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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유청 지음, 무르르 그림 / 달그림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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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났어.
더 이상 엄마를 볼 수 없대.
사고로 갑작스레 엄마를 잃은 아이.
아이도, 아빠도 마음이 고장 났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지는
엄마의 냄새, 엄마의 흔적.
아이에게 남은 것은
엄마가 발라주신 매니큐어뿐.
아이는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흔적을
필사적으로 지키려 합니다.
좋아하는 모래놀이도 피아노 연주도...
아이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지난봄, 엄마와 심은 봉숭아 한 다발로
아빠는 아이의 손톱을 물들여줍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손톱이 더 자라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
아이는 "자라지 마라. 자라지 마라." 외쳐요.
엄마가 사라지는 것이 싫은 아이는
엄마와 맞잡은 끈이 사라질까 봐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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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별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아픕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두려움으로 우리를 가득 차게 만들곤 합니다.
결국 그 두려움은 우리를 꽁꽁 묶어버리고,
우리는 어딘가에 꼭꼭 숨어버리고만 싶어져요.
아이에게 갑작스러운 엄마와의 이별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가장 아픈 고통이었을 거예요.
누군가가 사라지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아이는
엄마를 잃고도 아빠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합니다.
아빠도 마음이 고장 나 버렸다는 것을 아니까요.
하나씩 엄마와의 고리들이 사라져갈 즈음,
아이는 엄마가 발라준 매니큐어를 찾아냅니다.
엄마와의 연결고리, 엄마와 닿은 그 끈.
그것을 놓쳐버릴쎄라 그 좋아하는 피아노도
치지 않고 손톱을 품에 고이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아빠가 아이의 손톱에 곱게 물들여준
봉숭아는, 아빠로서 최선을 다한 방책이었지요.
그러나 손톱은 또 자꾸자꾸 자라나요.
다시 한번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자라지 않는 손톱은 없다는 아빠의 말도
처음엔 아이에게 전혀 와닿지 않았지요.
하지만 점점 더 익숙해져가는 둘만의 삶처럼
아이도 조금씩 마음의 성장을 거듭해 갑니다.
그렇게 자라난 손톱이 사라진다고 해도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 스스로 마음 깊이 깨닫게 됩니다.
더는 만날 수 없고, 다시 볼 수 없다고 해도,
우리의 삶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
마음속에, 추억 속에 그대로 존재한다는 점을,
아이는 점차 이별이라는 아픔에서 벗어나며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성장하게 되지요.
아직 엄마와의 이별을 상상도 해보지 못한
우리 아이들이 아마 이 책을 읽는다면,
처음엔 무척 슬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저 슬퍼만 하고 있는 장면이 아니라,
점차 극복해가고 성장해가는 주인공 아이의
마음과 표정 등을 보면서 무언가 느낄 거예요.
누구에게나 이별은 다가올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란 점을,
눈에 보이는 것만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점을,
마음에 남아있는 추억들이 소중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나마 깨닫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는 가족을 향해
따뜻하고 진심 어린 애정의 마음을 표현하고,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책 속의 아이에게 꼭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손톱이 사라져도 마음에 남은 추억과 사랑은
항상 너의 마음에 남아 너를 미소 짓게 할 거야.
손톱이 사라져도, 추억은 항상 널 지켜줄 거야.
떠올릴 수 있을 때마다 추억은 다시 살아나.
추억할 수 있을 때마다 마음은 항상 돌아와.
아무리 손톱이 사라지고 기억이 희미해져도
네가 행복했던 사실은 결코 변치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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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이 사라진다고 마음도 사라지는 건 아니야."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