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수업 -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 스토아철학 4부작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희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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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미국 34대 대통력 트루먼 대통령의 책상 명패에 적힌 말이다. 루스벨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대통령이 된 트루먼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냉철한 판단력으로 세계질서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루스벨트나 아이젠하워에 비해 큰 인기를 얻진 못했지만 위기의 극복하는데 탁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받는다. 트루먼은 임기 내내 수많은 위기를 만났지만 굳은 신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는 일반적인 지도자들과는 다른 도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평생 정의를 실행하려 노력했던 인물이다.

 

한 사람의 생각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특히 지도자의 생각과 리더십은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트루먼의 생각과 행동은 흔들리는 미국과 세계질서를 극복하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 트루먼의 수많은 공적들 가운데 유럽재건을 위한 마셜플랜은 트루먼의 품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공덕보단 장군의 품격을 높여주는 겸손의 미덕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결정은 지도자에겐 무척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많은 이들에 특별한 공감을 전달해주는 메시지였다. 그는 도덕과 겸손, 겸양을 지닌 지도자였다. 어떤 시기건 리더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현 시대 리더들의 모습에선 타인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더라도 자신에 충실한 신뢰마저 찾기 어렵다. 정치는 고도의 계산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순수해야 제자리를 찾는 것은 아닐까?

 

정의수업은 스토아학파를 계승한 라이언 홀리데이의 3번째 작품이다. 스토아학파는 올바른 일의 기준으로 용기, 절제, 정의, 지혜등 네 가지 덕목을 추천하는데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다. 특히 정의는 인간이 살아가는 품위를 정하는 것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규정한다. 정의는 일반적인 삶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또한 정의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린 정의를 법률적인 판단이나 대중적인 선택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정의는 자신이 지키는 도덕규범이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다. 또한 자신에 대한 약속, 진실함, 친구에 베푸는 충실함과 관대함, 특히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대한 충성과 타인을 위해 만들어내는 중대한 변화가 정의의 정의다.

 

우선적으로 자신에 충실함 삶을 정의라 표현한다. 정의는 크고 광범위할 수 있지만 조그만 약속에 충실한 것도 정의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정의롭지 못한 이들이 많다.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양심을 속이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도덕적 약속을 어긴 이들이다. 저자는 상대국과의 협상을 위해 다시 포로가 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장군의 예를 들며 진정한 용기와 지혜, 정의가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희생이 뒤따른다. 불안과 걱정, 두려움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는 것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한사람의 약속은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신뢰를 저버린다면 어떤 사회가 될 것이며 우린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본 책의 클라이맥스는 타인을 위한 정의다. 우린 자신을 배재하고 살아가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 또한 타인이 존재해야 가능함을 알고 있다. 타인에 대한 시선은 정의 기준을 좌우한다. 또한 삶의 의미와 목적, 방향의 기준이 된다. 무엇보다 사회의 순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며 현재와 미래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보이는 것들에 열광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현재와 미래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과거 노예제도, 여성의 참정권, 시민평등권과 같은 운동들은 세상의 질서에 대한 재편이자 회복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는 타인의 삶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세상은 조그만 불씨로 시작해 거대한 화염을 일으킨다. 우린 어떤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 역시 타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는 순간, 누구나 타인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인류의 공통된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린 모두 저마다의 책임이 존재한다. 하지만 자유질서가 높은 나라일수록 책임이나 의무보단 권리만을 주장한다. 이는 국가들 간에도 마찬가지다. 거대자본이 소국가를 무시하는 것은 너무 일상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대중에 의지한다. 대중은 신뢰를 존중한다. 특히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깊은 갈망을 가지고 있다. 공정과 평등한 사회구조는 그들이 추구하고자하는 원대한 계획이다. 정의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선택해야할 문제도 아니다. 정의는 행동해야하고 실행해야한다. 우린 누구에게나 자신의 심판원이 되어야한다. 또한 긍지와 자존감을 지닌 시민으로서 조건 없는 신뢰를 보여야한다. 한 개인이 선택한 정의는 나비효과가 되어 수많은 이들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냉소와 이기심이 넘치는 시대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자유의지는 정의를 실현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정의 수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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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스마일즈의 인생 수업
새뮤얼 스마일즈 지음, 강현규 엮음, 김익성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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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의기소침할 때 늘 들었던 말이다. 스스로를 돕는다는 자조는 이해하기는 쉬어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성공에 대한 조건이 외적성장이나 의존적인 상호관계가 주를 이루는 시대에, 개인의 도덕적 성찰을 통한 자조가 성공의 조건이라 말하는 것은 그리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자조를 이해하기위해선 자기존중을 창조한 새뮤얼 스마일스의 생애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새뮤얼은 당시 대부분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진보적 성향을 가진 새뮤얼은 뚜렷한 정치개혁을 원했고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의사를 포기하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의 의지와는 달리 사회는 악이 만연한 곳이었고 개혁은 개인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는 스스로의 열정과 끈기를 통해 자조를 이룬다. 새뮤얼의 자조는 수많은 이들에 큰 영감을 주었고 실질적으로 당대 가장 중요한 자기계발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다.

 

새뮤얼의 자조(Selp-Help)는 나르시스트와는 완전히 구별된다. 오히려 자기성장을 통한 사회적 통합에 가깝다. 동양철학 수신제가의 수신과 닮았다. 자조는 외부적 조건보단 자신을 먼저 세우는 것을 강조한다. 도덕적 성품이 강조되는데 이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다움을 나타내는 내면적 징표다. 이를 위해선 열정, 끈기. 인내, 성실, 부지런함, 그리고 정직성이 요구된다. 새뮤얼은 자조를 통해 인간본연의 성품에 다가가려 노력한다. 올바른 정신이 우선되어야만 행동의 변화를 통해 자조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에 대한 귀천이 팽배하던 시대였다. 자조는 불평등한 기존의 시각을 내려놓고 자신의 관점에서 상황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자신에 부여된 직업에 특별한 목적과 가치를 부여하는 능동적이며 긍정적 사고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린 종종 내면의 힘을 간과한다. 어떤 일을 마주하면 자신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보단 타인에 의존하거나 지레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는 경우가 많다. 새뮤얼이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 인내와 끈기. 성실과 열정이다. 아무리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열중하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시 저임금노동자들의 삶은 무척 열악했다, 그들은 사회적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홀로 힘겨운 삶을 견뎌야했다. 새뮤얼은 독서보다는 노동과 실천이 자신을 완성한다.’라 말하며 직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보잘 것 없는 직업일지라도 사회는 모든 이들의 소중한 경험으로 이루어지며 이를 실천할 사람은 유일한 존재인 자신뿐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자조는 스스로에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좋은 조건들을 꺼내는 것이다.

 

6장의 돈에 관한 이야기는 마음에 새길만한 글들이 많다. 새뮤얼은 돈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한다. 돈이 없으면 노예나 다름없다는 다소 거친 표현을 사용하면서 일을 통한 수입창출이 필수적인 삶의 조건이라 강조한다. 하지만 돈에 대한 철학이 부재하다면 돈은 집착하는 대상으로 결국 돈의 노예가 되거나 돈에 이끌려 삶의 많은 부분이 희생된다고 말한다. 새뮤얼은 시종일관 직업과 일, 노동의 가치를 역설한다. 가난한 것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까닭이며 적당한 수입을 절약하고 지출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자조를 보여주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돈은 머리에 넣고 다녀라. 절대 가슴에 담지마라.’ 조너선 스위프트의 어록은 돈이 지배하는 시대에 돈에 대한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초년의 빚은 곧 파멸이라는 말을 통해 빚이 어떻게 자신을 무기력한 상태로까지 만들 수 있는지를 경고한다.

 

성공한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한 분야에서 열정을 다하며 실패를 극복한다는 점이다. 빠른 세상이다. 누구나 쉬운 성공을 꿈꾸고 실제로 하루아침에 자신이 원하는 부를 이룬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부를 이루었다고 인생의 성공을 이루었다 말할 수는 없다. 부는 성공하기 위한 좋은 조건이지만 도리어 삶의 발목을 잡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새뮤얼은 자조론을 통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때 진정한 성공이 올 것이라 말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대는 항상 새로운 관념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자조론은 어려운 세상일수록 빛을 발한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무엇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가? 새뮤얼의 자조론은 생의 소중한 철학과 교훈을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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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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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은 젊음이 사라진다. 푸석해져가는 손가락 마디를 볼 때마다 나이 듦의 서러움이 밀려온다. 노화를 다룬 수많은 책들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멀리 떠난 친구의 수다가 그리워질 때가 많다. 인간은 홀로 살아가지만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린 누구에게나 주변인이 있고 스스로도 주변인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죽음은 외로움마저 앗아가 버린다. 죽음은 예외를 두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슬프고 서럽다. 이미 예정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사가 죽음을 선고한다면 간호사는 실질적으로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삶을 기억한다. 하지만 죽음을 꺼내기 쉽지 않다. 모든 이들의 죽음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관계가 있다. 어떤 이는 좋은 죽음을 맞이하지만 어떤 이는 불행한 죽음을, 어떤 이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죽음에 대한 간호사들의 생각은 일상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전해준다.

 

누군가의 죽음 뒤엔 고통과 분노 그리고 상실과 후회가 뒤섞여있다. 인간의 감정은 죽음 앞에서 폭발하고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은 채 삶을 무력하게 만든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수많은 두려움을 증폭한다. 하지만 죽음은 삶의 정해진 과정이다.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한 인간에 주어진 가장 소중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의식을 잃은 채 침상에 누워 일생을 끝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살아가는 자들에게 의식의 일깨움을 전달한다. 살아서는 하지 못했던 말들을 죽음으로 대변하는 것이다. 죽음은 우리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린다.

 

본 책은 38년간 간호사로 근무를 한 오은경님의 죽음의 본질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는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인간은 죽음 앞에서 가식 없는 허물을 벗어 놓는다. 삶을 지탱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마음을 짓눌렀던 수많은 감정들을 내려놓는다. 삶만이 의식을 허락한다. 우린 죽음을 인지하면서도 고통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죽음을 혐오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인지해야하는가?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라 말하던 키케로의 말을 떠올려본다.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는 죽음과 삶, 더 나은 생을 위한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간호사로서의 일상이 디테일하게 기록되어있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수많은 환자를 상대하고 자신의 감정을 추슬러야하는 간호사들의 노고가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힘든 일인지 병간호를 해본 이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우린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고 보호자가 될 수 있다. 죽음이 다가온다면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 죽음에 대한 생각은 보다 선명하게 자신의 삶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죽음은 삶의 이면이 아니라 삶과 동행이다. 내가 떠난 뒤 남겨질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죽음엔 생의 모든 철학이 담겨있는 것 같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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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공부 - 똑바로 볼수록 더 환해지는 삶에 대하여
박광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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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어떤 감정과 어떤 생각이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것일까? 죽음은 무엇보다 인간으로서의 의지를 상실하게 한다. 이제 더 이상 의식적인 생각과 의지적인 행동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삶에 대한 단절과 연관된다. 그래서인지 죽음엔 걱정과 두려움, 분노와 불안이 뒤섞여있다. 또한 우리의 생각은 삶과 죽음을 구분한다. 삶에 대한 애착만큼 죽음을 혐오한다. 하지만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다. 살아있기에 죽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살아있었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어떤 삶을 살았든 죽음은 모두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저마다 다르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웰 다잉은 웰빙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에겐 여전히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삶의 흔적과 여운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병원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다. 수많은 환자들이 왔다가지만 어떤 이는 병원에서 일생을 마치기도 한다. 한국인에 암은 더 이상 특별한 질병이 아니다. 암을 일으키는 수많은 요인들이 급격히 증가한 원인도 있지만 고성장에 대한 스트레스도 한몫 차지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래서인지 암에 대한 생각도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암을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떤 이는 해결할 수 없는 질병으로 여긴다. 최근엔 다양한 수술과 치료법, 약물 등이 개발되어 암 정복에 대한 반가운 소식들이 들린다. 하지만 여전히 암은 엄청난 고통과 불안, 두려움을 수반하며 수많은 환자들의 삶을 빼앗고 있다.

 

우린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 순간만 지나가면 특별한 날을 만들 것이고, 모든 일상이 원래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죽음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결과로 이어 질 때가 많다. 질병환자의 죽음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특히 전이 암환자의 예후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죽음에 대한 준비가 거의 불가능하다, 뒤늦게 후회해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본 책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직 신경외과의사이자 방사선종양외과의인 저자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죽음을 대하는 삶의 자세와 태도를 일깨워준다. 삶의 고민이 다르듯이 죽음 또한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개하며 잘 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죽음은 우리가 모든 것을 해결한 뒤에 편안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한일과 안한 일이 있을 뿐이다. 하려고 한일은 없다. 살아있는 이들의 하려고 한 일은 영원히 할 수 없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 오늘 하루, 한 시간, 말 한마디의 소중함이 생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죽음 앞에서 우린 지난한 삶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거칠게 살아왔는지. 자신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은 이들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 죽음은 인간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것 같다. 죽음 공부는 인생 공부의 일부분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을 향한 최선의 공부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신이 인간에 의지를 부여한 까닭은 의미 있게 살다가라는 뜻은 아닐지, 아무런 의식 없이 생을 마감한다면 우린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삶과 죽음의 곁에서 들려준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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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인생에 답하다 - 고전에서 건져올린 삶의 지혜
한민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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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而不同(화이부동)同而不和(동이불화),논어 자로의 문장이다. 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고 은 너와 내편을 가르는 것이다. 군자는 타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겠다는 것이고 소인은 타인을 배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린 다양성에 대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조화의 조건이라 말하지만 사회를 혼란시키는 원인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어떤 목적을 가지느냐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달라진다. 군주는 권력의 판단기준이 평가의 대상이 된다. 무능한 군주는 조화보단 분열에 집착한다. 권력은 본래의 모습을 들추어낸다. 어리석은 군주는 항상 백성들에 큰 시련과 고통을 안겨준다. 이익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離合集散(이합집산)이 판치는 시대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전체와의 조화를 꿈꾸는 군주의 출현이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나라가 혼란할 때는 간신들이 득세한다. 권력에 기생하는 간신은 군주의 눈을 흐리고 백성들의 눈과 귀를 막는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탐욕스럽고 무능한 리더를 찾는다. 過猶不及(과유불급)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란 뜻이다. 하지만 공자는 지나친 것과 미치지 못한 것은 같다.’라는 중용의 뜻을 표현한다. 군주의 지나친 권력탐욕은 자신과 세상을 파괴한다. 있는 권력도 사용하지 못하면서 왜 권력에 대한 집착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탐욕에 눈이 먼 것은 군주와 간신뿐만이 아니다. 세상 역시 탐욕에 물들어간다. 어느 시대나 무능한 군주가 존재했고 이는 국론분열의 씨앗이 되었다. 부족하면 배가 고플 뿐이지만 과함은 화를 면하기 어렵다.

 

춘추전국시대는 한치 앞을 알 수 없었던 혼란의 시대였다. 적과 아군이 구분되지 않았고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흔들거리던 시대였다. 또한 공자를 중심으로 동양철학이 만개했던 시대이기도 하다. 전쟁은 모든 것을 바꾸어놓는다. 삶의 터전은 물론이고 생각, 행동 그리고 가치관마저 교체된다. 배움은 혼란할 시기를 극복할 가장 강력한 무기다. 克己復禮(극기복례)는 자신을 접고 예로 돌아 가라라는 뜻이다. 시국이 어수선할수록 깊이 생각해 볼 말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먼저 닦고 타인을 돌보아야할 일이다. 극기를 하지 못해 무너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인과 예를 중심으로 한 공자철학은 자기본위의 사상이 주를 이룬다. 修身齊家(수신제가)를 실천하는 것이 극기다.

 

공자가 인생에 답하다는 논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한자성어를 소개한다. 많이 들어보았을 사자성어도 있고 쉽게 읽히지 않았던 문장들도 보인다. 논어를 접하다보면 한자의 이해부족과 해석능력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하지만 말 한마디에 담긴 뜻엔 깊은 내공이 숨겨있다. 해석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체화시키는가가 논어의 핵심주제다.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思毋邪(사무사)는 진실과 정직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가를 강조한다. 사무사엔 인간의 독특한 자기애, 자기만족이란 근원이 포함되어있다. 이기적일 수는 있지만 이를 인식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무사는 정치인들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모든 이들이 자기 앞에 놓인 이익을 추구한다면 세상은 힘의 논리가 지배할 것이다. 생각에 대한 바른 입장이 필요한 시대다.

 

가끔 정치인들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자성어를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에 필요한 덕목은 감추기 일쑤다.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고 말 많은 자들이 권력을 차지한다는 그릇된 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단 논어뿐만이 아니라 수천 년을 이어온 고대문헌들엔 인간이 갖추어야할 중요한 덕목들이 기록되어있다. 답이 없어서 세상이 어렵고 힘든 것은 아닐 것이다. 살아가는 이해부족과 선택에 대한 기준이 서툴러서, 대중에 야합하거나 군주정치의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 책의 성어 한자 한자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무엇보다 내면의 껍데기를 벗어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배려한다.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해가된다. 이토록 험난한 세상에 마음 한켠을 채워줄 한마디는 무엇인가? 공자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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