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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려고 어른이 된 건 아니지만
이근후.나인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25년 7월
평점 :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세대 간 문화가 중첩되어있는 한국사회에 어른이란 개념은 세대마다 의미를 달리하는 것 같습니다. 20대가 바라고 원하는 어른이 확장형이라면 50대 이상에겐 말 못할 속사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의존적인 청소년기엔 항상 어른이 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여겨 왔습니다. 독립이라는 생각이 스며들 무렵 어른이란 단어가 자신을 방어해줄 최적의 조건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대가 훌쩍 지나면서 어른이란 무엇인지 갈수록 난감하기만 합니다. 외부적 조건만 충족되면 어른이라 생각하는 것이 가끔 자신이 진짜 어른으로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이곳저곳에 수많은 흔적을 남깁니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시절이 자주 떠오릅니다. 훨씬 부유하고 활동반경이 넓어졌지만 유독 젊은 시절에 애착하는 이유는 방황에 대한 자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이가 들면 스스로 한계를 결정짓습니다. 이것 해서는 안 돼, 저것도 쉽지 않을 거야, 가진 것은 많아졌을지 모르지만 마음은 오히려 축소되었습니다. 그래서 갈등과 번뇌, 방황이 주는 메시지가 그립습니다. 저자는 20대를 주어진 시간을 실험할 특권의 시간이라 말합니다. 어쩌다 혼자가 되었다면 고독을 즐기고, 운이 좋게 누군가에 둘러싸였다면 인기를 누리고, 불행히도 아픔이 덮쳤다면 깊고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길,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살아있음을 증명합니다. 감각과 감정이 살아 숨 쉬는 20대는 살아있는 호흡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30대, 삶의 압박이 시작됩니다. 욕심과 욕구가 팽배해지고 경쟁과 비교적 우위가 삶을 지배합니다. 덩달아 내면적 갈등도 폭증합니다. 저자는 입산양명을 꺼내들며 성공에 대한 집착이전에 자신을 먼저 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내면 없는 외면은 아무리 쌓아도 공허함과 무료함이 삶을 짓누릅니다. 인생에 중요하지 않은 시간이 없지만, 30대의 결정은 삶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얻은 선택의 결과가 중요합니다. 결과 값은 같지만 내가 얻은 것이 나를 돕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속적으로 다가오는 선택이란 주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인생이 바뀌는 시간,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채우는 시간, 30대는 그 어느 때보다 감정과 감각에 충실한 나이입니다.
한국인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40은 여전히 젊은 축에 속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덩달아 주위에 아픈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갑니다. 가장 큰 변화는 주관적인이었던 마음이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객관적이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재해석하는 시간을 갖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여유라는 두 글자를 주목하게 됩니다. 본서는 마흔의 설렘까지, 나인저자의 에세이가 펼쳐집니다. 나인저자는 일상의 순간 속에서 말보다 깊은 어른의 태도를 품격으로 보여주신 이근후 선생님을 인생 후반기의 지혜를 채워주실 스승으로 소개합니다.
이근후 선생님의 화두는 어른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합니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지식이 아닌 지혜가 되는 시간이란 주제로 어른의 존재적 의미를 설명합니다. 어른이 되기 위해선 끝없는 자기수양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어른답지 못한 나이만 먹은 노인을 미련하고 고집이 센 벽창호라 말하면서 어른의 첫 번째 조건으로 소통을 강조합니다. 사실적으로 나이가 먹으면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여간해선 고집을 꺾기 어렵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더욱 강해지지만 오히려 타인을 의식하는 태도는 축소됩니다. 과거에 무엇을 했든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야 합니다. 오죽했으면 지갑을 열고 입을 닫으라는 속담까지 있겠습니까? 그토록 오랜 기간 타인과의 관계를 의식하였지만 왜 자기 생각과 경험만이 옳다고 믿는 노인들이 그토록 많은 것일까요? 저자는 이를 젊었을 때부터 소통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고집불통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도 세상과 함께 변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여전히 과거에 묶여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상황이 변함에 마음도 변해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자신의 경험을 주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직접 경험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노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의 경험이 필요하지 않는 분야가 급격히 늘어가고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여유, 전체로서의 부분, 과거의 잔망, 시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주변을 비롯한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 나이를 먹는다고 슬픈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젊은 시절 놓쳤던 수많은 개념들이 새로운 삶의 동기가 됩니다. 저자는 이를 괜찮아질 일들의 연속이라 이야기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웃을 일이 많은 어른의 지혜를 마음에 담아봅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