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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전해 준 쪽지 ㅣ 탐 청소년 문학 4
게리 폴슨 지음, 정회성 옮김 / 탐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삶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다. 한 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일년이 되듯이 수많은 이의 노력과 열정이 모여진 결과다. 일상은 매우 단조롭다. 하지만 매일 지나치는 길이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보이지 않던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그 사이를 메우던 물건들이 이상하리만치 사랑스럽다. 이런 순간은 가끔 어린 시절의 기억과 교차된다. 방금 전의 일이 30년이란 세월로 둔갑한 순간, 우린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들어간다. 혹 우린 이미 알고 있는 삶을 다시 꾸려나가는 것은 아닐까? 부단히도 찾아해매던 행복이 발밑에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말이다.
행복은 낯선 이에게 받을 때 더욱 배가된다. 그 또한 자신의 행복을 나눌 수 있어 더욱 행복할 것이다. 그런데 우린 행복에 대한 방향을 전혀 다른 곳에 두고 있다. 세상을 혼자 살고픈 사람도 결국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 유독 고독한 존재인 인간은 스스로를 자신의 울타리에 가두어 놓는다. 그리고 세상타령에 열을 올린다. 스스로 보잘것없는 소년이라 여겼던 핀 역시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자신만의 세계를 전부라 생각한다.
이혼 소송중인 부모를 둔 메슈, 홀아버지와 사는 핀, 둘은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지만 완전(?)한 가정과는 다소 거리가 먼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메슈는 부모들 덕분에 핀의 집에서 기거를 한다. 핀은 방학중 사람과의 만남을 최소화하는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이미 학교에서도 말더듬이로 알려져있어 누구도 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는 항상 혼자였고 혼자일때 가장 편하다는 생각에 빠져있다. 메슈는 자신이 핀의 집에서 기거하는 것을 선택할 정도로 매우 자율적이고 분방한 아이다. 그리고 둘 사이엔 아버지가 주어온 개 딜런이 있다.
둘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조해나라는 여성이 옆 집을 봐주기 위해 들어온다. 집 주인이 여행하는 동안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핀과 메슈 앞에 나타난 조해나는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암투병중이라 말한다. 핀은 곤욕스러웠다. 방학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대인관계가 생기다니, 하지만 조해나는 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그에게 정원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다. 난데없이 정원이라니, 그의 마음속은 온통 부자연스러움과 불편함이 가득하다. 하지만 조해나의 눈망울을 보는 순간 그는 아주 쉽게 오케이를 한다.
조해나는 정원을 만들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하지만 땅을 고르고 정원을 꾸미는 일은 핀의 몫이었다. 그때 딜런이 침이 가득 묻은 종이를 전달한다. 핀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해나와의 만남은 핀이 가지고 있던 사고의 한계를 과감히 부숴버렸다. 그는 정원을 꾸미기위해 갖은 고생을 하지만 여전히 실력은 답보상태다. 그와 메슈는 조해나 덕분에 파티를 알게 되고 파티를 통해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조해나가 암투병중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조해나는 누구에게도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보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상대의 아픔에 먼저 다가간다.
조해나는 핀과 메슈에게 유방암 연구를 위한 기금모집에 대해 이야기한다. 둘은 이미 조해나를 위해 뭔가를 돕고 싶었다. 대인기피증에 말까지 더듬는 핀의 살 떨리는 기금모집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핀은 스스로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은 자신에게 커다란 행복과 사랑을 전해준다는 것을, 그리고 둘은 조해나를 위해, 철인3종경기에 출전한다. ‘기적을 의심하지 마. 의심하는 순간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핀의 손을 잡고 기적을 이야기하는 조해나의 눈엔 기쁨의 눈물이 흐른다.
성장소설은 언제 읽어도 설렌다. 상큼한 레몬향기가 나고 풋풋한 사과냄새가 진동한다.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에 더욱 아름답다. 핀과 메슈는 조해나를 만나면서 삶과 사랑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 당신 곁에서 이런 이벤트(?)를 준비한다면 동참할 용의는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초대해 당신의 이벤트에 참석시켜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조해나는 마음속에 있으면 그가 곧 가족이라 말한다. 가족은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들의 공동체다. 부모의 이혼과 홀아버지라는 역경 속에서 방황하는 두 아이들에게 조해나는 인생은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며 이를 찾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딜런은 묵묵히 그들의 뒤를 밟고 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