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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존경하는 ㅣ 파란 이야기 11
박성희 지음, 김소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평점 :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인공인 민우, 루아, 준성, 민영, 세린, 세은, 가영, 은수, 연수에게 좋지 않은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 주어서, 나도 같은 어른이어서, 그런 아이들 곁에서 지켜주지 못해서, 편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동화책이지만, 이 아이들은 어딘가에 있을 것 같고, 어디에선가 좋은 어른들을 찾고만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그 나쁜 어른들 또한 역시 있을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고, 속상했다.
우리가 어릴 때에도 나쁜 어른들이 참 많았다. 지금처럼 아동인권이 자리 잡히기도 이전, 많은 어른들을 아이들을 쉽게 여겼다. 가진 것으로 아이들을 나누고 차별하고, 대놓고 편애하고, 아무렇지 않게 때리고, 또 아무렇지도 않게 만졌다. 본인들의 나쁜 짓에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나쁜 어른들은 지금도 오래도록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가정 형편으로 장학금을 받게 된 민우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무례한 질문을 쏟아내며 형식과 절차, 보이는 것들에만 관심을 갖는 어른들. 장학금이라는 명목하에, 누구보다 바른 아이와 가족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를 입히는 질문만을 쏟아내는 어른들.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지 않는 여러 선생님들과 달리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들어주고 읽어주는 '시크릿 루루'의 독자들에게 진정한 소통을 하던 루아. 그런 루아의 글을 훔쳐낸 지민이를 어머니와 친하다는 이유로 무작정 편들던 선생님.
✔️민영이의 윗집에 살며 바이올린을 연주하곤 하는 준성이가 매일 당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자 민영이의 집을 향해 내던 울부짖음에 가까운 소리들. 그런 준성이에 대해 아는 것조차 제대로 없던 이름만 부모인 인간들.
✔️세은이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어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귀 기울여주지 않던 부모. 그리고 그런 세은이와 가영이의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술이란 핑계로 만져대던 실험실 선생님.
✔️할머니와 엄마의 싸움 사이에서 갈 곳을 잃고 이응 형제들에도 속하지 못하고 이용당해 외롭던 연수가 목격하고도 막지 못했던, 동네 할머니들에게 사기를 친 일당들.
아이들은 수많은 나쁜 어른들에 대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 선택을 하고, 아님을 증명하며, 그들의 만행을 알리고, 외로움 대신 우정을 만들어가게 된다.
어른들의 예의없고 불친절한 호의에 대해 현명하게 거절할 줄 알았던 민우, 자신의 글을 훔쳐낸 지민을 스스로 밝혀내며 용감히 자신을 드러낸 루아, 어른들의 무자비한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처절하게 냈던 준성과, 동생의 이야기대로 자신에게 또다시 허락 없이 터치를 시작하는 선생님을 알릴 수 있었던 세은, 마지막으로 외로움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 내던 은수와 연수까지 아이들은 용감했고, 선택했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나쁜 어른들이 이뿐일까? 현실엔 없을까? 아마도 수많은 아이들은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믿기 힘든 현실을 여전히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존재하는 부모들의 폭력에 멍들고 죽어가는 아이들. 여전히 판치는 아동 성범죄자들에 의해 깊은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지금도 여기저기 존재하고 있다.
동화 속에선 아이들이 스스로 극복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현실은 아니다. 누군가 손 내밀어 주고, 누군가 용기를 북돋아 주고, 누군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알려주어야 한다. 더 이상 상처받을 필요 없다고 더 이상 참을 필요 없다고 이야기해 주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런 어른이야말로, '친애하고 존경하는'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참된 어른이지 않을까.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펼치며 살아가도록, 다른 걱정 없이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어른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아니 나부터 아이들의 편이 되어주는 참된 어른이 꼭 되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