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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들의 평생 공부법 - 공자에서 모택동까지 공부하는 사람이 세상을 움직인다
김영수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이란 게 참 묘하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한다. 모으기 시작하면 배고픈 줄 모른다. 요즘 시대에 책에 대해 그토록 애정을 갖는 이들이 있을까마는 장서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질투와 부러움이 앞선다. 과거 중국을 이끌던 현인들 역시 책과 독서에 관해선 특별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손수 베끼라고 하면 손을 저을 것이다. 남송 때의 장서가 진진손은 귀한 책의 정보를 얻으면 기어이 찾아가 사거나 베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책이 5만권이 넘는다니, 지금으로서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공부에 관한한 지독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공부를 입에 달고 살지 않은 적이 없다. 현대인들에게 공부는 출세의 지름길이자 생의 격차를 가늠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그런데 현자들이 생각하는 공부는 현대인들과 분명하게 차이를 둔다. 그들은 공부를 입신뿐만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최고의 길로 보았다. 공자의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가르침은 현자들의 공부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최고의 명언으로 기억되고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예리한 지식과 이를 통합하는 현자들의 지혜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현자들의 공부법’은 사마천의 사기를 학문의 모태로 삼은 김영수님의 역작이다. 그는 중국 고대사를 이끈 독서광들을 기록한다. 청나라 학자 고염무는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여행하라는 ‘독서만권(讀書萬卷) 행만리로(行萬里路)’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 만권의 독서도 대단하지만 만 리를 여행하며 실체를 확인하라는 고염무의 독서 철학엔 진정한 독서란 책상머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심화시키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고염무의 독서만권 행만리로는 산지식인이란 무엇을 추구해야하는지, 지식과 정보가 가득한 시대에 촌철살인과 같은 가르침을 전해준다.
‘책은 인류의 지혜가 고도로 농축된 최고의 유산이다.’ 매일 수천 권의 책이 발행되지만 우리의 기억에 남는 책은 1%도 되지 않는다. 덩달아 동네서점마저 고사위기에 몰렸다. 혹자들은 인문학이 설 땅을 잃었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대중은 언론의 짜인 틀 안에서 자유로우며 사고의 전환을 두려워한다. 인류가 만들어 놓은 최고의 유산이 더 이상의 효용가치를 잃어가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책은 더 이상 우리의 삶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지식이 늘어나지만 이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고 질문이 막혀버렸다. 송나라 철학자 육구연은 ‘작게 의심하면 작게 진보하고, 크게 의심하면 크게 진보한다.’는 독서와 공부에서 의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문 없는 공부는 가장 위험한 공부법이다. 또한 자신이 아는 것을 모든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독서에도 단계가 있고 태도가 있다.
중국 고대사엔 뛰어난 유세가들이 등장한다. 소진과 장의, 장량, 손빈, 이사등은 중국 고대사를 통합한 불세출의 영웅들이다. 이들은 뛰어난 언변술 못지않게 대단한 독서가로 이름을 날렸다. 소진의 ‘추자고(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른다)’는 그가 공부에 얼마나 지독하게 몰입했는지를 보여주는 고사 성어다. 그의 심화학습은 유세에서 뛰어난 성과를 발휘했는데 합종책을 선택한 그는 6국의 공동재상으로 천하에 군림하였다. 이에 비해 장의는 자신이 소진과는 대적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가 했던 모든 전략을 반대로 실행한다. 장의의 연횡책 역시 뛰어난 지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무의 손자 손빈은 방연의 흉계에 빠져 빈형을 당하지만 처절한 복수를 준비한 덕분에 손빈 병법이라는 군사이론을 창간하고 마릉전투에서 원수 방연을 처리한다. 이들의 뛰어난 지략 뒤엔 저마다의 독특한 공부법과 철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역발산 기개세라 불리던 항우가 초나라를 건립했다면 중국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혹자들은 항우의 실패를 끈기부족에서 찾는다. 이에 반해 유방은 놀라우리만치 인내심이 강한 인물이었다. 항우에 대한 평가는 부하를 다스리는 방법으로부터 사람을 보는 방법까지 어느 것 하나 일관된 것이 없었고 오직 자신의 힘만을 의지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무슨 공부든 끝을 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쉽게 포기했다. 그는 지독한 로맨티스트였는지는 몰라도 패권을 차지하기엔 너무도 나약한 군주였다.
현자들의 평생공부법은 내신 성적을 올려주기 위한 책은 아니다. 다분히 고리타분(?)하고 식상한 줄거리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공부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내용의 본질이 달라진다. 단순히 지식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삶의 지혜를 습득할 것인가? 위대한 인물들의 발자취를 쫒아가는 현자들의 공부법엔 그들이 선택한 삶의 지혜가 가득하다. 그들은 독서를 통해 자신을 수양했고 타인과의 사고를 배웠다. 특히 읽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몸에 베이고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이 독서와 공부의 주된 목적이라 여겼다. 책을 생의 친구로 삼고 독서와 공부를 통해 생의 목적을 달성코자했던 현자들의 공부법, 공부란 무엇인가,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가? 그 울림의 소리를 들어본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