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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의 시대 - 위키리크스가 불러온 혁명
미카 시프리 지음, 이진원 옮김 / 샘터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애플이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저장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한 사람들이 집단소송을 벌인다고 한다. 구글은 엄청난 서버에다 구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저장한다. 어떤 키워드를 검색했는지, 그 키워드 검색에서 얼마나 긴 시간을 보냈는지. 어떤 관련검색어로 넘어갔는지... 페이스북과 트위트에는 나의 친구관계와 취미 성향들이 그대로 나타난다. 우리가 하이패스를 이용해 고속도로를 이용할때, 슈퍼마켓에서 카드로 계산을 할떄마다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어디를 다니는지,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는지를 알게 된다.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이 시대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를 훨씬 많이 알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뉴머러티'란 책에 의하면 지금까지 도입된 정보수집장치만을 가지고도 '불법적이지 않게' 한 사람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어느 후보에게 표를 던질지를 거의 정확하게 알 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은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우리가 사는 사회는 우리들에 대한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정보는 주민번호, 비밀번호, 통장계좌같은 것만이 아니다. 나의 성향, 나의 건강상태, 나의 소비취향, 나의 행동반경, 나의 관심사항, 내가 앞으로 추구할려고 예상되는 것... 그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들로부터 수집할 수 있고 또 수집하는 정보는 예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반면에 우리는 우리가 선출한 정치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수가 없다. 그들이 밀실에서 어떤 담합을 했는지, 그들이 어디서 누구를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누었고, 그 결과가 유권자들의 바람과 어떻게 어긋나는지를 평가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내부 폭로가 나오고, 너무 서투른 행동에 꼬리가 잡혀야만 언론에 폭로가 되고 세상이 떠들썩 해진다. 여기에 함정이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온갖 잡음이 끊일 날이 없고, 온갖 기업가, 은행가, 정치인, 관료들의 비리로 신문이 가득채워지고 있다. 메스컴만 보아서는 우리는 정의가 추상과 같이 실현되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그들이 우리로부터 알아가는 그 세세한 정보에 비해,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
여기에 위키리스크라는 놀라운 파문을 일으킨 단체가 등장했다. 위키리스크의 어산지가 어떤 추문을 일으켯는지, 위키리스크가 세운 공과가 얼마나 큰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위키리스크가 한 일이라면, 제2 제3의 위키리스크가 얼마든지 나타날수 있기 때문이다. 어산지의 개인적 비리는 어산지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이 세상에서 한번 가능 할 수 있었던 일을 얼마든지 재현가능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위키리스크보다 훨씬 더 조직적으로 은폐되어있던 정보를 대중들에게 알려주는 기제들이 나타나고 활성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초기에 인터넷에 열광했던 순수한 열정을 가진 마니아들은 인터넷이 세상에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이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할떄 분노한 사람들은 '해커'를 자처하며 잘 못된 길을 간다고 생각하던 인터넷에 타격을 입히려고 했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볼때 위키리스크는 또 하나의 대형 테러이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정보를 대중에게 돌려주는 의미를 가진 테러이다. 이제 위키리스크란 형태의 행동양상이 가능함을 세상이 알고 있는 이 시기에, 그들이 중요한 정보를 완전히 안전하게 은폐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다. 더 강한 창에는 더 강한 방패가 등장하겠지만, 이제 우리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수집당하기만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절망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투명성의 시대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 열심히 숨길려고 할수록 더 열심히 찾을려고 하는 시도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정보가 광범위하게 수집되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정보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투명성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인터넷의 하늘에 높이 울려퍼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