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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쇼크 -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
테드 피시먼 지음, 안세민 옮김 / 반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인구통계학적 요건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힘을 가지는 원천이다. 끊임 없이 시골에서 도시로 밀려나오는 농민공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저렴한 노동자들이 전세계의 디플레이션을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 이제 그들 농민공의 임금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세계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게 되었다. 미국의 펀드가 그토록 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은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이 자신들의 노후를 대비해서 축적한 막대한 연금성 자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저축률이 낮은 미국에서 막대한 규모의 금융투자 자금이 조성되어 전세계의 금융시장을 헤집고 다닐 힘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인구구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힘을 가진다.
노령화가 상상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유럽의 그리스 재정위기의 속사정은 그리스의 노령화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기에는 나라 사정이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인들이 국가로 부터 수령하는 과도한 복지혜택을 줄이는데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로 부터 복지 혜택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리스의 연금수령자들이다. 즉 그리스의 인구구조상 노인들의 비율이 높고, 그 노인들의 주요 수입원인 연금을 줄일수가 없기 때문에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해결되지가 않는 주요 원인인 것이다. 만약 그리스의 노인들의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적자면 그리스는 훨씬 더 가볍게 지금의 위기를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이다. 노령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단순히 그 나라의 인구구성에서 노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노인들이 노후를 대배해 저축한 자금들이 급속이 소진되기 시작한다는 뜻이고, 또 활발히 경제활동을 하면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세금을 낼 사람들의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나이가 든 사람들을 수발한 젊은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어서, 국가내에 연령비에 따른 적절한 노동인구의 수급에 차질이 생길수도 있고,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중산층의 수가 줄어들어 국가내에서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질 수 없어, 산업생산에 차질이 생길수도 있는 등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 바로 우리들의 옆 나라인 일본에서 노령화로 인한 각종 문제가 생기고 있지만, 일본도 아직은 노령화로 인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초기단계이고,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가 일본보다도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노령화 문제는 우리들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회색쇼크'가 좋은 이유는 이렇게 우리에게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나, 아직은 우리가 그 중간에 서보지 못한 '노령화라는 현상'의 중심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는 점에 있다. '노령화가 진행되면 이러이러할 것이다' 가 아니라. '노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특정한 사회의 한 부분을 노령화라는 관점하에서 잘 관찰해보았더니 그 현황이 이러이러하더라'라는 현황과 보고를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예측과 현황에 대한 보고의 차이점은 엄청나다. 그 엄청난 만큼이 이 책이 노령화 사회를 예측하는 다른 책들과의 차이점이다. 이 책은 '아마도 앞으로는...' 이 아니라, '실제 노령화가 진행된 특정한 지역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라는 생동감이 넘치는 무척 리얼한 노령화사회의 모습을 우리들 앞에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단한 착상을 한 저자의 능력에 우선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단순한 아이디어의 차원에서 그치고 만 것이 아니라, 치밀한 사례 수집을 통해서 잘 편집을 한 그 수많은 노력에도 갈채롤 보내고 싶다. 또 하나 이 책에서 빠뜨릴수 없는 큰 장점이 있다. 문장이 너무나 수려하다는 것이다. 두툼해보이는 책을 읽을때 처음에 느껴지는 부담감이 책을 읽다보면 언젠가 입가에 미소를 띄게 만드는 놀라운 문장력에 흡족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늙어갈 것이고, 나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인데, 노인들의 삶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도 유머스러운 웃음을 품게되고, 그렇게 노인으로 또 하루를 달려가고 있는 나 자신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문장중 하나를 인용하고 싶다. "하루를 산다는 것은 하루만큼 더 죽음에 가까이 다가 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하루를 더 산다는 것은 탄생으로 부터 죽음까지의 거리가 하루만큼 더 길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