공업의 여파로 잃어버린 환경. 첩첩산중 속 우리에게 길을 보여줄 빅샷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넥스트 레벨 3 : 우주 탐사 - 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 3
이정모.최향숙 지음, 젠틀멜로우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의 세 번째 책, <우주탐사>다. 초등 고학년 학부모라면 보이저호가 지구의 곁을 떠나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책이 우리 아이로부터 태양계를 넘어 저 안드로메다로 가는게 아닐까, 안타까워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 부터 그렇다. 특히 비문학 쪽은 정말 걱정이다. 우리집 애는 어렸을 때 동물원가서도 살아있는 사자 말고 안내그림판에 그려진 사자와 사진찍어 달라던 애다. 다큐보다는 애니를, 책보다는 만화를, 지구상의 동물들보다는 뽀로로, 루피로 시작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그려진 동물들을 더 좋아하는 잼민이.(아.. 슬이가 이 게시글을 보면 안되는데... 하는 걱정이 1도 들지 않는다. 세 문장만 넘어가도 읽지 않는다. 니가 이 글을 보고 나에게 이야기한다면 게임시간 두 시간을 주겠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의 부모로서 앞으로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넥스트 레벨, 첫 번째 책 제목이다)에 대해, 지금은 챗GPT에 밀려 조금, 한물갔다고 느낄 법도 하지만 분명 미래세계 생활방식이 될 ‘메타버스’(두번째 책) 그리고 뻑하면 쏘아대는 일론 머스크의 인공위성만 봐도 알 수 있듯 중요해진 우주산업의 첫 걸음, ‘우주탐사’까지. 앞으로 평균수명 200세를 바라보는 잘파세대인 우리 아이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들 아닌가. 어떻게 접하게 할 것인가 부모들의 숙제이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투브에는 물론 이런 영상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다른 집 아이는 봐도 우리집 애는 안본다. 그럴 때 쓰는 가장 간편하면서 효율적인 접근방식은 책이다. 그림책에서 글밥있는 책으로 넘어갈 줄 알았으나, 학습만화로 마무리될 뻔한 애들을 구제해줄 수 있는, 그림과 사진 2/3, 글 1/3 구성의 책이다. 게다가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책의 저자인 이정모 관장님이 쓰신 책이다. 나는 프롤로그 마지막 부분 중 “이 책의 독자들은 요즘 발생하는 무수한 발사 실패, 달 착륙 실패가 얼마나 귀한 경험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p.9)에도 반했다. 우주 탐사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실패다. 이 전의 실패가 이 다음의 트라이에서 어떤 반전을 선사해왔는지를 아이들이 읽고 느꼈으면 좋겠다. “변화는 도둑처럼 찾아옵니다. 그러니 항상 준비해야 합니다. 준비란 역사를 아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인류의 우주 진출이 언제, 누가, 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깊게 살펴봅니다.”(p.9)라는 내용은 덤이고 말이다.

우주탐사의 시작이 사실은 전쟁이었다는 배경을 슬이에게 한번 설명한 적이 있었다. 이 심각한 이야기를 초등학생에게 알려주는게 맞는건지 고민하기도 했다. 정작 아이는 어찌나 재미없어 하던지. 내가 설명을 재미없게 하는 건가, 얘가 관심이 없는건가, 하브루타를 배워봐야 되나, 별 생각을 다 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내용도 만화로 코믹하게 담고있다. 12쪽부터 시작하는 ‘우주 시대의 서막’ 장에서는 1957년 10월, 러시아가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는 뉴스를 보는, 그 당시의 우리나라 상황이 그려져있다. 그때는 1가정에 1TV가 있을 수 없는 전쟁후 였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파사 앞에 모여있다. 특히 두 아주머니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저 쇳덩이를 시방.. 우주로 쏘아 보냈다는겨?”, “뭣 허러 그런 걸 쏘아 올렸댜?” 사실 우주에 관심없는 아이들도 이 아주머니들과 다르지 않다. 요런 아이들의 수준에서 우주 시대의 서막을 설명한다. 이후 냉전시대의 미국과 구 소련의 이야기, 공조를 해야 했던 우주 정거장이야기(레고처럼 조립형으로 설명을 해주니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쉬워보인다) 태양계를 넘어 기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허블과 제임스웹, 보이저 호와 칼 세이건의 이야기(이 부분을 읽으며 코스모스가 두 페이지에 요약이 되네,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써내려갈 우주 탐사의 미래, 거기에 ‘아주 오래된 질문들’의 해결을 우주탐사에서 찾아보려는 인류의 고민을 최대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써놓았다. 비문학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 추천하고 싶다.

우주 탐사의 진행 성적이 곧 국력과도 같으니 그동안 K 웨이브에 휩쓸려 자화자찬 뉴스만 보던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현재 미래 먹거리가 될 배터리나 로봇, ESG 관련 산업이나 특히 우주탐사에 대해서는 암울한 중간성적표를 쥐고 있다. 애들이 이 책을 읽고 충격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우주에 대한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롤로그에 써 있던 실패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 실패를 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실패가 좌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복탄력성의 동력이 되어 우주로 뻥뻥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근데 우주는 진짜 부모가 쏘아올리는 활로는 안 될 것...읍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