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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조종자들 - 당신의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내가 책을 사러 자주 들리는 인터넷 쇼핑몰에 로그인을 하면 "OOO님의 독서취향을 분석한 도서목록" 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책들을 전시하는 화면이 뜨기 시작했다. 그 화면은 로그인을 하지 않고 그 사이트의 메인화면을 클릭할때 뜨는 화면과 다른 내용으로 구성된 화면이었다.
그 화면으로 인해 나는 내가 즐겨 찾는 분야의 책들중 어떤 신간들이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중 어떤 책들이 세일을 하는지를 쉽게 알수 있게 되었다. 사실 미국의 온라인 도서판매몰인 아마존은 오래전부터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었다. 내가 아마존에서 산 책이나, Wish List에 넣어둔 책과 유사한 책들을 권유하는 화면들이 나타난 것이 오래전부터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뿐만 아니라, 음원사이트, 유투브 마저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찾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편리한가!. 자신이 관심이 없는 분야의 내용들을 걸러내는 귀찮은 일을 프로그램이 알아서 해주다니!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기능들이 편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책과 음악, 쇼핑뿐 아니라, 뉴스와 검색결과까지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나오는 '개별화' 기능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드렇게 될 것이다' 라는 미래형이 아니라, '만연해 있다' 라는 현재형의 이야기이다!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기사들만이 뜨고, 자신의 의견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글만을 접할수 있다면 그것은 뉴스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뉴스가 아닐까. 검색 결과에는 자신의 입맛을 맞추는 내용들이 나온다면 '사실'을 다루는 엄밀하게 객관적인 분야가 아닌 내용의 검색은 의미가 없지 않을까... 이 책은 이런 우려들을 세세하게 짚어주는 책이다.
처음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열광한 사람들이 있었다. 인터넷이 가져올 IT 산업의 엄청난 성장에 열광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 가져올 사회적인 변혁을 기대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가끔 만날수 있는 그들은, 대안문화에 열광적이었고, 공존과 평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문화혁명, 혹은 반문화혁명이라는 것을 추구하던 그 사람들에게 마리화나나 기타, 길게 늘어뜨린 머리가 아니라 인터넷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은, 인터넷이란 인류역사상 새로이 등장한 매체를 통해 인류가 더 나은 세상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현대세계의 문명화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중 대다수는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는 삶의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불가능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인터넷은 업무뿐만 아니라, 쇼핑, 뉴스, 정보, 친구관계, 오락...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많은 관계와 정보가 자신의 기존취향에 따라 편중되는 세상이라면? 더구나 그런 편향되어 있는 내용들이 인터넷을 통해 더욱 강화되어가고, 그렇게 편중되고 강화된 자신의 정보가 기업들에 의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더구나 그런 자신의 취향이 불법으로 수집된 신용카드 번호처럼 판매되기 까지 한다면?
이 책은 오늘날의 인터넷에 의한 개개인 정보의 수집과 이용. 그리고 자신이 즐겨찾는 정보만 편식을 하게 되는 오늘날의 사회의 위험을 자세히 파헤치는 책이다. 인터넷 이용의 편의성만 생각하는 사이에 우리는 자신이 관심이 없는 일에는 무관심해지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와 '공익'이라는 것이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즐겁지는' 않지만 '중요한' 정보에 대한 노출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화된 인터넷 정보의 제 3자에 의한 상업적 이용은 우리들 자신을 자신의 의도보다 더, 그리고 때로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는 상업적 소비로 몰아가게 된다. 그런 결과로 우리들은 자신이 스스로 원해서 편리를 취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는 정보의 소비를 하게 강제되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묻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