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이야기 - 전염병 예방과 인류의 생존을 위한 멈추지 않는 도전들
문성실 지음 / 현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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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타 생명체와의 구분을 시도해왔다. 인간에 좋은 것은 곁에 두고 좋지 않은 것은 제거하거나 박멸하는 단계를 형성해 온 것이다. 인류에 재앙을 가져다 준 전염병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미생명체와의 끊임없는 전쟁이 인간생존의 역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수세기를 거치면서 다소 누그러뜨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인류 최대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많은 과학자, 생물학자, 의학자들이 감염병에 대한 근원적인 뿌릴 뽑고자 고군분투한다. 감염이 누구에게는 선택적으로 통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백신은 거의 일상의 언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백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불신이 팽배하지만 인류의 생존을 방어하는 것만큼은 진실이다. 인플루엔자가 창궐하는 이 시점에 백신에 대해 알아야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미생물에 관한 연구는 19세기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최초의 미생물관찰자 레이우엔혹에 이어 로버트 코흐는 세균학의 황금기를 가져왔다. 그는 박테리아를 연구하던 중 당시 많은 이들에 고통을 안겨주던 탄저병에 관심을 갖고 수많은 실험을 통해 막대모양의 탄저균을 발견한다. 그의 연구는 과학자들에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였고 한천을 발명한 헤세의 도움으로 결핵이 영양실조가 아닌 박테리아가 원인임을 밝혀낸다. 코흐는 세균의학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는데 예방의학이 코흐가 남긴 업적이다.

 

호흡을 통해 두창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온 몸에 발진이 생기고 수포가 형성되며 고름이 가득찬다. 대부분 사망하나 고통을 이기고 살아나도 많은 흉터가 남는다. 신의징벌이라 일컬으며 수천년 동안 인류에 죽음의 저주를 안긴 천연두다. 천연두는 과거 이집트 문건에 나올 정도로 오래된 전염병이다. 그만큼 치료법이 없었고 수많은 이들에 죽음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특별한 해결책이 없던 시절 에드워드 제너는 소젖을 짜는 여인들이 천연두에 감염되지 않는 것을 보고 우두법을 개발했다. 제너의 연구는 결국 천연두 백신의 대량생산 물꼬를 텄다. 1980년 인류는 천연두 종식을 선포했지만 천연두는 여전히 우리 주위에 잠복중이다. 특히 종식으로 인한 연구부재가 새로운 생물학무기를 양산하고 있다.

 

백신이란 용어에 파스퇴르를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이들에 전파되진 않았지만 광견병은 오랜 기간 인류를 두렵게 하는 질병이었다. 잠복기간까지 길어 치료방법도 쉽지 않았다. 파스퇴르는 약독화라는 개념을 사용해 광견병에 걸린 어린아이를 살려내면서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해냈다. 면역글로불린과 바이러스 백신의 사용은 환자의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획기적인 방법이었고 백신에 대한 정의를 확립한다. 파스퇴르의 백신 개발방법은 향후 디프테리아, 페스트, 황별병, 홍역, 이하선염, 풍진, 수두등 수많은 감염병의 약독화 생백신 개발에 영향을 주었고 백신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만들었다.

 

병원엔 인플루엔자 환자들이 넘친다. 올 겨울이 유난히 추운 이유도 있지만 백신에 대한 홍보효과가 그리 좋지 않은 이유도 있다. 문제는 인플루엔자가 복잡해지고 지능화되어 갈수록 치료가 어려워지고 감염자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사망자 소식이 늘어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이종 간 교접이 가능하다. 동물간의 이동으로 다양한 변종이 만들어진다. 새로운 백신이나 치료법이 나오기 전에 수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이유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해 인플루엔자의 모든 발현 가능성을 연구한다. 하지만 바이러스 역시 생존에 최선을 다한다. 숙주에 안착하기 위한 최고의 조합을 만들 것이다.

 

본 책은 백신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특히 mRNA를 이용한 코로나 백신의 개발은 백신사의 획을 그을 만한 업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엔 수익성의 논란으로 인한 폐기의 위협에도 포기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백신개발에 연구한 과학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백신은 다양한 전염병의 수만큼이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워낙 시급한 일이기에 임상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간혹 치명적인 실수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백신을 포기할 수는 없다. 19세기 수천만 명을 사망시킨 페스트와 같은 바이러스가 인류에 전혀 다른 재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여전히 미생물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러스 또한 자가 생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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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시간 오후 4시
이주형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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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갈수록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시간도 언젠가는 종착지점에 이른다. 인생이 직선으로만 가지 않고 곡선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세월의 무상함을 깨닫는다.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살아왔지만 결국 거대한 바다로 집결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인생살이를 왜 이렇게 각박하게 살아가는지, 너와 나에 대한 구분과 특별함을 강조하는지, 자신을 대하는 것도 상대를 대하는 것도 복잡하고 힘들기만 하다. 우린 마음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을 따라잡으려는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손에 쥔 것만이 인생이 아니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생의 오후는 특별한 시간이다. 삶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사회에 새로운 트렌드중 하나가 노화에 대한 애찬이다. 다행히 현재 나이듦에 속한 인구는 과거세대에 비해 풍족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역으로 활동 중이고 다수는 저마다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치를 올리고 있다. 덕분에 노인에 대한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늦은 나이란 없다는 말이 일상적인 언어가 되가는 것 같다. 하지만 과거 정체성에 갇힌 이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마치 여러 세대가 혼돈하는 시대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이 일어나지만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누가 자신을 희생하려 하겠는가? 사회적 공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지만 서로 자신이 원하는 것만 소리치고 있다.

 

대한민국엔 어른이 필요하다. 하지만 존경과 공감의 대상이 되는 어른이 사라져버렸다. 이제 모든 이들은 어떤 목표를 두고 살아야하는지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각자도생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누굴 믿고 의지해야하는가? 더욱이 몸과 마음이 스러져가는 중년엔 더욱 많은 위기들이 찾아온다. 건강에 대한 염려. 자녀에 대한 걱정, 노후에 대한 불안, 무엇보다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불안이 마음을 짓누른다. 이럴 때 삶에 대한 기울기가 기울어진다. 현재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강박은 끊임없는 요구를 강요한다. 잘 살아야한다. 행복해야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인생은 곡선이다. 어디로 갈지를 정하는 것은 여전히 자신의 몫이다.

 

소소한 일상을 바로 보는 것은 삶에 감사하는 태도다.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숨 쉬는 것에 대한 감사는 아파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생명에 대한 감사다.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다면 감사하지 않을 것이 하나도 없다.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은 구체적이지만 단순하다. 알았던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지금껏 느꼈던 감정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생시간, 오후4시는 작가의 소소한 마음이 지극히 드러나 있다. 진한 향기가 묻어나는 커피에 대한 사랑을 통해 삶에 대한 풍성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마치 라일락꽃처럼 은은한 향기가 글을 통해 살아난다.

 

우린 자신을 통해 세상을 만난다. 세상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특정한 순간뿐이다. 어쩌면 인간의 생태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구성되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만든 퍼즐을 맞추어가며 소소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만들어가는 미래다. 누구에게나 황혼기가 있다. 빠른 성장이 있다면 느린 성숙이 있다. 저자의 말대로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성장이라면 성숙은 하나를 내려놓는 비움이다. 비워야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자신을 만나는 것도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비움이 우선이다. 일상을 통해 만나는 수많은 생각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듯이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미래를 구성한다. 인생 오후시간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또한 작가만의 소소한 인생이야기가 너무 아름답고 그립다. 힘들 때마다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누구에게나 삶에 대한 같은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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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 키케로부터 노자까지, 25명의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삶, 나이 듦, 죽음에 관한 이야기
오가와 히토시 지음, 조윤주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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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관념에 당신의 노년을 맡기지 말라. 키케로의 노년론에 나오는 말이다. 노년에 대한 생각이 당신의 노년을 결정한다. 노년에 대한 세상의 시각이 당신을 변화시킨다. 우린 자유란 말에 익숙하지만 진정한 자유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에 서투르다. 변화를 꿈꾸지만 변화 앞에서 머뭇거리며 익숙한 생각과 행동을 반복한다. 노년이 그토록 힘들고 어려운 시기일까? 수많은 철학자들도 자신의 늙어감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했을 것이다. 무엇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해줄까? 무엇보다 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가에 대한 성찰은 인생을 회고하는데 위대한 자산을 만들어 줄 것이다.

 

노년엔 포기라는 말이 적지 않게 사용된다. 몸이 아파서, 마음이 심란해서, 무엇하나 제대로 하기 힘들어서, 쉽게 포기한다. 보부아르의 적극적으로 즐기는 삶의 방식은 노인에 대한 관념을 쉽게 무너뜨린다. 그는 노년이 젊은 시절의 패러디가 되지 않기 위해선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목표를 끊임없이 추구하라고 충고한다. 그의 방식은 노년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노년에 저항하지 않는 방식이다. 노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실제적인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노년일지라도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그의 철학과 닿았으며 인생의 무한한 발자취를 남기고자 도전하는 삶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나이듦은 무엇일까? 기존의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는 개념은 한 인간의 정체성을 변환시킨다. 나이듦을 벗어날 순 없다. 또한 나이듦에 모든 것들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질병과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나이듦은 죽음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기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무엇을 위해 인생을 살아왔느냐와 맞닿아있다. 장켈레비치의 죽음과의 대화는 죽음을 맞이하는 독특한 방법을 제시한다. ‘얼버무림의 태도로 죽음을 맞이하라’. 그는 죽음을 결론지으려 하지 말고 얼버무리며 넘기라고 충고한다.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가? 죽음은 회피의 대상이자 타인에게 미루는 행위다. 죽음을 만난다는 것은 삶의 마지막을 이해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에겐 죽음에 가려진 인간의 희망이 숨겨있다. 죽음과 어떻게 공존해야하는가가 남은 과제다.

 

메를로 퐁티의 양의적 실존방식은 몸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그에겐 몸은 세상과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세상에 대한 존재방식이다. 모든 감각은 몸을 통해 지각되고 마음이라는 의식으로 전달된다. 퐁티는 자신과 몸, 세상은 각각 독립되어있고 몸을 통해서만 통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실적으로 몸에 대해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몸의 적응과정을 고찰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을 수정하는 철학적 성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몸이 전달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가? 몸을 관리하는 것은 나이듦의 첫 번째 조건이다.

 

나이듦에 가장 어려운 것이 타자와의 관계다. 자신만 고집하려는 생각이 더욱 짙어지기에 외로움과 고독이 자신을 가로막는다. 레비나스는 전체성과 무한이라는 주제로 인간관계를 설명한다. ‘타자란 절대적으로 다른 것이다. 타자는 나에 가산되지 않는다. 당신 또는 우리라고 말하는 공동체는 나의 복수형이 아니다.’ 전체성은 타자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에 포섭하는 행위다. 타자는 구속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 레비나스의 생각이다. 그는 타자에 대한 의미를 부각시킨다. 타자는 나의 복수형이 아니라 저마다 나름 무한의 존재들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전체주의적 사고가 세상을 더욱 어렵고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레비나스이 철학이 세상을 관통한다.

 

본 책은 나이듦, 질병, 인간관계, 인생, 죽음이라는 다섯 가지의 주제를 중심으로 25인 철학자들의 생사관을 이야기한다. 중심 맥락은 삶과 노년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다. 철학은 인생의 순간을 읽을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한다. 철학자들의 고민이 곧 삶의 고민이자 우리에게 주는 생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질병의 고통마저 삶의 철학으로 승화한 니체의 질병론은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제시한다. 인생의 오후엔 저마다의 특별한 철학이 필요하다. 예기치 않는 순간이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이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의 오후를 만난다. 이제 자신만의 철학을 고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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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뇌 마음대로 하는 중 - 건망증부터 데자뷔, 가위 눌림까지 뇌과학으로 벗겨 낸 일상의 미스터리
사울 마르티네스 오르타 지음, 강민지 옮김 / 풀빛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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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모를 불안감, 무언가에 쫒기는 느낌, 막연한 두려움, 마치 온 몸을 휘감은 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기묘한 감정, 외부적인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반응,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 뇌의 작용이 있다. 뇌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존재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작용을 통해 갑작스러운 반응에 작용하고 깊은 생각을 통해 이성적인 행위를 반복한다. 인간이 하는 모든 생각과 행위는 뇌를 벗어나 존재하기 어렵다. 뇌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며 뇌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기억과 존재의미를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린 뇌에 대해 적지 않은 오해를 가지고 있다. 뇌는 원초적인 기능과 더불어 본능적으로 경험이라는 외부적 과정을 통해 자극을 받고 인간이라는 형상을 진화시켜왔다. 뇌의 이러한 기능을 감독하는 특별한 시스템은 무엇일까? 왜 우린 자주 혹은 가끔 현상에 대한 착각과 환각을 경험하는 것일까? 뇌에 대한 특별한 메커니즘을 아는 것은 우리의 몸뿐만이 아니라 생각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본 책은 뇌의 기능이 어떻게 인간에 적용되어 왔으며 뇌기능의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상실과 착각을 신경심리학을 통해 설명한다.

 

왜 자꾸 무언가를 기억하기 어려운 것일까? 뇌는 스스로에게 가장 편한 방법을 선택해 일을 처리한다. 매시간 쏟아지는 정보를 전부 기억하거나 처리할 수 없기에 불필요한 부분은 거의 제거하거나 기존의 방식에 맞추어 적당히 배치한다. 기억하기 위해선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고 뇌는 기억할만한 주의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시간에 지남에 따라 특별한 요구상황이 없으면 기존의 기억은 빠르게 사라지고 새로운 정보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또한 기억이 사라진 빈 공간을 메꾸기 위해 나름 적당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새로운 기억을 창조한다. 매일 반복되는 행위에 주의를 기울일만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뭔가를 자주 기억하기 어려운 이유는 뇌의 습관적인 반복행위 때문이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일화기억으로 구축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은 쉽게 사라진다. 맥락은 효율적으로 기억을 회상한다. 어떤 맥락을 구성하느냐에 기억에 쉽게 저장되고 빠르게 회상된다. 맥락이 끊어진 기억은 수많은 착각과 오류의 원인을 일으킨다. 어떤 사람의 이름, 장소를 분명히 아는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고통스러운 적이 있다. 이런 현상을 설단현상이라 하는데 정보에 접근하고 기억을 떠올리는 전두피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뇌는 노드를 구성해 단어를 기억하는 습관이 있으며 간혹 정보접근과 회상과정에 실패해 답답한 과정을 연출한다. 설단현상은 뇌의 퇴화과정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특히 뇌위축과 퇴행은 원발성진행성실어증이나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된다.

 

인간은 선할까, 악할까? 선과 악은 철학적 질문에 가깝지만 신경심리학적 관점에선 선도 악도 미리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바꾼다. 자신의 비밀스러운 행위를 유지하면서 겉으로 선을 행하는 모순을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인간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인간에겐 특정 패턴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억제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런데 억제시스템은 사회적 관점을 필요로 하며 수동적이다. 인간의 뇌엔 독특한 감독시스템이 작동하는데 이는 거의 대부분 행위에 대한 최선의 계획과 전략을 짜는데 특별한 작용을 한다. 감독시스템이 없다면 뇌는 모든 행위에 집중하느라 에너지를 고갈할 것이다. 감독시스템은 억제기능을 관리하고 통제한다. 이는 실시간 실수관련부전전위라는 뇌파의 증폭을 통해 알려져 있다.

 

오늘도 뇌 마음대로 하는 중, 본 책은 신경심리학자로 뇌손상, 신경퇴행성질환을 연구하는 사울 마르티네스 박사의 뇌과학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있다. 기억상실, 자주 헛것이 보일 때, 임사체험을 비롯한 예지몽에 대한 착각, 그리고 뇌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통해 뇌가 어떻게 진행되고 오류를 생성하는지 신경심리학적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우린 가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굳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원초적인 뇌기능과 경험적으로 얻어지는 뇌기억은 우리가 알던 뇌가 아니다. 뇌는 실시간 바뀌며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이나 상황을 통제한다. 뇌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것과 동일하다. 착각과 오류가 반복된다면 뇌에 대한 의심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뇌의 역할이 곧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뇌과학에 대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뇌의 진실을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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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로 책쓰기 - 책 쓰기를 위한 나만의 현명한 AI 활용 비법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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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의 조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직업에 대한 걱정이 다가오기도 전에 다양한 분야에서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도움을 주는데 그치지만 조만간 인간이 요구하는 대부분의 일을 수행하는 단계도 멀지 않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글쓰기 분야에서도 AI는 뛰어난 역할을 수행한다. chatGPT의 언어능력은 이미 증명된바 있다. 이번엔 엔트로픽사의 클로드를 통한 글쓰기 전략이다. 클로드는 정확성과 이해도 면에서 chatGPT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장문의 글과 창의적인 글쓰기에서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클로드를 통해 글을 쓴다는 것은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준다. 아직은 AI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AI가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아니면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지 사용하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다. 저자는 클로드를 통한 글쓰기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제적인 클로드 사용방법을 소개한다. 누구나 글쓰기를 원하지만 글을 쓴다는 행위는 무척 어렵다.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어떤 구조를 잡을지, 무엇보다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솔직히 막막하고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클로드를 통해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AI를 조력자로 이끄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저지 역시 질문의 방식에 따라 클로드의 기능을 배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클로드를 사용한 대부분의 작가들은 목적과 대상 명시하기, 구체적인 상황설명하기, 피드백방향 제시하기, 단계적으로 깊이 있는 질문하기를 효과적인 질문방법으로 제시한다. 특히 구조를 잡는데 큰 틀을 묻고 구체적인 내용을 대화하는 방식을 클로드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이야기한다. 실제적으로 클로드는 아이디어 창출과 브레인스토밍에서 탁월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AI는 많은 것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다. 글쓰기 역시 인간 고유의 감성과 감각을 포함하기에 AI에 모든 것을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 역시 AI와 작가의 분리를 이야기한다. 본 책은 클로드를 통한 글쓰기 전략과 장르별 활용법을 다루고 있다. 짧은 내용의 글이지만 글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클로드를 통한 다양한 전략을 소개한다. AI시대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회를 만날 수 있다. 클로드를 통한 글쓰기 역시 창작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 시대에서, 클로드와의 조우도 그리 나쁘지 않는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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