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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의 법칙 - 또 가고 싶은 공간의 비밀
임상백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6월
평점 :

지방은 도심에 비해 공간변화가 빠르지 않다. 오히려 감추어졌던 건물이 고풍스러운 멋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시대는 공간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뜻밖의 장소에 이질적인 공간이 형성된다. 농지나 대로변 공터를 활용해 멋진 카페나, 빵집들이 들어선다. 농촌풍경은 상상이상의 시각을 선물한다. 잘 정돈된 논밭이 있는가하면 하얀색을 머금은 벚꽃나무들이 거리를 뒤덮는다.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이국적(?) 풍경이 달콤한 커피와 빵과의 조화를 이룬다. 장소를 채운 것은 SNS에서나 나올듯한 멋진 인테리어지만 결국 사람이다. 간혹 인기 있는 메뉴가 나오면 앞 다투어 사진을 찍는다. 경험하고 체함하고 공유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무엇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을까?
사람들은 언제나 특별한 장소를 찾아다녔다. 학부시절, 허름한 레코드가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였다. 닳아진 LP표지를 수십 번 만져보며 고민하던 시절, 지금은 너무 흔해 가볍다는 생각마저 사치스럽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담고 살아 숨 쉰다. 공간은 기억이자 추억이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체험하면서 관계를 형성해 왔다. 스토리는 매커니즘이다. 한때 물질만능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소비문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구조가 변했다. 소비 전에 생각한다. 내가 상상했던 곳인가, 이 공간을 통해 무엇을 공유할 수 있을까? 핫 플레이스는 하나의 시설이나 소비의 중심이 아닌 장소 전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경험이 축적된 곳이다.
핫 플레이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가보고 싶은 곳이다. 누군가의 소개든, SNS의 광고든,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면 OK다. 핫 플레이스는 크고 화려한 곳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작고 정교한 감각, 복잡한 감각과 감정이 뒤섞인 장소가 더욱 중요해졌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 그곳에서의 순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장소가 핫 플레이스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가성비에서 가심비로, 소유에서 공유로, 구매에서 체험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공간의 선택기준 또한 달라졌다. 핫 플레이스는 공간을 통해 시대를 읽는 것이다. 핫 플레이스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해갔다.
서울은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도시다. 도시라는 표현이 다소 협소해 보일정도로 큰 시장이 형성되어있고 다양한 세대와 문화가 어우러진 복잡하지만 질서와 패턴이 있는 공간이다. 서울은 소비와 문화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압구정과 명동으로 대표되던 1세대를 시작으로 성수, 마곡, 청라에 이른 6세대까지 핫 플레이스의 흐름은 공간구조, 소비 취향, 도시 이동의 축에 따라 진보를 거듭해왔다. 현재 50대에겐 압구정과 명동, 이대, 신촌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공간이다. 엄청난 인파와 상가, 당시엔 패션과 뷰티가 중심이었다. 솔직히 당시 상권이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제한된 확정성은 곧 홍대로 이동했고 거리공연과 인디 음악등, 기존에 느낄 수 없었던 콘텐츠가 새롭게 부각되며 자생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SNS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2010년은 라이프 스타일이 지배하며 가로수길, 한남동이 흐름을 이끌었다. 공간의 활용이 소비를 벗어나 보이는 콘텐츠로 발돋움한다. 그리고 4세대의 힙스터 문화는 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5세대는 뉴트로, 리노베이션이라는 키워드로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되었다.
핫플레이스는 소비를 벗어날 수 없다. 수평형이든 수직형이든 콘텐츠의 활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상권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같은 공간에서도 커다란 차이가 나타나며 임대료는 물론 소비패턴에도 극심한 변화가 뒤따른다. 핫 플레이스의 움직임은 도시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의 감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공간은 그 감각을 담기위해 형태를 바꾸며, 거리의 결은 그에 따라 다시 짜이기 시작한다. 공간의 이동엔 인구감소와 지방상권의 몰락, 도심화 집중, 세대의 불균형이라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중심에 있다. 과거 도시가 유동인구, 접근성, 효율성이 의존했다면, 인구가 줄고 소비패턴이 분산되면서 관계와 공감이 중심이 되었고 도심은 공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게 되었다. 공간에 대한 재해석은 외로움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소외되고 싶지 않은 욕구와 고독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콘텐츠는 결국 인간의 감성을 채우기 위한 최소한의 연결고리의 의미를 지닌다.
본 책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 공간의 구조를 이야기한다. 공간에 대한 이해와 삶의 구속력, 플랫폼 시대의 핫 플레이스의 조건, 복합 상업시설의 성공방정식, 신도시의 공간기획, 부동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7가지의 법칙등 공간을 새롭게 정의하고 재해석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은 기억회로를 통해 공간을 이해한다. 모든 감각은 기억되고 소환된다. 플랫폼 시대의 역할이 곧 인간의 자유와 독립성을 허락하는 것이 아닐까? 공간을 이해하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 핫 플레이스를 소비트렌드나 자산 가치로만 이해한다면 생명력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기억에 가로새겨져 타인에 전달된다면, 공유되고 공감한다면 삶은 진보하고 성장할 것이다. 모든 것이 경험인 시대, AI는 공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새로운 핫 플레이스를 기대해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