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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호텔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
브렌다 기버슨 지음, 이명희 옮김, 미간로이드 그림 / 마루벌 / 199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애리조나 주 남부의 소노란 사막과 멕시코 북부에서만 볼 수 있는 사구오로 선인장은 십 년이 지나야 엄마 손의 한뼘 정도 자랍니다. 이십 오 년이 지나서야 다섯살 어린이 키만합니다. 비가 오지 않을 때면 선인장 몸 속에 모아 둔 물로 자랍니다. 오십 년이 지나 엄마 키 두배만큼 자랐을 때부터 해마다 봄에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새와 벌, 박쥐들이 꿀을 먹으러 끊임없이 모여듭니다. 꽃이 지고 새빨간 열매를 열었을 때, 도마뱀 무늬 딱따구리는 선인장에 구멍을 파서 자신의 방을 만들고 선인장에서 살기로 합니다. 선인장은 딱따구리에게 훌륭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선딱따구리는 선인장에게 해로운 벌레들을 잡아줍니다. 육십 년이 지나 아빠 키 세 배만큼 자란 선인장은 옆으로 큰 가지도 뻗어 다른 동물들에게도 보금자리가 되어 줍니다. 딱따구리, 난쟁이 올빼미, 흰줄 비둘기 등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새들은 가시가 난 선인장 꼭대기에 살면서 사나운 동물들로부터 몸을 지킵니다. 백 오십 년이 지나자, 선인장에도 크고 작은 구멍들이 수 없이 생겼습니다. 가지는 일곱개나 뻗었구요, 무게는 자동차 다섯대를 합한 만큼 무거워졌습니다. 이 백 년이 지나 늙은 선인장은 거센 바람에 쓰러집니다. 높은 곳에서 살던 동물들은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고, 낮은 곳에 사는 동물들이 이사옵니다. 쓰러진 선인장이 말라 흩어져 가는 주위에는 온통,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선인장 숲이 생겼습니다.
읽고나서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해피엔딩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엄마 손의 한 뼘 정도'라든지 '다섯살 어린이 키', '자동차 다섯대를 합한 만큼의 무거움' 등의 표현은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을 쉽게 해주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애니메이션 <원령공주>가 생각 났습니다. 요즘 같은 폭염과 열대야, 국지성 폭우가 우리가 편리함을 위해 자연을 파괴함으로 발생한 온난화의 폐해라고 합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기후가 4계절이 뚜렷한 온대가 아니라 아열대쪽이 더 가깝다 합니다. 인간은 자연과 공생할 줄 모른다고도 하지요. 선인장은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동물들과 서로 도우며 살아감으로써, 더 나아가 자신의 것을 양보하고 희생함으로 해서 결과적으로 더 큰 번성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공생할 줄 앎으로써 이루게 된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도 이것을 배워야 되겠죠? 먼 미래로 보고 있는 자연의 심각한 파괴가 어쩌면 먼 미래가 아닐 수 도 있을것 같아서요. 너무 심각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