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매트리얼 - 지식 너머의 진실, 최신판
제인 로버츠 지음, 매건 김 옮김 / 터닝페이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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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너머의 진실’, ‘이 책은 삶과 죽음, 그리고 모든 근원적 궁금증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다.’, ‘지식과 영감의 원천인 ‘세스’가 전하는 놀라운 통찰력!, 삶, 죽음, 시간, 꿈, 우주, 다차원 ‘인류의 비밀’을 밝힌 최초의 책‘,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 이런 수식어구들이 나를 감쌌다. 세상을 적지 않게 살아왔지만 아직도 알아가며 배우는 중인, 한 사피엔스의 지적호기심을 두드리지 않을 수 없는 단어들이다. 인간은 왜 죽는가, 신이란 누구인가, 미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과학이 아닌, 세스가 말하는 답을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다.

나는 무속신앙에 익숙한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영매 책은 처음 접하는 거라 새로웠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잡귀를 쫓기 위한 삼지창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제물이나 재물을 지불할 필요도 없었다. 요란하게 칼춤을 추거나 소금 또는 돼지피를 뿌리지도 않는다. 제인 로버츠에게 접신해 온 ’세스‘는 세상의 근원적 진실에 대해 서구인답게, 이성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모든게 제인의 잠재의식에서 비롯된 건 아닌가요?”라고 로버츠의 남편인 롭이 질문한다. 이에 대해 세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잠재의식은 통로와 같습니다. 어떤 문으로 들어서든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p.37) 이 대답이 내가 이 책을 더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동력이었음을 고백한다. 사실 초반에 이 책을 잡고 엄청 고민했다. 덮을 위기였다. 이 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파묘를 본 관객들이 천백만이 넘어간 이 시점에서, 나만의 결론을 정했다. 어떻게 생겨난 세스인지는 믿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세스라는 존재가 한 말들은 참 매력적이다, 라고.

*프롤로그 중에서 ‘자신이 운명의 주인’임을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세스와의 교신은 나의 현실관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정체성을 강화해주었다. 인간은 시간과 질병, 부패의 노예이며 통제 불가능한 파괴 본능에 붙들려 산다는 시각은 더 이상 나를 구속할 수 없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스스로가 운명의 주인임을 느끼고 있다.”(p.19)

*세스의 조언에 따라 롭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초상화를 그리다가 나눈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욘포세의 ‘멜랑콜리아’를 읽고 있던 중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초상화를 그릴 땐 그 사람을 뭇 생명의 중심으로 상상하십시오. 그러면 그림이 완성됐을 때, 자동적으로 그 사람이 일부분으로 속해있는 전체 우주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 무엇도 따로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바로 옛 대가들이 잘 알고 있던 비밀이죠.
그들은 아주 작은 부분을 통해 그것들이 속해있는 전체, 즉 우주 에너지를 전하는 영적 우주의 실상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에겐 엄청난 재능이 잠재돼 있습니다. 이를 최대한 사용하십시오.
오일은 땅을 암시합니다. 어떤 대상을 그리든 그것으로 영속성의 물리적 양상 혹은 인체의 육체적 지속성을 나타내십시오. 또한 투명 유화물감으로는 언제나 끊임없이 새롭게 솟아나는 무형의 에너지를 표현하십시오. 당신이 그린 내 초상화는 내 말을 듣고 있는 듯한 무형의 청중들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흡인력을 갖고 있습니다.(...)”(pp.146~147) 풍경화도 아니고 초상화를 보며 그 사람이 일부분으로 속해있는 우주가 나타날 것 이라는 세스의 말이나, 아주 작은 부분, 즉 디테일을 통해 전해지는 우주 에너지를 나 역시 느낀 적이 있다.

세스가 하는 이야기에 대해 무조건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세스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아니 그녀 일지도) 보는 관점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지평이 생각보다 더 넓어질 수도 있겠다. 이에 대해 제인 로버츠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제는 열린 마음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있긴 하지만 정신적 유연성은 기껏해야 나 자신의 선입관에 적합한 사실들을 받아들이는 정도로만 확장됐을 뿐이다.”(p.18) 하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성공아닐까?

p.s 이 책을 읽으며 ChatGPT에게서 대답을 듣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대화하는 인공지능이나 접신한 세스나 나에게는 같은 ‘존재’로 다가옴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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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사생활 네오픽션 ON시리즈 23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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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메디치 가문에서 본듯한 문장의 틀 속, 머랭쿠키를 머리로 달고 있는 초상화그림이다. 강렬하다. 달걀에 흰자만 나누어 설탕을 뿌려 만들어내는 과정을 생각해본다. 단순한 재료로 죽어라 거품을 내어 설탕을 뿌려 구운 머랭이 이 책에서 ‘제국’이라고 쓰인, 한국에서의 전형적인 족벌경영회사, 삼호의 운영방식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머리를 머랭으로 대체해서 그린 분 천재다 ㅋ.

작가분의 책 제목 중에 몇 개의 단어가 눈에 띈다. ‘서초동’, ‘강남’, ‘열외인종’, ‘반인간’, ‘특별관리대상자’다. 이 분이 주로 쓰시는 장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영화 제작사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으실 것 같다. 그리고 현재 극본 집필 중이시다. 이 책 역시 그랬다. 구두를 만들며 자수성가를 이뤄 한국의 20대 기업에 선정된 삼호의 80대의 회장, 장대혁이 회의실에서 바지를 벗으며 시작한다. 첫 시작도 세다! 첫째아들이지만 경영학과 쪽 교수인 장명진,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딸, 장명은, 맞고 자란 막내 장명우 삼남매가 서로 힘겨루기를 한다. 물론 회장님의 넷째 부인이면서 연예인인 오성은씨, 사위 김예훈, 그리고 회장님의 오른팔이었던 박현철 상무가 이 판에 끼어들며 이 소설이 진행된다. 그리고 결과는 반전에 반전이다.(절대 스포하지 않겠다!)

내가 씁쓸했던 부분은, (물론 이 시나리오를 쓴 작가님이 먼저 이런 부분에 대해 관찰하고 그쪽을 파헤치며 이런 픽션을 쓰시는 거겠지만) 아무리 자식들이 외국에서 박사를 따고, 하버드를 나오고 해도, 가족이 운영하는 시스템인 족벌경영체제의 결과는 이런 막장외에는 다른 결과가 없겠다는 부분이었다. 이런 부분이 장남 장명진과 둘째 딸 명은과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 아빠가 경영의 ‘경’자도 모르고 닥치는 대로 기업을 꾸려온 거, 오빠도 잘 알잖아.”(...)
“그말인즉슨, 그렇게 경영하는 게 대한민국에서는 먹힌다는 거잖아. 그게 중요한거 아니야?”
씁쓸하지만 분명히 옳은 진단이었다. 장명은은 자신도 모르게 짧은 한숨을 터뜨렸다.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통하는 사업, 그게 바로 족벌 기업이고, 1인 체제이고, 주술과 운과 인맥에 기반을 둔 사업이었다.(p.46)

“원칙같은 소리 하지마.”(...)
“대한민국에서 원칙과 상식대로 기업 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 아니, 대한민국뿐만이 아니야. 그 우습고 허약한 원칙을 고수하는 기업이 전 세계 어디에 있냐고.”(p.86)

이 책에서는 족벌경영 뿐만 아니라 초대회장이 경영을 승계하는 상황에서 이리떼(!)들에 의해 순식간에 인수분해되는 상황도 언급된다. 그래서 흥미롭기도 하지만 마냥 재밌네, 넘어갈 수만은 없다. 이 픽션을 보고 있을 나를 포함한, 노동자층의 독자들의 팔등에 소름이 돋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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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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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슬빛님의 일곱 가지 단편이 담겨 있는 소설집이다. 그 중 첫 번째 이야기가 ‘플랜B의 은유’인데 이 책의 타이틀이 되었다. 주인공은 청소년들이다. 성소수자의 고민을 가진 가족이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플랜B의 은유>는 “플랜B를 세우지 않게 된 이유를 까먹지 않도록, 계속 ‘플랜B’라고 불러 달라”(p.9)는 성소수자 플랜B이모의 “항상 플랜B를 세우면서 살았는데 플랜 A도 B도 C도 다 실패하는 게 인생이더라고.”(p.9)라는 대화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느낀 것은, 도시에 있는 ‘나’의 친구, 찬우는 공황장애약을 먹는 아빠를 걱정한다. 하지만 주인공 재호와 은유, 그리고 재호엄마와 플랜B이모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만 제외하면 매우 행복해보인다. 그 이유가 뭘까, 작가님은 답을 은유에 스며놓은 것 같다.

“음, 비유지. 직유, 은유 할 때 그 은유. 서로 다른 A랑 B 사이에서 어떻게든 공통점을 발견해 내려는 마음, 되게 간절하지 않아?”(p.24)
“아, 은유의 그런 면도 좋아. 이거는 이거다, 라고 말하는 게 꼭 선언하는 것 같잖아. 너는 나다. 나는 너다! 쫌 멋지지 않아?”(p.25)

공통점을 발견하려는 간절한 마음과 선언한다는 것. 이 두 가지 다, 혼자서는 못한다. ‘함께’여야 할 수 있다. 재호엄마와 이모가 함께 하며, 재호와 은유가 함께여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의미들이다. 사회적 약자이면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연대가 한참인 요즘이다. 거기에 성소수자들이 참여하고 있다.(아닌가, 아직도 유럽만의 이야기인가) 그래서 나는 이 책이 꼭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들을 포함한, 사회에서 소외되어온 사람들의 “너는 나다. 나는 너다”라고 외치는, 독립선언서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선언은 두 번째 이야기인 <내일의 우리>의 마지막 문장에서도 반복된다. “나는 똑바로 거울을 봤다. 거울에 비친 나는, 그냥 나 같았다.”(p.60)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음에 나오는 ‘빽붓’이었다.
“아주 멀리까지 가고 싶은 마음과 기꺼이 이곳에 붙들려 있고 싶은 마음이 매번 부딪쳤다. 마음이란 게 실체가 있다면 나는 그 마음들을 꺼내 두고 가만 노려보다 큰 ‘빽붓’을 집어 들어 슥 칠해 버리고 싶었다. 얼룩덜룩한 흔적이 조금도 남지 않게. 그러면 모든 게 한결 또렷해질 것도 같았다.”(p.44, <내일의 우리>) 이건 정말 이 글에서 사족이 되겠지만 요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이 빽붓이다...

읽으며 내내 정현종 시인님의 ‘방문객’이 머리에 맴돌았음을 고백한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동성애에 대해 미화하는 건 아닐까 싶은 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 온다는 건(...)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라는 시구가 바람이 되어 이 책을 읽는 내내 환기시켜주었다. 내 마음은 이런 바람을 흉내낼 수 있을까가 나의 숙제가 된 책이었다.
p.s 작가의 이름이 예뻐서 제목과 같은 크기로 책 표지에 실리는 구나 싶다. 이름 지어주신 분이 뿌듯해하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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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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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SF다. 인간의 장기를 임플란트로 바꾸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임플란트가 구독형태이면서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누진되는 그런 시스템이다. 아내가 더 수입이 좋아 주인공'나' 유온이 육아를 했으나 헤어진 이후 수입이 없어진 그는 가애가 되었다. 가애란, 수명이 얼마 안남은 사람은 유혹해 연인이 된 후, 중개인 그러니까 매켄지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돈을 쓰게 만들고, 상대방이 죽으면 유산으로 받는 구조다. 좋게 말하면 고독사 할 사람들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아이를 먼저 세상에서 떠나보내고, 아내와 헤어진 후 가애가 된다. 그러다가 같은 가애인 성아를 만난다.
*아무래도 중경삼림의 임청하&금성무가 그려진 일러스트 스티커를 받았기에 이 소설과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경삼림의 금성무는 사랑의 기억을 통조림에 담고 싶어한다. 기한은 만년으로 해서. 전여친에게 이별을 통보받았으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킬러인 임청하를 만난다. 유온도 한 카페에서 와이프, 이령으로부터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는다. 그리고 영영 그의 삶속에서 사라졌다. 그때 마시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은 다 녹아버리고 유온은 혼자 집으로 돌아온다. 이령을 기다리며 급속냉동을 실험하던 생방송 유투버(는 아닐 것이다 뭐 그런 미래의 플랫폼이라 치자)에게 다시 얼리는 방법은 없냐고 질문도 한다. 난 이 부분이 중경삼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녹아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유온을 보며, 슬픔이라는 얼음을 냉동시키고 싶었을까? 아니면 시간을 돌리고 싶었을까?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이령을 보내지 않고 꽉 잡았을까? 아무래도 유온의 스타일로 봐서는 잡지 않았을 것 같다. 그는 우유부단하다. 유온이라는 이름처럼. 따뜻하지만 뜨겁진 않다.
*장기를 임플란트로 대여할 수 있는 미래의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버디라고 하는 지금의 챗GPT같은 AI 비서를 뇌에 장착하고 있다. 만 3세 아이에게 이 버디를 심었을 때 생기는 문제들은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쓰게 해도 되는 것인가, 나아가서 챗GPT를 쓰게 해도 되려나, 하는 우려와도 같아 보인다. 유온이 나이가 많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지금 있는 것들이 그때 가서 그런 식으로 쓰인다는 작가의 상상력이 재미있었다. 한편으로는 성아와 같이 사는 주아를 만나러 갈 때 비타민 음료수를 사들고 가는 모습에서는 “아니 무조건 박카스지, 에이”라고 생각하는 나를 보며 흠칫 놀랬다.
*사실 가애를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유온보다 성아가 훨씬 적합하다. 물론 존재통이라는 심각한 후유증때문이지만. 주기적으로 부팅해야 하고, 그래서 기억을 잊어버릴 수만 있다면, 그 동안 만나 보냈던 수애의 미이라 몇 구를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는 유온보다는 훨씬 즐겁게 생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이를 영원히 잊지 않으려는 이령과 대조적이면서 매력적이다. 성아와 유온 이 둘 사이에서는 미안하다가 사랑한다로 들리는 커플이었다. 작가는 어두운 밤에 빛나는 달이라는 이미지를 성아에게 녹였는데 잘 어울렸다. 이 책이 총 15장인 것도 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서 이 소설이 SF냐 Romance냐 누가 묻는다면(아무도 안물어보겠지만) 나는 단연 후자라고 말하겠다.
*작명에 대하여
가애라는 직업의 플랫폼과도 같은 라이브 재즈 바의 사장님 이름 참 잘 지었다. 매켄지. 미국의 유명 컨설팅회사 이름 아닌가. 그들이 제공하는 전략컨설팅과 그가 수익을 받게 되는 구조가 뭔가 닮아보였다.
p.s 1. 요새 오렌지가 얼마나 싸고 달고 맛있는데 오렌지 냄새를 죽음의 향 디퓨저로 쓴 느낌이라 요 며칠 밤에 아이 깎아줄 때마다 섬뜩했다.
2. 유온이 차 사고로 잃은 아이 때문에 지하철을 타 버릇 할 때 나오던 노인커플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싸인을 보고는 뿜었다. 작가님은 꼭 상금 2억이 걸린 문학상을 주는 곳에서 1등했으면 좋겠다. (2등까지는 하신 것 같다) 그리고 작가님만의 책을 임플란트화해서 지구인 모두에게 장기구독했으면 좋겠다.
3. 인간의 수명은 영원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물론 돈이 받쳐줘야하지만) 사랑의 기한은 여전히 짧구나. 어쩌면 사랑이야말로 변하지 않고 영원한 정의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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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 탈출 프로젝트 개나리문고 16
김희정 지음, 시은경 그림 / 봄마중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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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가 여친을 사귀는 걸까? 나도 궁금하다. 이 책에 나오는 윤석민처럼 재미있는 아이는 여친을 금방 사귄다. 지혁이는 잘난척쟁이라고 싫어하지만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석민이는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리고 수줍음 많은 재우도 가은이라는 여친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앞에서 하는 자기소개같은 건 부끄러워하지만 1대1에는 강했나보다. 심지어 여자애에게 먼저 고백해서 얻은 커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일로 재우의 단짝 지혁이는 충격받는다.

“나는 정말 석민이 말처럼 아직 어린가 봐. 관심 있는 애가 없어. 그리고 고백하기보다는 고백을 받고 싶고.”(...) 그러고 보니 무슨 유행처럼 아이들은 고백을 하고 고백을 받았다. 내가 여자친구에게 관심 없을 뿐이었다. 하지만 석민이마저 고백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니 뭔가 기분이 별로였다.(p.50)

유행처럼 사귀지 않아도 되는데 자신이 얄미워하는 석민이도 모솔이라고 놀려대고, 찐친인 재우까지 커플이니 더 쫄리는 걸테다. 둘의 행각을 지켜보고 있는 지혁이는 ‘아! 이제 알겠어. 내 편이 생기는 거야.’라고 커플의 장점을 하나 하나 발견해나간다. 그러다가 반장선거 공약으로 모솔탈출 프로젝트를 내걸고 출마한다. 하지만 소외되는 친구가 없는 반을 만들겠다는 하영이의 공약을 반 친구들이 선택하고(이부분에서 반 아이들이 제대로 된 투표를 하는 민주시민으로 보임은 덤) 그런 하영이에게 하트를 뿅뿅 보내면서 이 책은 끝난다.
하영이의 공약이 정말 괜찮았다. “여러분의 친구가 되기 위해 일주일동안 돌아가며 모든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말을 듣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반 모두와 친구가 되겠습니다. 저는 한 명이나 몇 명의 단짝 친구 만드는 걸 포기하고 우리 반 모두와 친구가 될 계획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소외되는 친구도 없겠지요.”(p.73) 하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하영이는 1학기 임원동안 한명의 여친을 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지혁이의 하트 뿅뿅은 어쩌면 무의미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헐.. 생각하던 중, 하지만 2학기에는 지혁이를 밀어주겠다고 했다. 지혁이의 공약은 모태솔로 탈출! 아마도 지혁이의 모태솔로의 탈출은 2학기 때 이뤄질 것 같다. 해피엔딩이다 ㅋ

덧붙여서..올해 5학년인 아이 반에서는 올해 유난히 커플들이 많이 탄생했다. 알고보니 가위바위보에 진 아이들이 장난 고백하는 식으로 사귄다고 한다. 그러면 고백받는 애가 충격받지 않냐고 묻는 나에게 아이는 “싫으면 싫다하면 되잖아. 싫지 않으면 사귀는 건데 그게 왜?”라고 대답하며 알파세대임을 뽐냈다. 생각해보니 선을 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 할 말을 잃었다. 이후 나는 책 속의 지혁이처럼 사귄다는 아이의 친구들이 슬슬 부럽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교 다녀오는 딸래미에게 "잘 다녀왔냐"는 말 대신, “또 누가 사귄다든?”묻곤 했다. 그리고는 퇴근하는 김아빠를 붙잡고 “딸래미 이쁘다메, 왜 재는 누가 고백하는 애가 없을까? 우리 닮았나봐”라고 이야기했다. 김아빠는 “나 안닮았어. 난 고백 100번은 들었는데?”라는 언빌리버블한 TMI를 들었다. 헐. 나를 닮은 거였던 것인가, 이대로 질 순 없다. “재 외모는 여보랑 똑닮인데 왜 고백을 못듣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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