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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옳다! -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 ㅣ 숨쉬는책공장 일과 삶 시리즈 2
이용덕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0년 4월
평점 :
"저는 2008년 입사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입니다. 지금까지 팔이 부러져도 결근할 줄 몰랐고, 한시간씩 더 근무하라고해도 시키는대로하는 바보였습니다. 사무장의 온갖 갑질과 횡포에도 말한마디 못하고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비정규직인 우리는 지시를 거스르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불평 한마디 못했습니다. (58쪽) "
나는 이용덕님께서 저술하시고 숨쉬는책공장에서 출간하신 이책 <우리가 옳다!>를 읽다가 윗글에 충격을 받았다.
아니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이렇게나 열악한 처우를 받고계셨나 정말 깜짝 놀랐다.
게다가 관리자들 밥해 먹이고 김치 해다 바치고 생일때마다 상품권 상납해왔다니...
그런데, 도로공사의 과장, 소장들은 출근해서 요금수납원들에게 커피며 간식이며 대접받으며 결재 잠깐하고 하루종일 TV보거나 낮잠자다 칼퇴근한다니...
이런 신의 직장이 어디 있으며 이런 꿀보직이 또 어디있는가! ~~
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217일간의 투쟁기를 담은 이책을 정말 비분강개한 마음으로 착잡한 심정으로 읽어나갔다.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도로공사 사장으로 있을 당시인 지난 2019년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에도 불구하고 500여 명의 톨게이트 수납원을 집단해고해 이들을 7개월 동안 고공농성과 거리투쟁으로 내몬 장본인이었다.
이책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투쟁한 217일동안의 처절한 목소리와 기록을 담은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현실과 아픔을 보여 주었다. 또한, 투쟁 과정의 면면을 아로새기며 의미를 짚어 보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품게 한다. 노동자운동을 하고 있는 이용덕님께서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투쟁하며 291쪽에 달하는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책의 7장에는 역시 톨게이트 투쟁을 함께한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차헌호 지회장과 KEC지회 이종희 전 지회장의 글도 실렸다.
근데, 이책을 읽어보니 우리들이 그동안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에 대해 갖었던 선입견이 많이 불식되었다.
수납원들이 앉아서 편히 근무하고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많았는데 실상 그분들께서는 근무내내 매연을 마셔가며 일해야하는 분들이시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이 무한반복되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일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교대 근무라 가족들을 챙기며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일을 시작했다는 40대, 50대 여성 노동자들....
가족들 생각이 가장 우선이었던 그들이 집이 아닌 거리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고공노성을 하며 거리로, 한국도로공사 본사 앞으로 나섰다.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화장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한 누군가들로 인해 용변을 참아가며, 비를 맞으며 끼니를 해결하고, 먼지가 많아 피부병에 걸리고, 진압하려는 경찰들로 압사당할 것 같은 공포와 위험을 감수하면서 하늘을 이불 삼아 지냈다...
아 그분들이 비맞으며 식사하시고 대로에서 그냥 누워 주무시는 모습에 가슴아팠다.
정말 그분들로서도 평생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80%가 조금 넘는 수가 여성 노동자로서 다수를 차지한다.
근데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한 평도 안 되는 부스 안에서 팔을 비틀고 앉아 일하는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다. 각종 서류 정리, 미납 고객 전화, 화장실 청소, 민원실 청소, 숙소 청소, 차로 풀 뽑기, 눈 치우기 등 부스 밖 일도 많았다.
거기에 끔찍한 고용불안과 지독한 차별까지 참아 내야 했다.
노동자들은 ‘고객’의 욕과 성희롱이 쏟아져도 방어할 수가 없었다. 항의를 했지만 사장이나 관리자들은 모른 척했다. 그 화를 참느라 노동자들은 몸과 마음이 병들었다.
그래도 일을 해야 했기에 그렇게 10년, 15년을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러다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자회사로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회사는 사실상 또 다른 큰 용역업체와 다르지 않았는데, 법원도 도로공사가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해야 한다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을 밀어붙였다. 자회사로 전환하지 않는 노동자들 앞에는 ‘해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이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힘을 모아 일어서기로 했다. 일자리를, 노동을, 나를 지키며 이제는 나로 살아 봐야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 217일간의 가열찬 투쟁기가 이한권의 책에 오롯이 새겨져있었고 나는 이책 잘읽었다.
이책을 읽으니 그분들께서 왜 톨게이트 캐노피위로 올라갈 수 밖에 없으셨는지 확실히 깨닫게되었다.
글고 노동자들의 가열찬 투쟁에 도로공사는 <전원 직접고용, 2015년이후 입사자는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패소시 직접고용해제안>을 발표했고, 이에 지난 2월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농성을 해제했다.
하지만, 투쟁이 끝난건 아니다.
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217일간의 투쟁을 통해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라는 큰 사회적 화두를 제시했던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땅의 비정규직문제...
조속히 해결되야할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근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노동자탄압에 압장선 이명박, 박근혜 정권시절이었으면 무력진압으로 끔찍한 유혈충돌과 부상자들도 속출했을거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왜냐하면 터무니없는 보상금에 항의하며 망루에서 투쟁하다 경찰강제진압으로 5명의 철거민들이 사망했던 용산참사가 이명박시절에 일어났으니까...
그당시 무력진압을 진두지휘한 놈이 지금은 미래통합당 경주시 국회의원으로 있으며 재선에도 성공한 김석기였다.
김석기가 그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무식하게 강제진압해 그런 참사가 일어난 것이었다.
암튼 그런 참사일으켜 5명이나 사망케한 살인마 김석기가 국회의원에 또 재선되다니...
돌아가신 다섯분이 땅을 치시며 통탄하실거라 생각된다.
암튼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투쟁에 대해 아낌없이 알려줄 이책 <우리가 옳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비평서인 이책은 비정규직문제에 관심있으신 분들께서는 놓치지않고 꼭읽어보시길 권유드리고싶다.
지금도 생각나네...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울부짖으며
외쳤던 다음의 말씀이...
"더운게 젤 힘들었어요. 모기에 뜯기며 별보며 잤어요. 하늘을 이불삼아 잤어요.
근데 사람이 점점 강해져요. 악으로 깡으로.
비맞고 어떻게 집회하나 그랬는데 속옷까지 젖도록
비맞으며 집회했어요. 경험하니 이젠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78~7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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