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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경제학 - 시장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힘
노영우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6월
평점 :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중도표심의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굳건한 지지율에 이상이 없다면 중도를 차지하는 정당이 결국 승자가 되기 때문이다. 중도를 지향하는 이들은 좌우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 그들은 개인 자산이나 실제적인 삶의 이익에 무척 민감하다. 현실적이고 계산적이지만 나름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경제학은 어떨까?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표본 집단은 어디일까? 럭셔리 제품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부터 대형 할인마트의 저가 제품까지 생산과 소비의 중심엔 중산층이 존재한다. 상위층과 하위층의 구분이 명확하다면 중산층은 계층의 사다리를 오르내린다. 정치에서 중도의 표심이 중요해지듯이 경제학에서도 중산층의 이해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중산층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경제학을 바라보는 특별한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인구의 70%, 소득수준 50~150%의 범위, 경제의 큰 틀을 이루고 있지만 소외되어있다는 감정이 지배적인 집단, 수시로 변하는 외부환경에 극도로 민감하지만 공정과 정의를 믿는 부류, 위기를 온 몸으로 방어하지만 결국 기회를 찾는 사람들, 대한민국의 현재를 만들고 있는 중산층이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한국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 경제의 소득과 소비를 이끌어왔다. 중산층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가 된다. 1996년 외환위기는 중산층에 대한 인식전환이 급격하게 이루어진 사건이었다. 어려웠지만 노력하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외환위기는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했다. 기존의 생각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삶에 대한 해석이 다르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1988년과 2025년을 비교한 논제가 흥미롭다. 저자는 응답하라 1988란 드라마를 통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모두에게 비슷한 꿈이 있었고 소득수준 격차가 크지 않았으며 소비수준도 고만고만한 사회, 같은 독서실을 이용하며 계층 간 이동에 대한 자유가 있었고 무엇보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지배했던 시절이었다. 가난했지만 무시당하지 않았고 조금 잘 살더라도 내세우지 않았던 1988은 모든 이들이 중산층을 꿈꾸었던 공정과 평등의 시대였다. 하지만 그들이 어른이 된 2025년엔 삶의 대부분이 바뀌었다. 소득과 소비수준의 격차가 급격히 벌어졌고 소비양극화는 빈부의 격차를 확장시켰다. 아이들은 더 이상 같은 독서실을 찾지 않는다. 부동산 폭등과 함께 늘어난 불로소득은 새로운 계층구조를 형성했다. 소수의 해악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며 악화가 영화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산층은 다양한 직업구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집단적 정체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본서는 중산층 경제를 이해하는 일곱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는데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는데도 무척 큰 도움이 된다. 우선적으로 욕망에 대한 경제학의 오류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가? 돈에 관한 생각이 지배하는 시대에 많은 돈이 주는 효용성은 언론과 미디어, 자극적인 뉴스를 통해서만 유효하다. 중산층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욕망에 유한하다. 막연하게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보단 어떤 소비를 할 것인가에 보다 중점을 둔다. 과도한 돈을 벌기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보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실제적인 행동에 만족을 추구한다. 또한 이데올로기 보다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해 실용적인 관점을 유지한다.
눈여겨볼 부분이 네 번째 키워드 지대와 관련된 해석이다. 17세기 영국왕실은 재정을 채우기 위한 방법으로 독점권을 민간에 부여한다. 특정사업의 권한을 특정기업에만 할당한 것이다. 결국 왕실과 결탁한 지대는 불공정, 독점화, 세습화의 원인이 되었다. 지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부정부패로 이어졌다. 현재도 수많은 기업과 개인이 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뇌물과 로비자금을 지불한다. 결국 모든 비용은 소비자에 전가되고 독점권을 보유한 국가, 기업, 개인만 커다란 이익을 보게 된다. 지대추구는 중산층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한 경쟁을 파괴한다. 기득권을 대변되는 모든 이들은 지대 추구와 관련이 있다. 계층의 고착, 양극화의 확대, 어쩌면 현대사회를 이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는 경제학 의제는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트럼프는 어떻게 두 번이나 미국 대통령에 선출되었을까? 저자는 미국 트럼피즘을 중산층의 혁명이라 표현한다. 대표적인 포퓰리스트인 트럼프는 선거 전략을 통해 중산층의 이킬레스를 건드렸고 미국으로의 회귀를 부추겼다. 소득의 대부분을 빚 갚는데 사용해야하는 미국중산층들에 소비는 절대적 이해관계다. 미국인들에 경제적 이슈는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위기 때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풀어 경기부양을 서두르고 강달러를 기조로 부채를 외국에 일임하는 전략은 그들만의 단골메뉴다. 본 서는 저자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중산층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입장을 진솔하게 전달한다. 중산층의 탄생과 사회적 구조, 소득과 소비에 대한 변화, 시장을 바라보는 중산층의 속내,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중산층의 위기와 해법등 중산층의 현재와 미래를 디테일하게 설명한다.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중산층의 생각과 행동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산층은 더 이상 배제의 대상이 아니다. 중산층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정치, 경제의 해법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존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산층 경제학은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중산층뿐만이 아니라 사회를 이해하는 올바른 상식과 지식을 전달해 줄 것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