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의 사랑법
테일러 젠킨스 리드 지음, 이경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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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같이 맑고 푸른 태평양을 머금은 파도, 광활하고 건조한 산악지대, 이 둘을 시샘하듯 반듯하게 가로지르는 PCH(태평양연안고속도로), 샌타아나의 뜨거운 바람은 내륙을 통과한 후 거세게 해안가에 부딪힌다. 뜨거운 바람은 가끔 재앙의 근원이 되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수세기동안 반복적으로 화마가 휩쓸고 갔다. 산악지대의 뜨거운 불씨는 삶의 터전을 빼앗아갔지만 그곳은 놀랍게도 매번 새로운 희망이 싹을 튼다. 1983년 사랑스런 말리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엔 해안으로부터 불씨가 시작되었다.

 

말리부 해안을 따라 조그만 가게들이 늘어서있다. 준은 부모와 함께 퍼시픽 피시라는 식당을 근근이 운영하는 밝고 명랑한 아가씨였다. 그녀는 식당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잘생긴 청년 믹을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부모의 난폭함에 질려버린 가수지망생 믹은 착하고 순수한 준을 만나면서 단란한 가정을 꿈꾼다. 사랑으로 가정을 이끌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아내 준, 둘의 사랑은 니나의 탄생과 함께 더욱 무르익어 갔다. 준의 헌신은 믹에게 안정을 주었고 가수로서의 성공도 빠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믹의 성공이 준에겐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믹은 캘리포니아를 넘어 미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성공했다. 잘생기고 멋진 믹에겐 끊임없는 유혹이 뒤따랐고 믹은 어떤 유혹도 거절하지 않았다. 결국 믹의 성공은 그가 원했던 가정을 파괴했고 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실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성공 뒤의 무료함. 공허함이 급작스럽게 믹에게 찾아왔다. 그는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준이 필요했다. 믹을 버릴 수 없었던 준은 믹과의 재결합을 허락한다. 하지만 더 큰 불행이 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준은 믹을 믿을 수 없었지만 아이들에겐 그가 필요했다. 하지만 믹은 어느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준을 떠났다. 그리고 준에겐 그가 보살펴야할 네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니나, 제이, 허드 키트는 준과믹의 네 자녀다. 아이들은 엄마의 죽음을 통해 아빠의 존재를 부정하며 지독한 삶의 운명 앞에 좌절한다. 다행이라면 그들에겐 부모가 물려준 우월한 유전자가 있었다. 또한 평생 곁을 떠나지 않았던 파도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말리부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서퍼들이 활동하며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말리부를 찾는다. 성인이 된 니나는 동생들의 안위가 걱정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 주어진 운명을 한 번도 거부하지 않았다. 브랜던이라는 세계적 테니스 스타와의 결혼을 통해 그녀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또한 서퍼로서 세계적 모델이 되었고 자신의 일을 즐겼다. 이젠 리바스 시푸드로 변신한 가게도 번창하고 있다. 니나와 형제들은 더 이상 누구의 도움도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해결하지 못한 불안이 항상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사건은 1983827일 오후 7시에 시작되었다. 니나는 자립을 기념으로 동생들과 함께 리바스 파티를 진행해 왔다. 가족끼리의 모임은 수년이 흐른 후 수백 명의 인기인들이 모이는 파티로 탈바꿈했다. 할리우드 스타는 물론이고 각계에서 이름을 날리거나 싶어 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말리부 나나의 집을 찾아왔다. 니나 리바는 이름만으로도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스타였다. 파티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누구나 니나의 파티에 참석하기를 원했다. 그들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 자신들이 파티의 주인공이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정작 니나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이번 파티엔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막내 키트는 매년 믹에게 파티에 참석해줄 것을 요구하는 엽서를 보냈다. 50에 접어든 믹은 수년간 아이들에게 어떠한 아빠 노릇도 하지 않았고 수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리며 인생을 즐겼다. 하지만 공연에서 돌아온 그는 커다란 집 안에 갇힌 자신을 바라보며 무료함, 공허함에 치를 떤다. 성공과 부, 타인의 기대와 쾌락이 더 이상 그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가족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니나와 아이들이 필요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티는 엉망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해안가에선 아빠 역할을 수행하려는 믹과 이를 거부하는 아이들 간의 논쟁이 한창이다.

 

저자는 말리부를 통해 1960~80년대 미국의 성장기 고민을 꺼내든다. 가난을 극복한 믹의 성공이 준의 삶을 보장해주진 않았다. 가족이란 경계선이 불분명한 시대,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 하지만 전체적인 아웃라인은 결국 가족의 합체다. 전형적인 미국인의 인식을 느낄 수 있는 직품이다. 또한 본 작품은 다양한 인물을 통해 혼돈스러운 사랑법을 공개한다. 정상이 무엇이고 비정상이 무엇인지,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보다는 즉흥적이고 에로스적인 사랑이 삶의 전반에 투영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물론 세상엔 다양한 사고방식이 존재하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니나는 자유를 찾아 떠난다. 구속이란 결국 자신에 갇힌 멍에를 스스로 짊어지는 것이 아닌가? 사랑이든 자유든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테일러 젠킨스 리드는 말리부 사랑법을 통해 사랑과 유대, 자유를 아름답고 세밀하게 풀어간다.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나다. 올 여름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를 추천한다면 말리부 사랑법을 소개하고 싶다. 중독성있는 테일러만의 이야기를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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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어떻게 말하는가 - 공감 관계 소통 설득 … 무례한 사람도 내 편으로 만드는 4단계 대화 수업
최지훈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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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견, 생각, 결정을 상대에 전달하고 영향을 끼치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우선적으로 누구라도 상대의 말을 곧이 그대로 받아들일 리 만무하며 가끔은 예상치 않은 반대에 부딪혀 설득은 고사하고 갈등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어쩌면 대화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강요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타고난 소통방식을 고수합니다. 저마다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니 대화는 원래부터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선 자신의 대화방식을 먼저 받아들여야합니다. 그리고 상대는 얼마든지 다르게 표현할 수 있으며 소통은 서로 다른 의견을 대화를 통해 합의하는 과정임을 이해해야합니다. 일방통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의견엔 자신이 관철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욕구엔 느낌과 감정이 포함되어있고 소통은 언어적 표현뿐만이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 그리고 태도를 통해 상대에 각인됩니다. 소통을 잘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공감입니다. 그런데 공감을 잘하기 위해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해야합니다. 우물거리는 말투나 솔직하지 못한 표현은 상대에 신뢰를 주기 어렵습니다. 건강한 자기표현은 솔직하고 배려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저자는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판단, 강요, 당연시, 책임회피, 비교 이렇게 5가지를 자제해야한다고 말합니다.

 

대부분 대화엔 개인의 감정이 들어있습니다. 말투는 감정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데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선 욕구, 느낌, 관찰, 부탁을 주목해야합니다. 욕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바람과 소망으로 느낌과 감정의 근원적인 이유입니다. 느낌은 욕구로 인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반응인데 감정은 단발적이고 복합적인 느낌이 강렬하게 드러나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욕구를 충족시키면 감정이 달라집니다. 자신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대화에 임하는지, 상대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다면 훨씬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관찰은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또한 부탁은 상대의 감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긍정적, 현재형으로 정중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서가 공감과 함께 강조하는 것은 경청입니다. 경청은 말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숨은 의미까지 파악하는 것으로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헤아려 듣고 피드백을 해주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청을 잘하기 위해선 역시 피해야할 3가지 반응이 있습니다. 가식적이거나 영혼 없는 기계적인 반응, 무례한 반복적인 질문, 과한 추임새입니다. 경청을 잘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치 다 안다는 식으로 상대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끼어든다면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듣는 도중 자신이 말할 것을 미리 생각하거나 반박하는 것은 대화를 멈추게 하는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상대의 말에 집중하며 듣는 것은 상대를 존중해주는 의미일 뿐만이 아니라 자기존중에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화의 핵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메모하며 듣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말 잘하는 것과 잘 말하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요? 누구나 대중 앞에서 말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또한 내심 말을 잘하므로 상대에 좋은 인상을 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언변과 재치, 유머가 모든 말에 포함 될 필요는 없습니다. 본서의 핵심은 잘 말하는 것입니다. 잘 말하기 위해선 말의 명확한 구조를 파악해야합니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화법이 요구되며 흐름과 맥락이 일정하면서도 방향성이 뚜렷해야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궁금한 것이 아닌 상대가 궁금한 것을 이야기해야합니다. 저자는 이를 말의 설계라 표현하는데 목적과 상황에 따라 대화방식을 연구해야함을 강조합니다. 본서는 잘 말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공감을 꼽습니다. 자아가 고착될수록 상대를 공감한다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좋은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의견을 강조할 수는 없습니다. 대화가 어렵다는 말은 자신과 상대가 같은 조건임을 의미합니다. 대부분 자신만이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생각입니다. 공감은 다르다를 받아들이며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저자는 공감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조언하지 않기, 감정이입하기, 경청하기, 세 가지의 원칙을 제시합니다.

 

대화의 목적은 소통입니다. 또한 자신의 의견을 설득시키기 위한 과정입니다. 삶의 모든 부분엔 대화를 통한 의사결정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활한 소통이 주는 이점은 너무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높아지고 세상을 긍정적이고 확장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본서는 공감을 중심으로 관계, 소통, 설득의 과정을 디테일하게 설명합니다. 일상적인 습관이 어떻게 대화를 어렵게 만들고 원하는 결과에 실패하는지, 관계의 중요성에 앞서 삶을 바라보는 자세와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누군가 자신을 인정해주고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합니다. 대화도 인간조건의 한 부분입니다. 자신이 소중하게 대접받고 싶다면 타인의 생각과 사고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세밀한 관계, 포용적인 사고가 공감을 형성할 것이며 이는 일뿐만이 아니라 가족,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탁월한 소통을 이끌어줄 것입니다. 잘 말하는 것은 삶의 철학입니다. 말의 온도를 느낄 수 있는 프로의 대화법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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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오랫동안
루스 베네딕트 지음, 정미나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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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국가는 왜 패권을 차지하려는 것일까? 그들이 진정 세계 평화와 질서를 구축한다고 믿는 것일까? 경제적 이해관계든 정치적 술수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패권국들의 열망은 해당국가에 치명적인 고통과 고난을 안겨주었다. 민족의 정당성이 권력에 의해 좌우된다면 2차 세계대전당시 진주만을 침공한 일본 군국주의와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당시 일본 침공의 목적은 대동아공영권의 확보였다. 동아시아를 서양 제국주의로 해방시키는데 계층적 위계질서가 확립된 일본만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계층적 위계질서는 일본 근대사의 산업구조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동아시아 최초로 근대화를 이룬 일본은 자국의 성장을 근거로 동아시아의 위계질서를 주장한다. 동아시아 모든 나라는 일본의 위계를 중심으로 하나의 세계가 되어야한다는 허무맹랑한 구상을 꿈꾼 것이다.

 

일본 군국주의는 전쟁을 통한 패권확보였다. 이를 저지했던 미국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국화와 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해할 수 없는 일본군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미 정부가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에 부여한 연구과제였다. 저자는 일본에 가본 적이 없었다. 또한 일본인을 만난 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국에 상존하는 일본인을 만나고 일본 문화를 공부하며 일본의 사고와 행동을 세심하게 기록하고 관찰하며 과제를 수행한다. 그녀는 일본을 모순의 나라라 평가한다. 칼과 국화는 무사의 혼이 담긴 칼과 세밀하고 소심하게 다루어야하는 국화를 상징한다. 둘은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나타내고 그들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상징이다.

 

각 국가마다 민족을 상징하는 특별한 상징이 존재한다. 미국의 보편적 근거는 자유민주주의다. 공존공영은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반면에 일본은 물질적 승리보단 정신적 승리를 원했다. 당시 일본정부와 군대를 이끌었던 리더들의 호소는 기가 막힐 정도로 처량하다. ‘몸이 고달플수록 정신력이 드높아진다.’추위와 배고픔에 벌벌 떠는 자국민들의 일상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직 정신적 승리만을 추구해야한다는 강박은 일왕에 대한 무조건적인 망상과 맥을 같이한다. 일왕은 전쟁과 평화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일본인에게 절대적 상징으로 사고와 행위의 근간이 되었다.‘천황의 뜻을 받들고, 천황의 명에 목숨을 바쳐야한다.’당시 일왕은 곧 일본이었으며 천황이 없는 일본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니러니 한 것은 일왕에 대한 무제한적인 충성이 전쟁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봉건시대 내내 일왕은 쇼군이나 다이묘에 갇힌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엔 야전병원은 물론이고 부상병을 치료할 응급시설도 없었다고 한다. 부상당하거나 아픈 병사들은 파손된 물건 취급을 받았다. 전투력이 병사의 조건이었으며 생사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만이 미덕이었다. 이는 일본군국주의 절대적 허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아무리 철저히 정신적으로 무장을 했어도 옆 동료가 치료도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은 어떤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일본은 자체적으로 패망의 원인을 정신적 무장의 실패라 평가한다. 하지만 이면엔 미국이라는 거대국가를 상대로 군국주의 가능성을 시험하려는 오만이 축적되어 있었다. 전후에도 일본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낸다. 한 가지 달라진 부분은 강자의 위치를 잘 파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위계질서에 의한 판단을 서슴지 않는다. 100년이 지나가지만 한국과의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해석한다. 화해와 대화가 그들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것일까?

 

흔히 일본을 가깝고 먼 나라라 이야기한다. 개인의 일본 선호도는 갈수록 늘어가지만 정치적 해법은 요원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여론도 별반 차이가 없다. 세계인, 특히 미국이 바라보는 일본과 한국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반도체를 비롯한 다양한 제조업을 가져와 경제성장을 일으켜왔다. 또한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한다. 분명 두 국가는 가장 인접해있지만 다름이 존재한다. 루스 베네딕트의 일본연구는 근대사의 소용돌이와 군국주의에 사로잡힌 과거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일본은 자국의 경제적 위상에 맞는 군사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로비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위기감도 팽배해 있다. 국화와 칼은 아름다움 속에서 칼을 벼르는 일본이란 말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의 일본 연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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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십 대를 지탱해 줄 다정한 문장들 - 김혜정의 청소년을 위한 힐링 에세이
김혜정 지음 / 다산에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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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알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도 통하지 않고 너무 감정적입니다. 본인도 10대 시절을 겪었지만 도통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말도 기분에 따라 다르게 들리듯이 10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그중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이 너를 위해서란 표현입니다. 너를 위해서, 아이에겐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무엇이 나를 위한 다는 거지? 인간은 언어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상대의 말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생각을 집중하고 경청할 의무입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자신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합니다. 분노하고 방황하며 불안한 감정에 노출됩니다. 어느 순간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자녀에겐 항상 정답을 요구합니다. 다른 아이와의 비교는 단골메뉴입니다. 자신이 비교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왜 굳이 아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일까요? 어른의 말을 모두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10대는 진행형이며 성장 중입니다. 또한 열정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열정에도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커다란 마음의 크기만큼 모든 것을 사용하세요, 언젠간 마음이 작아지고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선뜻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본서는 글쓰기를 좋아했던 작가의 10대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글을 좋아했지만 글쓰기 대회에 나가지 못했던 상실감, 첫 작품이후 문단에 등단하기까지의 수많은 시련과 고통, 전업 작가로서 강의를 통해 만났던 10대들과의 소통을 전달합니다. 머뭇거리다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부족하고 타인의 시선에 의존할 때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저자는 시종일관 자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어쩌면 10대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가장 부정적이고 의문을 품는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상황이 직접적이고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건 우려보디 격려입니다. 자신을 믿어 줄 사람은 자신뿐이고 스스로를 이해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나 지금 잘하고 있는 중일까? 문득 자신의 삶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저자는 힘들었을 때 만난 글들이 자신을 지지해주고 일으켰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자신을 알아갑니다. 무너질 수 있지만 일어서는 방법을 배웁니다. 실패가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용기를 일으킵니다. 오랜 기간 자신을 위해 만난 문장들이 삶의 방패가 되고 자신을 만들어 왔습니다. 잘 되지 않을까? 왜 미리 걱정을 하나요?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혹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말을 글로 쓰는 순간, 글은 현실이 됩니다. 어떻게든 삶은 흘러간다는 저자의 말 속엔 긍정적인 삶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너는 네가 행복을 느끼는 일을 하면 되고, 내가 너에게 원하는 것은 그뿐이야.’테드 창의 당신 인생 이야기 단편집의 네 인생 이야기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들에게 단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이 문장을 택할 것이라 말합니다. 부모의 어린 시절은 현재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부모의 생각이 맞지 않다는 것은 진실에 가깝습니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했지만 부모의 생각은 오랜 기간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 부딪힌 문제를 아이를 통해 해결하려합니다. 과연 현재 직업이 10년 후에도 유효할까요? 그보다 먼저 아이의 현재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웨인 다이어는 인생의 태도를 통해 자신만의 정원을 강조합니다. 내 정원은 내가 가꾸고 꾸며야 아름답습니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사는 삶,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막연했던 시간도 흘러갑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신을 벗어날 수 없으며 결국 나란 존재 앞에 선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10대는 삶의 긴 여정을 위한 터널을 지나는 시간입니다. 터널을 벗어나 멋진 미래를 만날 수 있고 여전히 긴 터널 속에 갇혀 지난한 과정을 되풀이 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을 호의적이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수많은 벽이 앞을 가로막고 상실과 고통이 따를 것이며 예기치 않은 고난과 아픔을 겪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를 마주하고 스스로를 보듬을 때 기쁨과 즐거움, 행복이 찾아옵니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드는 감정입니다. 어른들도 수시로 불안을 느끼고 해결방법을 찾습니다. 흔들리는 나를 지탱해줄 다정한 문장을 만나고 싶습니다. 김헤정님의 힐링 에세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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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의 생각 없는 생각 - 양장
료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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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구름과 같다. 형체도 다양하고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간다. 가만히 있으면 어느 순간 다른 곳으로 뛰쳐나가고 은근슬쩍 친구 등에 기대어 자취를 감춰버린다. 바람이 불면 순식간에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내 마음도 구름과 같다. 형체를 알 수 없지만 마치 뭔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 그 느낌이 감정을 일으키고 몸을 움직인다. 생각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 앞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가끔 생각도 휴식이 필요하다.

 

소소한 흔적들이 나를 일으킨다. 작은 움직임이 마음을 동요시킨다. 반복적인 일상은 오래된 시간을 흠모하고 어느 순간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지금 바라보는 것은 오래된 시간이다. 런던은 이유 없이 좋은 곳이다. 아니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좋아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수많은 오브제와 거리들, 그들을 기억하면 익숙했던 시간보다 느린 시간을 만나게 된다. 미세한 진동이 우주를 가로지르듯 우리의 삶도 아주 작은 진동으로부터 시작되지는 않았을까?

 

다양한 모습과 생각들,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걸까? 같은 모습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 속에서 자기 존중을 찾기 어렵다. 다르게 태어나 자기답게 다르게 살아가는 일, 너무나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있는데도,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료는 생각 없는 생각을 통해 세상에 갇힌 나를 찾아 나선다. 베이글과 베이커리, 카페 하이웨스트와 레이어드는 그녀가 선택한 삶의 흔적들이다. 그녀만의 이야기를 만나고 숨 쉬며 시간과 공간을 이어가는 곳이다.

 

우연히 들른 몬머스에서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삶의 모습을 엿보았을까?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소심한 마음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투영했던 소소한 오브제들이 떠오른다. 존재의 실존, 현재에 다가선다는 것, 모든 이들이 가슴에 담긴 삶의 모습이지만 왜 순간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것일까? 잔뜩 부풀린 시간 속엔 진실이 없다.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는 것,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시간이 아닐까?

 

료의 생각 없는 생각 속엔 료만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 하루의 의문이 질문이 되고 호기심이 삶이 된다. 우린 어떤 삶에 익숙해지는 것일까?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녀만의 시간 속에 비친 얼굴, 수많은 오브제와 글들은 그녀가 살아가는 의미를 투영한다. 나로 살아간다는 것, 쉽지 않지만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기에 당연함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 시간이 쌓이면 축적된 나의 모습을 누군가는 봐주지 않을까? 료의 진솔한 생각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무는 숲에서 성장한다. 수많은 동료들과 수분을 나누고 햇빛을 경쟁한다. 틈사이로 작은 생명이 태어나고 그들은 살기위해 투쟁한다. 하지만 화분에 갇힌 나무는 자기의지가 없다. 물을 주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수분을 가져올 수 없다. 나무의 생존은 주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우리의 삶도 나무와 닮지 않았을까? 나를 찾아가는 여정엔 수많은 언덕이 앞을 가로막지만 때때로 디딤돌이 되어 큰 도약을 이루기도 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타인의 모습이 자신을 대신할 수도 없다. 오직 자신의 생각, 자신의 한걸음이 자신을 만들어갈 뿐이다.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정처 없는 마음이 떠오른다. 방황하는 것도 자유다. 인생이 방황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인생에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없다. 누군가의 삶이 아닌 자신이 되라는 그녀의 외침이 가슴 깊이 울려온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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