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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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에서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숨 쉬러 나가다" 3종을 리커버 세트로 출간했다. 그 중 <나는 왜 쓰는가>이다.


한국 방송이나 문단에서 긴 수명을 유지하는 유명인들의 행동 지침이 있다면 1번은 정치색을 띄지 않을 것일테다. 그런 지식인들만을 미디어에서 자주 접하다가 가끔 조지 오웰을 글에서 만날 때면 나는 이 작가에 대해 ‘치열하게’, ‘정치를 이야기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직설적인’등의 편견의 형용사를 머릿속에 떠올렸음을 고백한다.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기도 하고 익히 들어왔던 터라 이미 읽은 것 같은 책이었다. 이제서야 이 책을 읽으며 조지 오웰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비로소 내가 가졌던 고정관념을 탈탈 털어버릴 수 있었다. 

    

“나는 작가다. 모든 작가는 ‘정치에 거리를 두려는’ 충동을 느낀다. 평화롭게 책을 쓸 수 있도록 내버려 두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이상은 기업형 슈퍼마켓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구멍가게 주인들의 꿈보다도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 지난 몇 해 동안 나는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책들을 쓰면서도 자본가계급으로 하여금 매주 몇 파운드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생활을 어찌어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 나는 그런 상황에 맞서 싸워야 한다. (...) 그리고 길게 볼 때 언론의 자유를 감히 허용할 체제는 사회주의 체제밖에 없다. 파시즘이 승리한다면 나는 작가로서는 끝이다. 즉, 내가 가진 유일하게 쓸 만한 능력이 끝이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사회주의 정당에 가입할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pp.65-66)

-‘나는 왜 독립 노동당에 가입했는가’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 시스템에 의해 생긴 돈으로 근근히 살아온 저자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는 사회주의 체제가 낫겠지만 이마저 파시즘으로 향할 수 있는 구멍들을 본다. 그래서 그가 가진 유일한 능력인 글쓰기를 계속하기 위한 삶을 위해 비판해왔다. 그래서 그렇게 치열하게 자신이 보고 경험한 노동자계급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쓰면서 비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노동자들을 대변하여 썼기에 있는 솔직한 글쓰기로 이어졌음을 이 책을 읽으며 배운다. 


우리나라에는 왜 조지 오웰같은 작가가 없을까, 생각해본다.(물론 우리는 한강 작가 보유국이지만) 그대신 우리에게는 조지 오웰이 우려하던 파시즘, 독재를 극복해낸 풀뿌리 민중들이 있다. 바람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풀뿌리, 누울지언정 뿌리 뽑히지 않는 풀뿌리민중. 


이번에 이 세권을 새로 읽으며 오늘날의 우리나라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 사회를 반으로 가른 각 당의 정치인들이 서로를 비판하고 비방하는 이야기들이 시끄럽게 들려온다. 이를 듣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귀를 닫기는 너무 쉽다. 하지만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듣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서 살 수 없다.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자로서 남길 원했지만 양쪽을 다 들었고, 다 비판했다. 글쓰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썼다. 당장 ‘정치적이지 않은 글쓰기는 없다’라는 말의 조지 오웰처럼 쓸 수 없는 풀뿌리 같은 나는 귀를 닫지 않고 계속해서 들을 것을, 멈추지 않고 읽을 것을 다짐한다. 이 두 가지가 나의 뿌리를 뽑히지 않게 해줄 것이며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잡아줄 것임을 예감한다. 


#나는왜쓰는가#한겨레출판#하니포터10기#하니포터#조지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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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러 나가다 - 개정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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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에서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숨 쉬러 나가다" 3종을 리커버 세트로 출간했다. 그 중 <숨 쉬러 나가다>이다.

 

<1984>와 <동물농장> 외에 조지 오웰이 쓴 다른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유명하지 않다는 뜻은 ‘별로인가’하며 기대감 없이 읽었다가 진흙 속에서 보석을 줍게 되었다. 

   

 중년의 보험 외판원, 조지 볼링이 새 틀니를 맞추는 날, 우연히 경마로 따게 된 17파운드를 아내 힐다 몰래 쓸 생각에 부풀면서 소설이 시작한다. 그는 보채는 아이들로 목덜미에 묻은 비눗물을 다 씻지도 못한 채 욕실에서 나와 일터에서도, 집안에서도 끈적끈적한 불편한 일상을 참고 있는 중이다. 돈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아내는 그런 그를 더욱 지치게 만들 뿐이다. 게다가 라디오에서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전쟁이야기는 그를 불안하게 한다. 이러한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조지 볼링은 20년 전 떠나온 고향을 혼자 방문하여 낚시와 같은 소일거리를 하는데 이 돈을 쓸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기억 속의 자연에 둘러싸인 고향과는 달리, 대규모 주택 건설로 연못은 쓰레기매립지가 되어 있고, 비밀의 연못은 정신병원으로 변해 있다. 볼링은 자신의 기억 속 과거의 고향과 현재의 모습 간의 괴리감을 느낀다. 라디오로 힐다가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 다시 돌아오지만 여행을 하기 전과 다를바 없는 불편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틀니를 새로 맞추는 날이라는 설정부터 힐다에게 무어라고 이야기할 지에 대한 3개의 객관식까지 인상적인 부분이 정말 많았다. 그중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이루어진 상아탑에 스스로 갇힌 포티어스와 히틀러에 대해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잘못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히틀러는 차원이 다른 존재예요. 스탈린도 그렇고요. 그들은 그저 재미로 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고 머리를 베고 하던 옛날 인간들하곤 달라요. 그들이 추구하는 건 사뭇 다른 무엇이에요. 전혀 못 들어본 것이라고요.”

“이 친구야!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네.”

물론 그건 포티어스가 아주 좋아하는 말이었다. 그는 새로운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p.248)


조지 볼링은 ‘바보도 아니지만 지식인도 아닌 자신’조차 “다가올 전쟁이, 전후와 식량배급줄과 비밀경찰이, 생각할 것을 지시해주는 확성기가 눈에 선하다”(p.249)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만나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이, 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이들이, 버스 운전사들이, 철물회사의 출장 외판원들이 세상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음을 직감하고 있”(p.249)다. 그러나 포티어스에 대해서는 “이 학식 있는 사람은, 평생 책과 함께 살았고 역사에 푹 빠져 있어 몸에서 역사 향이 발산되는 듯한 이 사람은, 세상이 변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 히틀러가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또 한 번의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지난번 전쟁에 나가 싸우지 않았으니 전쟁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pp.249-250) 조지 오웰이 가장 경계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런 류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에피그라프- “그는 죽었네, 하지만 누워 있지 않으려 하네, 어느 대중가요“-를 떠올려본다. 오웰은 포티어스 같은 사람을 ”‘그는 죽었다.’ 유령이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죽은 것이다.“(p.251)라며 평범한 볼링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한다. 내면적으로, 정신적으로 죽은 지식인층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챕터의 마지막 문장 -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의아했던 건 도대체 왜 나 같은 인간이 그런 걱정을 해야 하느냐였다.“(p.253) -은 사회 문제에 대해 고뇌하는 미약한 개인, 조지 볼링을 우리가 바라볼 수 있도록 쓴 오웰의 전방위적 시각이 돋보였다.   


고향을 방문한 일주일동안에도 변해버린 고향 사람들과 전쟁의 불안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엘시가 뚱뚱하고 추한 할망구가 되버린 모습은 상징적으로 자신의 기억 속 과거의 고향과 변해버린 현재의 상징으로 보인다. 제목처럼 숨 쉬러 나갔지만 그는 오히려 물먹은 종이처럼 상실감과 절망을 잔뜩 흡수해버리고 말았다.    


조지 오웰의 이 작품은 ‘조망하고 예견하는 글쓰기’로 소개한다. 


”현대 사회의 실체인 ‘불안’과 ‘소외’의 징후를 예리하게 밝혀내는 시선에, 다가올 2차대전과 파시즘이 지배하는 세상을 너무나도 정확히 예견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작품이다.“


유명한 두 작품이 설명없는 은유로 쓰였다면 이 소설은 조지 볼링의 내면의 목소리를 직접 묘사하기에 조지 오웰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청소년들이 이 작품을 먼저 읽고 나머지 두 작품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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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개정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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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에서 조지 오웰의 삶과 사유를 담은 대표적인 작품들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도록 "나는 왜 쓰는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숨 쉬러 나가다" 3종을 리커버 세트로 출간했다. 그 중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다.

190cm이 넘는 조지 오웰이 1m도 안되는 막장을 기어가며 본 것을 썼다는 르포, <위건부두로 가는 길>은 ‘세미 다큐멘터리의 위대한 고전’이라는 칭송받는다. 이 책은 총 2부로 ‘1부, 탄광 지대 노동자의 밑바닥 생활’에서는 1930년대 영국 북부에 있는 탄광지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

“우리는 영국에서 수백만 명이 (또 전쟁이 터지지 않는 한) 이승에서는 절대 번듯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게 낫다. 할 수도 있고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 하나는, 원하는 모든 실업자에게 약간의 땅과 연장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생활보호위원회의 실업수당으로 연명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가족을 위해 채소라도 기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건 가당찮은 일이다.”(pp.112-113)

세계적인 공황으로 실업자가 흔한 1930년대의 모습을 기록하며 자신이 본 바와 연결하여 최소한의 땅과 연장을 제공해줄 것을 주장하는 조지 오웰의 모습이다. 또 이어 노동자들이 묵는 열악한 하숙집의 모습, 막장안의 광부들, 광부 노동자들이 가족들과 사는 집들, 실업에 대한 정확한 통계등에 대해 서술한다.

‘2부 민주적 사회주의와 그 적들’에서는 ”나는 상류 중산층 가운데 하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p.162)라며 자신의 출신에 대해 노동계급과 아주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으면서도 구차하게 체면을 차려야 하는 계급으로 설명한다. ”아랫 것들은 냄새가 나“(p.170)라고 이야기하는 부르주아 출신의 중산층 이상의 계급들의 시각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쓰고 있다. 이런 부분은 사회주의자들에게서도 배척받는 이유로 이해된다. 제국주의 시대의 버마에서의 경찰로서의 경험이나 아시아인에 대해, 또 후반부에서는 사회주의와 파시즘에 대해 생각한 바를 거침없이 썼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기록 노동자로서의 면모다.

“탄광에 고용된 광부 한 사람이 매년 퍼내는 석탄의 톤수는(...) 1934년에는 280톤을 캐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는 광부의 일평생 업적과 다른 사람의 것을 비교해보변 잘 알 수 있다. 나는 만일 예순까지 산다면 서른 권의 소설을, 아니면 기껏해야 보통 크기의 책꽂이 하나를 채울 분량을 채울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평균적인 광부 한 사람은 8,400톤의 석탄을 캐낸다.(p.59)

광부들을 지켜보며 그 노동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동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존경이 담겨있다. 글쓰는 자신을 광부와 비교하는 부분을 읽으며 날이 서 있으면서도 뜨거웠던 이유의 비밀을 엿본 듯하다.

“하지만 메모에 불과한 이런 기록은 내 기억을 되살리는 것으로만 가치가 있다. 나야 읽어보면 내가 본 것들이 떠오르지만, 기록 자체가 북부 지역 슬럼가의 끔찍한 실태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드러내는 건 아니다. 글이란 게 그렇게 미약한 것이다.”(p.78)
이 부분을 읽으며 의외로 겸손한 오웰의 모습도 느꼈지만 오늘날 ‘조지 오웰’의 명성을 그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자신이 직접 본 것을 글로 쓰기 VS 있는 그대로 그리기, 중에 어떤 것이 더 힘드냐고 묻는다면 단연 전자에 손을 들겠다. 조지 오웰 자신은 글이란 게 미약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오늘날 그의 글을 다시 읽으며 글의 힘을 느껴본다.

‘위건부두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이 의아하다.
“아! 위건 부두는 헐려버리고 이젠 그 자리마저 확실치가 않으니!”(p.99) 위건부두는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위건부두로 가는 길’이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지하에서 무릎을 꿇고 석탄을 캐는 광부들에게 이 곳을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고 싶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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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위의 코딩 - 비전공자도 시작할 수 있는 코딩 첫걸음
고코더(이진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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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도 시작할 수 있는 코딩 첫걸음
<내 손위의 코딩>

IT현장에서 10년 넘게 일한 시니어 개발자이며 코딩보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프로그래머로 브런치를 시작으로 여러 곳에서 글을 쓰고 있다.

총 5장으로 ’1장. 코딩? 개발자?‘에 대해서는 개발자가 다루는 기계어, 컴파일러와 개발자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다. 일반인이라면 ‘개발자’에 대해 ‘코딩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답하겠지만 저자는 ‘경험하지 않은 문제가 주어졌을 때 해결할 수 있는가’(p.35), ’사회가 원하는 문제를 디지털로 해결해주는 사람‘(p.38)이라고 대답한다. 따라서 문제에 도전할 수 있는 개발자의 덕목으로 ’용기‘를 이야기한다. 이 용기를 가진 독자는 다음 ’2장. 할 수 있다, 개발자!‘를 펼치게 된다. 국비지원, 부트캠프, 온라인강좌 같은 코스로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과정과 취업 시 작성해야 할 포트폴리오에 대한 글이다. 당장 어떻게 해야 개발자가 될 수 있는지, 또 이 코스들을 마치고 날 때의 막막함을 예견한 듯 그 후의 첫 걸음은 어떻게 떼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챕터다. ’3장. 코딩을 배워봅시다‘에서는 책으로, 블로그로, 또 저자의 방법으로 코딩을 공부하는 법을 다룬다. ’4장 개발자로 변신하기‘에서는 프런트엔드, 백엔드 개발자 혹은 모바일 앱 개발자 등 직군별 성향에 대해 설명해준다. 또 정규직과 프리랜서의 비교는 잘 아는 선배 개발자에게 비싼 밥으로 꼬셔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 ’5장. 개발자의 하루‘에서는 현업개발자로서 느끼는 모든 것을 담았다.

개인적으로 2장 중 ’인공지능과 함께 코딩을‘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인공지능 때문에 개발자라는 직업이 없어질 거라는 보도와는 달리 저자는 ’인공지능 학습도구를 통해 개발자로 전향하는 데 성공‘(p.93)한 친구를 예로 들었다. 물론 친구분은 코딩 학습을 AI로 했다는 내용이긴 했으나 이어서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과의 협업 개발물에 대한 기업 내 수용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오히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개발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p.95)

라고 쓰고 있다. 현직 시니어 개발자인 저자의 시점에서도 인공지능활용이 필수적인 흐름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한번 ’용기‘라는 개발자의 덕목을 떠올렸다.

또 5장에서 ’화성에서 온 개발자‘라는 챕터도 눈에 들어왔다.

“비개발자와 개발자, 두 종족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다. 그만큼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언어가 너무 달랐다. 분명히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과 뜻은 너무도 달랐다. (p.225)”

저자가 설명한 그 외계인은 우리 집에 강림하신 개발자 남편님이 확실했다. 지구태생이며 갱년기라는 삶의 단계를 맞이한 나는 ’된다‘, ’안된다‘, ’모른다‘라는 확실한 대답을 듣고 난 후에 뒤이은 설명을 원하는데 이 화성 외계인은 항시 애매모호하게 설명을 한 후에 ’그래서 모른다‘로 끝나곤했다. 나는 그 이유가 MBTI의 T라서가 아니라, 개발자라는 직업 탓이란 걸 이해하게 되었다. 그 직업이 우리 지구인을 외계인으로 만들었구나. 끙 아빠, 힘내세요. 코딩책에서 부부고민해결은 덤.


“이 책은 코딩을 배우고자 하는 모든 이를 위한 안내서다. 그리고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 특히 비전공자임에도 개발자를 꿈꾸는 독자를 위해 실질적인 방법과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어떻게’시작해야 할지를 담았다.”(p.7)
저자의 위의 글처럼 컴공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문과이더라도, 전혀 다른 직업군에 있었더라도, Hello World (1978년 브라이언 커니핸, 데니스리치의 교재 <The C Programming Language>의 책에 나온 첫 예제로, 이 밈이 유명해지면서 프로그래밍 입문자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코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p.19)) 라는 코딩의 세계는 활짝 열려있다고 말해주는 책 <내 손 위의 코딩>이었다.
당연히 컴퓨터공학이 아닌 전공자, 옛날 문과인사람, 다른 직업군이면서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이다. 그리고 컴퓨터공학을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도 이 책을 읽으면 코딩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컴공 졸업 이후, 개발자의 삶을 간접경험할 수 있으니 미리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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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지 않는 삶 - 생각과 감정 너머 존재에 닿는 안내서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서진 엮음, 루카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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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지 않는 삶>은 에크하르트가 1997년도에 <The Power of Now>라는 제목으로 ‘나마스테’ 출판사에서 낸 책의 실천편이다. 원본인 이 책은 1999년, ‘새 세상 도서관’에서 재출간했고 2000년도에 ‘오프라 윈프리’가 추천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오프라 윈프리에 대해서는 개신교 가정에서 성장했으나 성인이 되어서는 뉴에이지에 심취해 그가 대중들에게 추천했던 목록 중 명상과 영성에 대한 주제가 많은 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2000년 초반부터 명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고 대표적으로 오프라 윈프리,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레이디 가가, 리처드 기어 등이 명상을 하는 사람들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석학, 유발 하라리는 한국으로 초대해준 출판사 대리인에게 아침에 명상하는 시간만큼은 스케줄을 잡지 말아달라고 한 최근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외에도 게이머 페이커, 이효리씨도 명상 팬으로 알려져있을만큼 이제 명상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해진 삶의 루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2000년부터 서점가의 한 자리를 차지해온 알아차림(awareness), 마음챙김(mindfulness)에 대한 책들과 최근의 뇌과학을 통해서 본 명상에 관련한 인문학 책들은 내 머리에 영성, 명상, 뇌과학이라는 키워드로 한 카테고리에 저장되어 있다. 그 중 최근에 읽은 것은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이다. 한국인이 썼기에 외국인 저자와 비교해서 가독성이 좋을 것이며 이 두께를 보니 쉽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을 것이라고 오해한 책이다. 처음에는 과학적으로 접근하다가 명상과 영성으로 향하는 마음근력으로서의 내면소통을 제시한다. 그러다가 이 책, <붙잡지 않는 삶>을 붙잡게 되었다.

이 책의 기획자인 서진씨 역시 2022년의 어느 날, 제주도에 가는 비행기에서 갑자기 ‘깨어남’을 경험한다. 에크하르트 역시 1997년 에고적 자아로부터의 이탈을 한순간에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별도의 번역자없이 AI의 단순번역과 뒤에는 영어원문을 실어 이 책을 출간했다. 20세기 후반 그러니까 초기의 영성지도자였기에 쉬운건지, 독일에서 태어나 스페인을 거쳐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녀서인지, AI의 단순번역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학생 영어 실력 정도라면 무난히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이 책은 고통을 느끼는 에고에서 벗어나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면 자유, 행복, 평화와 같은 주체가 원하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커다란 주제를 다룬다.
“존재는 마음이 고요할 때에만 드러납니다. 침묵은 신의 언어이자 존재의 언어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고 완전히 ‘지금’에 있을 때 존재는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마음과 생각으로는 결코 그것을 알아낼 수 없습니다. 존재를 인식하고 그안에 머무는 것, 이것이 깨달음입니다.”(p.28)

“에고는 현재의 순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 관심은 언제나 과거와 미래에 머뭅니다. 겉으로는 지금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과거에 쌓인 감정, 의견, 경험, 견해로 이뤄진 집합적인 허상을 통해 자신을 지속시킵니다.”(p.39)

“마음이 '나는 피해자야'라는 정체성을 만들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계속 그 이야기를 반복하는 한, 고통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 감정을 피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변화의 길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p.250)

파편화된 개인이 모여있는 도시에서 사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우울증이라는 이유없는 고통에 시달린다. 그런 에고에서 벗어나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단 한번으로 이룰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처단되지 않은 나의 에고는 계속해서 회한을 만들어내고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로부터 저항한다. 그렇기에 명상은 루틴이 되어야 하고 이런 종류의 책은 계속해서 읽어나가야 함을 느낀다. 그 시작이 될 수 있는 책, <붙잡지 않는 삶>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야 <내면소통>을 다시 읽어볼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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