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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 -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와 일하며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박진숙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어떤 것 인지 수없이 되새기며 문제의 문제가 꼬리를 무는 교육제도, 어른들이 갖는 편견, 정해진 틀대로 살아가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 속에서 모두가 한 번쯤 무거운 고민과 쉼표를 찍고 갈 수 있는 물음표를 던져주는 것 같다.
저자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공부와 병행하기 위한 일을 시작하면서 본인에게 붙여진 사회적 이름 역시 명예롭지 못하다는 것과 특히나 청소년과 청년이라는 말이 왜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렸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 궁금증은 무관심했던 일에 관심이라는 것을 만들고,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과 청소년, 대안학교 졸업 생, 학교 밖 청소년들을 모아 연금술사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들의 어려움과 필요한 부분을 잘 안다고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결국 이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고 저자가 잘 안다고 착각 했던 것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이들 앞에 놓인 사회적 불평등이었지, 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무게감과 압박감은 아니었다.”(본문31p)
“대학에 가지 않은 건 자신들의 ‘개인사정’이지 ‘사회적 곤란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본문 24p)
저자는 사회적 불평등,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지금의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생기는 불평등은 사회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곤란함’이라고 말하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대학입학하고 특정 직업을 갖는 것이 꿈이 되어버렸고, 자신의 생각이 아닌 부모나 선생님들, 사회가 요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 되어 정작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행복한 것인지 잘 모른다. 좋은 대학이라고 말하는 곳에 입학하기 위해 학원을 전전하고 입학한 결과 또 다른 관문인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다. 그렇게 열심히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른 체 앞만 보고 무엇이든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쓰기위한 노력으로 시간을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안정적인 신의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휴학을 하며 시간을 끌거나 고시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마저도 하지 못하거나 안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은 ‘비대졸자’와 ‘대졸자’라는 갈림이 시작이 되어 이미 시작부터 불평등한 신발을 신고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고 결국 도착지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 어찌 보면 태어나서부터 정해져버린 것 같은 신분의 차이가 존재하는 세상에 ‘소풍가는 고양이’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메시지가 조금은 힘이 된다.
“수료식은 ‘마침’이 아니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시작’이었다.”(본문 39p)
학생들에게 졸업은 ‘마침’이 아니고 사회로 가기 위한 ‘시작’이고, 사회로 나아가서 경험하는 직업이나 사회생활은 그렇게 쭉 살아가라는 ‘마침’이 아니고, 각자의 삶의 행복을 찾아가고 진정 하고 싶은 것 꿈꾸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시작’이라는 것은 대안이나 답을 주진 못하지만, 조금은 힘이 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도 말하듯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생각하는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닌 적당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무엇을 하며 살아도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과연 이런 것들을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될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저자와 함께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이들을 인정하고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우리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는 이들이 있기에 미래는 기대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금술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소풍가는 고양이’를 이끌어간 이들의 이야기는 멀지도 다르지도 않은 우리아이들과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소풍가는 고양이’를 운영하면서 겪는 고민들은 그것이 청소년이냐 청년이냐 어른이냐에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모두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은 충분히 잘 살아낼 수 있는 잠재력과 능력을 갖고 있는데, 어른이라는 이름과 사회적인 틀 안에 넣고 맞춰가고자 하는 잘못된 인식들로 인해 다듬어 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청소년들은 지금 순간적으로 꿈꾸는 일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라고, 혹시라도 주어진 여건으로 인해 원하지 않지만 조금은 힘든 길을 가고 있다면 그것은 본인의 잘못이나 죄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