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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과 나눈 10년의 대화
김혜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평점 :

현대사회는 짜인 문화와 구조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불확실한 가정보단 예측 가능한 현실이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구속을 느낀다. 영원할 것 같은 시스템도 결국 한계의 오류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리곤 한다. 그래서 인간은 무한정 오락과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모순 같은 행동은 인간만이 지닌 특이한 습성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러한 모든 행위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러한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며 자신을 감춘다. 세상에 대한 절규의 목소리를 내어보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소외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가혹한 형벌이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움츠리고 자신만의 살길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린 주변에 수많은 은둔, 고립하는 젊은 세대를 만나곤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회시스템에 대한 오류일까? 아니면 개인의 일탈인가?
은둔, 고립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곱지마는 않다. 저자는 은둔, 고립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열 가지로 구분한다. 고립은 제한적이지만 대인관계나 외출을 허락한다. 하지만 은둔은 사회적 관계를 하지 않는다. 은둔과 고립이 절대 밖을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다. 핵심은 사회적관계의 유무다. 두 번째 오해는 사람이나 사회적 관계를 싫어한다는 오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 두려워하는 이들이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진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이 원하는 타인의 인정과 관심이다. 그들만큼 사람과의 관계를 간절히 원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세 번째, 게임중독 때문에 은둔한다. 네 번째, 현 상태가 편안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잘못된 가정이자 오해다. 상담자들 대부분은 현 상태를 벗어나길 원한다. 그들은 단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인간과의 단절에 마음 편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정신질환 문제도 아니다. 이들은 타인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원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에 얽매인 채 스스로를 구속하고 압박한 것뿐이다. 오히려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다.
은둔, 고립은 현대사회를 특징하는 사회적 현상이다. 현대사회는 이분법에 익숙하다. 맞거나 틀리고, 옳거나 잘못되었다는 시각이 중심이 되어 쉽게 판단하고 성취하는 것을 추구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보다 타인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선택의 기준이 사회적 기준이고 타인 의존적이다 보니 자신을 마주할 용기도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서적으로 민감한 수많은 젊은 세대들에게 세상은 가혹하리만치 규정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저자는 X축(이성)을 따라 움직이는 성과주의 보다 Y축(감성)을 키우라고 충고한다. ‘내가 이 진로를 생각하는 게 맞나’ 라는 말보다 ‘내가 이 진로를 원하나’ 라는 말은 스스로에게 만족감, 성취감, 행복을 전해준다. 타인으로부터의 인정, 사회적 적응, 사회적 성취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에 대한 만족과 성취감만큼 자신의 마음을 이끌어주는 요소는 없을 것이다. X축과 Y축의 균형과 조화는 비단 은둔, 고립청년들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견뎌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기준이다.
수많은 분들이 은둔, 고립청년들을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 그분들의 노고와 수고에 고개가 숙여진다. 하지만 은둔, 고립은 그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실패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분위기는 언제든, 그리고 누구에게든 나이를 불문하고 은둔, 고립을 허용한다. 우리 주변엔 상담자들 못지않게 적지 않은 은둔, 고립 자들이 존재한다. 나에 대한 믿음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은둔, 고립청년들은 자신에 대한 자신 없음, 나다움에 대한 불신임과 불수용을 허락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투른 이들에게 다양한 삶의 방법들이 존재하고 스스로에게 부여된 아름답고 소중한 자산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상담가들의 목적이다.
본 책엔 자신을 잃어버린 다수의 청년들이 등장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의지를 전하는 청년, 자신의 의지보단 부모의 선택에 의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청년, 그들은 누구에게도 간섭받기 싫어 자신을 감추고 존재의미를 놓아버린다.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기다린다. 기다림은 마음의 숙성을 거쳐 자신의 내면에 쌓인 고뇌와 고민의 흔적을 끄집어내고 사투 끝에 새로운 결말을 맺을 것이다. 우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 구성되어있다. 너무 많은 시간을 자신보단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 은둔, 고립은 자신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스로가 원하는 삶, 일률적인 목적을 따라하지 않는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자신에 최선을 다하는 삶의 모습이 아름답다. 은둔과 고립에 대한 고찰은 내면적인 성찰을 이끈다. 모든 삶은 아름답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