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서로 다른 문화.......그리고 정체성 찾기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두 서로 다른 문화.......그리고 정체성 찾기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마리암 마지디 장편소설 /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 책 펴냄)은 이란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마리암은 6살 때 부모님을 따라 이란에서 프랑스로 망명한다. 프랑스인이면서 이란인인 작가 소개를 읽으면서부터 이 책이 궁금했다. 신비한 아라비안나이트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책은 재미난 이야기책이 아닌 한 어린 소녀의 정체성 찾기, 뿌리 찾기의 이야기였다. 책을 펴고 목차를 살펴보았다. 목차는 첫 번째 탄생, 두 번째 탄생, 세 번째 탄생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탄생은 마리암의 부모님의 이야기와 그녀의 어릴 적 이야기기로 전개된다. 두 번째 탄생은 본격적으로 프랑스에서의 이야기, 세 번째 탄생은 어른이 되고 정체성을 찾고자하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처음에는 이 목차에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렴풋이 ‘탄생’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이란에 정치 상황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이 많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들의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이란과 이슬람의 문화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슬람, 특히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마리암은 어린 망명자로써 두 문화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남들은 두 문화를 다 체험하고 있으니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자신의 위치를 힘들어한다. 어느 곳에도 뿌리 내리지 못하는 망명자의 슬픔을 그녀는 담담하고 아름다운 어조로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가 어릴 때 가르치려던 페르시아어, 그녀는 그것을 배우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결국엔 어른이 되어 페르시아어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그녀의 뿌리 찾기가 시작된 것이다. 프랑스인이면서 이란인인 작가의 책은 신비하고 독특했다. 두 문화의 적절한 조화가 책 곳곳에 나타나 있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녀는 자신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알고 있다.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작가의 모습을 보며 그녀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신비하고 독특하다’라는 것이다. 이란과 프랑스의 적절한 조화는 책을 읽는 내내 두 문화의 차이와 공통점을 느끼게 했다. 그 이질적인 느낌은 작가의 다른 책이 출간 된다면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소녀는 그때를 회상하며 후회한다.

가끔은 그때 아버지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했더라면

아버지도 이곳 학교의 언어를 배우려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한은 잔인하게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건 절대 알 수 없어.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까. 라고.



불꽃같은 밀밭 한 가운데 서 있는 아버지를 본다.

아버지는 땅을 일군다.

소녀는 영원히 나무로 변한 아버지를 상상한다.

나무가 된 아버지의 발치에 앉아 껍질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이제는 그녀만이 말할 수 있는 언어로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잘못된 선택, 그 결과는 나에게 돌아온다

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
이벤 아케를리 지음, 손화수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8년 3월

잘못된 선택, 그 결과는 나에게 돌아온다

 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이벤아케를리 지음 / 손화수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펴냄)는 아이들의 관계에 대한 책이다. 친구문제, 그건 어릴 때나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관계에 대한 문제에 대해 조금은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표지의 소녀의 표정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저 소녀는 저렇게 불행하고 비겁한 표정을 가지게 되었을까? 많이 궁금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아만다는 소심하고 다른 이의 시선에 민감한 여학생이다. 개학 첫날 짝사랑하는 아담에게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다. 아담.......그 놈 참 속을 모르겠다. 여학생에게 왜 그랬을까? 이것도 의문 사항이다. 아만다는 단짝 친구 세리와 카이에게 위로 받으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때 담임 선생님의 호출을 받게 되고, 새로 전학 오는 친구를 보살펴 주라는 부탁을 받는다. 다운증후군인 라스와 우정을 쌓아가던 중 사건은 벌어지고, 아만다의 선택은 큰 상처로 모두들 아프게 한다.

 자기보다 약한 친구에 대한 따돌림에 대한 책은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결코 다른 사람의 일 같지 않았다. 나도 아이를 키우고 그 아이가 자라 저런 상황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아만다의 선택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조금 더 현명하고 슬기롭게 대처 할 수 없었을까? 하지만 아만다는 아이이다. 그리고 그 아이를 괴롭히는 사람도 아이이다. 아직은 배워야하고, 또 실수 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이 책에서 아만다는 많이 불행해하고 슬퍼한다. 하지만 그때 주위를 다시 둘러보고 생각해 봤다면 그 불행의 시간은 더 줄어들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책이다. 왕따를 주도한 아이, 왕따에 동조한 아이, 왕따를 묵인한 아이, 왕따를 당한 아이, 모두가 피해자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다. 그리고 그들의 문제에 어른인 내가 개입은 못할 것 같다. 다만, 그들이 옳은 선택을 하도록 이야기 정도는 해주고 싶다. 읽으면서 많이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왜 그랬니? 그래야만 했니? 라는 말이 계속 생각났다. 아마도 그건 내가 그들의 입장이 아닌 어른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아서인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왜 그들이 비겁할 수 밖에 없었는가를........

약한 자들을 괴롭히는 사람의 얼굴은

여러분과 나처럼 무척이나 평범합니다.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혹시 당신도 왕따를 주도하거나

모른 체 한 적이 있는 나쁜 사람이었는지

미남당 사건수첩_부정 탄다~~이놈아!!!! 부적 한 장 쓰자!!

부정 탄다~~이놈아!!!! 부적 한 장 쓰자!!

 미남당 사건수첩(정재한 장편소설 / 캐비넷(CABINET) 펴냄)은 의문유발~ 유쾌발랄 신기 가득한 박수무당의 사건 해결기이다. 명품을 사랑하는 한준은 용하기로 소문난 박수무당이다. 아무나 한준의 고객이 될 수는 없다. 그는 철저한 예약제로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의 고민은 물론 미래까지 척척 맞추는 그!! 사실 한준은 무당이 아닌 전직 프로파일러이다. 그는 철저한 사전 조사와 고객들의 행동과 몸짓을 보며 그들을 프로파일링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중심으로 고객의 고민을 눈치 채고, 해결에 도움을 준다. 물론 과학적인 방법으로!!

 미남당의 조직원을 소개한다!! 우선 두목 한준, 그는 명품을 사랑하는 이 시대 최고의 깔끔남이다. 그리고 전직 FBI 출신 천재해커인 한준의 동생 혜준, 그녀는 미남당의 과학 수사를 맡고 있다. 세 번째 조직원인 수철은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남당의 파워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완벽한 팀웍으로 최강의 신기를 보여준다. 거기에 우연히 겹치면 인연이 된다는 말처럼~ 그들 앞에 나타는 한귀라고 불리는 열혈 형사 예은!! 그녀가 미남당 3인방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공조수사는 시작된다.

 오랜만에 접해보는 유쾌 발랄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웃음과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경찰보다 더 경찰다운 미남당 3인방의 사건 해결 과정은 너무나 완벽하다. 고객들의 니즈를 더 이상 어찌 해줄 수 없이 만족시켜 준다. 돈을 목적으로 사건을 맡았으나, 고객들의 고민과 미래를 생각하는 모습은 참~~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벌고 사람도 생각하는 그들의 마인드는 유쾌함을 선사한다. 명품족 한준의 귀여운 모습과 예은의 터프함은 브로스맨을 능가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말이 막히면 “부정 탄다~~이놈아~~” 하며 방울을 흔드는 한준의 기막힌 연기가 눈에 아른거린다.

 이 책이 시리즈로 쭉 이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뿌리 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

어느 날 난민 - 제10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8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뿌리 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

 어느 날 난민(표명희 장편소설 / 창비 펴냄)은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한, 뿌리 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난민이라고 하면 나는 지중해를 힘겹게 넘어 유럽으로 향하는 시리아사람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난민’이라는 것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민의 사전적 의미는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난민을 이렇게 표현했다. “난민이라는 말이 예전에는 ‘추방당한 사람들(refugee)’이라는 뜻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뿌리 내리지 못한 사람(displaced person)’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고 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국적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민이와 해나, 그리고 해나를 도와주는 허경사, 이들은 한국인이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해나는 뿌리내리지 못하는 자신과 민, 허경사를 자발적 난민이라고 표현 한다. 그리고 찬드라, 뚜앙, 모샤르, 샤샤, 미셸, 웅가 등은 난민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난민들이다. 그들은 각각의 가슴 아픈 사연 “명예살인, 소수민족 탄압, 목숨 건 사랑, 아버지의 나라를 찾아”을 가지고 이 땅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이 나라에 뿌리내리고 싶어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듯 보였다.

 뿌리 내리지 못한 그들, 그들은 과연 이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잔잔하고 담담한 작가의 서술은 가슴 아픈 그들의 사연을 더 와닿게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도움 줄 사람이 많은데 무슨 난민이냐는 생각이 조금은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아니 아직도 조금은 그런 감정이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들의 난민 신청이 허락되어,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살았으면 한다.

“이 지구별 위에서 인간은 이래저래 난민일 수밖에 없어.

난민 유전자를 나눈 사람들의 미세한 연대로 이루어진 게 인류 아닐까요.

이 난민 캠프야말로 힘든 여행지의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이지. 누구도 영원히 머물 수는 없다고. 이미 새로운 여행자들이 몰려올 준비를 하고 있거든......“

난민이라는 말이 예전에는 ‘추방당한 사람들(refugee)’이라는 뜻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뿌리 내리지 못한 사람(displaced person)’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고 한다.

나를 지켜보는 정체모를 공포

살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3월

나를 지켜보는 정체모를 공포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박해로 장편소설 / 네오픽션 펴냄)은 공포와 추리가 함께 있는 한국형 호러물이다. 제목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상집에서 시작된 무시무시한 공포’라는 책 소개는 이 책에 대한 궁금함을 가지게 한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책 속으로 확 빠져들었다. 탄탄한 기획력과 문장들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무당과 저주, 그리고 가족의 비극이 잘 어우러져 이것이 진정한 한국형 공포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흥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윤식은 비극적인 가정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숨겨둔 애인 영희,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를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윤식의 누나 윤미, 친구 종환이 이 소설의 주요인물이다. 애인 영희와 알콩달콩한 미래를 꿈꾸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윤식 앞에 감옥에 있던 새엄마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미스터리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상갓집에 가서 비밀스런 행동을 하는 윤식,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한국형 호러인 이 책은 읽는 내내 긴장감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은 딱 한마디면 된다. 재미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스토리는 마지막까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가독성이 최고인 책이다. 그동안 중국, 일본 호러물은 많이 접해보았지만, 한국호러는 처음인 듯하다. 이 책은 나에게 한국 호러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국적인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로 제작된다 해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다. 스크린으로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