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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쟁 -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평점 :
<향신료 전쟁> :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최광용 지음
*요즘은 시내의 중심가만 나가봐도 세계 여러나라의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이탈리안 피자집, 미국 햄버거집, 마라탕집, 베트남쌀국수, 태국음식점, 인도인이 운영하는 식료품가게 등등. 이 음식들이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있게 된 것은 아무래도 세계화의 추세를 따른 1990년대 이후부터일 것이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구촌’, ‘세계화’라는 키워드를 섞어 그 특유의 억양으로 말하는 광경이. (이게 32년전이라니......) 그 당시의 순진한 나는 UN이 세계와 우주를 지키는 줄로만 알았다. 세계화가 무력에 의한 결과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나!!!! 어쨌든 이 <향신료 전쟁>은 정향, 육두구, 후추 시나몬 을 향한 유럽인의 이야기인 동시에 부제와 같이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가 덤으로 딸려오는 책이다. 어떻게 보면 네덜란드와 영국이 동인도회사를 운영하며 전쟁도 불사한 사업이야기일수도 있겠다. 향신료 뿐 아니라 튤립 종자도 이 회사에서 다룬 품목임을 떠올려본다. 대체 튤립이랑 후추가 뭐라고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엔비디아, 2차전지, 테마주에 어떻게든 투자해보려는 요즘 시대의 사람들과 그 당시의 사람들이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다.
1장 향신료를 찾아 대항해 시대가 열리다
2장 향신료 교역을 둘러싼 열강의 각축전
3장 북방 향로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인가
4장 네덜란드와 영국의 향신료 전쟁
5장 피로 물든 향신료 제도, 승자는 누구인가
6장 세계로 뻗어 나가는 향신료의 모험
부록 알면 알수록 더 향긋해지는 향신료 이야기
*인간 사냥꾼 식인종 부족이 있다는 세람섬을 읽을 때는 아무래도 뉴기니 근처이다보니 단백질 부족으로 인해 식인의 문화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써있었던 <총, 균, 쇠>가 떠올랐다. 또 세부에 마젤란을 격파한 라푸라푸 동상이 세워져있다는 이야기는 새로웠다. 백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구나, 싶어서. 제2차 영국-네덜란드 전쟁 중 런섬과 맨해튼섬을 맞바꾼 내용도 재미있었다. 마치 소련이 미국에 판 그린란드 이야기 같았다. 나는 6장이 가장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정향, 육두구에 생소해서였을 것이다. 우리나라 종자 소유권 이야기나 그 유명한 목화씨를 문익점이 가져오기 전에 이미 목화를 재배하는 곳이 있었다고 하는 내용, 또 향신료 도둑(심지어 젊을 때는 신학을 전공한!) 피에르 푸아브르, 그리고 세계 3대 향인 용연향, 사향, 침향이야기와 나에게도 익숙한 호랑이 연고 이야기까지. 향신료 보따리 장수가 풀어놓는 갖가지 향에 도취되며 이 책을 읽었다. 저자의 탐구정신에 감탄하며.
*뭔가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가 뼛속까지 DNA에 새겨진 저 유럽인들만 그랬을까? 성종이 후추를 좋아해서 종자를 구하려 애썼다는 짧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중국과 일본 옆이라 저 전쟁에 뛰어들지 못한건가, 먹는 것에 치중하는 모양새가 사대부 정신인 성리학에 맞지 않아서인가?
* 내일 마트가서 정향과 육두구 사올테다.(세계화로 좋은 점은 이런 편리함) 나의 생각이 이정도에 다다랐을 때 쯤에는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라는 호프 자런의 책이 떠올랐다. 따지고보면 이 모든 풍요의 시작이 더 맛있는 걸 먹겠다는, 이 향신료를 향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만 같아서.
* 이 책을 읽으며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 책도 떠올랐다. 나에게는 최광용 저자가 나에게는 앞으로 최테판이다! 심용환 역사학자님은 띠지에 “우리의 지성과 마음을 풍성하게 살찌우는 좋은 책”이라고 추천해주셨으나 나는 이렇게 쓰고 싶다. “우리의 지성과 마음에 향과 풍미를 더하는 책”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