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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다양한 우주가 필요하다 - 삶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만드는 7가지 우주에 관하여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당연성이 존재할까?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기 전에 우주와 지구의 존재의미를 찾는다면 훨씬 수월하게 인간의 본 모습을 알 수 있지는 않을까? 이론 물리학자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백 년 전 발표한 양자물리학도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린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진리라 여겼던 자연법칙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지만 자연법칙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인간에 주어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은 실재에 대한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이 결국 또 다른 법칙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서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관찰자에게 자연법칙은 동일하게 관찰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다. 1632년 갈릴레이가 제안하고 아인슈타인에 정립된 물리학의 기본원리는 수백 년 동안 절대적인 신념과 같았다. 또한 자기모순이 없는 한 우주는 오직 하나만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영원한 급팽창이론과 끈이론은 기본 원리들이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니면서도 자기모순이 없는 수많은 우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절대적이었던 자연법칙의 무효용성을 의미한다. 멀티버스 개념은 지식 한계를 넘어서 실재와 비실재에 대한 고찰을 요구한다. 다원우주, 멀티버스에 대한 개념은 우리의 상상력과 상관없이 확률이론의 비중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우리의 생존이 확률에 결정된다면, 생명체 탄생이 무한 반복에 의한 확률적 계산이라면 우리가 그토록 찾던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원우주는 다른 나를 만난다는 영화의 한 장면보다는 생명체의 근원적인 고찰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본 책은 물리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앨런 라이트먼의 우주에 관한, 저자 특유의 풍부한 경험과 연구가 축적된 과학적 인문서적이다. 저자는 오전에는 과학자로 합리적 법칙을 가르치고 오후엔 문학을 가르치는 통섭을 실천하는 MIT 유일의 교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우주론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우주로의 확장을 통해 앎의 범위를 넓히고 삶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준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에너지의 3/4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토록 흔한 에너지임에도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그 진면목을 알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암흑에너지의 실체를 거의 알지 못한다. 헌데 다중우주 이론이 진행되면서 암흑에너지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암흑에너지의 양이 실제보다 조금 더 컸더라면 우주는 팽창속도가 너무 빨라 항성이 생성 할 수 없었고 양이 적었더라면 우주 팽창속도가 급격히 줄어 원자는 생상이 되기도 전에 붕괴되었을 것이다. 암흑에너지의 미세조정은 말 그대로 확률이다. 그런데 누가, 어떤 경로로 이러한 미세조정이 일어났을까? 무수한 우주가 존재한다면 가능하다. 다중우주이론은 우리가 우연히 탄생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우주에 대한 해석을 이토록 다채롭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수백경의 시간이 흐른 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우리에게 별 쓸모가 없다. 하지만 인간이 물리적 분자의 집합체에 불과하다거나 우리를 통제하는 뇌 기능이 전기, 화학작용이 전부라면 너무 삭막하고 건조하지 않은가? 우리에겐 기계적 이론 못지않은 심적이고 영적인 감동이나 경외감이 존재한다. 저자는 이를 ‘인간은 합리성을 찬양하고 비합리성을 사랑한다’ 라는 멋진 말로 표현하고 있다. 합리적인 인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우린 비합리적 사고와 생각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힉손보손과 대칭적우주, 영적우주와 시간에 대한 재해석, 어쩌면 우리가 알던 모든 지식을 해체해 새로운 우주에 대한 개념을 기억해야할지 모르겠다. 하늘의 별만큼 많은 우리의 신경세포 역시 우주와 가깝다.
본 책은 다양한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풍부하게 전개된다. 7가지의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소설처럼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우주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다. 지구가 지금처럼 존재하는 덕분에 인간이 존재이유가 설명이 된다. 확률이론은 삶에 더욱 애착을 갖게 만든다. 우연에 불과한 삶일지라도 인간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며 특별한 의미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만난다. 깊은 밤, 아름다운 별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은 과학적 호기심과 영적 경외심을 동시에 갖는다. 인간에 대한 성찰을 이보다 아름답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우주의 신비를 통해 본 인간 존재의 의미, 과학과 철학, 인문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탁월한 우주론을 만나길 기대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