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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분실함 ㅣ 초등 읽기대장
박상기 지음, 하민석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2월
평점 :
🔖
"여기에 마음을 가진 물건은 우리 셋뿐이라네."
"우리는 주인의 강한 애정이 깃들어 마음이 생긴 것이거든."
(P.22~23)
학기 말이 되면 초등 아이들 학교 알림 앱에서
수많은 사진을 첨부해 분실물들의 주인을 찾는
아주 간절한 알림 공지가 잔뜩 올라오곤 합니다.
이젠 폐기가 임박했으니 얼른 찾아가란 공지죠.
분명 그 물건을 처음 샀을 때 기쁨이 충만했을 텐데,
잃어버리고도 찾지 않은 물건들이 얼마나 많던지요.
줄넘기, 노트, 점퍼, 시계, 가방, 장난감, 모자, 필통 등
상태도 종류도 다양한 물건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귀찮아서인지, 방법을 몰라서인지, 물건이 많아서인지
사실 요즘 아이들은 잃어버린 물건을 잘 찾지 않지만,
분실물들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보면 다르더라고요.
오직 하나뿐인 나의 주인, 분실물들에게 마음이 있다면
주인을 향해 애타게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요?
📚
오직 한 아이, 자신의 주인인 성호만 바라보는 가방 레드.
어느 날 성호가 축구를 하는 사이 누군가 레드를 집어가더니
안에 있던 카드만 빼곤 레드를 분실물 보관함에 던져버려요.
속상한 레드에게 오래전부터 있었다던 손목시계 할아버지는
마음을 가진 물건은 주인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며,
주인의 모습을 떠올리는데 온 마음을 집중하라고 알려주지요.
한편 레드를 잃어버린 성호는 가슴이 답답해졌어요.
늘 아픈 엄마가 직접 수놓은 세상 하나뿐인 레드였거든요.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레드를 찾을 길이 없는 성호였어요.
레드는 그 사이 손목시계 할아버지의 사연도 듣게 됩니다.
창욱이의 할아버지가 쓰던 손목시계를 창욱이에게 주시곤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아직 마음을 열지 못하고
점점 외톨이가 되고, 물건을 훔치는 버릇마저 생겼다고요.
어느 날, 분실물 보관함이 열리고 선생님들이 나타났어요.
금요일까지 기다린 뒤, 폐기처분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
보관함을 나가 성호를 만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는 레드!
레드는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던 성호를 만날 수 있을까요?
성호와 창욱이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줄까요?
분실함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레드와 손목시계 할아버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며 잊지 못하는 창욱,
레드를 수놓아준 엄마가 건강해지시는 것이 소원인 성호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기적 같은 순간과,
상처를 극복해가는 아이들의 마음이 잘 어우러진 동화예요.
정말 귀하고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고, 또 지켜나가려 하는
주인공 아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참 따뜻하게 한답니다.
서로를 돕는 보관함 속 친구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한솔수북 선생님 동화 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책이라더니
정말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분이 쓰신 동화답게,
아이들이 공감하고 오래 기억에 남을만한 이야기더라고요.
우리 삶에서 '기적'이란, 거창하고 마법 같은 일이 아니라,
정말 그 일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낸 엄청난 정성과 수많은 노력의 결과인 것 같아요.
간절히 서로 닿기를 바랐던 성호와 레드의 마음의 바람이
결국 쌓이고 쌓여 우연을 넘어선 필연을 만들어내었고,
그 마음을 느낀 친구들도 둘을 도와줄 수 있었으니까요.
성호와 레드의 감동적인 이야기, 또 상처로 가득했지만,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는 성호와 창욱이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기적의 순간들'을 직접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초등 아이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