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9패 - 시골 작은 가게를 세계 최고 브랜드로 키운 야나이 다다시의 인생 철학
야나이 다다시 지음, 이정미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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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바꾸고, 상식을 바꾸고, 세계를 바꾼다. 유니클로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의 말이다. 70년대 조그만 기성복 매장을 시작으로 세계적 SPA기업으로 성장한 유니클로는 어떤 경영 철학을 중심으로 기존의 관점을 뒤집었을까? 젊은 시절 그는 특별한 삶의 목표가 없었다고 한다. 야나이 아버지는 그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자식의 가능성에 큰 배팅을 하게 된다. 마트 일이 전부였던 아들에게 기성복매장을 통째로 넘긴 것이다. 3달 후 그는 모든 직원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판을 짠다.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조직을 바꾸는 게 가장 우선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눈길을 돌린 것은 기성복이 아니라 캐주얼 의류였다.

 

미국, 유럽을 방문한 야다이는 새로운 문화공간을 접하며 소비패턴의 변화를 깨닫게 되는데 층고가 높은 창고형 공간과 본인이 직접 옷을 고르는‘Help yourself’형 매장이었다. 창고형 매장은 소매업을 중심으로 한 일본 소비문화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직접적인 의류판매와는 거리가 있어 상당한 모험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80년대 미국에선 리미티드와 갭등이 1조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제2경제대국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일본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는 언제든지 옷을 고를 수 있는 거대한 창고라는 뜻의 유니크 클로딩 웨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100평 규모의 첫 번째 가게를 오픈한다. 그가 아버지 회사에 입사한지 12년이 지난 시점이다.

 

19841호점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기존의 관점을 탈피한 매장 환경은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하였고 누구나 방문하고픈 매장이 되었다. 저렴한 가격과 가족 단위의 판매가 새로운 소비를 창출한 것이다. 그리고 2, 3,점이 연달아 오픈되었다. 하지만 매장이 늘어나고 상품수가 증가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일본에서 더 이상 제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는 결국 중국, 홍콩으로 눈을 돌리고 기업경영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 직접 제조하여 소매판매를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직영점 숫자를 늘리고 프랜차이즈 가능성도 염두에 둔다. 1994년 직영점이 100곳을 넘기면서 유니클로는 14,900엔이라는 높은 공모가격으로 히로시마 증시에 상장한다.

 

본서는 유니클로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의 인생과정과 기업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조그만 소매업으로 출발해 세계적 SPA기업으로 성장한 유니클로의 변신은 반짝이다 사라진 수많은 기업들에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겨준다. 모든 기업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하고, 소비자의 호응을 얻어 유능한 기업으로 인식되길 원한다. 하지만 경영엔 수많은 부침과 상실, 실패가 앞을 가로막는다. 야다이 역시 인재등용, 대출, 투자, 기업내부 시스템 등 수십 년간의 비탈진 경영을 통해 한걸음씩 정상의 길에 올라갔다. 특히 의류는 유행에 민감하고 가격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해 매출을 늘리기 쉽지 않다. 타 업체와의 차별성이 부각되고 특별한 인지도가 설정되어야한다.

 

2000년 유니클로는 쉽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겨울용 후리스를 2,600만장 판매했다. 단일 품목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후리스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통해 얻은 결과가 아니라 수년 동안 연구해온 유니클로만의 작품이었다. 고급 등산옷으로 인식되었던 후리스를 눈여겨보고 있었던 야나이는 수십 번의 실패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터득했고 결국 일반인들에 눈에 맞는 가격과 제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후리스의 대성공은 그가 제품을 바라보는 기준을 재설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한 번의 성공이 던지는 메시지를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후리스의 성공은 기업 인지도 뿐만이 아니라 유니클로 사업의 대전환을 이루는 시발점이 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게 된다.

 

본서를 통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유니클로의 인사관리 시스템이다. 여전히 상명하복을 따르는 기업문화가 지배적이었지만 야나이는 철저히 실적위주의 인재를 등용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실시한다. SS점장은 그가 만든 실제적인 자본시스템이다. 같은 등급이라도 능력에 따라 10배 이상의 급여차이가 난다. 또한 점장은 실질적인 총괄책임자로서 매장의 모든 부분을 관여하고 통제한다. SS점장은 슈퍼바이저를 비롯한 본사 임원들과 동등한 사업자 관계를 유지한다는 원칙은 유니클로만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매년 많은 의류기업들이 탄생하지만 대부분 소리없이 사라진다. 유니클로는 시대적 상황을 잘 파악하고 대세를 이용해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좋은 운조차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야나이는 실패를 통한 배움의 길을 선택했다. 9번의 실패는 1번의 성공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을 통한 성공을 꿈꾸는 유니클로만의 성공철학이 기대된다. 비즈니스를 꿈꾸는 이들에 큰 영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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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양장본 6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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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삶에도 격이 있다는 생각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스스로를 실격이라 말하는 이는 자신의 삶에 어떤 상실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가? 그 어느 때보다 개인에 대한 애찬론이 확장되는 시기에 전쟁 후유증을 겪고 있는 한 젊은이의 수기는 파편화, 분열화, 분리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나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공동체를 통해 자신을 확인한다. ‘는 타인이 존재함으로 가능하다. 인간이란 개념도 하나가 아닌 둘이다.

 

인간실격은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그린 내부소설로 알려져 있다. 다자이는 전후 사회질서와 도덕관에 환멸을 느낀 일본 젊은이들에 다자이열풍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인간실격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사소설이라 불린다. 자신의 삶과 내면의 갈등을 거침없이 소설을 통해 풀어간 것이다. 이는 소설이 세장의 사진과 함께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세장의 사진,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그리고 무력한 삶이 지배한 정신병원에서의 시간이다. 사진속의 주인공은 그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다.

 

너무도 부끄러운 생을 살아왔습니다.’첫 번째 수기의 시작은 자신의 삶 전체를 한마디로 요약한다. 그런데 모순이다. 왜 부끄럽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다면 다른 선택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인간 생활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어렵다고 토로한다.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 하지만 왜 어두컴컴한 식당에서 말없이 밥을 먹어야 하는지 소름이 돋는다고 불평한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두렵다. 결국 타인을 속이기 위해 광대 짓을 선택한다. ‘그건 인간에 대한 내 마지막 구애였습니다.’그는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지만 관계를 끊을 수 없었다.

 

그의 광대 짓은 그럭저럭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백치 같은 아이 다케이치는 자신의 의도를 눈치 챘다. 다시 불안과 공포가 엄습한다. 다케이치를 포섭하기 위해 눈물겨운 희생이 시작된다. 비가 쏟아진 어느 날 다케이치를 통해 뜻하지 않는 예언을 듣게 된다.‘여자들이 너한테 홀딱 반하겠다.’그는 유년시절부터 수많은 여자들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요조에게 여자는 난해한 존재였다. 생각과 행동이 수시로 변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생물체였다. 화가를 꿈꾸던 요조는 호리키를 만나며 술과 담배, 매춘, 전당포, 좌익사상에 빠져들게 된다. 호리키는 진짜 도시건달이었다. 일탈은 뿌리가 깊다. 수많은 여자들이 그를 거쳐 가지만 동반자살을 선택한 쓰네코에게서 공감을 공유하게 된다.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인간실격,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이라 말한다.

 

인간실격은 순수함을 갈망하던 젊은이가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에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은 자기 파괴적 행위를 통해 현실과 타협을 시도하지만 결국 미치광이 폐인으로 낙인찍힌다. 삶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삶을 지배한다. 끝없는 갈등과 분리불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욕망의 발현, 쾌락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한 인간의 절규는 인간 존재의 어두운 면과 연약함을 마주하게 한다. 인간실격은 수세대를 거쳐 오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던 유년시절의 모습, 역시 괴담을 떠올릴 듯한 묘한 기운이 감도는 학생시절, 께름칙하고 불길한 냄새를 풍기는 기괴한 노년의 모습, 세 가지의 수기를 관통하는 저자의 모습은 감추어진 인생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지독한 그물에 갇혀 발버둥치는 세대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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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양장본 4
조지 오웰 지음, 박유진 옮김, 배윤기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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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 전쟁의 휴우증이 전 세계를 휘감았다. 20세기를 열었던 화려한 부흥이 몰락하고 세계는 전쟁의 화염에 휩싸였으며 대공황은 인간의 삶에 근원적인 질문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인류의 운명은 가혹하리만치 평화와 거리가 멀었다. 더욱 질기고 혐오스러운 전쟁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전쟁은 삶의 모든 터전을 앗아갔고 인류에 커다란 상실과 상처를 남겨주었다. 당시를 전횡했던 조지 오웰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았을까? 지친 몸과 상처 입은 마음, 의지할 곳 없는 정신은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치열한 생존전략으로 치솟지 않았을까? 1949년 조지오웰은 먼 미래를 내다보았다. 1984. 그의 혁명적인 시나리오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체주의는 자본주의, 혹은 민주주의에 대항하는 공동체적 삶의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만인의 평등을 주장하는 말도 되지 않은 논리가 전쟁을 겪은 세대에겐 그 무엇보다 달콤한 말로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엔 질서와 규칙이 요구된다. 디스토피아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겪어보지 않았던 미래는 적지 않은 희생을 강요한다. 결국 집단체제의 허상은 독재를 탄생시킨다. 만인의 평등이 독재와 소수 집단을 위한 대체제로 전락한다. 감시와 통제, 이는 디스토피아를 꿈꾸었던 이상주의자들에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온다. 실상을 알지만 말하지 못하고 온갖 음모와 배신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하는 모순이 삶을 지배한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그들이 원하는 평온과 평화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1984는 인간의 한계를 의심한다. 무의미한 작업의 반복, 의미를 이해해서도 해석해서도 안되는 세상, 기록되는 모든 순간을 의심하고 과거를 지우며 현실을 왜곡하는 세계, 왜 이런 세계가 필요하고 이런 삶이 존재해야하는 걸까? 집단광기를 해소하고 집단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전쟁이 필요하다. 일어나지 않은 전쟁을 만들고 존재하지 않는 적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필요한 사상을 주입시킨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경험을 탈색하고 철저히 과거를 부정한다. 시스템의 일부로 평생 서류를 조작하며 살아온 윈스턴은 자신의 삶에 강한 의문을 품게 된다. 항상 눈앞에 놓여있는 텔레스크린은 디스토피아의 인공지능이다. 오웰은 100년 앞을 내다보았던 것일까? 교묘한 눈속임으로 자신의 일거수를 흡수하는 인공지능 앞에서 윈스턴이 그토록 혐오했던 텔레스크린이 겹쳐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1984는 세계적 작품이다. 개인적 의견은 얼마든지 논할 수 있지만 담론은 해석하기 쉽지 않다. 너무 많은 사건이 펼쳐지며 현실로 흡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인간에 대한 심리적 고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믿음에 대한 배신, 자유에 대한 갈망, 사랑의 열정, 해석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자유가 박탈당한 상황에선 존재적 가치마저 희박하다. 우린 실시간을 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순간엔 그리 충실하지 못하다. 정의는 인류 공통의 의제인가? 자신 앞에 놓인 문제는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이해를 달리한다. 나의 정의가 타인엔 공포와 두려움을 안길 수 있다. 대체적으로 서구 심리학은 대중심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오랜 연구과정을 수행해왔다. 전체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선 탁월한 지도력이 필요한 독재자의 출현이 필수적이다. 그들은 권력유지를 위해 갈등과 분리, 불안을 조장한다. 특히 언론 장악은 필연적인 과정이다.

 

1984는 수많은 주제를 논제로 삼을 수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언론장악이다. 텔레스크린을 비롯한 당의 모든 일은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데 집중된다.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반란에 대한 씨앗을 미리 제거하는 작업이다. 출판물의 소거, 모든 문화적 산물의 제거,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교육, 인류는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뉴스를 흡수한다. 오웰은 인간을 통제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현세대를 짓누르는 알고리즘은 어떠한가? 당신의 선택은 정말로 스스로의 의지인가? 1984엔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구절이 있다. 빅브라더는 과거를 지배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과거를 떠 올리지 못한다. 1984의 틈새는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모든 것엔 틈이 있고 틈새엔 빛이 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빛으로 인해 다른 세상을 꿈꾼다. 영원한 고전 1984,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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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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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는 수많은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일수도 있고 우연치 않게 누군가의 흔적이 삶에 얹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흔적은 삶을 이어가는 징검다리를 만들어갑니다. 모든 것이 얽히고 설켜 새로운 무늬를 만들고 자신이라는 거대한 삶을 형성합니다. 인간을 우주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무한한 생각과 이상이 현실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엔 시와 소설, 수필, 산문등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오늘의 내 모습이 과거로부터 시작되었듯이 우리의 생각 또한 수많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글들, 박상률님의 전하는 거인들의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자신을 일으킨 거인들이 있습니다. 생각은 현실을 만들고 현실엔 그들의 삶이 남아있습니다. 우린 그들에 의해 자신을 반추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합니다. 상실과 아픔의 고통, 기쁨과 행복이 번갈아가며 마음을 채웁니다. 잔잔한 시가 삶의 그림을 그린다면 투박한 산문은 읽을수록 맛깔스럽습니다. 특별한 소설엔 특별한 작가만의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저자는 자신을 이끌어준 인물로 마크 트웨인과 현진건을 추천합니다. 허클베리핀으로 알려진 마크 트웨인은 시대적 상황을 가장 잘 대변하며 자신에 충실한 글을 쓴 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상을 따라 하기는 쉬워도 비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만큼 삶에 자신감이 있어야하고 말과 행동에도 변함이 없어야합니다. 저자는 탁월한 작품과 더불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세상을 두루 살핀다고 이야기합니다.

 

시 한권으로 자신을 증명한다면 정말 대단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지 않았을까요? 님의 침묵은 한용운님의 산문시로 널리 알려진 작품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해석이 눈길을 끕니다. 언어 자체에 의미가 담긴 운문과는 달리 한용운님은 사실이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산문시를 택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민족의 독립을 위해 님을 선택했고 그의 소망은 오직 조국의 독립이었습니다. 님은 한용운님의 현실이자 이상이었고 영혼이었습니다. 온갖 고통과 수난을 겪었지만 스스로 삶을 선택한 것입니다. 자기비판, 갱신, 저항이 사라져가는 세상입니다. 님이 존재했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전병석 시인의 시는 읽을수록 가슴이 저립니다. 시 마디마다 시인의 마음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는 마치 대화하듯이 시를 씁니다. 병상에 있는 어머니를 향한 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방관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합니다. 시는 존재 이유와 타인과의 관계의미를 새롭게 설정합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새롭게 다가오지 않습니다.‘내가 버틴 것은 네가 있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는 네 말 한마디죽음을 앞둔 부모의 사랑이 깊은 울림으로 전해집니다.‘어느 바람에 떠나더라도 슬퍼하지 마라. 흩날리는 벚꽃처럼 아름답게 빌어라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간절하고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그는 시를 통해 가족에 대한 간절하고 깊은 사랑을 고백합니다.

 

본서는 박성률님과 평생을 같이한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다룬 글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나의 거인들, 그리움이 안겨 준 사랑,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 그리고 언제나 열 아홉등 소제를 달리한 주옥같은 작품들이 벚꽃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따뜻한 글을 만나면 다른 세상을 보게 됩니다. 글은 여유와 감동을 선물합니다. 어떤 글은 얽힌 마음을 풀어주고 어떤 글은 희망을 보여줍니다. 우린 누구에게나 희망이고 선물이 되고 싶습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 된다면 가슴 뿌듯한 삶이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삶의 세계를 살아가지만 우리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삶은 과정의 연속입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없듯이 글을 대하는 자신의 마음도 달라질 것입니다. 문학과 삶의 감동을 전하며 조금씩 그리고 깊이 자신에 다가오는 작품들을 통해 내면적 성찰을 이루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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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 캐드펠 수사 시리즈 21
엘리스 피터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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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시리즈 21번째, 십자군 전쟁을 마친 캐드펠의 등장입니다. 1120년 헨리왕의 정복이 마무리되면서 지역 영주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떠나게 되고 특별히 의지할 곳이 없었던 캐드펠은 노샘프턴 영주 로제 모뒤를 따르게 됩니다. 로제는 캐드펠과 함께 법률적 지식을 갖춘 알라드를 함께 데리고 가는데 둘은 비슷한 나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알라드는 전쟁 전 잠시 수도원에 있었고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참회하고 다시 수도원에 복구할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제는 수년간 슈르즈베리 수도원과 땅 문제로 소송을 진행했고 이제 우드스톡에서 왕의 주제아래 재판을 받을 예정입니다.

 

캐드펠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슈르즈베리를 떠올립니다. 자신의 인생 중 가장 황홀했고 행복했던 시절이라 기억합니다. 알라드는 캐드펠에게 로제와 슈르즈베리 간의 소송내용을 이야기하며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로제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젊은 부인을 둔 로제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로제부인은 남편에게 확실하게 소송에 이기기 위해선 특별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속삭입니다. 그들은 수도원 대표로 참석하는 부수도원장을 납치할 음모를 꾸미고 우드스톡 숲속에서 대기합니다. 그런데 로제가 칼을 맞고 쓰러집니다.

 

사건은 반전을 거듭하며 소송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캐드펠은 로제의 계략을 눈치 채고 부원장을 구하며 슈르즈베리에 큰 선물을 안겨줍니다. 성당을 찾은 캐드펠은 고요한 적막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의 고립을 깨운 것은 조그만 손이었고 아이는 근엄한 목소리로여기서는 무기를 내려놓으라말합니다. 캐드펠의 근심은 희망과 환호로 바뀝니다. 마음의 평온이 찾아옵니다.

 

캐드펠 수사의 등장은 세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첫 번째 내용이 캐드펠이 슈르즈베리 수사로 삶을 바꾼 계기에 관한 스토리였다면 두 번째는 종교의 정의와 진리에 대해서 문을 두드립니다. 슈르즈베리에서의 10, 캐드펠은 수도사로서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합니다. 특히 구휼에 특별한 신경을 쓰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합니다. 대개 자신에 우호적인 사람은 타인에 무자비한 행동을 보입니다. 눈앞의 이익을 추종하지만 타인을 의식하고 권위에 복종하며 주변을 무시합니다. 지역 영주이자 땅 부자인 리디어트의 하모 피츠하몬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는 사후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도원에 은백합 촛대와 농장 임대료 기부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수사들 간의 말이 많아집니다. 그의 행동과 태도를 미덥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은 표면적인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지만 빛나는 은촛대위에서 성모를 밝히는 불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캐드펠은 은촛대를 팔아 다른 방식으로 기부를 했다면 가난한 이들이 겨울을 나기에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은촛대는 다양한 사람의 생각으로 전개됩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수도사에겐 빛으로 도둑에겐 장물로 수도원은 성모의 은총으로, 캐드펠에겐 가난한 이들을 구해줄 구호물품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은촛대가 사라집니다.

 

캐드펠은 문제를 해석하는데 탁월한 분석능력을 보여줍니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현장의 중요성을 이해하며 조그만 단서를 통해 큰 그림을 그립니다. 또한 왜 라는 질문을 통해 서로 간에 얽힌 이해관계를 풀어갑니다. 무엇보다 그는 명분을 중시여기고 자신에 주어진 삶의 규정에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의 진실하고 정직한 행동은 모든 사건을 풀어가는 중심이 됩니다. 캐드펠 시리즈는 종교와 속세라는 경계선을 넘나들며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와 욕망에 다가갑니다. 상상이상의 것을 만날 수 있는, 하지만 매혹적인 캐드펠시리즈를 추천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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