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를 위한 기후 수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애슝 그림,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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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때 ’벽돌 두 개의 합친 크기의 얼음에 ‘커빙턴’이란 이름을 지어주고는 발로 차며 유치원을 다녔으며, “여러분과 나는 운명적으로 환경과 관련한 역사의 갈림길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라는 말로 지구인들을 운명적 공동체로 묶어주는 호프 자런의 책, <십대를 위한 기후수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소개한다.

2020년에 출판된 성인판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2021년 ‘올해의 환경책’을 수상했다. 이후 코로나를 거치며 더 이상 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다음 세대가 깨우치고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직접 원고를 수정 및 보완”(출판사 발췌)한 책이라고 한다.

“두려움에 떨 때도 아니고 포기할 때도 아닙니다. 그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p.195) 나는 이 문장이 가장 와닿았다. 기후에 대해 공포스러운 헤드라인의 기사를 자주 접하는 요즘, “두려움은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정보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듭니다”(p.194)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는 책이다.

‘1부 생명’에서는 2009년, 학과장으로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수업을 제안받았을 때의 솔직한 심정부터 쓰여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제안이 별로 달갑지 않았습니다. 에너지를 절약하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건 담배를 끊으라고 하거나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으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p.20) 이후 저자는 변화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50여년동안의 행적에 관한 데이터를 쌓으며 “세상의 변화를 숫자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p.21)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저자가 어렸을 때를 떠올리며 이해하기 시작한다. 독자인 나 역시 그녀의 변화를 보며 “두려움은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정보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라는 문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부 음식’에서는 육류와 설탕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가운데 한국인이 좋아하는 스팸 이야기도 있다. “미네소타주 오스틴의 가장 큰 산업은 거대한 돼지를 잡는 도축업입니다. (...) 매일 일꾼 1300명이 돼지 1만 9000마리를 잡습니다. 이런 돼지 고기의 대부분은 스팸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지금은 전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0.078초당 한 개꼴로 소비되고 있습니다.(p.65)

‘3부 에너지’에서는 미국이 ”21세기의 가장 엉뚱한 환경 관련 발명품이 탄생“(p.150)시킨 ‘바이오 연료’ 이야기가 나온다. 바이오 연료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는 20킬로 그램 이상의 사탕수수와 옥수수가 필요하다. ”화석연료의 대안을 찾아 나서지만 이런 ‘대안의 규모는 매일 먹는 커다란 에너지 케이크의 맨 위에 올려진 아주 얇은 설탕 장식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p.159)“ 효과가 너무 미미하다.

’4부 지구‘에서는 ”모든 사람이 ’풍요의 이야기‘를 한다면, 다시 말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인과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택한다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오늘날의 네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pp.192~195)“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나오는 저자의 아버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55세였을 때, “라디오라는 마술이 텔레비전이 되고, 전보는 전화가 되고, 종이 테이프를 사용하던 컴퓨터가 펀치카드를 거쳐 결국에는 인터넷이라는 마법으로 변하는 것을 직접 보았”(p.230)다. 이런 세계를 경험한 아버지는 그녀에게 “인간은 무엇이든지 배울 수 있는 종”이라는 믿음을 선물한다. 이것은 “열심히 일하고 사랑한다면 결국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일이 실현될 것이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학 선생님의 말을 믿었습니다.”(p.231)로 이어진다. 나는 과연 내 딸에게 이런 믿음을 선물할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두려움을 전염시키기 보다는 믿음을 전파하는 양육자가 되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저자의 ’호프(hope)라는 이름이 참 부러운 부분이었다.

“우리의 자원은 땅과 바다, 하늘 그리고 우리 서로 이렇게 네 가지가 전부”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 모두가 속해 있는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세상은 달라졌습니다”(p.22)라고 말하는 호프 자런의 목소리가 깊은 울림을 가져다주었다. 이 울림으로 인한 떨림이 길게 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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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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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기 싫고 무섭고 나에 대해 객관적인 수치를 낱낱이 알고 있으며, 평소 좋지 않은 생활 습관과 루틴에 대한 의무적인 고해가 필수요건이라 아픈 것도 서러운데 왜인지 모르게 죄인된 것 같은 그 기분을 모두 업고 가야만 하는 곳, 바로 병원이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의사 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영화를 볼 때 어떤 관점에서 볼까? 참 흥미로운 질문이다. 그 책에 대한 대답이 있는 <영화관에 간 의사>를 소개한다.

의사선생님답게 네 가지 의학적 방법을 통해 감상한다.
1. 죽음과 생이 공존하는 곳
2. 그들은 왜 그렇게 아파했을까
3. 영화 속 질병 이야기
4.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이 챕터 네가지가 바로 그 방법들이다.

첫 영화는 <곤지암>이다. 우리 때 악명이 높았다. 미친 사람도 갇혀 있지만, 안미친 사람도 끌려가있다는 곤지암에 있는 정신병원말이다. 여기에 대해 의사선생님은 이 영화에 대해 “인류의 문명이 지속되는 한(...) 병원이라는 장소는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그저 괴담으로만 여겨질 수 있을 정도”(p.24)로만 생각해달라고.

두 번째 영화라서 넣을까 말까 혼자 고민한 <헤어질 결심>이다. 나는 사실 영화는 보지 않고 각본집으로만 최근에 봤는데 ‘산해경’에 꽂힌 나와는 달리 저자는 “신경과 의사이자 신화와 전설 마니아인 제 시각에서 봤을 때(...) ‘운디네의 저주’라고도 불리는 ‘호흡 중추 자동능 장애’라는 질환을 재해석한 의학적 작품”(p.27)이라고 설명한다. 16세기의 연금술사 파라켈수스가 창조한 운디네는 원래는 물의 정령인데 독일 작가 푸케와 프랑스 작가 장 지로두가 각각 이야기와 연극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물의 정령인 운디네는 어떤 기사와 사랑에 빠져 인간의 영혼을 갖게 된 대신 물가에서 모욕을 받으면 안되는 금기를 갖게 된다. 결국 남성 인간이 운디드를 저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자 운디네의 저주를 받게 되는데 ‘잠들었을 때, 숨쉬기 힘든 상태’(p.30)로 심각하면 깨어있을 때도 숨쉬기 어려운 이 상태는 ‘운디네 증후군’이라고도 불리운다며 이 영화에서 불면증을 겪는 장해준과 연결짓는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는 한지민씨가 출연한 우리나라 영화말고 2004년의 일본판을 다룬다. 독서모임 회원님중에 이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 계셔 나는 운이 좋게 몇 년 전에 보았다. 저자인 의사선생님은 “왜 조제는 걷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으로 이 영화에 관한 챕터는 시작하는데 “척추성 근위축증의 아형 중에서도 제3형이 가장 조제의 증상과 비슷한 질환”(p.102)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이야기해주지 않는 조제의 병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뭔가 시원한 느낌이 없지 않다. (왜지?) 의사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이 증상의 환자 중 “조제만큼 자유자재로 팔을 쓰기는 힘든 경우가 많다”(p.103)고 한다. 이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스핀라자라는 약제”가 등장했는데 이것을 투입하면 환자의 운동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는 좋은 소식도 들려주신다. 심지어 “2023년 말부터 한국에서도 보험급여가 인정되었다”는 친절한 설명은 덤.

<아이언맨>에 대해서는 ‘질병 그리고 죽음과 끊임없이 싸우는 의사들처럼’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마블 히어로들의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 그의 매력은 의사선생님들도 빠져나오기 힘든가보다. 신화를 좋아하는 의사선생님은 그를 다이달로스나 프로메테우스와 동급으로 본다. 기술자이기도 하고 발명가인 모습과 함께 성장하는 영웅의 서사를 보여주면서 희생하는 캐릭터인 <아이언맨>!

선망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유난히 되기도 어렵고 된다하더라도 끊임없이 죽음과 질병(에 시달려 약해진 사람들도 포함)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의사선생님도 힐링을 위해 “퇴근 후에 영화관을 방문”(p.6)한다. 그런 의사선생님의 감상을 읽다보니 재미도 재미지만 그들의 노고와 쉼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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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의 바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3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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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헤티가 바다유리를 들여다볼 때, 그리고 바다의 속삭임을 들을 때마다 “나의 내면은 무엇을 듣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공간적 배경은 바다와 섬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나를 들여다보게 되는 책, <속삭임의 바다>를 소개한다.

부모님을 바다에 잃고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헤티는 바다유리를 모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본다. 이런 그녀의 행동은 괴짜로 비춰져 마을에서는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모라 섬에서 100년 생일을 기념하는 퍼 노인이다. 그는 헤티를 이 섬에 재앙을 가져올 악한 존재로 본다. 섬사람들이 유난히 미신을 믿고 제물을 바치는 굿을 많이 한다. 배를 타야 하는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서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김약국의 딸들>에서 그의 배를 출항할 때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보았다. 언제 삼킬지 모르는 불확실한 바다 위에 배를 띄울 수 밖에 없는 섬사람들은 미신과 운명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 퍼노인이 그랬다. 하지만 헤티 역시 바다유리에서 무언가를 보는 아이이기에 나는 둘 다 미심쩍은 채로 2/3까지 읽었다. 바다유리에서 자꾸 다른 섬의 모습과 얼굴을 보는 헤티는 같은 섬사람들보다도 속삭임을 들려주는 바다에 더 가까워진다.

*개인적으로는 그랜디 할머니가 인상적이었다. 잘한 일에 대해서는 칭찬을 먼저 하고 싫어하는 이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하는 일 같이 헤티가 해야 할 일에는 단호하며, 없어진 손녀딸을 위해 과감하게 작은 배에 올라타는 용감한 할머니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라 섬에서의 헤티 멘탈도 꽉 잡아준다.
“우리는 우리의 정신에 의지해. 물론 다른 것들에도 의지하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의지하는 건 우리의 정신이란다. 내가 너에게 말한 힘도 바로 이 정신에 대한 거다, 헤티. 우리는 정신으로 인내하면서 살고 있어. 우리 조상들도 정신으로 버텨왔단다. 결국 견디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인내하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p.84) 따지고 보면 헤티는 할머니를 꼭 닮았다.

*헤티가 섬 꼭대기에 올라 폭풍이 몰려오는 바다를 위태롭게 바라보기도 하고 작은 배를 타고 험난한 파도를 겪으며 항해할수록 나 역시 바다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된 책이기도 하다. 나는 바다를 이런 마음으로 바라보고 경험한 적이 없어 뭔가 나이를 헛먹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ㅋㅋㅋ .... 이 책은 어쩌면 바다 감상용 입문서일지도 모른다. 몇 문장 소개하자면,
‘헤티는 바다를 향해 나직이 속삭였다. “유령처럼 으스스한 바다. 어쩜 바다는 이토록 아름답고 또 이토록 잔인할 수 있을까?” (pp.139~140)’
‘이내 사방이 조용해졌다. 곧이어 바람 소리가 들렸다. 강풍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문득 다시 알아차린 것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그리고 고요한 상태와 폭풍 소리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의아했다. 헤티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람과 고요함은 함께 계속되었고, 각각 서로의 특징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따금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고 어딘가에서 고요함이 흐르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p.178)’

*마리타 할머니가 타고 온 배의 이름은 라틴어로 “셈퍼 피델리스”인데 뜻이 ‘항상 신뢰하는’이라는 뜻이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다 미국 해병대 좌우명이래서 확 깨긴 했지만 이 소설에서는 마리타와 헤티가 늘 무언가를 그리워하던 마음이 연결되어(그냥 쉽게 연결된 것도 아니고 이 망망대해를 건너서!) 믿음으로 이어지는 관계이다 보니 헤티의 이름을 속삭이는 바다가, 이성적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뭔가 마음에 느껴진다. 그렇다, 이 책은 느껴야 하는 책이었다.

*두 명의 퍼도 흥미롭다. 노인 퍼는 헤티를 싫어했지만 후반부의 퍼는 두근두근이다. 헤티가 누군가를 원망하며 살지 않고 이 새로운 섬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탐만 불쌍한가?)

* 마지막이 참 아름다운 소설이다. 마음속으로 미장센이 절로 상상이 된다. 바다를 보러 가길 좋아하는 사람들, 무언가 가슴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는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헤티의 여정을 따라 그녀의 모험을 응원하며 나도 조금은 행동형 동사의 기운이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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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이코노미 -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시그널에 관하여
유리 그니지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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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이코노미>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시그널에 관하여
유리 그니지 지음
개인에서 조직까지, 성과를 만드는 인센티브 설계법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인센티브는 자본주의의 꽃 아닌가? 생각했다. 영업이 회사의 꽃인 것처럼, 영업이 계약을 수주해왔을 때 받는 인센티브, 그게 자본주의의 플러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이 책을 덮을 때 쯤, 인센티브가 자본주의의 대미는 맞는데 내가 생각한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인센티브라는 용어를 재정의하게 되었다.

이 책 초반부쯤에는 <허삼관 매혈기>를 떠올렸다. 공산주의와 헌혈에 대한 사례를 읽을 때쯤이었다. 사회구조의 진화는 이론상으로 자본주의 다음 단계는 공산주의로 배웠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를 인센티브를 통해 알게 되었다. “공산주의의 핵심은 경제다. 부를 창출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지시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부를 창출하더라도 창출된 모든 부를 정부가 소유하고 분배한다. 이러한 경제구조 아래에서 노동량과 생산량을 늘리려고 설계한 인센티브는 개인이나 그 가족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롭게 한다.(p.20) 허삼관은 자식들을 위해 피를 팔았지, 나라를 위해 팔진 않았다. 또 이 책에는 제인과 조의 헌혈 경제학 사례(p.65)가 나오는데 제인은 변호사라 여유가 있어 짬을 내어 정기적으로 헌혈할 수 있으나, 조수인 조는 여유가 없어 퇴근 후 우버 드라이버를 하느라 헌혈을 하지 못한다. 사실 혈액은행은 ”혈액 한 단위당 약 50달러를 지불하고, 그 비용을 환자들에게 청구한다.“(p.66) 하지만 헌혈해준 사람에게 50달러를 바로 지급한다면 어떻게 될까? 제인같은 사람들은 50달러라는 금전적 인센티브보다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할 때 자신의 훌륭한 행동을 언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조는 허삼관과 마찬가지로 50달러를 댓가로 받는 헌혈이 더 유리하다. 이런 ‘자신에 관해 느끼는 방식(자기 신호)’와 ‘다른사람에게 인식되는 방식(사회적 신호)’에 따라 인센티브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내용을 다룬다.

이 책의 3부인 ‘인센티브는 어떻게 이야기를 만드는가’부터 더 흥미진진해진다. 2만달러짜리 차를 한 대 팔 때 450불 깎아주는 것보다 차라리 주유권 450불 짜리를 주는게 더 효과가 큰 에피소드부터 ‘후회 복권’이야기도 그렇다(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시라!) 이후 5부의 ‘인센티브는 어떻게 행동을 변화시키는가’의 운동, 흡연과 같은 이야기도 상당히 재미있다. 나 역시 이런 사람이었구나를 아는 것은 덤!

결국은 이 책의 7부인 ‘협상할 때 어떤 신호를 보내야 하는가’가 이 <인센티브 이코노미>를 읽은 사람이 얻어갈 인센티브 내용이다. 1200달러짜리와 2000달러 중 어떤 자전거를 살지 선택하는 포인트나 영업활동으로 받은 친절이라도 호의에 보답해야 하는 의무감으로 파생하는 호혜성의 효과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며 즐거웠던 만큼 당신도 이 책을 읽으며 즐거웠기를 바란다“(p.438)라고 결론에서 쓰고 있다. 나 역시 즐거웠다. ”나는 이런 사고를 하며 다른 사람과 나 자신에 관해 많이 배웠다.“(p.439)라고 맺고 있는데 나 역시 그렇다. 물론 이 책은 인센티브를 책정하는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어떤 마케팅에 속고 있는지 어떤 전략에 무너지고 마는지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었다.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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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가족에게 휘둘린다
비에나 패러온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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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가족에게 휘둘린다> 비에나 패러온
내 안의 뿌리내린 상처를 찾아내고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심리 테라피
어릴적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어떻게 행동으로 나타나는가?
짊어진 무게와 소모적인 삶의 패턴에 지친 당신을 위한 책
<말 그릇> <말의 시나리오> 저자 김윤나 강력 추천

*“무엇보다도 내담자의 신원과 세부 정보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 했”고 “일부는 여러 내담자의 사연을 섞어서 한 인물의 이야기처럼 재구성했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사실입니다.”(p.11)라고 ‘저자의 말’에서 밝히는 이 책은 어린 시절 받은 미처 빼내지 못한 가시같은 상처를 빼내고 치료하는 책이다. 이 책을 덮을 때 쯤 앨리는 내 친구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고집을 부릴 땐 나도 같이 방어기제가 발동하기도 하고 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저자가 가끔 앨리가 보지 못하는 면을 짚어줄 때면 나도 속상했다. 그러다가 그 쓴소리를 삼키는 내담자들을 안쓰러워하며 ‘당장은 아니어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연민을 가졌다. 다 읽고 보니 결국 그 응원은 내 자신을 향해 있음을 발견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나의 뿌리’를 알아가는 단계다. 오래된 상처의 시작과 상처에 대응한 나의 과거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2부는 ‘상처의 근원’을 다룬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가치감이 자존감과도 연결되어 읽혔다. 근원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 이름 붙이기, 목격하기, 애도하기, 방향 전환하기-를 연습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3부가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다. ‘관계 행동 바꾸기’ 부분을 읽으며 밑줄을 많이 그었다. 갈등이 건드리는 상처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때를 관찰하는게 관건이다.
“문제는 예민한 반응에 있다.(...) 갈등이 시작될 때는 대개 상처가 건드려지기 때문이다.(...) 상처를 먼저 살피고 그 너머의 정서적 욕구를 알아차리면, 즉흥적으로 반응할 때보다 상대에게 진정으로 보이고 들리고 이해받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p.259)
이 부분에서는 엄마와의 갈등을 겪는 앨리가 나온다. 엄마는 방어기제로 앨리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앨리는 다정하게도 시도하고 언성을 높여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런 앨리에게 상대와의 “관계를 끊는 방법이 합리적인 선택일 때도 있지만, 대개는 상대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p.267)라고 저자는 말한다. 상대가 나를 이해해줄거라는 희망을 버리고 “그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p.267)라고 조언한다. 나 역시 비슷한 경우에 놓일 때가 많다. 저자는 “당신이 마지막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언제였는가? 방어적으로 반응할 때 어떤 상처가 건드려졌는가? 그리고 방어적인 태도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p.268) 나의 방어기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을 때는 언제였는가? 그때 당신의 내면에서 어떤 상처가 건드려졌는가? 당신은 상대의 방어적인 태도에 어떻게 반응했는가? 당신이 전달하려 했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는가?(p.269)라는 내가 미처 보려하지 않았던 상대적인 질문도 던진다.

*갈등외에도 안전상처, 다공성경계와 경직성 경계에 대한 개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니 내가 생각하는 방식속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4부에서는 ‘나를 되찾기’를 통해 이 책을 덮은 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외국인저자이기에 다른 문화적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내심 놀란 면이 있다. 순종적인 아시아인보다 감정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이런 심리적인 문제의 근원이 비슷하다는 것도 그렇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기를 사랑하려면 매우 건강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자기를 사랑하려면 친절함과 책임감, 호의와 주인의식, 연민과 책임감이 모두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p.366)

*이 책은 가족뿐 아니라 가까운 이들에게 더 상처를 받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주변에 탓을 돌리기 전에 나를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게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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