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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 ㅣ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벵자맹 주아노 지음, 신혜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 포털의 가장 인기 있는 주제는 ‘성형’일 것이다. 마치 판박이를 찍어내듯이 얼굴을 바꾸는 연예인들의 모습에서 성형은 사회의 가장 민감한 주제로도 변신한다. 우린 마치 미인과 미남을 위한 세계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잘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보면 외모에 대한 문제는 아주 깊숙이 우리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미에 대한 기준이 현대문화의 상징인 것만은 아니다. 고대로부터 미, 특히 아름다운 얼굴은 역사를 바꿔놓을 만큼 절대적인 가치를 추구해왔다. 그런데 왜 우린 아름다운 얼굴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미에 대한 신화는 차고도 넘친다. 그런데 얼굴에 관한 신화는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의 얼굴에 반해 나르시스에 빠졌다는 나르시스 정도만 알까? 얼굴은 내면적인 심리만큼 인간세상의 금지된 욕망이었는지도 모른다. 얼굴은 다양한 형태로 인간의 고뇌를 표현해 왔다. 마음은 속일 수 있어도 얼굴은 속일 수 없다는 옛 속담은 다양한 얼굴의 모습이 어떻게 역사를 변화시켜왔는지를 기억해낸다. 결국 얼굴은 인간의 내면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상징인 것이다.
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는 얼굴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얼굴은 단지 형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얼굴과 함께한 눈, 코, 귀, 입들의 조화에 따라 얼굴의 상징성이 달라진다. 저자는 얼굴은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이라 표현한다. 상징은 말 그대로 사회나 문화를 대표하는 화두다. 이러한 화두가 인간의 역사를 만들었듯이 얼굴엔 개인이나 집단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린 스티브 맥커리의 ‘푸른 눈의 아프간 소녀’ 이라는 작품을 기억하고 있다. 검은 망토를 둘러쓴 소녀의 모습이 왜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일까? 작가는 전쟁이라는 참상을 얼굴로 표현했다. 흔히 전쟁에 얽힌 이야기들이 파괴라면 얼굴이 전쟁을 상징한다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 요소다. 무표정한 소녀의 푸른 눈 속엔 분노가 들어있다. 얼굴이 상징한다는 것을 이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현대사회에 성형이 유행한다고 이를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얼굴을 봐주는 사람이 있기에 성형을 하는 것이지 봐주는 이가 없다면 누가 성형을 하겠는가? 얼굴만큼 인간의 사회성을 가로막는 것도 없지만 얼굴 때문에 팔자 좋은 인생을 구가하는 이들도 많다. 얼굴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사회적이다. 이러한 상징이 결국 얼굴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놓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얼굴은 얼굴일 뿐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얼굴도 상징성을 잃어버리면 가장 추한 얼굴이 되고 만다. 얼굴 속에 감춰진 가면이 우리에게 어울리는 이유도 이중적인 잣대로 세상을 저울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에 빠진 인문학은 사유의 폭을 넓혀준다. 인간사회에 인문학이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인문학은 답답하고 딱딱하기만 하다. 역사와 사회, 문화를 알아가는 과정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매일 바라보는 얼굴 또한 신체적 욕망 못지않게 우리의 마음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상의 교차로에서 바라본 우리의 욕망은 얼굴에 쓰인 욕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고 보면 위인들이 남겨놓은 두상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최고의 산물이 아니던가? 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 그 특별한 만남을 시도해보자.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