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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1144년, 펜지방을 차지하기 위한 제프리 백작의 공격은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스티븐 왕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수년간의 제프리의 폭행과 폭력은 램지 수도원을 비롯한 펜지방을 초토화 시켰고 백성들은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땅을 보며 통곡을 금할 수 없었다. 승리는 왕의 차지였지만 피해를 복구하는 것은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서민의 몫이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램지 수도원은 뼈대만 남은 수도원을 신속히 재건해야했다. 도움이 절실한 월터원장은 슈르즈베리 수도원에 헤를루인 부원장과 견습수사를 보내 지원을 요청한다.
슈르지베리 수사들은 서로를 형제라 부르며 램지수도원을 돕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다. 기도회를 통해 모금을 준비하고 개인적 후원금을 모집한다. 그리고 임종을 얼마 남기지 않은 도나타 부인을 방문한다. 그녀는 헤를루인 부원장과 같이 온 견습수사 투틸로 바라보며 자신을 위한 연주를 부탁한다. 투틸로의 연주는 삶에 갈증을 느끼는 도나타부인의 심금을 울리고 죽음 앞에선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게 된다. 그녀는 보답으로 자신이 지녔던 보물을 램지 수도원에 기부한다. 견습수사를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부른 도타나 부인이 다소 원망스러웠지만 기부로 인해 헤를루인 부원장의 얼굴이 다소 밝아졌다.
슈르즈베리 수도원인 지대가 낮다. 특히 여름철 우기엔 침수가 잦아 비가 오기시작하면 대규모 이동이 시작된다. 또한 기적을 일으킨 위니프리드 성녀를 모시고 있다. 위니프리드 성녀는 슈르즈베리 수사들에 크고 작은 기적을 일으켰고 절대적인 성인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한 여름 저수지가 범람해 수도원이 잠기기 시작한다. 수사들과 접객인 들은 모두 물건을 옮기기 시작하고 떠내려 온 잔해를 치운다. 복구는 빠르게 이루어졌지만 뭔가 꺼림칙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위니프리드 성녀의 관이 사라진 것이다. 캐드펠은 신속하게 복구 작업을 되짚어보며 상황을 정리해본다. 비가 오기시작하자 급하게 램지수도원으로 보낸 보물과 목재를 실은 마차를 주목한다.
잠시 후 마차를 가지고 떠났던 이들이 만신창이가 된 채 수도원에 되돌아온다. 강도를 만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 지방을 다스리던 로베르백작이 관여하며 사건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로베르 백작은 우연치 않은 계기로 성녀의 관을 보관하고 있었다. 권위를 중시하고 풍모가 넘치는 백작은 자신도 성녀를 모실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며 먼저 수도원으로 성녀를 모시기로 합의한다. 결국 성녀의 관은 슈르즈베리, 램지수도원,백작의 요구를 중심으로 이해관계를 따지게 된다. 그들은‘소르테스 비블리카’를 선택한다. 각자 성경을 펼쳐 구절이 뜻하는 바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자는 의미다.
성녀의 관을 훔친 범인은 누구일까? 캐드펠은 사건의 전후관계, 수도원 인사들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파헤친다. 그런데 수도원 인근 숲속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성녀의 관 도난 사건과 연결이 짙은 살인사건의 배후로 한 인물이 지목되고 그는 결국 자백을 하는데, 범인은 성녀의 관을 훔친 것은 사실이지만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캐드펠은 지역 장관이자 동료, 휴의 도움으로 사건을 풀어 가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만남을 통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소설은 시작이 마지막이란 메시지를 주며 반전을 거듭한다. 캐드펠의 노련함과 세밀한 추리력, 휴의 치밀한 계산과 로배르백작의 담대함이 사건을 풀어가는 묘미를 제공한다.
놀라운 상상력과 추리력, 지속적인 반전을 거듭하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수많은 독자들을 양산하며 추리소설의 명성을 이어왔다. 앨리스 피터스는 열아홉 번째 작품으로‘성스러운 도둑’을 선보인다. 본서는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 자신에 놓인 호불호를 따지는 권위의 상스러움,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생각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사건을 펼쳐나간다. 임종순간에 투틸로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자했던 도나타부인의 암시가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음유시인한테는 세 가지가 필요한데, 악기하나, 말 한 마리, 그리고 여인의 사랑이다. 성스러운 도둑은 도나타 부인의 예언을 충족시킨다. 세밀한 구성과 디테일한 배경,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내면적 이해관계와 치밀한 구성이 재미를 배가한다. 소설의 백미는 즐거움이다. 매혹적인 소설, 성스러운 도둑을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