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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 -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던 청년백수 선원이 되어 전 세계를 유랑하다
김연식 글.사진 / 예담 / 2015년 6월
평점 :
스물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

P.53
“대학에서 승차한 20대(代)의 버스는 종점이 다가오고 이제 30대의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고속버스는 대체 어디 있는지 온통 마을버스뿐이다.
마침 저기 번뜩이는 고속버스에 오르는 일류대학 출신 친구가 보이는데,
내가 탄 버스는 변변찮아서 고속버스가 있는 곳에 정차하지 않고…. 이대로 종점까지 가서 추위에 떨고 싶지는 않은데….”
이 책은 스물아홉의 나이에 출항한 한 항해사의 5년 동안의 파란만장한 항해기다.
축구장보다 더 큰 화물선을 타고 해마다 지구를 네 바퀴쯤 돌아 마흔 개 남짓의 작은 항구도시에 정박하는 저자의 삶이 담겨있다.
항해기가 관통하는 건 자잘한 에피소드나 모험담을 뛰어넘은 ‘삶의 성찰’이다.
지구 반대편 항구도시의 사람 사는 이야기와 함께 소위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의 고통과 불안 속에서
시행착오 끝에 불빛을 발견하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발견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그래서 이 책은 부정기 화물선의 긴 항해기이자 인생의 항로를 찾아낸 한 청춘의 인생 항해기로 읽힌다.
저자는 그만그만한 대학을 낙제 끝에 턱걸이 학점으로 졸업하고 간신히 지방 신문기자가 되지만,
그게 자신과 맞지 않고 바라던 삶도 아니라는 생각에 3년 만에 사표를 내고 백수로 되돌아간다.
청년 백수. 밥은 모래를 씹는 것 같고 뭘 해도 즐겁지 않은, 외딴 바다에 홀로 버려진 것 같은 삶.
자동차 정비를 가르치는 직업학교와 공사판 일용직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무의미한 일상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히 선원모집 공고를 보고 그가 택한 것이 배와 바다였다.
결과적으로는 운명적인 선택이었겠지만, 당시엔 허풍 섞인 뱃사람과의 짧은 인연과 세계를 둘러볼 수 있다는
호기심 외에는 커다란 포부도 욕망도 없는 선택이었다.
해양대학을 졸업한 것도 아니고 배에 대해서도, 바다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
최하급직 무보수 견습생으로 첫 항해가 시작됐다.
망망대해를 며칠씩 떠 있는 배 위에서, 아마존 물길의 포구 선술집에서,
선박 검색에 뒷돈이 횡행하는 아프리카의 시끌벅적한 항구에서,
해적이 출몰하는 아덴만의 바다 위에서 그는 행복했다.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항해 속에서
그는 삶을 차분하게 반추했다.
항해도 행복했지만, 두고 온 일상의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된 것도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그의 항해기는 패기 넘치는 도전의 이야기도, 그렇다고 우울한 도피의 얘기도 아니다.
치열하게 링 위에서 살 때는 원망과 질투, 비관과 절망뿐이었던 젊은이가 바다에서
‘제 능력 안에서 제 기쁨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의 메시지는 제목처럼 ‘스물아홉’쯤의 나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큰 의미가 있다..
5년중에 최근 15개월 동안에 너무나도 달라진 인생에 한 부분이다.
누구든 안전한 길 밖으로 한 걸음 내딛으면 생각지도 못한 미래가 펼쳐진다.
거창할 것은 없지만 인생의 반전은 아주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다.
나도 그런것이 한때 인생의 의미 없다 느낄때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 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주 작은 용기가 없었던 것일까?
아님 주의를 의식하고 내 자신을 누르고 있었을까?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털어서라도 비행기표를 살 수가 없었던 것이였을까?
만약에 그때 지금처럼 후회없이 떠나고 났더라면 지금에 나는 어떠했을까?하는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