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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팩토리 - 공장은 어떻게 인류의 역사를 바꿔왔는가
조슈아 B. 프리먼 지음, 이경남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적은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대형 공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현대성을 상징하는 대형 공장의 건설로 인해 유토피아를 지향했지만 그곳에 종사했던 종업원들에 대한 착취와 무시되었던 인권은 3세기가 지난 현대에도 진행형이다. 이 서적에서는 대형 공장이 남겨준 유산과 교훈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져다 줄 유익한 서적으로 평하고 싶다.
서적은 총 7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에서는 19세기 거대 공장의 시초가 된 영국의 면직공장의 탄생과 공장이 거대화된 이유를 설명하고 열악했던 작업환경에 대해 나열한다. 특히 가혹한 근무시간에 아이들도 주간 70시간 이상을 근무시켰고 채찍이나 몽둥이로 때려가며 일을 시키는 가혹한 환경이었다. 심지어 5살짜리 도제도 있었고 70%가 아이들인 공장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조지프 리브시, 칼 마르크스, 찰스 디킨스, 데이비드 랑드, 엥겔스 등 많은 사상가와 작가들이 이런 대형 공장의 부조리를 지적하였으며 러다이트운동이라는 노동자의 저항을 이끌어낸다.
2장은 영국과는 차이가 있는 미국에서의 면직 공장 중 주로 로웰에 대한 산업 자본주의의 특색을 설명한다. 풍부한 수력을 사용해 영국과 달리 증기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시골의 중산층 이상의 젊은 여성들을 주로 고용하여 기숙사에서 생활을 시켜 돈을 벌 수 있게 함으로써 영국처럼 고질적인 프롤레타리아가 형성되지 않았다. 여성들은 일정기간 근무 후 결혼 혹은 고향으로 떠나 정착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여기서도 문제가 된 부분은 생산성을 50% 올리면서 임금 인상률은 4%에 그쳐 경영자가 부를 독점하는 현상이 나나났다는 것이다. (1836년~1850년)
3장은 철강회사에 대한 내용으로 더욱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진 공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그 유명한 프레더릭 윈즐로 테일러의 이론을 도입한 테일러리즘 기법이 대형공장에서 적용된다. 하지만 홈스테드에서 정부의 묵인을 받고 무자비하게 노조를 진압한 카네기가 승리한 후 12시간 작업 2교대 작업은 철강 공장의 표준화가 되었다. 이것을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며 노사관계를 바꾸게 된다. 하지만 종전 후 다시 회사는 노조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윌슨 행정부는 파업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여 기업의 편에 서게 된다.
4장은 포디즘으로 대표되는 표준화된 부품을 사용하고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조립라인을 도입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한 헨리 포드의 자동차공장에 대해 소개한다. 특히 이 공장들을 주로 설계한 엘프리드 칸의 건축물들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포디즘과 포드를 예찬한 언론과 유명인사들의 인용문을 소개한다. 심지어 좌파신문 <메시스>까지 포드를 찬양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포디즘에 대한 작업의 단조로움에 대한 비판이 나타났으며 유명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비판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셀린의 <밤 끝으로의 여행>과 올더스 학슬리의 <멋진 신세계>이다. 대형 공장의 건축을 사진으로 찍어 예술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인물 버크화이트도 초창기에는 공장을 이미지의 중심으로 작업을 하다 나중에는 노동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게 된다.
5장은 미국의 거대공장을 벤치마킹한 사회주의 소련의 공장 건설에 대한 내용으로 오히려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이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짧았지만(7시간 정도) 퇴근 후 공부에 6시간가량을 할애하여 수면시간이 더 짧았다.
6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대형 공장이 군수 공장으로 전환되고 전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내용이다. 전후 산업의 발전으로 자동화가 가속화되고 기업의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게 되고 고용인원은 미미한 증가에 그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노조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데 특히 폴란드의 경우 레흐 바웬사의 등장으로 공산정권이 막을 내리기도 한다.
7장은 중국과 베트남의 거대공장에 대한 내용이다. 14명이 자살한 폭스콘에 대해 하청을 준 애플, 델 등의 기업들은 성의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시작하여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가 경제성장을 위한 제조업체의 발전과정을 전반적으로 설명하며 현대의 대형공장도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공장이 지닌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마지막에 대형 공장으로 인해 계급사회가 형성되었지만 새로운 국면의 역사에서 그들(경영자)이 주역이 되지는 못한다고 희망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 서적은 거대한 공장의 탄생부터 성공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룬다. 대형 공장을 건설하는 시대적 요구, 경영자,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자본가, 건축가와 공장을 돌리는 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 노동자에 대한 내용까지 상세하게 설명하여 독자들에게 3세기 동안 비약적인 경제 발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경영주가 노동자를 착취하여 부를 축적하고 사회 환원에 인색한 내용은 현대의 양극화의 원인이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내가 가장 주의 깊게 봤던 내용은 최근에도 가장 큰 공장으로 대표되는 폭스콘에 관한 내용으로 폭스콘의 터무니없는 단가로 인해 국내 삼성, LG의 수많은 휴대폰 하청업체들이 도산한 이면에는 많은 중국 노동자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안타까웠던 부분은 우리나라의 노조 가입률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내용이었다. 경영자와 노동자가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희망해 본다.
이 서적은 거대 공장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적의 인용문에 등장하거나 언급되는 많은 수의 사상가, 작가, 예술가들의 당시의 활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내용이 있어 반드시 서적을 정독해야 하며 언급된 위인들에 대한 자료를 부수적으로 읽어가야만 서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께에 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서적이지만 조금 더 발전된 국가와 사회를 생각하는 데 참고가 될 서적으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