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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사랑이다 1
피에르 뒤셴 지음, 송순 옮김 / 씽크뱅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전에 신문에서 이 사건에 관한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때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녀가 있는 교사가, 미성년자 학생과 깊은 관계를 가지다니 제정신이 아니로군' 하는 비난의 대열에 동참했었다. 사실 진지한 비난이라고 할 것도 아니고, 술자리나 밥먹는 자리에서 그저 반찬에 더해 먹는 가쉽거리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갈수록 별별 일이 다 생겨나는 세상에서 또 하나의 정신나간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맨 정신인' 우리들의 입방아에 올랐던 사건이었다.
사건의 형식적 구성요건이 어떻게 되든, 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그 사건의 당사자들이 아니면 제대로 알수가 없는 법이다. 늘 신문에 오르내리는 중요한 사건들의 경우도, 부풀이고 왜곡되고 편파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들 대부분은 한가지 사건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중 가장 대중들에게 큰 목소리로 들여오는 시각으로 그 사건을 바라본다.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흥미거리로 사건들을 그저 '소비'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미성년자. 그리고 한참 나이가 많은 이혼 경력의 자녀까지 있는 선생님 사이의 사랑. 흔히 말하는 플라토닉 러브를 넘어선 사랑. 그런 비난받기 좋을만한 사랑이라고 아픔이 없었을까. 사랑이라는 단어에 항상 따라다니는 애절함, 절박함, 간절함, 세상의 모든 것보다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그 가슴졸이는 느낌들이 없었을까. 오히려 그들 자신이 그들의 사랑이 세상에서 용납될 수 없는 사랑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절실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들의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프랑스에서 68혁명이 일어나던 그 격력한 시기. 세상과 제도를 바꾸진 못했지만, 그 혁명에 참여했던 젊은 세대의 의식을 송두리째 바꾸었던 그 뜨거웠던 혁명의 시기. 숨막히게 펼쳐지는 혁명만큼이나 숨가쁜 사랑의 질풍노도가 두 사람을 둘러싸고 놓아주지를 않았던 것이다. 모든 사랑의 열병이 그러하듯이, 방해요인이 될만한 것들이 두 사람을 더욱 결속시키는 기폭제가 되었고, 모든 인습과 관습이 폭팔하는 혁명의 열기속에 두 사람의 거짓없는 사랑도 활짝 꽃을 피울수가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혁명의 열기는 수그러들고. 사람들은 그 전과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무엇 잘못된 것은 없는가. 혁명이 망쳐놓은 상징적은 사례들을 찾아서 벌을 주어야 할 시간이 왔다. 희생양이 되기 딱 좋은 제물이 바로 미성년자와의 금지된 사랑을 벌인 파렴치한 교사가 아니었겠는가. 세상의 기준으로보면 범죄이다. 그러나 그들의 진심으로 보면 더 없이 순수한 사랑이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고,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따랐을뿐. 그리고 본능이 죄악인 시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읽으면서, 뜨거운 가슴 앓이를 해야 하는가보다. 이제 혁명의 순간은 지났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