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승 9패 - 시골 작은 가게를 세계 최고 브랜드로 키운 야나이 다다시의 인생 철학
야나이 다다시 지음, 이정미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옷을 바꾸고, 상식을 바꾸고, 세계를 바꾼다. 유니클로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의 말이다. 70년대 조그만 기성복 매장을 시작으로 세계적 SPA기업으로 성장한 유니클로는 어떤 경영 철학을 중심으로 기존의 관점을 뒤집었을까? 젊은 시절 그는 특별한 삶의 목표가 없었다고 한다. 야나이 아버지는 그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자식의 가능성에 큰 배팅을 하게 된다. 마트 일이 전부였던 아들에게 기성복매장을 통째로 넘긴 것이다. 3달 후 그는 모든 직원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판을 짠다.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조직을 바꾸는 게 가장 우선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눈길을 돌린 것은 기성복이 아니라 캐주얼 의류였다.
미국, 유럽을 방문한 야다이는 새로운 문화공간을 접하며 소비패턴의 변화를 깨닫게 되는데 층고가 높은 창고형 공간과 본인이 직접 옷을 고르는‘Help yourself’형 매장이었다. 창고형 매장은 소매업을 중심으로 한 일본 소비문화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직접적인 의류판매와는 거리가 있어 상당한 모험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80년대 미국에선 리미티드와 갭등이 1조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제2경제대국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일본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는 언제든지 옷을 고를 수 있는 거대한 창고라는 뜻의 ‘유니크 클로딩 웨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100평 규모의 첫 번째 가게를 오픈한다. 그가 아버지 회사에 입사한지 12년이 지난 시점이다.
1984년 1호점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기존의 관점을 탈피한 매장 환경은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하였고 누구나 방문하고픈 매장이 되었다. 저렴한 가격과 가족 단위의 판매가 새로운 소비를 창출한 것이다. 그리고 2, 3,점이 연달아 오픈되었다. 하지만 매장이 늘어나고 상품수가 증가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일본에서 더 이상 제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는 결국 중국, 홍콩으로 눈을 돌리고 기업경영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 직접 제조하여 소매판매를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직영점 숫자를 늘리고 프랜차이즈 가능성도 염두에 둔다. 1994년 직영점이 100곳을 넘기면서 유니클로는 14,900엔이라는 높은 공모가격으로 히로시마 증시에 상장한다.
본서는 유니클로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의 인생과정과 기업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조그만 소매업으로 출발해 세계적 SPA기업으로 성장한 유니클로의 변신은 반짝이다 사라진 수많은 기업들에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겨준다. 모든 기업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하고, 소비자의 호응을 얻어 유능한 기업으로 인식되길 원한다. 하지만 경영엔 수많은 부침과 상실, 실패가 앞을 가로막는다. 야다이 역시 인재등용, 대출, 투자, 기업내부 시스템 등 수십 년간의 비탈진 경영을 통해 한걸음씩 정상의 길에 올라갔다. 특히 의류는 유행에 민감하고 가격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해 매출을 늘리기 쉽지 않다. 타 업체와의 차별성이 부각되고 특별한 인지도가 설정되어야한다.
2000년 유니클로는 쉽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겨울용 후리스를 2,600만장 판매했다. 단일 품목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후리스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통해 얻은 결과가 아니라 수년 동안 연구해온 유니클로만의 작품이었다. 고급 등산옷으로 인식되었던 후리스를 눈여겨보고 있었던 야나이는 수십 번의 실패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터득했고 결국 일반인들에 눈에 맞는 가격과 제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후리스의 대성공은 그가 제품을 바라보는 기준을 재설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한 번의 성공이 던지는 메시지를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후리스의 성공은 기업 인지도 뿐만이 아니라 유니클로 사업의 대전환을 이루는 시발점이 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게 된다.
본서를 통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유니클로의 인사관리 시스템이다. 여전히 상명하복을 따르는 기업문화가 지배적이었지만 야나이는 철저히 실적위주의 인재를 등용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실시한다. SS점장은 그가 만든 실제적인 자본시스템이다. 같은 등급이라도 능력에 따라 10배 이상의 급여차이가 난다. 또한 점장은 실질적인 총괄책임자로서 매장의 모든 부분을 관여하고 통제한다. SS점장은 슈퍼바이저를 비롯한 본사 임원들과 동등한 사업자 관계를 유지한다는 원칙은 유니클로만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매년 많은 의류기업들이 탄생하지만 대부분 소리없이 사라진다. 유니클로는 시대적 상황을 잘 파악하고 대세를 이용해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좋은 운조차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야나이는 실패를 통한 배움의 길을 선택했다. 9번의 실패는 1번의 성공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을 통한 성공을 꿈꾸는 유니클로만의 성공철학이 기대된다. 비즈니스를 꿈꾸는 이들에 큰 영감을 줄 것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