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오랫동안
루스 베네딕트 지음, 정미나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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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국가는 왜 패권을 차지하려는 것일까? 그들이 진정 세계 평화와 질서를 구축한다고 믿는 것일까? 경제적 이해관계든 정치적 술수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패권국들의 열망은 해당국가에 치명적인 고통과 고난을 안겨주었다. 민족의 정당성이 권력에 의해 좌우된다면 2차 세계대전당시 진주만을 침공한 일본 군국주의와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당시 일본 침공의 목적은 대동아공영권의 확보였다. 동아시아를 서양 제국주의로 해방시키는데 계층적 위계질서가 확립된 일본만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계층적 위계질서는 일본 근대사의 산업구조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동아시아 최초로 근대화를 이룬 일본은 자국의 성장을 근거로 동아시아의 위계질서를 주장한다. 동아시아 모든 나라는 일본의 위계를 중심으로 하나의 세계가 되어야한다는 허무맹랑한 구상을 꿈꾼 것이다.

 

일본 군국주의는 전쟁을 통한 패권확보였다. 이를 저지했던 미국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국화와 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해할 수 없는 일본군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미 정부가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에 부여한 연구과제였다. 저자는 일본에 가본 적이 없었다. 또한 일본인을 만난 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국에 상존하는 일본인을 만나고 일본 문화를 공부하며 일본의 사고와 행동을 세심하게 기록하고 관찰하며 과제를 수행한다. 그녀는 일본을 모순의 나라라 평가한다. 칼과 국화는 무사의 혼이 담긴 칼과 세밀하고 소심하게 다루어야하는 국화를 상징한다. 둘은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나타내고 그들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상징이다.

 

각 국가마다 민족을 상징하는 특별한 상징이 존재한다. 미국의 보편적 근거는 자유민주주의다. 공존공영은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반면에 일본은 물질적 승리보단 정신적 승리를 원했다. 당시 일본정부와 군대를 이끌었던 리더들의 호소는 기가 막힐 정도로 처량하다. ‘몸이 고달플수록 정신력이 드높아진다.’추위와 배고픔에 벌벌 떠는 자국민들의 일상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직 정신적 승리만을 추구해야한다는 강박은 일왕에 대한 무조건적인 망상과 맥을 같이한다. 일왕은 전쟁과 평화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일본인에게 절대적 상징으로 사고와 행위의 근간이 되었다.‘천황의 뜻을 받들고, 천황의 명에 목숨을 바쳐야한다.’당시 일왕은 곧 일본이었으며 천황이 없는 일본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니러니 한 것은 일왕에 대한 무제한적인 충성이 전쟁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봉건시대 내내 일왕은 쇼군이나 다이묘에 갇힌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엔 야전병원은 물론이고 부상병을 치료할 응급시설도 없었다고 한다. 부상당하거나 아픈 병사들은 파손된 물건 취급을 받았다. 전투력이 병사의 조건이었으며 생사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만이 미덕이었다. 이는 일본군국주의 절대적 허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아무리 철저히 정신적으로 무장을 했어도 옆 동료가 치료도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은 어떤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일본은 자체적으로 패망의 원인을 정신적 무장의 실패라 평가한다. 하지만 이면엔 미국이라는 거대국가를 상대로 군국주의 가능성을 시험하려는 오만이 축적되어 있었다. 전후에도 일본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낸다. 한 가지 달라진 부분은 강자의 위치를 잘 파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위계질서에 의한 판단을 서슴지 않는다. 100년이 지나가지만 한국과의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해석한다. 화해와 대화가 그들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것일까?

 

흔히 일본을 가깝고 먼 나라라 이야기한다. 개인의 일본 선호도는 갈수록 늘어가지만 정치적 해법은 요원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여론도 별반 차이가 없다. 세계인, 특히 미국이 바라보는 일본과 한국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반도체를 비롯한 다양한 제조업을 가져와 경제성장을 일으켜왔다. 또한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한다. 분명 두 국가는 가장 인접해있지만 다름이 존재한다. 루스 베네딕트의 일본연구는 근대사의 소용돌이와 군국주의에 사로잡힌 과거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일본은 자국의 경제적 위상에 맞는 군사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로비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위기감도 팽배해 있다. 국화와 칼은 아름다움 속에서 칼을 벼르는 일본이란 말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의 일본 연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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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십 대를 지탱해 줄 다정한 문장들 - 김혜정의 청소년을 위한 힐링 에세이
김혜정 지음 / 다산에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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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알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도 통하지 않고 너무 감정적입니다. 본인도 10대 시절을 겪었지만 도통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말도 기분에 따라 다르게 들리듯이 10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그중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이 너를 위해서란 표현입니다. 너를 위해서, 아이에겐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무엇이 나를 위한 다는 거지? 인간은 언어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상대의 말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생각을 집중하고 경청할 의무입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자신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합니다. 분노하고 방황하며 불안한 감정에 노출됩니다. 어느 순간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자녀에겐 항상 정답을 요구합니다. 다른 아이와의 비교는 단골메뉴입니다. 자신이 비교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왜 굳이 아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일까요? 어른의 말을 모두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10대는 진행형이며 성장 중입니다. 또한 열정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열정에도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커다란 마음의 크기만큼 모든 것을 사용하세요, 언젠간 마음이 작아지고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선뜻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본서는 글쓰기를 좋아했던 작가의 10대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글을 좋아했지만 글쓰기 대회에 나가지 못했던 상실감, 첫 작품이후 문단에 등단하기까지의 수많은 시련과 고통, 전업 작가로서 강의를 통해 만났던 10대들과의 소통을 전달합니다. 머뭇거리다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부족하고 타인의 시선에 의존할 때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저자는 시종일관 자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어쩌면 10대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가장 부정적이고 의문을 품는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상황이 직접적이고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건 우려보디 격려입니다. 자신을 믿어 줄 사람은 자신뿐이고 스스로를 이해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나 지금 잘하고 있는 중일까? 문득 자신의 삶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저자는 힘들었을 때 만난 글들이 자신을 지지해주고 일으켰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자신을 알아갑니다. 무너질 수 있지만 일어서는 방법을 배웁니다. 실패가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용기를 일으킵니다. 오랜 기간 자신을 위해 만난 문장들이 삶의 방패가 되고 자신을 만들어 왔습니다. 잘 되지 않을까? 왜 미리 걱정을 하나요?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혹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말을 글로 쓰는 순간, 글은 현실이 됩니다. 어떻게든 삶은 흘러간다는 저자의 말 속엔 긍정적인 삶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너는 네가 행복을 느끼는 일을 하면 되고, 내가 너에게 원하는 것은 그뿐이야.’테드 창의 당신 인생 이야기 단편집의 네 인생 이야기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들에게 단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이 문장을 택할 것이라 말합니다. 부모의 어린 시절은 현재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부모의 생각이 맞지 않다는 것은 진실에 가깝습니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했지만 부모의 생각은 오랜 기간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 부딪힌 문제를 아이를 통해 해결하려합니다. 과연 현재 직업이 10년 후에도 유효할까요? 그보다 먼저 아이의 현재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웨인 다이어는 인생의 태도를 통해 자신만의 정원을 강조합니다. 내 정원은 내가 가꾸고 꾸며야 아름답습니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사는 삶,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막연했던 시간도 흘러갑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신을 벗어날 수 없으며 결국 나란 존재 앞에 선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10대는 삶의 긴 여정을 위한 터널을 지나는 시간입니다. 터널을 벗어나 멋진 미래를 만날 수 있고 여전히 긴 터널 속에 갇혀 지난한 과정을 되풀이 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을 호의적이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수많은 벽이 앞을 가로막고 상실과 고통이 따를 것이며 예기치 않은 고난과 아픔을 겪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를 마주하고 스스로를 보듬을 때 기쁨과 즐거움, 행복이 찾아옵니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드는 감정입니다. 어른들도 수시로 불안을 느끼고 해결방법을 찾습니다. 흔들리는 나를 지탱해줄 다정한 문장을 만나고 싶습니다. 김헤정님의 힐링 에세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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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의 생각 없는 생각 - 양장
료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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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구름과 같다. 형체도 다양하고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간다. 가만히 있으면 어느 순간 다른 곳으로 뛰쳐나가고 은근슬쩍 친구 등에 기대어 자취를 감춰버린다. 바람이 불면 순식간에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내 마음도 구름과 같다. 형체를 알 수 없지만 마치 뭔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 그 느낌이 감정을 일으키고 몸을 움직인다. 생각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 앞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가끔 생각도 휴식이 필요하다.

 

소소한 흔적들이 나를 일으킨다. 작은 움직임이 마음을 동요시킨다. 반복적인 일상은 오래된 시간을 흠모하고 어느 순간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지금 바라보는 것은 오래된 시간이다. 런던은 이유 없이 좋은 곳이다. 아니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좋아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수많은 오브제와 거리들, 그들을 기억하면 익숙했던 시간보다 느린 시간을 만나게 된다. 미세한 진동이 우주를 가로지르듯 우리의 삶도 아주 작은 진동으로부터 시작되지는 않았을까?

 

다양한 모습과 생각들,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걸까? 같은 모습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 속에서 자기 존중을 찾기 어렵다. 다르게 태어나 자기답게 다르게 살아가는 일, 너무나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있는데도,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료는 생각 없는 생각을 통해 세상에 갇힌 나를 찾아 나선다. 베이글과 베이커리, 카페 하이웨스트와 레이어드는 그녀가 선택한 삶의 흔적들이다. 그녀만의 이야기를 만나고 숨 쉬며 시간과 공간을 이어가는 곳이다.

 

우연히 들른 몬머스에서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삶의 모습을 엿보았을까?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소심한 마음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투영했던 소소한 오브제들이 떠오른다. 존재의 실존, 현재에 다가선다는 것, 모든 이들이 가슴에 담긴 삶의 모습이지만 왜 순간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것일까? 잔뜩 부풀린 시간 속엔 진실이 없다.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는 것,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시간이 아닐까?

 

료의 생각 없는 생각 속엔 료만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 하루의 의문이 질문이 되고 호기심이 삶이 된다. 우린 어떤 삶에 익숙해지는 것일까?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녀만의 시간 속에 비친 얼굴, 수많은 오브제와 글들은 그녀가 살아가는 의미를 투영한다. 나로 살아간다는 것, 쉽지 않지만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기에 당연함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 시간이 쌓이면 축적된 나의 모습을 누군가는 봐주지 않을까? 료의 진솔한 생각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무는 숲에서 성장한다. 수많은 동료들과 수분을 나누고 햇빛을 경쟁한다. 틈사이로 작은 생명이 태어나고 그들은 살기위해 투쟁한다. 하지만 화분에 갇힌 나무는 자기의지가 없다. 물을 주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수분을 가져올 수 없다. 나무의 생존은 주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우리의 삶도 나무와 닮지 않았을까? 나를 찾아가는 여정엔 수많은 언덕이 앞을 가로막지만 때때로 디딤돌이 되어 큰 도약을 이루기도 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타인의 모습이 자신을 대신할 수도 없다. 오직 자신의 생각, 자신의 한걸음이 자신을 만들어갈 뿐이다.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정처 없는 마음이 떠오른다. 방황하는 것도 자유다. 인생이 방황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인생에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없다. 누군가의 삶이 아닌 자신이 되라는 그녀의 외침이 가슴 깊이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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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메이트북스 클래식 23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정영훈 엮음, 최기원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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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의 부활, 민주주의는 다수 의결에 따라 정책이 정해지고 구속력을 지닌다. 법률은 소속집단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자유 범위를 결정한다.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선 다수의견을 존중해야하고 개인의 자유를 한정 짓는 규정과 규칙이 필수적이다. 이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전제되어야할 조건이다. 그런데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질수록 개인이나 소수집단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과거의 규정과 규칙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 어느 시기보다 강한 권력을 지닌 사회공동체는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구속할 수 있는가? 자유에 대한 담론은 민주주의를 추종하는 국가들의 민감한 주제다. 자유에 대한 생각에 따라 개인의 삶의 방식과 의미,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9세기, 기존의 삶을 뒤흔든 산업혁명은 밀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공리주의를 최선의 철학으로 여겼지만 그가 마주한 세상은 모순과 오류로 가득했다. 특히 산업자본주의 성장이 가져다준 인간의 질적 저하는 개인의 자유침해로까지 이어지며 인간존재 의미에 의문을 제시하게 된다. 자유는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역사다. 개인에게 자유가 주어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며 지위와 계층, 세습이라는 사회구조는 인류 역사의 대부분 시간을 장악해왔다. 밀의 자유론을 통해 기계문명화가 만들어낸 사회공동체의 권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가 우선적으로 꺼내든 것은 다수의 횡포다.

 

급격한 사회변화의 중심엔 거대한 사회 권력이 있다. 밀은 여기에 도덕, 관습, 보이지 않는 기대, 법과 제도등을 덧붙인다. 이들은 도덕적 비난, 집단적 압박, 배제등과 같은 수단으로 공동체의 생각과 방식을 따르라고 강요한다. 사회 권력이 성장할수록 개인의 자유가 축소된다. 밀은 관습이나 도덕적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오류가 존재하며 소수 의견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견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는 꾸준히 일어난다. 다수에 기대어 자기구속을 가진 이들은 스스로의 판단을 바꾸려하지 않는다. 다수는 공동체가 믿는다는 사실하나만으로 개인의 믿음이 진리인양 받아들인다. 이런 견해는 지금도 대다수의 공동체를 통해 나타난다. 정당정치의 한계는 소수의 판단이 배제된다는 것이며 자신만이 정답이란 모순에 쉽게 빠진다는 것이다.

 

의사표현의 자유,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존재의미는 무엇인가? 자유는 사회구조와 결을 같이한다. 밀은 표현의 자유가 실천의 자유로 이어져야한다고 말한다. 관습은 생각을 얼어붙게 만들고 다른 생각을 배제한다. 표현적 자유는 진실을 투영한다. 설령 오류가 있더라도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야하며 어떤 의견이 참이고 진리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난다. 자신이 결코 그릇될 수 없다는 무오류성은 자신만이 진리라는 편견에 갇혀 세상을 올바로 보지 못하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의견의 자유를 위해선 공정한 토론이 필요하며 표현방식은 타인의 경계를 넘지 않아야 한다. 밀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자유는 타인의 권리 침해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등 어떤 자유든 개인의 의지로 이해할 수 있지만 타인에겐 어떠한 해도 기지지 않아야한다는 전제조건을 강조한다.

 

자유론은 읽기 어렵다는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본서는 고전적 사유를 현대인의 눈높이로 재해석하며 자유론을 친근하게 가져다 놓았다. 자유에 대란 담론으로부터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적 권력, 진리에 다가가기 위한 표현의 필요성, 그리고 인간의 개성에 담긴 자유의 본질에 대한 심도 있는 철학적 고찰을 소개한다. 기업적인 측면에선 소수의 천재성을 이야기하고 정치적인 측면에선 여론의 자율성을 꺼내든다. 여론이다름을 억압하면 문명은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밀의 선견은 현시대 여론정치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밀이 가짜뉴스를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또한 정보의 범람화가 진실을 가로막고 오류와 모순을 반복한다면 사회 권력의 강화가 더욱 필요하진 않을까? 그럼에도 표현과 의사의 자유는 지속되어야한다. 밀은 세상의 흐름에 저항하라고 말한다. 관습은 생각을 굳혀 행동을 멈추게 만든다. 자유는 각자의 이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밀의 해석이 전부 맞을 리 없다. 하지만 그의 자유론은 인간에 대한 심원적인 성찰을 가져왔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 타인을 구속할 수 있는가? ‘인류가 개인이든 집단이든 타인의 행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목적은 오직 하나, 자기보호뿐이다.’밀은 자유가 지닌 한계와 책임의 역할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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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7가지 무기
가바사와 시온 지음, 최수영 옮김 / 다산에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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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워낙 예민하고 감정적이어서 혹 잘못 말하면 분위기마저 망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방관만 하고 있기엔 속이 상하고 답답합니다. 헌데 부모는 진정 아이의 속마음을 모르는 것일까요? 아이의 행동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아 구속된 조언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듯이 아이도 자신의 마음을 알고 싶습니다. 누구나 겪었던 사춘기가 아이에게만은 예외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리숙한 자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자신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이었습니까?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무기가 있다면 무엇을 추천해주고 싶습니까?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이들의 학교교육은 예전보다 훨씬 치열해지고 복잡해졌습니다. 공부부터 직업선택까지 선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기회가 많아진 만큼 선택에 필요한 요구사항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교육내용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수준 높은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삶에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도한 IT기기의 범람이 청소년시기의 의미를 상실하게하고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하며 타인에 의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인생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할까요? 본서는 7가지의 무기를 제안합니다. 저자는 정비하기, 연결하기, 행동하기란 세 가지의 큰 주제를 중심으로 좌절을 극복하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내적, 외적 인생의 성공법칙을 소개합니다. 정비하기는 준비단계입니다. 고민이 많다는 것은 뭔가 일이 잘 풀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이 풀리지 않는데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대부분 몸과 마음이 지쳐 피곤한 상태일 경우가 많습니다. 몸과 마음이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모든 일이 지겹고 힘들어집니다. 고리가 반복되면서 짜증이 일어나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결국 감정이 예민해져 부모님의 잔소리가 자신을 억압하는 소리로 들립니다. 관계가 틀어지고 부정적인 상황이 반복됩니다. 피로의 원인을 찾아야합니다. 저자는 스마트폰과 게임 중독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과도한 스마트 폰 사용이 뇌를 잠식한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특히 잠자는 시간에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것은 체내시계를 무너뜨려 신경세포의 성장을 저해하고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 생성을 방해합니다. 저자는 첫 번째 정비력으로 수면을 강조합니다. 질 좋은 수면은 공부 1시간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지금 10대들은 권장수명을 거의 포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수면이 필요합니다. 특히 뇌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10때의 수면습관은 전전두엽 피질을 최적으로 활성화시킵니다. 기억력, 사고력, 감정 통제등 삶의 전반을 통제하는 전전두엽 피질은 수면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청소년기는 성장기의 골든타임입니다.

 

100번 실패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있을까요? 다행스러운 건 100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기가 청소년기입니다. 100번을 실패했다는 말은 100번 시도했다는 다른 표현입니다. 부모가 100번 실패한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입니다. 회복탄력성은 저자가 선정한 가장 중요한 무기입니다. 마음의 유연성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실패나 좌절을 받아들이고 자기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다는 뜻입니다. 실패는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한 단계 성장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보다 강한사회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정비력, 회복탄력성, 제어력, 대인관계력, 독해력, 호기심, 아웃풋 능력, 저자가 소개하는 7가지의 무기입니다.

 

특히 저는 어웃풋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아웃풋은 6가지의 무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능력으로 인풋-아웃풋-피드백 과정을 거치며 자기성장의 최고의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아웃풋 사이클은 공부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읽기, 보기, 듣기의 인풋을 통해 말하고 쓰며 행동하기의 아웃풋을 실행하고 되새겨보기, 다시보기, 수정하고 반성하는 피드백과정을 반복합니다. 독해력을 위한 독서도 인풋(읽기)와 아웃풋(쓰기)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인풋과 아웃풋의 비율을 3:7로 설정합니다. 책의 내용과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독서가 인풋이라면 아웃풋은 자기성장의 디딤돌이 되어줍니다. 물론 피드백과정을 통해 다시 인풋을 활용합니다.

 

20대가 되면 고민이 사라질까요? 그토록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를 거쳐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면 모든 상황이 뒤바뀔까요? 아마도 부모가 가장 답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인생은 오류투성이고 예기치 않은 사건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정비력은 평생 배우고 수련해야할 능력입니다. 회복탄력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모든 것엔 원인과 결과가 뒤따릅니다. 어떤 인풋이냐에 따라 아웃풋이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피드백이 없다면 반복되는 좌절에 익숙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주어진 세상 같지만 어느 것도 공짜는 없습니다. 청소년기는 삶이란 여정을 위한 준비과정입니다. 어려운 학업, 예기치 않은 교우관계,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이 모든 것은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7가지 무기는 사회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여러분은 그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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