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니, 크리스?
캐럴 플럼-어시 지음, 장석훈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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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라진 아이에 대해서

아이가 사라졌다. 처음에는 자살로 여겼던 아이의 죽음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게되면서 아이의 사라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것이다. 온 마을이 아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럽다. 자살이냐 타살이냐. 누가 왜 어떻게 죽였느냐에 대한 관심이 온통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빼았는 것은 그가 어떻게 사라졌느냐에 관한 것이다. 아마도 그 사라진 아이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단지 그 아이의 사라짐만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그 아이의 존재는 의미가 없어진다. 살아있을때도 그 아이는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죽어서도 그 아이는 '어떻게'죽었느냐만이 문제가 된다. 아무도 그 아이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의문,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존재라는 것이 지니는 의미를 묻는 물음이다. 과연 사라진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행위외에 다른 의미를 남기지 않을까. 사라지는 그 개체에 있어서 사라진다는 것은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체의 인연과의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가 아는 모든 것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라진 사람 외의 타인들에게는 그 사람의 사라짐이 가지는 의미가 다르다. 그저 사라졌을 뿐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한사람이 사라졌을뿐,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는 않는다. 숲 속의 많은 나무들 중 한 그루가 사라졌거나,. 들판의 수많은 돌맹이들 중 하나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따돌림이라는 외피속에 보다 더 근본적인 의문. 즉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묻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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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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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형태의 이야기에 관한 글

여기에 어떤 하나의 책이 있다. 그리고 그 책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 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바로 그 책의 내용이 된다. 무슨 말인가 약간 이상하다. 그러나 잠시 주의를 집중해서 생각해보면 이 뫼비우스의 띠같은 이야기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금새 깨닿게 된다. 작가는 지금 글이라는 것의 존재형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예고편 형식의 짧은 단편을 만들어 놓고, 그에 연하여 그와 관련된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다. 그가 하는 이 이상한 작업은 무엇일까. 그는 바로 독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고편에 해당하는 작품은 그가 세상에다 하는 말이다. 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그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하고자 한다. 그런 것이 바로 그가 글이라는 것을 대하는 방식인 것 같다.

이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책은 바로 그런 형식이 가장 두드러진 것이다. 책은 책이란 형태로 만들어지기 전에 이야기로 존재한다. 한 사람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다른 사람이 그 이야기에 대해 평가를 한다. 말이 다듬어지고 글이 변형되면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가는 것이다.

내용은 알수 없고 이름만 존재하는 책. 그 책을 찾기 위해 집을 둘쑤시며 책 찾기를 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적어나가는 동명의 책. 이렇게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이야기가 한권의 책이 되는... 그래서 책의 존재 양식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책. 그것이 바로 이 독특한 양식의 책에 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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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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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외로운가

이 책은 미국의 9.11사태와 그 전의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다. 9.11사태로 아빠를 잃은 소년과 세계대전에서 가족을 잃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등장한다. 그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이 책의 내용이다.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남겨진 자들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랑하는데 헤어져야 하고, 가까운 사람이 멀어져야 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겪어야 하는 아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그 헤어진다는 것의 부조리함에 대한 고발은 아이의 시각으로 그려서 우리 앞에 보여주는 책이다. 순진한 시각이 더욱 읽는 사람의 공감을 자아내고, 아픔을 절절하게 한다.

한 사람은 살아가던 그 세상이 그대로 남겨지고, 한 사람은 자신의 의사와 관련이 없이 다른 세상으로 옮겨지는 것을 죽음이라고 한다. 그 죽음이라는 다시 되돌릴수 없는 강을 건너가 버린 사람을 그리는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오늘날의 세상에서 잘 다루지 않는 종류의 아픔에 관해 주제를 집중하면서도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기에 더욱 더 애절한 가슴 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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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얀 마텔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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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나'를 규정하는가

이 책은 철저하게 '나'에 관한 책이다. 소설적 기법으로 자아(self)를 찾는 흥미로운 책이다. 무척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흥미로운 글을 읽으며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소설적 재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소설이라는 형식과 자아라는 주제가 절묘하게 잘맞아 떨어진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관의 자녀라는 소설적 설정은 자연스럽게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성장기를 보내도록 한다. 여기서 부터 '나'에 대한 탐구가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나'를 규정하는 것은 나 속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절대적인 성질이 아니라, 외부와의 관계에서 나다움을 찾아가는 교감과 대화의 과정이자 그 결과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에 대한 탐구의 절정을 이루는 것이 바로 성전환이라는 엉뚱한 경험이다. 18세라는 나이는 성정체성에 가장 활발한 관심을 가지게 될만한 나이이다. 그 시기는 또 자아정체성을 탐구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 그 중요한 시점에 이 책의 내용이 집중되는 것은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가 안내하는 흥미로운 길을 따라 자아란 무엇이며 나를 규정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여행을 떠날수가 있다. 가끔 독서가 불편할 때는 이 책이 나를 일개워줄 때이다. '나' 속에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채 그냥 뭍어두고 있던 정체성의 부재가 이 책의 자극으로 드러날 때이다.

친절한 책이지만 그런 적절한 자극이 없다면 무언가 1%부족한 느낌을 줄 수가 있는 법이다. 이 책을 통해 흥미롭게 '나'라는 주제에 대한 것을 둘러보는 여행을 즐겼다면, 약간의 숙제를 받아가는 것도 나쁘지가 않을 것이다. 과연 나는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규정하고, 나는 어디쯤 와있는가. 그런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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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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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간이란,

사실은 궁금했었다. 왜 이 책이 그토록 인기가 있는지. 난 왠지 글을 잘쓰는 사람에 대한 질투심이 있다. 그래서 ‚I히 유명한 사람의 책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낀다. 베스트 셀러가 될수록... 그러다 언젠가 도대체 왜 그렇게 유명한거야? 라는 호기심이 나의 거부감을 누를때 나는 책을 읽어보게 된다.

때로는 희열을 느낀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별 내용이 없었구나... 때로는 슬픔을 느낀다. 책의 내용이 좋을 때이다. 책의 내용이 좋을때는 책에 감동을 받아서 슬퍼지기고 하고, 글을 그토록 잘 쓰는 사람에 대한 질투감 때문에 슬퍼지기도 한다. 이 책은 그 두가지 모두가 작용해서 나를 퍽 많이도 슬프게 만든 책이다.

각설하고... 우리들에게 행복한 시간이 얼마나 있는 것일까. 슬프지 않은 시간 말고, 아파서 몸부림 치는 그런 시간들 말고 삶이 정말로 아름답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런 시간들... 요즘같은 세대에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 구식인 것은 잘 안다. 그런데 이 책은 바로 그 구식의 용어인 행복을 말하는 책이다. 그래서 더욱 특이하고 그래서 더욱 신기하다.

행복이란 단어는 구닥다리로 여길만한 이 스피디하고 현실적이고 유물론적인 시대에 구태의연한 소재인 사형수를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은 너무 낡은 것이 아닐까 싶지만 책에서 오는 감동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낡은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가슴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부러울뿐이다.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독한 아픔을 가진 사람은 자신과의 동류를 만나고, 사형수라는 운명으로 그렇게 만난 사람은 헤어져야 한다. 이제 세상을 보는 눈은 달라졌지만, 그렇게 아픔을 나누며 사랑을 나누었던 대상은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한 시간은 행복했던 시간이라는 과거형으로 변하고 만다.

행복을 알았지만 행복은 떠나가 버렸다. 아픔만을 알고 있던 시절과 행복을 알았지만 행복이 사라져 버린 그 시간들과의 겨루기가 눈물겹다. 영화에서 강동원의 그 맑고 투명하고 깊은 눈동자가 자꾸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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