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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사회의 조건 - 정의·도덕·생명윤리·자유주의·민주주의, 그의 모든 철학을 한 권으로 만나다
고바야시 마사야 지음, 홍성민.양혜윤 옮김, 김봉진 감수 / 황금물고기 / 2011년 6월
평점 :
정의라는 이름의 강의가 TV 방송을 탔었다. 우리나라도 아니고 미국 대학의 강의 장면을 TV에서 방영을 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방송의 내용이 정말 대단히 훌륭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들에게 생소한 형식의 그 강의는 엄청난 반응을 몰고 왔다. 강의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그 교수의 저서 '정의'는 오랜 동안 베스트 셀러 1위의 자리에 올라있었다.
그와 그의 강의, 그의 저서의 인기의 비결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그의 파격적인 강의 스타일, 강의중 학생들의 질문에 적절하게 대응하먼서 강의를 끌어가는 놀라운 즉석 대응력, 강의 내내 그가 던지는 질문들의 무게... 그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생소한 것들이었다. 생소한. 그러나 무척 중요한. 하지만 우리들이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 그래서 그는 우리에게 더욱 큰 놀라움을 안겨주었는지 모르겠다.
센델 교수와 그의 저서 '정의' 의 인기를 설명하기 위해 그의 놀라운 재능 이외의 것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많이 있다. 그의 저서의 테마이지 제목이기도 한 '정의'라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그러나 아무도 그것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하지 않았던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요즘 정치권은 '공정사회'를 주장하지만, 무엇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 우리나라에 정치철학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정이니 정의이니 하는 것은 그저 정치인들이 편하게 사용하는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고, 복지와 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좌파와 우파. 리버럴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포퓰리즘을 공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 좌파이고, 무엇이 우파인지, 어떤 것이 공정을 위한 복지이고, 어디서부터가 포풀리즘인지 용어들은 분명한 정의없이 그냥 사용된다. 이쯤되면 그저 단어를 위한 단어의 선택이지, 그 단어를 통해 주장하거나 공격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수도 없게 되어 버린다. 역시 정치철학에 대한 탐구가 부족하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나, 그런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분명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지키지도 않을 것이 뻔한 인기위주의 정책을 내어놓고, 국민들은 그런 정치인 모두를 싸잡아서 비난한다. 새로운 정치를 할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그들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메시지가 불분명하다. 어떤 내용에서는 신자유주의적인 사람이, 다른 문제에 있어서는 극단적인 포퓰리즘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사회에서, 정의, 공리, 복지, 공정성.. 이런 것에 대한 정의와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마이클 센델이라는 우리에게 전혀 낮선 교수와 그의 강의와 저서가 그토록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그가 제시한 메시지들과 방법론이 우리 사회에 그토록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저작들을 두루 섭렵하고 그것을 편집해서 마이클 센델의 사상체계를 집약한 이 책이 이렇게도 반가운 것일게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책이지만, 그렇다고 큰 부담을 주는 책은 아니다. 이런 책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사회가 좀더 깊이있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고, 우리가 당면한 커다란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